[097]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6. 천간(天干)의 유심론(唯心論)
작성일
2017-01-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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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6. 천간(天干)의 유심론(唯心論)
=======================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경순은 도도한 장강의 물이 흘러가듯이 거침없는 논리로 풀어나가는데 거침이 없었다.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이 있고, 또 상황, 즉 사주의 구조에 따라서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있지.”
“그렇다면 사람이 저마다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존감(自尊感)과 자존심(自尊心)이라네.”
“아하~! 그렇겠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질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그렇게 한마디로 할 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천간은 외우고 있으시겠지?”
“예, 겨우 글자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금(金)의 음양에 대해서 말해 보시게.”
“양금(陽金)은 경(庚)이고, 음금(陰金)은 신(辛)인 것 말씀이죠?”
“그렇다네, 잘 알고 있군.”
“어쩌다가 알게 되었지만,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문득 조은령을 바라보니, 그녀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을 놓았다.
“금(金)의 뜻이 뭐지?”
“그야 폐(肺)와 대장(大腸)이죠~!”
경순의 질문에 자신이 있다는 듯이 조은령이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창이 답했다.
“금은 기해단전(氣海丹田)에 도(道)가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아니, 어디에서 그런 이치를 들었는가?”
“예전에 지도를 해 주신 사부께서 애써 깨달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편안하게 앉아서 덤으로 배우게 되었으니 스승의 공덕이 무량(無量)합니다. 하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은령이 다그쳤다.
“아니, 왜죠?”
그 말에 우창이 조은령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그야, 금(金)의 글자를 보면 도(十)가 아랫부분에 깊숙하게 내장(內藏)되어 있으니까 인체에서는 단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는 의미야.”
“아니, 싸부~! 왜 나에게는 그걸 안 가르쳐 줬죠?”
그 말을 듣고 우창이 웃었다.
“그야 령아가 잘 아는 신체를 통한 오행의 설명을 듣느라고 그랬지. 하하~! 오늘 이렇게 들으면 되잖겠어? 하하~!”
“오늘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냔 말이죠~!”
조은령의 투정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유쾌해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 간간이 끼어들어서 대화에 양념을 얹어주는 여인의 고성(高聲)은 잔잔한 분위기에 신선한 운율(韻律)을 짓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활기가 넘쳐날 수가 있었다.
“이미 기해단전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 금의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 금이 음양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
“기대가 됩니다. 형님.”
“양금(陽金)은 경(庚)이요, 음금(陰金)은 신(辛)이지.”
“예 형님.”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나섰다.
“경(庚)은 대장(大腸)이고, 신(辛)은 폐장(肺臟)인걸요.”
그 말에 경순도 장단을 쳐 줬다.
“오~! 장부(臟腑)에 대한 대입이로군. 그것도 중요하지. 하하~!”
그 말에 신이 난 조은령이 다시 말을 받아서 질문을 이어 갔다.
“그렇다면, 생명의 호흡에 마음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될까요?”
“당연하지~! 신(辛)의 위력은 폐(肺)의 호흡을 쉼 없이 이어가도록 하는 작용도 한다네.”
우창은 조은령이 자꾸만 경순의 말을 끊는 것이 안타까워서 말을 막았다.
“령아. 오늘 천간 공부를 하려면 장부 이야기는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걸”
“옆에서 잡음을 넣지 말란 말이죠? 쳇, 알았어요.”
조은령이 입을 삐쭉하는 것을 쳐다본 경순이 웃으며 설명을 이어 갔다.
“경(庚)은 사람 속에 들어있는 마음이라고 하는 주체(主體)를 의미하지. 그래서 양금(陽金)은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다는 말이 나온 거야.”
그 말을 듣고 조은령이 또 끼어들었다.
“단단한 것은 금강석(金剛石)이 아닌가요? 물렁물렁하고 바람에 흔들흔들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것도 마음이고, 철석(鐵石)같은 믿음으로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도 마음이라네. 하하하~!”
“아하~! 그렇겠어요. 에구~ 또 싸부에게 혼날라 조심~!”
