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7. 토(土)의 오행과 비위(脾胃)

작성일
2017-01-2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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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7. 토(土)의 오행과 비위(脾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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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의 표정을 살피던 조은령이 말했다.

“그런데, 장부에 대해서 오해(誤解)를 할 수도 있어요.”

“뭘?”

“보통은 이름에 따라서 인체의 장기(臟器)를 떠올릴 수가 있으나 사실은 정확한 의미가 아니거든요.”

“그럼 정확한 의미는 뭐지?”

“경락(經絡)을 알아야 하는 건데 너무 복잡하니까 설명은 생략할게요. 다만 이러한 명칭은 경락에서 나왔다는 것만 알아두시라고 하는 말씀이에요.”

“경락?”

“예, 몸에는 열두 개의 정경(正經)과 여덟 개의 기경(奇經)이 있거든요. 물론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야말로 신비한 존재라고 할 수가 있죠.”

“신기하네. 자연의 조화만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인체도 그렇단 말이지? 과연 소우주(小宇宙)라고 할 만하구나~!”

“맞아요. 소우주예요. 오묘한 질서야말로 우주를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도 해요.”

“어서 토에 대한 기능을 이야기 해봐.”

“아니, 이젠 싸부가 더 성화시네요? 호호~!”

“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잠을 못 이루거든.”

토를 설명을 하려니까 긴장이 되는지 찻물을 한 모금 마신 조은령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뭘까요?”

“오호~! 그냥은 못 가르쳐 주겠다 이거지?”

“당연하죠~!”

“산다는 것은 음식을 섭취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이지.”

“잘 말씀하셨네요. 그거예요. 특히 공기는 자동으로 호흡한다고 해도 음식은 수동으로 노력을 해서 섭취해야 하잖아요.”

“그렇겠네.”

“그렇다면 왜, 공기는 자동으로 마시게 하면서 음식은 노력해서 먹도록 했을까요?”

“이야~! 이건 간단치가 않은걸.”

“천천히 생각하세요. 령아는 급하지 않아요. 호호~!”

“노력해서 먹어야 하는 것은 글쎄.... 그냥 얻으면 소중한 줄을 몰라서일까?”

“겨우 생각하신 것이 그거군요.”

“아무래도 오답(誤答)인 게로군.”

“뭐 딱히 오답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싸부의 수준으로는 너무나 빈약한 답변이란 뜻이죠.”

“그래? 음.”

“그 봐요. 령아가 신통찮은 답변을 한다고 구박하셨죠?”

“그랬나? 이거 인과응보(因果應報)는 피할 길이 없군. 하하~!”

“비위는 인체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거예요.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시켜서 몸의 영양소로 분리한 다음에 각각의 필요한 곳으로 나눠주는 것은 음토(陰土)가 하는 것이고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내부에서 발생하는 노화된 피와 같은 것들은 양토(陽土)가 담당하는 것으로 정리가 가능하겠어요.”

“여하튼 쉽지 않은 공부로군.”

“인체의 기운(氣運)은 양토가 담당하게 돼요. 그래서 몸의 구석구석까지 모두가 균형을 이루도록 배려하게 되죠. 토가 돕지 않으면 모든 기관은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존의 유지가 불가능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모든 기관은 토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배웠어요.”

“그렇게 대단하구나. 이야기만 들어봐서는 비장(脾臟)과 위장(胃腸)의 능력 밖에 있는 기능 같은걸.”

“맞아요. 그래서 기관은 기관이고 기능은 또 보이지 않는 통제권의 영향을 받는 것이 몸의 구조라고 할 수가 있죠.”

“너무 막연하잖아? 좀 쉽게 설명을 해 줘봐.”

“설명이 어렵죠?”

“조금.”

“그것은 령아가 아직 인체의 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그냥 자연에서의 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에서의 토는 토양(土壤)으로 보면 돼. 아마도 인체에서의 토에 대한 것으로는 근육(筋肉)과 피부(皮膚)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맞아요~!”

