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4. 물에서 찾는 이치(理致)

작성일
2017-01-1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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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4. 물에서 찾는 이치(理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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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조은령의 지식으로 인해서 우창도 새로운 관점으로 오행의 생극에 대한 관점을 얻게 되어서 무척 즐거웠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잊은 채로 인체의 오행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할 수가 있었는데 이어서 수(水)에 대한 이치도 들어보기로 했다. 가르치는 자는 배우게 되고, 배우려는 자는 가르치게 되는 역전(逆轉)의 현상이 즐거웠다.

이것은 조은령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던 처음의 생각에서 이제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지식을 나누는 상황이 되자 자기도 모르게 신명이 났다. 여태까지 배우기만 했지 스스로 누구를 위해서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학문(學問)이란 이런 의미일까요? 배우고 묻고 답하는 것이라는 이치를 이제야 조금 깨달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렇겠지? 담론(談論)이란 이렇게도 즐거운 것이란 걸 이제야 깨닫게 되니 이 모두 령아의 공덕이네. 하하~!”

“그럼 수(水)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세요. 수를 위해서 다른 오행들은 어떻게 협조하며, 또 어떻게 배신하는지가 궁금해요.”

“좋지~! 어디, 목생수(木生水)부터 해 볼까? 인체에서 목생수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나도 궁금하단 말이야.”

“수(水)의 장부(臟腑)는 신장(腎臟)과 방광(膀胱)이에요. 신장은 인체가 신진대사(新陳代謝)를 하는 동안에 발생한 오폐수(汚廢水)를 밖으로 배출하는 기관(器官)이고. 방광은 그것을 모아두는 곳이라고 할 수가 있죠. 물론 경락(經絡)의 이론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싸부가 초보자라서. 흐흐흐~!”

“참 내~! 그래 인정해야지 뭐 어쩌겠어. 그래서?”

“사람들은 들어오는 입만 생각하고 나가는 전음(前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전음? 그게 뭐지?”

“아이참~!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 싸부~!”

“엉? 내가 진작에 잘 모른다고 고백을 했는데 그렇게 핀잔을 줘야 속이 시원한 거야?”

“아, 맞아요. 완전히 어린아이의 수준이라고 하셨죠? 깜빡했어요. 하북원에서는 그런 것은 상식 축에 끼지도 못하는 것이라서요. 호호호~!”

자지러지게 웃는 조은령에게 뭐라고 할 말도 없고 괜히 머쓱해진 우창은 잠자코 다음 설명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밖에.

“대변을 보는 항문은 후음(後陰)이라고 해요.”

“그렇담, 소변을 보는 성기는 전음이겠네?”

“맞아요. 근데 성기가 뭐예요. 호호~!”

“왜? 그럼 뭐라고 하나?”

“소변보는 것을 전음이라고 하는데. 수는 전음에 연결이 되어 있어요.”

“그렇구나. 그러니까 인체에서도 수(水)는 물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군. 체내 불순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기관이 원래 신장(腎臟)이잖아.”

“맞아요. 정화(淨化)하는 기능이죠.”

“역시 고인들의 지혜란.....”

“물은 세상의 오염을 정화하는 것이라면 신장은 인체의 오염을 정화하는 것이니까 서로 모양은 달라도 하는 역할은 같은 것이네요.”

“그럼 정화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정수(淨水)가 되지 않으면 당연히 신체는 이내 오염이 되어서 퉁퉁 붓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사이로 온갖 병균들이 파고들어서 집을 짓겠죠.”

“어쩜 그렇게 잘 알지? 의원이라도 되려고 공부했던 거야?”

“말씀드렸잖아요~! 도인술(道引術)과 장생불사(長生不死)에만 관심이 있는 도사들을 다섯 해나 섬겼다고요.”

“그랬지. 맞아. 그래서 제대로 인체에 대해서 공부했구나.”

“이렇게 인체의 수(水)에 대해서 먼저 이해하고 나면 다른 오행과의 관계도 풀이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지~!”

“그럼 이제 생각해 봐야죠. 목생수(木生水)를 물으셨죠?”

“맞아~!”

“목은 인체에서 신경조직이에요. 그 본부는 간(肝)과 담(膽)에 있지요. 신경망이 전신에 거쳐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퍼져 있단 말이죠.”

“그렇겠군.”

“신경망이 고장 나게 되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걸 중풍(中風)이라고 한단 말이지?”