“사람의 마음이란 것에 대해서는 고금의 철인(哲人)들도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형님.”
“대표적인 인물로는 순자(荀子)와 맹자(孟子)가 있지.”
“들어 봤습니다. 순자는 성악(性惡)이라고 하고, 맹자는 성선(性善)이라고 했다지요?”
“물론 전후의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핵심을 말하라면 그렇게 할 수가 있겠네.”
“그렇다면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내가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는가. 하하~!”
“아, 이렇게 제가 덤벙댑니다. 하하~!”
“불타(佛陀)는 인간의 마음은 여덟 겹이라고도 했다더군. 마치 파초(芭蕉)의 껍질처럼 말이야.”
“그럼 하나의 마음을 벗기면 또 속에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로군요.”
“맞아~!”
“그렇다면 벗기는 과정을 일곱 차례를 거치면 진심(眞心)이 나온다는 것인가요?”
“당연하지~!”
“어떤 사람의 마음이 몇 번째의 껍질을 벗긴 것인지는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가령 조 낭자가 말한 갈대 같은 마음은 여섯 번째의 마음에 속하지. 양파로 논한다면 맨 가에 있는 겉껍질이라고 할 수가 있지. 이러한 논리의 전개를 유식론(唯識論)이라고도 한다더군.”
“형님께서는 불교의 논리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으셨군요.”
“조예랄 것은 없고 옛적에 인연이 있어서 조금 기웃거려 본 것이라네. 그런데 이렇게 파고 들어가도 어렵지 않을까? 난 조 낭자가 걱정되네.”
그러면서 조은령을 바라봤다.
“아, 전 괜찮아요. 모르면 다음에 다시 물어볼 곳이 있으니까요. 호호호~!”
“그렇다면 다행이군. 사실, 불교는 심리학의 종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심론(唯心論)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있지.”
“여덟 겹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그리고 경(庚)이 그중의 어느 위치에 있는 존재인지도 알고 싶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우선 ‘전오식(前五識)’이라는 것에서 시작을 해 볼까?”
“그건 무엇입니까?”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 앉아서 움직이는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라네.”
“령아를 위해서 자비심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아, 안식(眼識)은 색을 볼 줄 알고, 이식(耳識)은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비식(鼻識)은 냄새를 맡을 줄 알지.”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나섰다.
“아, 알겠어요. 설식(舌識)은 맛을 알고, 신식(身識)은 촉감을 느끼는 것이잖아요?”
“오호~! 맞아. 이렇게 다섯 가지를 전(前) 단계에서 안다는 의미로 ‘전오식’이라고 하는 거라네.”
“그렇다면 그것은 기본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한 거지요?”
“그렇지. 그다음에 제육식(第六識)부터가 본격적으로 마음을 이야기하는 단계라네.”
“무엇이 육식(六識)입니까?”
“전오식에서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기능이라네. 그래서 의식(意識)이라고도 하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 보통 흔들리는 갈대는 여기에서 작용하는 것이라네. 하하~!”
“재미있습니다. 형님.”
“보통은 이 육식의 작용으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어떤 것을 말합니까?”
“제칠식(第七識)이라고 한다네.”
“일곱 번째 마음이로군요.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요?”
“전오식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접수하는 육식의 인식을 전달받는 이성(理性)의 단계라고 할 수가 있지. 이렇게 학문을 연구하고 궁리하는 단계라고 쉽게 풀이를 할 수도 있다네.”
“그렇다면, 지혜로운 고인들은 제칠식의 단계라고 할 수가 있겠군요.”
“맞아. 이것을 불교에서는 ‘말라식(末那識)’이라고 한다지만 그것까지야 알 필요가 없겠지. 적어도 이러한 경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통제하고 그 이면에서 움직이는 이치를 파악할 정도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네.”
“그렇다면 경(庚)은 이 단계를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 내가 이해하기로는 경(庚)의 의미는 야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말하는, 제팔식(第八識)의 영역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네.”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정말 해박하신 형님의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뭘, 그냥 불교적인 상식이라네. 하하~!”
