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9]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5. 신체(身體)에서의 수(水)
작성일
2017-01-1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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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9]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5. 신체(身體)에서의 수(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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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인체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항상 정신을 담고 어디든 따라주는 몸에 대해서 늘 궁금했던 점이 많았던 까닭이기도 했다.
“그런데 인체에서의 수(水)는 신장과 방광만 이해하면 되는 거야?”
“아뇨~!”
“그럼? 또 뭐가 있지?”
“그야 당연히 생식(生殖)의 기능이죠.”
“생식의 기능이라니?”
“아이참 내~!”
“아, 아들 낳고 딸 낳는 것 말이구나.”
“당연하죠. 그것도 수의 역할로 봐요.”
“그게 왜 수의 역할이지?”
“자연에서는 결실을 오행으로 뭐라고 하죠?”
“그야 수의 역에 의해서 결실이 된다고 보는 거지.”
“그러니까 인체에서도 씨앗을 저장하는 기관(器官)이 바로 수에 해당하는 거예요.”
“그건 남녀가 다르잖아?”
“기능은 달라도 역할은 같은 것으로 보는 거예요. 남자는 정낭(精囊)에서 씨앗을 보관하고, 여인은 난소(卵巢)에서 씨앗을 보관한다는 것은 달라도 결국은 같은 것이죠.”
“그래서 정자(精子)와 난자(卵子)라고 하는 것이군.”
“너무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죠? 민망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미뤄서 짐작하세요. 호호~!”
수줍어하는 조은령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우창은 자꾸만 이야기를 물고 늘어졌으나 그 낌새를 눈치 챈 조은령이 말을 끊었다.
“씨앗을 저장하는 것도 수(水)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았어. 그렇다면 수생수(水生水)는 뭘까?”
“음. 이것은 특히 남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어린 사내아이들의 아랫도리를 벗겨서 키우는 이치가 수생수거든요.”
“그야 대소변을 못 가리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런데 여자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잖아요.”
“그야 수줍어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보통은 그렇게도 생각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이치가 있죠.”
“그게 뭐지?”
“겨울에 날이 추워도 음낭(陰囊)은 밖으로 노출시켜서 키우는 이유는 활발한 정자를 얻기 위한 것이거든요.”
“이야~! 령아의 인체 상식은 의원을 해도 될 수준인 거 아냐?”
“실은 그럴 마음도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기도 했어요.”
“이미 일반의 의학상식을 넘어선 것 같은걸.”
“나름대로 작심하고 「황제내경(黃帝內經)」도 읽기는 했어요.”
“그건 또 뭐지?”
“아, 의서(醫書)예요. 호호~!”
“어쩌면 나는 볼 일이 없는 책일 수도 있겠네. 하하~!”
“또 모르죠. 사람의 생각이 변하면 불가능한 영역도 접근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요. 호호~!”
“그런데? 그게 왜 수생수의 이치가 되지?”
“겨울은 오행이 수잖아요?”
“맞아~!”
“고환도, 오행이 수거든요. 그 의미는 알겠죠?”
“여태 설명해 줬으니 당연히 알고 말고지.”
“그러니까 사내아이는 어려서 춥게 키우라는 말이 나온 거고 그것이 오늘 오행에 대한 공부를 해 보니까 수생수라는 이치에 부합이 되는 거였어요.”
“왜 사내만 그런 걸까?”
“사내는 선적으로 열기가 많은 몸을 타고났거든요. 그러므로 고환을 몸 안에 두게 되면 정자의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에 밖에다가 매달아 뒀다고도 해요. 참으로 조물주(造物主)의 능력과 용의주도함이란~!”
“그럼 여인은?”
우창은 조은령이 민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친김에 확실하게 알아두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천성으로 인해서 명확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물론 조은령도 그 뜻을 알고는 순순히 설명을 해 줬다.
“여인은 본질적으로 음기가 많기 때문에 몸이 차가워요.”
“그렇겠지.”
“그래서 난자도 몸 안에 따뜻하게 보관해야 하는 거예요.”
“아, 뭔가 알 것 같군.”
“처음에 남녀의 음양에서 성기로 구분한다는 말씀을 듣고 내심 깜짝 놀랐잖아요.”
“그건 또 왜? 처음 들어서?”
“처음 듣기도 했지만, 그렇게 적나라하게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음양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죠. 그냥 대충 생각해도 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거든요.”
“아, 그랬구나. 보통 일반인들의 생각이 그 언저리이긴 하지. 하하~!”
“이렇게 여인의 몸은 차갑고, 남자의 몸은 뜨겁다는 것과, 생식기(生殖器)의 구조를 생각하니까 바로 소름이 쫘악~ 돋는 거 있죠? 참으로 놀라워서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답니다.”
“그 정도였어?”
“그럼요. 더구나 의학에 대해서 알고 있던 내용을 통해 음양의 이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거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화창한 봄날에 이러고 있겠어요? 호호~!”
“수와 생식이라.”
“그 수(水)는 삶에서 마무리가 된다고도 해요. 그리고 다시 목(木)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손의 삶으로 이어지는 거고, 그렇게 해서 대대손손으로 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거죠.”
“맞아. 유아(乳兒)는 목(木), 청춘(靑春)은 화(火), 중년(中年)은 토(土), 장년(壯年)은 금(金), 노년(老年)은 수(水)라고 하니까. 틀림없군.”
“이것은 산천의 초목도 같아요. 가을이 되면 초목은 시들면서 씨앗을 만들고 다시 봄이 되면 씨앗이 발아(發芽)하여 또 삶을 이어가니까요.”
“그래서 세상의 이치는 하나라고 하는 거야?”
