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5. 까치와 지렁이

작성일
2017-01-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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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5. 까치와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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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령은 놀라서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우창과 경순은 빙긋이 웃을 뿐 전혀 놀라는 표정이 아니어서 이제는 오히려 왜 그러한 일이 진행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경순이 입을 열었다.

“날이 이리도 뜨거운데 지렁이가 돌아다니면 살 수가 있겠소이까.”

경순의 말에 조은령이 의아해서 되물었다.

“예? 그야 안 되겠지요. 갑자기 웬 지렁이를요?”

그 말을 듣고 우창이 웃었다.

“구인괘(蚯蚓卦)를 얻으셨군요. 하하하~!”

“엇? 아우님도 그걸 아시는가? 하하~!”

“그러신가 싶었습니다. 오늘이 무오(戊午)일인 것을 봤습니다. 하하~!”

“무슨 뜻이에요?”

조은령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자 답답해서 우창에게 나직이 물었다. 우창은 나중에 말을 해 주겠다는 뜻으로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나 조은령은 참고 있을 수가 없는 성미이다.

“저, 지렁이는 뭐고, 손님을 막는 것은 뭐예요?”

우창이 말을 해줄 것 같지 않자 이번에는 경순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그 말을 들은 경순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참 궁금한 것이 많은 조 낭자시네요. 간단히 설명해 드리지요.”

“어서요~!”

“실은 새벽에 마당가의 오동나무에 까치가 날아와서 세 번을 울었습니다.”

“그것 봐요.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신호잖아요~!”

조은령이 참지 못하고 자신도 그 정도는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무슨 조짐인가 싶어서 일진(日辰)을 보셨겠군요?”

우창이 거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빙그레 웃었다.

“현제(賢弟)가 생각한 대로이지. 하하~!”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답답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조은령에게 우창이 설명했다.

“형님, 우제가 대신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새벽에 까치가 날아와서 세 번을 울자, 손님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일진을 보니까, 무오(戊午)일인지라 지렁이의 점괘가 되자, 오늘 올 손님은 주인을 먹으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셨지요?”

“틀림없네. 하하~!”

“그런데, 반도봉 입구에 명패를 걸어놓으면 그냥 갈 것은 어찌 아셨습니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마도, 까치가 바로 날아간 것은 아닐까요?”

“어허~! 이미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하~!”

“그럼 다시 올 것이란 것도 알고 계셨군요?”

“당연히~!”

“그게 언제일까요?”

“머지않은 시간에~!”

“음…….”

“아직 거기까지는 무리(無理)일 것이네. 열심히 공부하시게나. 하하~!”

“그렇습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하~!”

“참, 뭔가 궁금한 것이 있어서 나들이하셨다고 했지? 뭐가 궁금한지 말씀해 보시게.”

“예, 사실은 어디까지가 사람의 노력이고, 어디까지가 신의 뜻인지가 궁금해서 한 번 뵙고 여쭈었으면 싶었습니다. 어쩌면 아직은 이른 질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답이 있으면 얻고 없으면 더 공부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알고자 이렇게도 학문에 매진(邁進)하지 않는가. 하하~!”

“겨우 음양의 기초와 오행의 기본에 대해서만 이해를 한 정도입니다. 이제 또 무엇을 잡고 공부해야 할 것인지 길을 열어 주시기 바랍니다. 형님.”

“아니, 그런데 지렁이는 어떻게 배우셨지?”

경순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실은 예전에 스승님을 모시고 유람할 적에 심심풀이 삼아서 알려주신 것입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스승님의 도호(道號)를 여쭈어도 될까?”

“예, 혜암도인이라고 부르는 분입니다.”

“아니, 혜암도인이라면 상학(相學)의 대가가 아니신가? 그런 분의 곁에서 열심히 상학을 연구할 일이지 어쩐 일로 노산까지 왔단 말인가?”

“실은 우제도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극자님을 뵈었더니 추천을 해 주셨습니다.”

“아, 당대(當代) 도학(道學)의 최고봉(最高峰)에 자리하고 있는 그 어른도 만나 뵈었단 말인가? 참으로 스승 복이 하늘을 찌르는군. 부럽네!”

“그 어른께서 태산의 심곡으로 보내라는 권유를 하시자, 스승님께서도 망설임 없이 그대로 동의를 하셨지요. 그래서 심곡문에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스승들이 그렇게 많은 심곡에서 또 노산으로는 무슨 인연으로 오게 되셨지?”

“저의 지도를 해 주는 스승이셨던 분이 노산의 한 기인을 만나러 가는데 동행하겠느냐고 하는 바람에 호기심으로 바람도 쐴 겸 따라나선 것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하~!”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지. 하하~!”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바람에 형님을 뵈었으니 하늘의 뜻이 반영되었다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하하~!”

“그야 나도 고맙고말고. 그렇다면 천간(天干)의 이치는 이해하셨는가?”

“아닙니다. 실은 노산에 와서 벗을 만나서 공부를 하던 중에 밖에 볼일이 있다고 외출을 하는 바람에 지금은 복습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책은 뭐지?”

“예, 『적천수(滴天髓)』라고 하는 책입니다.”

“적천수? 첨 듣는 책이로군. 명서(命書)인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랬군. 제목만 들어봐서는 내용이 상당한 비급(秘笈)을 머금고 있을 것이 틀림없겠군. 열심히 공부하시게나.”

“그런데, 천간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겠습니까?”

“천간을 이해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

“그중에서 형님은 어떤 방법으로 이해를 하시는지요?”

“유심론(唯心論)~!”

“예? 유심론이라면 오직 마음이라는 뜻입니까?”