“형님의 상식이 우제에겐 놀라운 지혜입니다. 하하~!”
“그래서 잠재(潛在)되어 있는 심리라고 해서 잠재의식(潛在意識)이라고도 하거든. 이것에는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이 저장된다고 하지. 경(庚)과 신(辛)은 이러한 영역에 해당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은 거야.”
“역시~!”
우창이 공감을 한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차 경순이 물었다.
“뭔 말을 하시려고?”
“널리 배우면 생각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진리로군요. 형님.”
“그래서 할 수가 있을 때까지는 생각을 해 보고, 궁리하다가 보면 저절로 답을 얻기도 하는 것 같더군.”
“잘 알겠습니다.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경신금(庚辛金)은 제팔식(第八識)과 통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셨겠지?”
“이해하다마다요. 정확히 잘 알아들었습니다.”
“조 낭자는 어떠셨소?”
“소녀도 그 정도는 알아들었어요.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려요.”
“그렇다면, 이제 양금(陽金)과 음금(陰金)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도록 하지.”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금은 겉으로 드러난 잠재의식이라고 한다면 음금은 내면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잠재의식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러니까 경(庚)은 양이라서 드러난다는 것이고 신(辛)은 음이라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맞아. 그리고 경신(庚辛)은 모두 다른 조건들, 말하자면 제칠식(第七識)이 가져다주는 조건들을 바탕에 놓고서야 비로소 최종적으로 판단을 할 수가 있다고 본다네.”
“일리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최우선으로 금의 존재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
“혹 그래서 오행의 순서도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까? 그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어허~! 역시 혜암도인께서 괜히 현제를 거둔 것이 아니었군. 대단해~!”
“형님께서 동의를 해 주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원래 금(金)은 정신의 주체가 되고, 목(木)은 그 정신을 담아두는 신체를 말하지.”
“우와~! 멋져요~!”
조은령이 경순의 이야기에 손뼉을 치면서 감탄했다. 그것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다시 말을 이어가는 경순.
“또, 수(水)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을 말하고, 화(火)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지혜의 불꽃을 말하는 것이라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면, 오행의 이치에서 모든 것이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볼 수가 있지. 이러한 것이 모두 조화를 이루면 비로소 토가 되는 것이라서 토는 맨 나중에 놓은 것으로 생각해 봤지.”
“아하~! 이제야 왜 ‘금목수화토’라는 순서를 붙였는지 의문이 모두 풀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보니까, 오행도 결국은 유심론(唯心論)이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뭔가.”
“당연했겠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에 대해 관심 갖게 되었던 거야.”
“과연, 그럴 만하겠습니다. 오행은 심리학도 되고, 인체학도 되고, 자연의 계절에 대한 학문도 되니 두루두루 통하지 않는 곳이 없네요. 특히 심리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현제가 이해를 잘하고 있으니 내가 설명하기도 수월하군.”
그 말을 듣고 조은령이 나섰다.
“저도요~! 오늘의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오, 그렇군. 조 낭자도 같이 생각하니 더욱 풍성한 토론이 되는군.”
조은령의 신나서 하는 말에 두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 검술(劍術)을 배울 적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검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고 하셨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검술이든, 봉술이든, 모든 무술도 결국은 마음공부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당연하지. 좋은 사부님에게서 지도를 받으셨군.”
“그렇다면 마음이 드러난 것과 숨은 것의 작용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입니까?”
“보통은 선심(善心)이 드러나지. 그래서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다들 선량(善良)한 사람들이 된다네. 이것을 경(庚)의 작용이라고 본다네.”
“맞습니다.”
“그러다가, 이해관계나 은원 관계가 발생하게 되면 숨어있는 마음이 발동하게 되지. 이것을 악랄(惡辣)한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네. 자신에게 거슬리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니 흑심(黑心)이라고도 하고, 악심(惡心)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누구나 내면에 갖고 있는 것이라네.”