“앗,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어요.”
“뭔데?”
“홀로 사는 도사들이나 화상들은 대를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자연의 이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질적으로 본다면 위배인 것이 확실하지.”
“왜요?”
“짝을 지어서 살아가라는 자연의 이치를 어겼잖아?”
“그렇다면 알만한 현인들은 왜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요?”
“그야 각자의 생각이 있어서이겠지.”
“무슨 생각이요?”
“그야 난들 알겠어?”
“그냥, 싸부의 생각이 어떤가 말이죠.”
“응, 내 생각으로는 물질적으로는 대를 잇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자손을 뒀다고 봐도 될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제자가 있잖아.”
“아, 제자요.”
“제자는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고도 하거든.”
“그게 같은 것일까요?”
“의미는 같다고 봐야지.”
“그래서 불가의 화상들은 독신으로 살아가는 건가요?”
“이 땅은 모두 무너진다는데 자손을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겠어. 그래서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느니 도나 열심히 닦아서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지.”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걸요.”
“그러니까 어느 것을 택하느냐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
“싸부는요?”
“뭐가?”
“물질적으로 자식을 둘 거예요? 아니면 정신적으로 자식을 둘 거예요?”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걸.”
“그럼 지금 생각해 보시는 건 어때요?”
“나랑 결혼할 사람이라도 있겠어?”
“그야 모르죠~!”
뒷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얼른 화제(話題)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우창.
“그렇다면, 수극수(水剋水)는 어떻게 봐야 하지?”
“극은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아마도 지나치면 안 되겠죠? 냉각을 위해서 고환이 밖에 있더라도 너무 지나치면 동상(凍傷)을 입을 수도 있잖아요.”
“아하~! 적당히~! 맞아.”
“그러니까 오행의 생각도 적당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어요.”
“예를 들면?”
“음식도 균형에 맞춰서 적당히 먹으면 생명을 유지해 주겠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비위가 탈이 나게 되고, 생각도 적당히 하면 지혜가 되겠지만 지나치게 되면 번뇌와 망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요.”
“제대로 깨달음을 얻으셨네. 맞아.”
“여하튼 몸은 소중하다는 거예요. 그러나 너무 집착해서 매달릴 것도 아니기도 하고요.”
“알았어. 참으로 멋진 가르침이로군. 새삼 가르침에 감사를 드려~!”
“그 정도를 갖고서 감사하실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 령아가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을 텐데요. 호호~!”
“듣고 보니까 인체는 완벽한 기계장치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맞아요. 그래서 도사들도 그 몸이 항상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궁리하는 거죠.”
“그렇겠네.”
“그럼 이제 토(土)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면 될까요?”
“아, 아직도 덜 끝났나?”
“토만 빼고는 다 생각해 본 것 같은걸요.”
“그렇다면 토는 다른 경우를 미뤄서 생각하면 될 테니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너무 힘들까봐서.”
“지금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또 언젠가 반드시 문제가 생겨날 거예요. 그럴 바에는 말이 나온 김에 제대로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 나도 뭔가 남겨놓고 지나가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기는 하거든.”
“몸에서도 찌꺼기를 대장에 남겨 놓으면 그게 변비인 거예요. 개운하게 속을 비우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데요.”
“맞아. 그렇다면 토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부탁드릴게.”
“그런데 자연에서는 모르겠지만 몸에서는 토의 역할이 다른 목화금수보다 좀 특이해요.”
“어떻게?”
“말하자면, 오분지일(五分之一)이 아니라는 거죠. 다른 기관에 구석구석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에요.”
“과연~!”
“무슨 생각이라도 있으신 거예요?”
“맞는 말이란 뜻이지. 특히 토의 의미는 참으로 복잡하거든.”
“제 말이요~! 토의 역에 대해서는 난해한 면이 참으로 많았거든요. 물론 비위(脾胃)에 대한 이야기지만요.”
“기대가 되는 걸. 어서 들려줘봐.”
“토의 본부는 몸의 중간에 있잖아요. 위로는 간과 폐와 심장이 있고, 아래로는 신장과 방광이 있죠.”
“어떻게?”
“가슴 아래와 배꼽 위에 자리하고 있잖아요. 그냥 쉽게 위(胃)를 생각해도 돼요. 원래 비장(脾臟)은 숨겨져 있어서 느낄 수도 없으니까요.”
“일반 사람들은 비장을 뭐라고 부르지?”
“지라라고 해요.”
“지라?”
“보통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는 소의 지라를 조혈제(造血劑)로 사용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보혈(補血)의 기능이 있단 말이지?”
“모든 기능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대단한 비장이었군. 그런데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걸.”
“간이나 폐와는 다르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관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비장(脾臟)은 장(臟)이 되고 위장(胃腸)은 부(腑)가 되는 거란 말이지?”
“맞아요. 내친김에 인체의 장부(臟腑)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그게 좋겠다. 아무래도 애매한 감이 있거든.”
조은령은 우창이 이해하기 쉽게 써줬다.
목(木)은 간담(肝膽)이니 간장과 쓸개,
화(火)는 심소(心小)이니 심장과 소장,
금(金)은 폐대(肺大)이니 폐장과 대장,
수(水)는 신방(腎膀)이니 신장과 방광,
토(土)는 비위(脾胃)이니 비장과 위장.
“이렇게 이해하고 기억하세요.”
우창은 오장육부(五臟六腑)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없어서 모두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머릿속에 담아 두려고 애를 썼다. 조은령이 일목요연하게 구결로 알려주는 것을 들으면서 곰곰 생각에 잠겼다. 글자의 뜻에 대해서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