“몸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가 근육과 피부로 감싸져 있으니 토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가 되겠네. 이렇게 비교해 가면서 이해를 같이 해 보자는 말이야.”

“그렇게 보면 되겠어요. 역시 싸부가 도움을 주시니 뭔가 해결이 될 것 같아요.”

“우선 금생토(金生土)를 생각해 보면 인체의 골격(骨格)이 몸을 잡아주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토양도 내부에서 단단한 바위가 잡아주고 있어서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와~! 짝짝짝~!”

“피부 속에 숨겨진 골격은 땅 속의 바위들과 같고, 치아와 손톱 발톱은 드러난 바위와 같은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정말 기가 막혀요. 틀림없는 말이네요. 잘 알고 있으시면서 괜히 어린 소녀를 괴롭히신 것 아니에요?”

“원, 그럴 리가. 하하~!”

“진즉에 싸부의 설명을 들을 것을 그랬잖아요.”

“금극토(金剋土)를 생각해 보면, 골격에 병이 생겨서 근육과 피부를 찌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고, 땅에서는 지진(地震)이 일어나서 토양이 붕괴(崩壞)되는 것도 금극토라고 할 수가 있겠네.”

“정말이네요. 지진은 너무 무섭죠.”

“땅이 무너지면 지진이라고 하고, 골격이 무너지면 골절(骨折)이라고 하겠네.”

“그렇네요. 적절한 비유예요. 아무래도 령아가 말씀드렸던 다른 오행의 생극도 다시 살펴봐야 할까 봐요.”

“그럴 것은 없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걸. 하하~!”

“괜히 아는 척하고 까불었단 생각이 들어서요~!”

우창은 조은령이 그렇게 자신이 말을 해 놓은 것에 대해서 자신 없어하는 것을 격려하면서 계속해서 설명했다.

“화생토(火生土)는 체온(體溫)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서 기혈(氣血)의 운행을 원활하게 하고, 근육의 움직임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으로 봐도 되겠지?”

“왜 안 되겠어요. 맞아요~!”

“땅에서도 마찬가지로 땅속의 깊은 곳에서 불덩어리가 땅을 데우고 있어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고 있듯이 몸과 땅은 서로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땅속에 무슨 불덩어리가 있어요? 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요?”

“가끔 땅속의 불이 밖으로 나오면 그것을 화산(火山)이라고 하잖아. 불덩어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르고, 용암(熔岩)이 넘쳐흐르지.”

“아, 그 말이군요.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보진 못했어요. 정말 말이 되네요. 인체에서 화산은 어떻게 나타나죠?”

“인체에서 화산이 터지면 큰일이지. 폭발하면 혈관(血管)이 파열(破裂)되어서 뇌에서 터지면 뇌출혈(腦出血)이 되고, 중풍이라고 하지.”

“오호라~! 중풍이요~! 이렇게 되면 화극토(火剋土)라고 하겠어요. 틀림없어요.”

“그래서 땅덩어리는 사람의 의지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지만 몸은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려서 관리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어?”

“맞네요. 자연은 중화(中和)를 이루고 마음은 중용(中庸)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수생토(水生土)는 인체의 구석구석에 수분이 포함되어 있어야 윤택하니까 당연히 수생토라고 하겠고, 땅에서도 습기가 없으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갈 수가 없으니 같은 것으로 볼까?”

“어쩜 그렇게 잘도 끌어다 붙이세요? 연속적으로 감탄이에요~!”

“몸에 열이 과다하게 발생하게 되더라도 땀을 흘려서 체온을 내려주게 되니 또한 수생토라고 할 만하지 싶네. 내가 말하는 인체라야 겨우 겉으로 보이는 작용에 대해서만 말하는 거니까 유치하긴 하다만.”

“유치한 것이 뭐예요. 오히려 이해하기 쉬워서 누구에게라도 말을 해 주면 고개를 끄덕이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하하~!”

“수극토(水剋土)는 어떻게 봐요?”

“그건, 땅에는 비가 과다하게 내리면 사태가 일어나고, 바닷물이 넘치면 땅을 휩쓸어 버리는 것으로 말을 할 수가 있겠지.”