6. 천간(天干)의 유심론(唯心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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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야기를 시작하자 경순은 도도한 장강의 물이 흘러가듯이 거침없는 논리로 풀어나가는데 거침이 없었다.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이 있고, 또 상황, 즉 사주의 구조에 따라서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있지.”
“그렇다면 사람이 저마다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자존감(自尊感)과 자존심(自尊心)이라네.”
“아하~! 그렇겠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질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그렇게 한마디로 할 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천간은 외우고 있으시겠지?”
“예, 겨우 글자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금(金)의 음양에 대해서 말해 보시게.”
“양금(陽金)은 경(庚)이고, 음금(陰金)은 신(辛)인 것 말씀이죠?”
“그렇다네, 잘 알고 있군.”
“어쩌다가 알게 되었지만,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문득 조은령을 바라보니, 그녀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을 놓았다.
“금(金)의 뜻이 뭐지?”
“그야 폐(肺)와 대장(大腸)이죠~!”
경순의 질문에 자신이 있다는 듯이 조은령이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창이 답했다.
“금은 기해단전(氣海丹田)에 도(道)가 들어있다는 뜻입니다.”
“아니, 어디에서 그런 이치를 들었는가?”
“예전에 지도를 해 주신 사부께서 애써 깨달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편안하게 앉아서 덤으로 배우게 되었으니 스승의 공덕이 무량(無量)합니다. 하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은령이 다그쳤다.
“아니, 왜죠?”
그 말에 우창이 조은령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그야, 금(金)의 글자를 보면 도(十)가 아랫부분에 깊숙하게 내장(內藏)되어 있으니까 인체에서는 단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는 의미야.”
“아니, 싸부~! 왜 나에게는 그걸 안 가르쳐 줬죠?”
그 말을 듣고 우창이 웃었다.
“그야 령아가 잘 아는 신체를 통한 오행의 설명을 듣느라고 그랬지. 하하~! 오늘 이렇게 들으면 되잖겠어? 하하~!”
“오늘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냔 말이죠~!”
조은령의 투정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유쾌해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 간간이 끼어들어서 대화에 양념을 얹어주는 여인의 고성(高聲)은 잔잔한 분위기에 신선한 운율(韻律)을 짓기에 충분했고 그래서 활기가 넘쳐날 수가 있었다.
“이미 기해단전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 금의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그 금이 음양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
“기대가 됩니다. 형님.”
“양금(陽金)은 경(庚)이요, 음금(陰金)은 신(辛)이지.”
“예 형님.”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나섰다.
“경(庚)은 대장(大腸)이고, 신(辛)은 폐장(肺臟)인걸요.”
그 말에 경순도 장단을 쳐 줬다.
“오~! 장부(臟腑)에 대한 대입이로군. 그것도 중요하지. 하하~!”
그 말에 신이 난 조은령이 다시 말을 받아서 질문을 이어 갔다.
“그렇다면, 생명의 호흡에 마음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될까요?”
“당연하지~! 신(辛)의 위력은 폐(肺)의 호흡을 쉼 없이 이어가도록 하는 작용도 한다네.”
우창은 조은령이 자꾸만 경순의 말을 끊는 것이 안타까워서 말을 막았다.
“령아. 오늘 천간 공부를 하려면 장부 이야기는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걸”
“옆에서 잡음을 넣지 말란 말이죠? 쳇, 알았어요.”
조은령이 입을 삐쭉하는 것을 쳐다본 경순이 웃으며 설명을 이어 갔다.
“경(庚)은 사람 속에 들어있는 마음이라고 하는 주체(主體)를 의미하지. 그래서 양금(陽金)은 세상에서 제일 단단하다는 말이 나온 거야.”
그 말을 듣고 조은령이 또 끼어들었다.
“단단한 것은 금강석(金剛石)이 아닌가요? 물렁물렁하고 바람에 흔들흔들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것도 마음이고, 철석(鐵石)같은 믿음으로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도 마음이라네. 하하하~!”
“아하~! 그렇겠어요. 에구~ 또 싸부에게 혼날라 조심~!”
“사람의 마음이란 것에 대해서는 고금의 철인(哲人)들도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형님.”
