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6.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작용력

작성일
2017-01-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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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6.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작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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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臟腑)에 대한 구조를 들여다보던 우창이 물었다.

“근데, 글자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

“글자요?”

“그래, 왜 글자가 그렇게 생겼을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야.”

“아뇨. 설명해 주세요. 글자는 싸부가 잘 아시잖아요.”

“목의 간담(肝膽)을 생각해 볼까?”

“재미있겠는걸요. 무슨 뜻일까 궁금해요. 호호~!”

“우선, 장부의 명칭에서 붙어있는 달월(月)은 고기육(肉)의 월이라고 보면 돼. 천상의 달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모양은 같아도 뜻은 다른가 봐요?”

“그렇지. 명(明)의 월(月)은 달을 말하지만, 위(胃)의 월(月)은 육(肉)을 부수(部首)로 표시한 것으로 보면 되니까 알고 있으면 구분하기에는 어렵지 않을 거야.”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요. 역시 글자만 배워서는 모두를 배웠다고 할 수가 없는 게 맞아요.”

“간(肝)은 육(肉)과 간(干)으로 되어있는데, 앞에 있는 육은 논할 필요가 없으니 제외하고 뒤에 있는 간(干)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되겠지?”

“그렇겠네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하면 되는지를 알겠어요.”

“간(干)은 지킨다는 뜻이야. 그래서 다른 뜻으로 쓰이면 방패라고도 하지.”

“간은 방패란 뜻이 글자에 있었네요? 오호~! 놀라워라~!”

“그게 놀랍다고?”

“그럼요. 실제로 간의 경락은 온몸의 신경에 닿아 있거든요. 신경의 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외부의 물질이 몸에 접촉했을 적에 그것을 알려주고 위험한지 안전한지를 알려 주거든요.”

“정말이구나. 글자만 풀어볼 뿐인데 그 속에 있는 의미가 실제로 부합을 한단 말이지?”

“그러게요. 령아는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이런 것은 일없는 글쟁이들이나 궁리하는 것이거든. 하하~!”

“신체에 붙어있는 기관의명칭(名稱)에서도 그런 이치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오행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 접하게 되는 것에도 간(干)이 있거든.”

“아, 간지(干支)를 말씀하시는 거죠?”

“간지를 알아?”

“그냥 이름만 알뿐이죠. 그야 의학을 공부해도 기본적인걸요.”

“알았어. 그건 또 다음에 논해 보도록 하자고.”

“정말 공부는 흥미진진하네요. 설레요~!”

“공부의 맛을 아는 제자로다. 허허허~!”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싸부님~!”

“쓸개를 나타내는 담(膽)의 첨(詹)은 도달한다는 뜻인데, 뭐가 도달한단 말인지는 잘 모르겠는걸.”

“원래 간의 기능에 조달(調達)이라는 뜻이 있어요. 도달(到達)과 조달(調達)이 서로 통하는걸요.”

“조달이라면 공급해 주는 역할이잖아?”

“그렇다면 담에서 즙(汁)이 나와서 위(胃)에 들어온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어요.”

“오호~! 말 되네. 재미있는걸.”

“근데, 이렇게 몸의 기능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도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왜? 공부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상식 같아서요.”

“상식이 공부인 거야. 과거를 봐서 벼슬이라도 하려는 사람은 시험관이 원하는 공부를 해야 하겠지만, 잘 살아가는 이치를 연구하는 인문학(人文學)을 공부하는 것이니까 몸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또 어디 있겠어?”

“듣고 보니 과연 그러네요. 소중하지 않은 공부가 없군요.”

“매우 매우 중요한 공부야. 충분히~!”

“알았어요. 공부에 선별(選別)하려는 마음은 괜한 걱정이었어요. 호호~!”

“그렇다면 간담(肝膽)에 대해서는 해결을 봤네? 그 바람에 조달(調達)도 배우고 말이야.”

“정말요. 글자 안에 그 뜻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글자에도 마음이 있으니까.”

“옛? 글자에 무슨 마음이.....?”

“만약에 추울 적에 빙(冰)자를 보면 더워질까?”

“아뇨, 더 추워지겠어요.”

“그게 글자의 마음인 거야. 하하~!”

“그럼, 애(愛)자를 보면 사랑이 생기겠네요?”

“당연하지. 화가 난 사람에게 애(愛)를 보여주면 미쳤나 하겠지만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갖는 남녀에게 그 글자야말로 백 마디의 말을 대신하지.”

“놀라워요. 그냥 글자는 기록을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화의 오행인 심소(心小)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심장(心臟)의 심(心)은 알 것 같아요. 마음이 그 안에 있다는 뜻이잖아요?”