“아하~! 싸부도 기억력이 쓸 만하신데요. 호호~!”

“고맙네, 예쁜 제자님, 하하~!”

“목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구석구석에 있는 신호를 제대로 보내고 받을수 가 없어서 노폐물이 쌓이게 되는 거예요.”

“아마도 마을에 쓰레기를 치우는 날에 마차가 실으러 오지 않으면 쌓여서 악취를 풍기는 것과 같겠네.”

“맞아요. 그렇게 장단만 쳐주셔도 이야기는 순풍에 돛을 다는 격이죠. 호호~!”

“그렇게 되면 안 좋은 거잖아?”

“그러니까 신경이 원활하게 살아서 움직여야 목생수인 거죠. 참 내~!”

“아, 그렇지. 그렇다면 목극수(木剋水)는 바로 이해가 되셨겠네?”

“목극수라면, 방금 말씀드린 것이네요.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면 신장도 병들게 되니까 그게 목극수네요.”

“음양의 이치란.....”

“음양의 이치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나 봐요. 놀라워요.”

“그렇다면 화생수(火生水)를 설명해 봐.”

“화는 몸의 온기잖아요. 당연히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려면 몸에는 화기가 제대로 살아있으면 되죠. 그래서 체온이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해지고, 또 올라가도 위험해지는 거예요. 그걸 과도(過度)라고 하죠.”

“아, 과도란 적정한 선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된다는 뜻이구나. 그런데 사람마다 체온은 다를까?”

“당연하죠. 건강한 사람은 비슷하겠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르겠죠.”

“체온이 낮으면 어떻게 되나?”

“그야 신체의 기능이 얼어붙어서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죠.”

“높으면?”

“아이고 싸부~!”

“왜?”

“하나를 알려드리면 다음은 스스로 답을 찾으셔야죠~!”

“어? 그런가? 근데 령아의 입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너무 달콤해서 자꾸 물어보게 되네. 이건 무슨 작용이지?”

“그게 바로 열병(熱病)이라는 거예요. 싸부~!”

“그래? 그럼 약을 먹어야겠네?”

“그러셔야죠.”

“열병에는 뭐가 약이지?”

“아니, 오행을 공부하신 싸부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째요~!”

“그래도 인체에 대해서는 모르잖아.”

“쳇. 불을 끄는 방법이 있다면서요?”

“아, 물을 끼얹으면 되겠구나.”

“그니깐요. 물 한 바가지면 말끔하게 치유가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호호~!”

“그렇구나.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군. 하하~!”

“체온이 높으면 그렇게 되는 거예요.”

“중요한 것은 높아도 문제고 낮아도 문제란 거지?”

“맞아요."
“그렇다면 신체의 기관에는 온도가 높으면 피가 걸쭉해져서 걸러내는 정수(淨水)의 기능이 제대로 안 된단 이야기가 되겠군.”

“정답이에요~!”

“또 신장도 수의 기운이라면 단단하게 응결(凝結)이 되어야 할 텐데 열을 받아서 부실하게 긴장이 풀린다면 그것도 큰일이잖아?”

“아니, 어떻게 가르쳐 드리지도 않은 것을 아세요?”

“이치가 그렇잖아. 수는 압축이고 응축의 기능이 있으니까 말이지.”

“아하~! 그게 이치의 소통(疏通)이라는 것이로군요.”

조은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문의 소통이란 이런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음은 토생수(土生水)에 대해서 알려 주셔봐.”

“그런데 오행의 생극(生剋)이라고 하셨죠? 기본적으로 생극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 그건 상생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로 외우면 되고, 상극은, 목토수화금(木土水火金)을 외우면 돼.”

“이것이 기본형이라는 것이로군요. 그런데 토극수인데 왜 싸부는 토생수라고 해서 어린 제자를 골탕 먹이시는 거예요?”

“그런가? 하하하~!”

“당연하잖아요? 없는 것을 만들어서 힘들게 하는 이유가 뭐죠?”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따지고 드는 조은령의 뾰로통하게 말하는 것이 귀여워서 웃었다.

“하하~! 어쩌나? 선생을 독한 놈 만났으니 제자가 고생이로군.”

“원래 없는 것을 만들어서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당연하지. 다른 사람은 열 가지의 생극만 생각할 적에 령아는 오십 가지의 생극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까?”

“아무리 즐거우면 뭘 해요~! 이렇게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곳도 없다면 괜한 시간 낭비고 고생만 사서 하는 꼴이니까 하는 말이죠.”