“대표적인 인물로는 순자(荀子)와 맹자(孟子)가 있지.”
“들어 봤습니다. 순자는 성악(性惡)이라고 하고, 맹자는 성선(性善)이라고 했다지요?”
“물론 전후의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핵심을 말하라면 그렇게 할 수가 있겠네.”
“그렇다면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내가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는가. 하하~!”
“아, 이렇게 제가 덤벙댑니다. 하하~!”
“불타(佛陀)는 인간의 마음은 여덟 겹이라고도 했다더군. 마치 파초(芭蕉)의 껍질처럼 말이야.”
“그럼 하나의 마음을 벗기면 또 속에 마음이 있다는 이야기로군요.”
“맞아~!”
“그렇다면 벗기는 과정을 일곱 차례를 거치면 진심(眞心)이 나온다는 것인가요?”
“당연하지~!”
“어떤 사람의 마음이 몇 번째의 껍질을 벗긴 것인지는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가령 조 낭자가 말한 갈대 같은 마음은 여섯 번째의 마음에 속하지. 양파로 논한다면 맨 가에 있는 겉껍질이라고 할 수가 있지. 이러한 논리의 전개를 유식론(唯識論)이라고도 한다더군.”
“형님께서는 불교의 논리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으셨군요.”
“조예랄 것은 없고 옛적에 인연이 있어서 조금 기웃거려 본 것이라네. 그런데 이렇게 파고 들어가도 어렵지 않을까? 난 조 낭자가 걱정되네.”
그러면서 조은령을 바라봤다.
“아, 전 괜찮아요. 모르면 다음에 다시 물어볼 곳이 있으니까요. 호호호~!”
“그렇다면 다행이군. 사실, 불교는 심리학의 종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심론(唯心論)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있지.”
“여덟 겹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그리고 경(庚)이 그중의 어느 위치에 있는 존재인지도 알고 싶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우선 ‘전오식(前五識)’이라는 것에서 시작을 해 볼까?”
“그건 무엇입니까?”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 앉아서 움직이는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라네.”
“령아를 위해서 자비심을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아, 안식(眼識)은 색을 볼 줄 알고, 이식(耳識)은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비식(鼻識)은 냄새를 맡을 줄 알지.”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나섰다.
“아, 알겠어요. 설식(舌識)은 맛을 알고, 신식(身識)은 촉감을 느끼는 것이잖아요?”
“오호~! 맞아. 이렇게 다섯 가지를 전(前) 단계에서 안다는 의미로 ‘전오식’이라고 하는 거라네.”
“그렇다면 그것은 기본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한 거지요?”
“그렇지. 그다음에 제육식(第六識)부터가 본격적으로 마음을 이야기하는 단계라네.”
“무엇이 육식(六識)입니까?”
“전오식에서 들어온 정보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기능이라네. 그래서 의식(意識)이라고도 하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 보통 흔들리는 갈대는 여기에서 작용하는 것이라네. 하하~!”
“재미있습니다. 형님.”
“보통은 이 육식의 작용으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어떤 것을 말합니까?”
“제칠식(第七識)이라고 한다네.”
“일곱 번째 마음이로군요.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요?”
“전오식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접수하는 육식의 인식을 전달받는 이성(理性)의 단계라고 할 수가 있지. 이렇게 학문을 연구하고 궁리하는 단계라고 쉽게 풀이를 할 수도 있다네.”
“그렇다면, 지혜로운 고인들은 제칠식의 단계라고 할 수가 있겠군요.”
“맞아. 이것을 불교에서는 ‘말라식(末那識)’이라고 한다지만 그것까지야 알 필요가 없겠지. 적어도 이러한 경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통제하고 그 이면에서 움직이는 이치를 파악할 정도라고 보면 무난할 것이네.”
“그렇다면 경(庚)은 이 단계를 말하는 것입니까?”
“아니, 내가 이해하기로는 경(庚)의 의미는 야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말하는, 제팔식(第八識)의 영역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네.”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정말 해박하신 형님의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뭘, 그냥 불교적인 상식이라네. 하하~!”