“맞아. 마음의 느긋함과 초조함은 심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물론 번뇌와 망상도 포함된다고 봐야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도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서 생기는 현상이겠죠?”

“그렇지, 두려움이나, 애틋함이 생기면 심장이 반응해서 두근거리게 되지.”

“소장(小腸)은요?”

“그러게. 소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령아가 설명해 줘봐.”

“그럴게요. 우선 위(胃)에서 담즙(膽汁)과 혼합이 된 음식물이 십이지장(十二指腸)을 통과해서 소장으로 이동하면 비로소 왕성하게 연료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당한 곳이니까 화(火)의 부(腑)라고 할 만하겠어요.”

“그러니까 음식물이 소화(消化)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네. 연료는 여기에서 나온단 이야기지?”

“맞아요. 그래서 소장이 탈이 나면 몸에 힘이 빠지고 진땀이 나는 거죠.”

“아하, 그렇게 되는 거였구나. 음식을 잘못 먹어서 배탈이라도 나면 기운이 하나도 없잖아.”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항상 소장은 따뜻하고 왕성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죠. 마치 연금술사가 여러 가지 조합물을 용광로에 넣고 녹이듯이 음식물은 소장에서 용해(溶解)가 되는 거죠.”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지?”

“그다음에는 인체의 각 부분으로 가기 전에 일단 배달처(配達處)로 옮겨가야 하겠네요.”

“그게 어딘데?”

“아, 방금 이야기했잖아요. 조달(調達)~!”

“아, 조달이 그 조달이구나. 정말 신기한데. 그러니까 간으로 이동을 한다는 말이로구나.”

“혹시라도 소화가 된 음식의 영양소에 독소(毒素)가 있는지도 검사하고 어느 기관으로 가야 제대로 연료가 될 것인지도 판단하는 것이니 간은 참으로 방패가 맞네요.”

“방패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부족하군. 엄청난 공급의 기능까지 맡았다면 말이지.”

“정말요~! 호호~!”

“다음은 폐대(肺大)를 생각해 볼까? 폐(肺)는 시(市)가 본래의 뜻이겠군.”

“폐는 호흡(呼吸)하는 기관이잖아요. 여기에 왜 시중(市中)의 시(市)가 붙어있는 거죠?”

“시장(市場)도 되지. 여기에서는 뭘 하지?”

“그야, 물건을 사고팔잖아요?”

“사고파는 것을 폐가 하고 있나 보지?”

“그런가요....?”

“그런가요라니. 하하~!”

“아~! 들숨은 사는 거고 날숨은 파는 거네요. 맞아요?”

“그렇지.”

“들숨과 날숨이 교대로 일어나는 곳이니까 시장이라고 할 만하군요.”

“그렇군.”

“들숨이야 생명의 유지를 위해서 필요하다지만 날숨이야 어디에 쓰겠어요? 그냥 버리는 거잖아요? 이건 좀 불공평한걸요?”

“그야 생각을 할 나름이지.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어디 있겠어?”

“대소변은 필요가 없는 것이잖아요?”

“무슨 말씀을~! 농작물이 얼마나 좋아하는 보약인데~!”

“아, 그것도 몰랐네요. 역시 많이 알아야 해요.”

“날숨은 산천초목이 좋아하는 거야.”

“초목이 뭐가 답답해서 날숨을 좋아할까요?”

“또 누가 알아? 인체의 거대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날숨을 좋아하는 자연의 어떤 존재들도 있을지.”

“하긴.... 필요 없는 존재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모르고 있더라도 자연은 그렇게 용의주도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믿어도 된다고 봐.”

“알았어요. 짧은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도 어리석다는 거죠?”

“대장(大腸)은 무슨 의미로 이해를 해야 할까? 이것은 소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장(腸)은 볕양(昜)이 중요하겠군. 햇볕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소장(小腸)이고 대장(大腸)이란 말이잖아?”

“아마도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의미에서 양(陽)이라고 하나 봐요.”

“왕성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소장(小腸)에서 연료를 취하고 남은 것은 대장으로 옮겨지거든요. 그런데 대장이 냉(冷)하여 설사하게 되면 제대로 영양소가 흡수되질 않죠. 그렇게 되면 탈수현상까지도 생겨서 또한 건강에 위험이 되죠.”

“그래서 배를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 나온 건가?”

“맞아요. 음양에서는 양의 기능을 갖고 있으니 음기(陰氣)가 침범하면 균형이 무너진다는 의미가 되겠어요.”

“고마워. 이렇게 척척 알려주니 공부가 저절로 되는군.”

“뭘요. 호호~!”

