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4. 인연(因緣)의 교차로(交叉路)

작성일
2017-01-25 07:06
조회
2025

[095]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4. 인연(因緣)의 교차로(交叉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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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령도 궁금했겠지만 우창도 무척이나 해석이 궁금했다.

“그렇다면 그 점괘에서 저를 만난다는 해석은 가능한가요?”

“물론이지~! 다만 아직은 내 공부가 부족하여 겨우 이 정도만 이해하고 있을 따름이라네. 아마도 곽성선생을 만난다면 보다 깊은 해석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뵈었던 것이기도 하고.”

“어렵게 먼 걸음을 하셨는데 뵙지 못해서 어쩝니까?”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네. 다음 기회를 봐야지.”

“언젠가는 들어오실 테니까 무작정 기다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둔(遯)은 단순한 뜻이 아니라 스스로 숨는다는 의미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곽성선생은 지금 나를 만날 때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네. 껄껄껄~!”

“그게 또 그런 해석으로 전개가 되네요?”

“당연하지~!”

“왜 그랬을까요?”

“물론 아직은 내 공부가 부족해서이지. 어쩌면 아직은 이야기를 하기가 싫으셨던 거겠지.”

“그건 너무 점괘로만 해석한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역의 변화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더라도 찾아올 사람이 어떤 공부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도 안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범인(凡人)이야 그렇게도 생각하겠지. 껄껄껄~!”

“그러시다면 이미 집히는 바가 있으셨군요?”

“그래서 오늘은 나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네.”

“그러셨습니까?”

“그런데 길을 막고 있는 팻말을 보고서야 점괘가 제대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두말을 할 필요도 없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라네.”

“정말 놀랍습니다. 이것이 주역의 세계였군요.”

“노력은 사람이 하지만, 결정은 하늘이 하는 것이라네.”

“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씀이시지요?”

“그렇다네. 이것이 주역을 공부하는 선비가 갖고 있는 금언(金言)이라고 할 수가 있지.”

“모든 학문을 하는 사람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뜻이라고 봅니다.”

“천만에~!”

“예?”

“명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생각은 좀 다를 수도 있지.”

“무슨 뜻입니까?”

“지천명진인사(知天命盡人事)라네.”

“그건 무슨 뜻입니까?”

“하늘의 뜻을 먼저 알고 그에 맞게 노력한단 말이지.”

“아하~!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조은령이 바짝 다가앉으면서 우창에게 묻는다.

“아니, 무슨 뜻인데요?”

“그러니까 미리 알고서 그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명학(命學)이고, 노력한 다음에 하늘의 뜻을 묻는 것은 역학(易學)이란 말이지.”

우창이 답했다. 그러자 취현은 일어나면서 작별을 고한다.

“자, 오늘의 인연은 여기까지라네. 그만 헤어지고 또 다음에 인연이 있을 터이니 또 그때에 가서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세~!”

“그냥 가신다니 섭섭합니다.”

“아닐세. 나도 가볼 곳이 있다네. 공부를 더 한 다음에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공부 열심히 하시게. 껄껄껄~!”

“그럼 살펴 가시기 바랍니다.”

“보중(保重)하시고 다음에 뵙겠어요~!”

“낭자도 열심히 공부하시구려. 가르쳐 주는 선생이 있을 적에 말이오. 껄껄껄~!”

그렇게 해서 취현은 다시 휘적휘적 한 팔을 흔들면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갑자기 뭔가 휑~!한 느낌이 들었던 두 사람.

“싸부~! 저 사람의 말을 어떻게 생각해요?”

“대단하다고 생각해.”

“과연 믿을만한 거예요? 왠지 신뢰감이 가지 않아서요.”

“아니, 뭘 하려고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허언을 하겠어? 모두가 틀림없는 이야기들이야. 참으로 놀랍지?”

“그게 사실이라면 령아도 주역 공부를 해 볼래요.”

“그러시렴.”

“얼른 가르쳐 주세요.”

“내가?”

“당연하죠~!”

“난 내 공부하기도 바쁜걸.”

“저 어르신이 그러셨잖아요. ‘선생이 있을 적에 물고 늘어지라’고요. 오늘 들은 말씀 중에 제일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인걸요. 호호호~!”

“물론 맞는 말씀이지. 그러나 선생이 미비(未備)할 적에는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아두라고. 하하~!”

“그럼 언제 완비(完備)할 건데요?”

“그야 모르지. 학문을 언제나 다 깨닫겠는가? 깨닫기나 할 수 있겠는가?”

“아니, 왜 그런 자신 없는 말씀을 하세요~!”

“생각해 봐, 단지 여덟 개의 괘상(卦象)이나 다섯 개의 오행으로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해서 말이야.”

“걱정 마세요. 싸부는 능히 그것을 깨닫기만 할 뿐이 아니라,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조물조물할 거니까요. 호호호~!”

“말이라도 고맙군.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하~!”

“찾아가 봐야 없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이나, 찾아오는 사람이 맘에 안 들어서 피하는 사람이나 모두 참 대단들 하기는 해요.”

“그러니깐 말이지.”

“어떻게 그걸 알 수가 있죠?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일생을 바쳐서 연구하지 않을까?”

“참. 오행 공부를 했으니 다음엔 뭘 해요?”

“맞아, 오행에 대해서 이해를 했구나. 그렇다면 뭘 해야 하지?”

“아니, 싸부~! 령아가 물어야 할 것을 싸부가 물으시면 어째요?”

“사실 나도 아는 것이 그것뿐이거든.”

“이젠 가르쳐 주기도 싫은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럼 왜 딴 소릴 하시는 거예요~!”