“그렇게 억울해 하지 않아도 된다네.”

“왜요?”

“생각해 봐. 나쁜 쪽으로만 생각되었던 극에서 생의 이치를 보는 것이 어찌 억울하기만 할까? 그러한 이치를 볼 줄 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세상의 이치를 갑절로 읽을 수가 있는 능력자가 되는 걸 생각해 보면 억울할 이치가 하나도 없지.”

“진정 그렇다면 일리는 있네요.”

“일리뿐이겠어. 벌써 목이나 금의 설명을 통해서 그 가치를 알았을 텐데 왜 갑자기 반항하느라고. 아무래도 배가 고픈가 보군. 하하~!”

“아하, 그래서였나요? 밥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 걸요. 어느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죠?”

“참 좋은 시절인 거야.”

“그러니까, 토는 중화의 조절장치를 하는 거죠. 신장이 응축되도록 맞춰주는데 토의 역할이 있어요. 그러니까 토의 눌러주는 역할이 살아있어야 하는 거죠. 기본적으로는 토극수(土剋水)의 이치잖아요?”

“맞아~! 방금 배워서 바로 써먹으니 얼마나 좋아?”

“그러게요. 토극수의 이치는 토극수라고 쓰고 토생수라고 읽으면 되는 것이었네요. 참 오묘한 오행이에요.”

“그렇다면 토극수(土剋水)는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본질적으로 토는 신장에게 압력을 넣을 수밖에 없거든요. 본질적으로 신체의 맨 하부에 있으면서 몸의 근육에서 발생시키는 모든 독소를 다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아마도 본질적으로 토극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봐요.”

“그렇겠군.”

“사실, 뼈와 혈액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토(土)이잖아요? 그러니 신장이 겪어야 하는 부담감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알 것 같아.”

“다음으로 금생수(金生水)에 대해서 생각해 볼게요.”

“기대가 되네~!”

“금의 장기(臟器)인 폐(肺)와 대장(大腸)에서 원활하게 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몸의 노폐물이 순환의 질서를 지켜서 배출이 되거든요.”

“대장(大腸)이 폐랑 많이 떨어져 있어도?”

“옛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어요. 전들 알아요?”

“아, 그래그래 그렇다고 치고.”

“대장은 소화를 시키고 남은 것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잖아요.”

“그렇지.”

“폐와 대장은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요.”

“어떻게?”

“폐는 윤택해야 하죠?”

“그렇지, 그래서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발휘될 테니까.”

“대장도 마찬가지예요. 대장이 꺼끌꺼끌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렇게 되면 통변(通便)이 원활하지 못하겠네.”

“변비는 만병의 근원이거든요. 우선 마음부터 무겁잖아요?”

“맞아~! 그래서 절간에서는 변소(便所)를 해우소(解憂所)라고도 하지. 근심을 풀어버리는 곳이라잖아. 하하~!”

“해우소요? 호호~! 말 돼요. 공감이 팍팍 되는걸요.”

“대장에 변이 쌓이면 마음에는 근심이 쌓이니까. 하하~!”

“맞아요. 그래서 마음이 금이고 폐이고 대장이로군요. 호호~!”

“금생수는 그렇게 이해가 되는구나. 재미있어.”

“금극수(金剋水)는 그럼 어떻게 해석이 될까요?”

“오호~! 맞춰 보란 말씀이지?”

“당연하죠.”

“변비가 생기고 장이 건조해지면 신장이 원활하게 순환을 할 수가 없겠지. 그래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볼까?”

“따지고 보면 장이 건조한 것에는 화극금(火剋金)도 포함이 되어 있어요. 화가 치밀면 화극화(火剋火)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분노가 일어나면 대장도 망가지고 신장도 망가지고 숨이 가빠지면 폐도 망가지는 거잖아요.”

“참으로 백해무익(百害無益)이로구나.”

“당연하죠~! 군화(君火)가 과열(過熱)하면 나라의 왕이 분노하는 것과 같잖아요? 문무백관(文武百官)이 모두 무서워서 벌벌 떨게 되는 셈이죠. 인체나 나라나 모두가 같다고 보면 틀림없겠어요.”

“그러고 보니까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장수(長壽)하는 비법이라는 말이 맞네.”

“그럼요. 고인의 가르침은 틀린 것이 없어요.”

조은령의 말에 우창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한다는 것과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도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