“다음은 신방(腎膀)을 볼까? 신장(腎臟)의 신(腎)에는 굳을간(臤)이 핵심이겠군. 이것은 견고(堅固)의 뜻도 되는데, 그렇다면 신장은 단단해야 한다는 뜻일까?”

“당연하죠~! 그런 뜻이 있었네요. 호호~!”

“왜?”

“원래 수(水)는 단단하게 응고하는 성질이 있나 보죠. 뭐.”

“오호, 맞아~! 그게 수의 본질이야.”

“너무 재미있어요. 호호~!”

“방광(膀胱)은 곁방(旁)이 핵심이라면, 두루두루 돌아서 도달하여 모인다는 뜻일 될 수도 있겠네.”

“가능해요.”

“광(胱)은 빛광(光)이 의미겠는데 이건 좀 이해가 되지 않는걸.”

“두루두루 돌아서 빛을 보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요?”

“빛을 보다니?”

“이제 곧 밝은 밖으로 나올 거잖아요. 아이 참~!”

“오호~! 그런 뜻이 있었단 것은 생각 못 했군. 일리가 있어. 하하~!”

“실제로 그건 아닐 것 같고....”

“뭔가 생각이 떠올랐나?”

“방광에서 광택이 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것까지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네요.”

“그런 것도 있지 뭘.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는 거야. 그럼 마지막으로 비위(脾胃)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비(脾)의 비(卑)는 낮다는 뜻이죠?”

“어? 이제 풀이까지도 해 보는 거야?”

“아는 글자라서 이렇게 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호~!”

“맞아, 비는 낮다는 뜻이지. 낮은 것은 노비(奴婢)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다른 기관이 시키는 대로 수행한다는 뜻이겠는걸.”

“맞아요. 그게 비장의 역할이라고 보면 되겠어요. 그래서 자연에서는 땅이 되고 인체에서는 비장이 되는 것이었네요.”

“말없이 희생으로 봉사한다는 비장에게 경의(敬意)를 표하고 싶군.”

“맞아요. 비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영양소는 제대로 흡수가 되지 않아서 말라죽게 될 수도 있거든요.”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비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새롭게 생각해야 하겠는걸.”

“위(胃)는 어떻게 해석해요?”

“위는 전(田)이 뜻을 품고 있겠지?”

“전(田)은 밭이잖아요? 어쩌면 밭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뜻일까요?”

“오, 계속해봐.”

“밭에서 얻은 곡식을 담아두는 곳.....?”

“이야~! 이제 술술 풀어내는걸.”

“모두가 싸부님의 가르침 덕분이옵니다~! 호호~!”

“뭔 말씀을. 령아 덕에 몸에 대한 이해가 한결 깊어지니 좋군.”

“그러시담 더욱 고맙죠. 호호~!”

“진짜로~!”

“저도요. 글자를 어떻게 뜯어보는지에 대한 공부는 참으로 놀랍네요.”

“근데....”

“왜요?”

“오장육부(五臟六腑)라고 했는데, 하나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지?”

“예? 아, 삼초(三焦)요?”

“삼초가 육부에 들어있는 거였어? 말이야 많이 들어 봤지만.”

“원래 좀 특이해요. 그래서 그냥 심장에다가 붙여서 소장(小腸)과 삼초(三焦)를 같이 묶어 놓기도 해요.”

“그러게 초(焦)에는 육(肉)도 안 보이고....”

“그래서 이름은 오장육부라고 하고 실제로는 오장오부로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해도 될 거예요.”

“그러니까 특별히 장기(臟器)로 논하기는 어려운 존재인가?”

“무형의 장기라는 설도 있어요. 어쩌면 보이지 않는 강기(罡氣)와 같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싸부는 강기에 대해서는 못 들어보셨겠죠?”

“강기라고는 못 들어 봤는데? 그게 뭐지?”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이 내공수련을 하는데 절정에 도달하면 몸에서 그러한 기운이 나와서 신체를 감싸는 건데 고수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강기가 보이는 고수를 만나면 서로 회피하죠. 싸워봐야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테니까요.”

“아, 그런 또 그들만의 세계구나. 그러니까 몸의 장기를 감싸는 기능이 삼초라고만 이해하면 된다는 말이지?”

“맞아요. 호호호~!”

“그럼 말끔히 해결되었군. 고마워~!”

우창은 비로소 인체의 장부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명학(命學)이 인간의 삶에 대한 길흉화복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인간의 본체인 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조은령으로 인해서 갈증이 풀렸다. 뭔가 깨우침이 필요할 때가 되면 저절로 그것을 가르쳐주러 스승이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까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이는 것처럼 생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