“형님의 상식이 우제에겐 놀라운 지혜입니다. 하하~!”
“그래서 잠재(潛在)되어 있는 심리라고 해서 잠재의식(潛在意識)이라고도 하거든. 이것에는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이 저장된다고 하지. 경(庚)과 신(辛)은 이러한 영역에 해당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은 거야.”
“역시~!”
우창이 공감을 한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차 경순이 물었다.
“뭔 말을 하시려고?”
“널리 배우면 생각할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진리로군요. 형님.”
“그래서 할 수가 있을 때까지는 생각을 해 보고, 궁리하다가 보면 저절로 답을 얻기도 하는 것 같더군.”
“잘 알겠습니다.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경신금(庚辛金)은 제팔식(第八識)과 통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셨겠지?”
“이해하다마다요. 정확히 잘 알아들었습니다.”
“조 낭자는 어떠셨소?”
“소녀도 그 정도는 알아들었어요. 친절한 설명에 감사드려요.”
“그렇다면, 이제 양금(陽金)과 음금(陰金)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도록 하지.”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금은 겉으로 드러난 잠재의식이라고 한다면 음금은 내면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잠재의식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러니까 경(庚)은 양이라서 드러난다는 것이고 신(辛)은 음이라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맞아. 그리고 경신(庚辛)은 모두 다른 조건들, 말하자면 제칠식(第七識)이 가져다주는 조건들을 바탕에 놓고서야 비로소 최종적으로 판단을 할 수가 있다고 본다네.”
“일리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최우선으로 금의 존재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
“혹 그래서 오행의 순서도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까? 그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어허~! 역시 혜암도인께서 괜히 현제를 거둔 것이 아니었군. 대단해~!”
“형님께서 동의를 해 주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원래 금(金)은 정신의 주체가 되고, 목(木)은 그 정신을 담아두는 신체를 말하지.”
“우와~! 멋져요~!”
조은령이 경순의 이야기에 손뼉을 치면서 감탄했다. 그것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는 다시 말을 이어가는 경순.
“또, 수(水)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을 말하고, 화(火)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지혜의 불꽃을 말하는 것이라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면, 오행의 이치에서 모든 것이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볼 수가 있지. 이러한 것이 모두 조화를 이루면 비로소 토가 되는 것이라서 토는 맨 나중에 놓은 것으로 생각해 봤지.”
“아하~! 이제야 왜 ‘금목수화토’라는 순서를 붙였는지 의문이 모두 풀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보니까, 오행도 결국은 유심론(唯心論)이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뭔가.”
“당연했겠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유식론(唯識論)에 대해 관심 갖게 되었던 거야.”
“과연, 그럴 만하겠습니다. 오행은 심리학도 되고, 인체학도 되고, 자연의 계절에 대한 학문도 되니 두루두루 통하지 않는 곳이 없네요. 특히 심리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다는 것은 놀랍습니다.”
“현제가 이해를 잘하고 있으니 내가 설명하기도 수월하군.”
그 말을 듣고 조은령이 나섰다.
“저도요~! 오늘의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오, 그렇군. 조 낭자도 같이 생각하니 더욱 풍성한 토론이 되는군.”
조은령의 신나서 하는 말에 두 사람은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 검술(劍術)을 배울 적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검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고 하셨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검술이든, 봉술이든, 모든 무술도 결국은 마음공부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당연하지. 좋은 사부님에게서 지도를 받으셨군.”
“그렇다면 마음이 드러난 것과 숨은 것의 작용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입니까?”
“보통은 선심(善心)이 드러나지. 그래서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다들 선량(善良)한 사람들이 된다네. 이것을 경(庚)의 작용이라고 본다네.”
“맞습니다.”
“그러다가, 이해관계나 은원 관계가 발생하게 되면 숨어있는 마음이 발동하게 되지. 이것을 악랄(惡辣)한 마음이라고 할 수도 있다네. 자신에게 거슬리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니 흑심(黑心)이라고도 하고, 악심(惡心)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누구나 내면에 갖고 있는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