“내가 딴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보여?”

“아뇨~!”

“령아~!”

“예? 왜요?”

“우리 곽성선생을 한 번 찾아가 볼까?”

“없다면서요. 같이 봐 놓고도 그러세요?”

“그니깐, 만약에 찾아갔는데 집에 계시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래도 궁금하지?”

“당연하죠~! 근데 안 계시면 어떡하죠?”

“없으면 그냥 등산했다 생각하면 되지 뭘 어떡하긴.”

“아, 그럼 되겠다. 좋아요~!”

“그럼 점식 먹고 팻말이 있던 곳에서 만나.”

“알았어요. 재미있겠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는 취현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적어놓은 다음에 점심을 먹고는 반도봉 입구로 향했다.

마음이 급했는지 조은령은 이미 신발을 야무지게 묶어 매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빨리 나오셔야죠~! 밥을 얼마나 드셨길래 이렇게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어요~!”

“아, 그랬나? 미안하군. 하하하~!”

반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은근히 가팔랐다. 그래서 약간은 몸을 숙이면서 올라가야 하는 길도 많았고, 더러는 나무줄기를 잡고 올라야 할 곳도 있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면서 오르니 두 사람은 즐거웠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 반도봉 아래의 암자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경순(景純)선생님 계십니까~!”

우창이 큰소리로 인기척을 했다. 물론 헛일 삼아서 해 본 소리였다. 그 모습을 보고 조은령이 까르르 웃었다.

“호호~! 싸부도 참. 안 계신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불러보는 건 또 뭐예요?”

“경순선생님~!”

이번에는 조금 큰 소리로 불렀다. 그 모습을 본 조은령은 우스운지 또 웃는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곽성이 나타났다.

“어머~!”

조은령이 깜짝 놀라서 우창의 뒤로 숨었다.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편안하셨는지요~!”

“아이구 누구신가 했더니 귀한 손님께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어여 들어가십시다.”

“고맙습니다. 불청객(不請客)이 나들이를 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실례라니요. 적적함을 달래 줄 벗이 오셨으니 대환영입니다. 하하~!”

어안이 벙벙해진 조은령에게 눈짓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면서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우창을 바라봤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점도 있고 해서 방문을 해 봤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동행께서도 공부를 하고 계신가 보군요.”

“인사드리셔. 전에 말씀드린 경순선생이시네.”

“처음 뵙겠어요. 조은령이에요.”

“어여쁜 낭자께서 누추한 곳을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방안이 환히 밝아집니다. 하하~!”

“팻말을 보니 집에 안 계신다고 하던데요.”

그 사이를 못 참고 조은령이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들은 경순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우창도 따라서 미소를 지으면서 경순에게 말했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소생은 계사(癸巳)생입니다만 선생님의 춘추를 묻습니다.”

“아, 그러신가요? 나는 갑신(甲申)생입니다. 세상의 밥을 조금 더 축냈나 봅니다. 하하~!”

“아, 그러십니까? 하도 젊어 보여서 동년배쯤인가 싶었는데 9년이나 연장이시니 형님으로 호칭해도 되겠는지요?”

“같이 공부하는 처지에 뭘 그런 것은 따져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하면 되지요. 하하~!”

“아닙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으니 형님으로 호칭하겠습니다. 우제(愚弟)의 인사를 받으시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포권으로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경순도 마주 인사를 하면서 사양하지 않았다.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시게. 하하하~!”

“경치가 좋은 곳에 사시니 세월을 거꾸로 보내시는가 봅니다. 형님.”

“원, 그럴 리가, 여하튼 좋게 봐 주셔서 고맙네. 현제(賢弟)~!”

“소녀는 조은령이라고 합니다. 인사드려요~!”

“아, 원래 조 낭자셨군요. 반갑습니다.”

주객이 한바탕 인사를 나누고 서열을 정하느라고 소란을 피운 다음에서야 비로소 좌정(坐定)했다. 그 사이에 경순은 과일을 내어 오고 우창은 화로에 불을 붙였다.

“오늘 나그네 한 분을 뵈었습니다.”

“아, 그러셨는가?”

“예, 삿갓을 쓰고 오른손은 없는 객이었지요.”

“오호~! 그러셨구나.”

“그런데 오전에 왔다가 입구에 걸어놓으신 팻말을 봤습니다.”

“아, 그래?”

“그래서 안 계신가보다고 하면서 저의 처소에서 차 한 잔 나누고 다음에 다시 온다고 하고는 떠났습니다.”

“아, 그러셨군. 잘하셨네.”

“왜 그러셨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뭐, 별것은 아니라네. 그냥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아서. 하하~!”

“찾아올 사람이 그 사람인 줄은 아셨습니까?”

“내가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알겠는가. 하하~!”

“그렇다면 찾아올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셨겠군요?”

“그 정도는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피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아서 뭣 하려나?”

“공부이지 않습니까? 우제도 언젠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써먹어야지요. 하하~!”

“오, 참 좋은 생각인걸.”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면서 조은령은 의아했다.

“아니, 소녀가 끼어들 일인지는 모르겠사오나…….”

“아, 말씀하시지요.”

“멀리 장강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을 만나기 싫다고 해서 그냥 돌려보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수행을 하는 사람이 취할 태도인지가 궁금해서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우창의 체면을 생각해서 애써 다듬은 말이었다.

“왜? 그가 떠나면서 나를 원망이라도 하던가 보오?”

“그건 아니지만요…….”

“그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오. 하하~!”

“옛? 아니, 그가 알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계신 거예요?”

그렇잖아도 동그란 조은령의 눈이 더욱 커지면서 놀라자빠질 지경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두 사람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