“그렇다네. 천간은 마음의 변화가 어디에서 일어나서 어디로 흐르다가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를 알려주는 비결(秘訣)이라네.”

“우제가 이해하기로 명학은 부귀빈천(富貴貧賤)에 대해서 논하는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아, 그것이야 사주팔자를 연구하면 나오는 명학의 활용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다만 천간의 존재는 어떤 행위를 시작하기 이전의 한마음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네.”

“정말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불경의 한 구절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것이 있다네.”

“그 내용이라면,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 것’이라는 뜻입니까?”

“그렇다네. 모든 것은 ‘한마음’에 달렸다네.”

“아니, 뜻은 이해가 됩니다만, 학문은 그러한 것을 밝히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마음에 달렸다면 학문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습니다.”

문득 조은령을 보면서 경순이 물었다.

“조 낭자는 강호인이지요?”

“그렇지도 못해요. 그냥 운동이 좋아서 조금 익힌 것뿐인걸요.”

“우리의 이야기가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지 싶은데 어떤가요?”

“사실, 좀 어려워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검법(劍法)을 아시지요?”

“예, 무예를 익히고 검을 잡게 되면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이 검법인걸요.”

“검법은 한 가지만 있나요?”

“아니죠~!”

“그럼 어떤 검법이 있나요?”

“그 많은 검법의 종류를 어떻게 다 말로 하겠어요. 여하튼 엄청나게 많아요.”

“낭자가 익힌 것은 어떤 검법인가요?”

“제가 머물던 곳이 노산파(嶗山派)의 도관이었기 때문에 태극검(太極劍)이 기본이었지요.”

“아, 원래 강호 무림의 명문(名門)인 무당파(武當派)의 인연이셨군요.”

“맞아요. 그래서 항상 무당파 검객들의 출입이 많았어요.”

“내가 알기에 태극검은 음양(陰陽)의 이기(二氣)를 바탕으로 조화를 이루는 검법인데 맞나요?”

“맞아요.”

“그렇게 해서 검술을 완전히 터득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완전히 무공을 익히고 나면, 무림의 고수가 되고 더 열심히 공력을 쌓는다면 무당의 장문인까지도 되겠지요.”

“그렇다면, 무당의 장문인은 언제라도 태극검의 초식대로 그것을 사용해서 무림에서 군림하게 될까요?”

“아니죠~!”

“그럼요?”

“당연히 배울 적에는 검법을 배우지만, 활용할 적에는 상황에 따라서 마음이 가는 대로 운용(運用)하겠죠.”

“하하하~! 바로 그겁니다.”

“예?”

“공부할 적에는 상학(相學)도 배우고, 역학(易學)도 배우고, 명학(命學)도 배웁니다. 물론 기학(氣學)도 배우고, 지학(地學)도 배우지요. 그렇게 공부를 해서 절정(絶頂)의 경지에 도달하면 놀랍게도 그 모두가 서로 소통(疏通)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요?”

“그렇고말고요. 그래서 검법이나 도법(道法)이나 이치는 모두 같은 것이랍니다. 공부하는 것은 이론을 익히지만 막상 실제의 상황에 처하면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마음이지요. 그래서 일체유심조라고 하는 것이랍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창이 끼어 들였다.

“그런데,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아는 것이 천간의 이치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현제~!”

“그렇다면 천간의 이치야말로 학문의 최고 정점에 있다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도 되겠지.”

“그런데 왜 다양한 학문을 평생 연구하느라고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네.”

“왜 그렇습니까?”

“어떤 사람은 얼굴을 보면 도(道)가 보이고, 어떤 사람은 땅을 보면 도가 보인다면, 반드시 천간으로만 보이는 도를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건 아니겠습니다.”

“그래서 어느 길을 가더라도 목적지에는 대각(大覺)이라는 성전(聖殿)이 된다네. 그렇기에 저마다 자신의 목적에 따라서 공부를 하는 것이지.”

그 말을 듣고 조은령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맞아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철사장(鐵砂掌)을 익히고, 몸이 가벼운 사람은 유엽도(柳葉刀)를 쓰는 것과 같네요. 키가 큰 사람은 장창(長槍)을 좋아하고, 키가 작은 사람은 표창(鏢槍)을 좋아하는 것도요.”

“그렇다오. 이것이 문무(文武)의 길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오.”

“알겠어요. 그러니까 무예를 배우는 이치나 학문을 배우는 이치는 서로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네요.”

“하하하~! 총명하신 조 낭자시네요.”

가만히 듣고 있는 우창이 말했다.

“그렇다면, 천간의 이치도 그 많은 것들 중에 하나이고, 특징은 마음의 움직임에 대한 것을 읽을 수가 있는 분야에 속한다는 것인가요?”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다네.”

“그렇다면, 우제는 지금 관심이 있는 천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형님께서 능히 지도를 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하~!”

“그야 무엇이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 정도는 안내할 수가 있으니 사양하지 않겠네. 하하~!”

옆에서 조은령이 끼어들었다.

“그럼 저는 어떡해요?”

“아니, 어떡하긴? 열심히 공부해야지. 같이~!”

우창의 말을 듣고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혹시라도 자신은 그냥 돌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참, 오행에 대해서는 이해가 좀 되어있다고 하셨지?”

“예 비록 어설프긴 합니다만 대략 의미는 알고 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답을 하자, 조은령이 참견하고 나섰다.

“아니, 겸손이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니에요? 저에게 오행의 깊은 이치를 말씀해 주실 때는 그럼 다른 사람이었던가요? 호호~!”

“하하하~!”

경순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