“그렇다면 몸에서는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기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오호~! 한 건 했는데~!”

“놀리지 마세요. 이렇게라도 거들어 드리려고요. 호호~!”

“인체에 수분이 부족하면 탈수(脫水)로 인해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듯이, 땅에서도 수분이 부족하면 극심한 가뭄으로 동식물은 말라죽거나 이동을 하게 되는 것과도 같겠네.”

“알고 보니, 수극토의 모습도 여러 가지였네요.”

“목생토(木生土)는 어떻게 이해를 할까?”

“그야, 근육의 사이로 모든 신경망이 살아서 기(氣)를 전달하는 것이죠.”

“오호~! 그렇게 볼 수가 있겠네.”

“땅에서는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을까요?”

“땅에서도 신경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 질서정연(秩序整然)하게 토양에 기를 전달하는 조직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거야.”

“바람이 토양의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일까요?”

“맞아~! 그렇게 봐도 되겠네.”

“그렇다면 목극토(木剋土)는 어떻게 봐요?”

“산들바람은 토양에 생명력을 넣지만, 태풍(颱風)은 토양을 날려 보낼 듯이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맞아요.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황사(黃砂)를 하늘에 덮어서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목극토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인체에서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

“풍습(風濕)으로 뼈마디가 고통스럽고 몸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런 병도 있는 거였어?”

“서역의 의원들은 류풍습(類風濕-류마티스)라고 한다고 들었어요. 여하튼 고통이 극심한 것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예요.”

“자연이나 인체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생각하게 되는군.”

“그럼 토생토(土生土)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사실 나도 그 점이 어렵네? 토생토가 있을까?”

“인체에서는 논할 방법이 쉽지 않아요.”

“어렵긴 뭐가 어려워? 곡물(穀物)이 토이고, 그걸 먹고 삶을 유지하는 근육이 되니 그것이야말로 토생토(土生土)의 이치가 아니겠어?”

“대단하세요. 그럼 토극토는 독극물이 잘못 들어와서 건강을 해치는 것이 되나요?”

“그봐 어려울 것도 없지?”

“맞아요. 알면 쉽고 모르면 막막한 것이 공부네요. 호호~!”

“자연에서도 토생토의 이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되겠네. 억지로 답을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봐.”

“그래도 생각하다가 보면, 합리적인 연구를 하는 방법이겠어요.”

“어쩌면 지진(地震)과 같은 현상을 토극토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

“아, 맞아요. 지진은 무섭죠.”

“오행에 대한 공부는 이 정도면 정리가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까 여태 공부한 것은 오행이었나요? 세상천지의 이치를 모두 다 배운 것만 같아서 오행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잊었어요. 호호~!”

“그 자세로만 공부한다면 자연의 이치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고 하겠네.”

“이제 좀 쉬어야겠어요. 공부가 힘들었나 봐요. 호호~!”

“그럼 이만 쉬고 또 다음에 이야기할까?”

“옙~!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사부님~!”

“나도 너무 즐거웠어. 다음에는 또 어떤 공부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걸.”

“근데 령아가 해 드릴 말씀은 다 된 것 같은걸요. 이제 싸부의 지혜가 가득한 이야기를 듣도록 머리를 정리하고 올 게요. 편히 쉬세요.”

“그래, 령아도~!”

조은령이 돌아간 다음에야 비로소 혼자가 된 우창은 오행의 생극(生剋)에 대한 이치를 음미하면서 하나하나 정리했다. 지금 정리해 놓지 않으면 또 기억 속에 잠시 머물다가는 어디론가 흩어지고 만다는 것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인체에서의 오행에 대한 이치도 음미해볼 만했다. 순전히 조은령의 덕분이기는 하지만 오행을 사유하는데 매우 풍부한 재료를 얻었다는 것이 즐거웠고, 이렇게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오행을 토론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일찍이 생각도 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열심히 외우고 이해하는 것에만 몰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좀 더 자유로운 관점으로 오행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