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3. 생극(生剋)은 균형과 편중
작성일
2017-01-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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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3. 생극(生剋)은 균형과 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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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령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오행을 공부하면서 깨달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궁금증이 뒤를 잇는다.
“싸부~! 령아는 전생에 어떤 인연을 짓고 왔을까요? 그것을 알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어떻게요?”
“오행 공부를 하면 되지.”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말고.”
“지금 바로 알 수는 없냔 말이지요. 싸부가 봐 주시면 안 돼요?”
“어쩌나. 애석하게도 아직 내 공부가 그에 미치질 못하니 말이야. 나도 공부를 더 해야 하거든. 1년 후에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하~!”
“괜히 그러시는 거 다 알아요. 그러니까 헛된 소리는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나 하란 말씀이잖아요? 알았어요. 다음엔 금(金)을 죽이는 오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되죠?”
“오호, 알아서 살길을 찾아가는군. 기특해~!”
“생각도 빠르지만, 포기도 빠르답니다. 호호~!”
“질문이라고 해서 모두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니까. 하하~!”
그렇게 우창이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은 없다고 하고 넘어가니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아서 좋았다.
“자, 공부해야지? 화극금(火剋金)에 대해서 설명해봐.
“불은 금을 녹여서 죽이는 것이 맞죠?”
“그럴까?”
“예? 그럴 까라뇨? 당연한 것 아닌가요?”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그야, 금이 녹아버리잖아요?”
“녹은 다음에는?”
“다음에요? 음……. 도로 금이 되지요.”
“그럼 죽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 타당한 건가?”
“아뇨. 답변이 맘에 안 들어요. 다시 생각할게요.”
“천천히 생각해도 좋으니까 올바르게 생각해 보고 말씀을 하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너무 그렇게 닦아세우지 마세요. 어리고 어여쁜 제자가 기죽잖아요~!”
“알면서도 뭐가 그리 급하누~! 하하~!”
“그야 얼른 말해서 칭찬 들으려고 그러지요. 뭐 다른 것이야 있겠어요?”
“칭찬은 내게 들으려고 하지 말고 자신에게 들어야지. ‘과연 난 대단하구나! 이런 생각도 할 줄 알고.’라고 말이지.”
“화극금(火剋金)은 극심한 고통이에요. 그것은 불로 녹이는 것보다도 더 심하다고 할 수가 있겠어요. 견디기 힘든 번뇌가 생기면 자기 몸을 죽이잖아요. 자살(自殺)의 방법을 택하니까요.”
“옳지~! 잘한다. 그래야 우창의 제자지. 하하~!”
“그리고 수극금(水剋金)으로 물이 금을 죽이는 것은 쇠를 녹슬게 하거나 물이 바위를 닳게 하는 것으로 보면 안 될까요?”
“갑자기 태청신단(太淸神丹)을 먹었나?”
“왜요?”
“기특한 말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쏟아져 나오니 말이지.”
“싸부님, 고마워요. 이렇게 바로바로 칭찬이든 비난이든 해 주시니까 령아의 공부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어서 좋아요.”
“가만 보니까, 고마울 적에는 ‘싸부님’이고, 불평할 적에는 그냥 ‘싸부’로군.”
“그런가요? 호호호~! 제 속마음을 들켰네요.”
“토극금(土剋金)은 어떻게 할 거야?”
“토가 금을 극한다라……. 토가 금을 묻어버리면 어떻게 돼요?”
“그럼 아무도 금을 찾지 못하겠군.”
“그럼 이걸 답으로 삼아도 될까요?”
“아니, 아쉬워.”
“그럼……. 먼지요~!”
“뭔 말이야?”
“폐에 공기가 들락거리는데 흙먼지가 들어가면 폐에 병이 들어서 죽게 되잖아요? 이건 틀림없이 맞죠?”
“오호~! 놀라운걸. 나도 그 생각은 못 했네. 이제는 내가 령아를 사부님이라고 해야 할 때가 다가왔나 보다.”
“에구~! 뭔 말씀을 그리하셔요. 호호~! 그래도 좋아요.”
“그럼 목극금(木剋金)은?”
“그야 토극금이랑 같죠. 먼지와 오염된 공기는 같이 붙어 다니잖아요?”
“저런, 일타쌍피(一打雙皮)의 신공(神功)이라니~!”
“호호호~!”
“그럼 내친김에 금극금(金剋金)에 대해서도 답을 찾아볼 텐가?”
“금극금이라고요? 목극목(木剋木)도 하지 않았는데 웬 금극금을 물으시는 거예요? 답을 너무 잘 찾으니까 약이 오르신 건 아니죠?”
“그럼 목극목부터 하면 되겠네. 목극목은?”
“정말, 너무 하세요. 무서운 싸부~!”
“원래 독하게 배워서 혹독하게 가르치는 것이 공부야. 하하~!”
“가녀린 소녀에겐 그리하시면 아니 되시옵니다. 싸아부우니임~!”
“목극목은?”
“그야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다른 나무들이 살지 못하고 죽으니 그것이야말로 목극목이네요. 이렇게 간단한 걸 묻고 그러세요. 호호~!”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었지.”
“예? 그럼 그 관법은 틀린 건가요?”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흡(未洽)하다는 생각은 들었지.”
“그래요? 그럼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관찰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목이 나무라고 한다면 그렇게 수용해도 된다고 봐.”
“그럼요?”
“목이 바람이라고 하면 다른 관법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
“바람이라고 하셨잖아요? 바람이라면……. 바람이 바람을 불러서 점점 큰바람이 되는 거예요.”
“그건 훨씬 낫군. 바람은 어떤 바람이든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그것을 유행(流行)이라고도 한다네.”
“맞아요. 유행의 바람도 있어요. 소문처럼 말이죠.”
“그럼 목생목(木生木)은 어떻게 이해할까?”
“그건 나무가 서로 바람을 막아주고 숲을 이루니 그것이야말로 목생목이네요. 그러니까 적당하게 어우러지면 목생목이고, 그것이 지나쳐서 밀생(密生)되면 목극목으로 변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생극(生剋)은 간발의 차이네요. 맞아요?”
“맞아~! 이젠 주석(註釋)까지 붙이는 거야? 하하~!”
“생의 자리에 극이 있고, 극의 자리에 생이 있는 거네요?”
“이젠 음양불이(陰陽不二)까지 터득한 거야?”
“아하~! 생극(生剋)이 음양이었구나~! 와~! 그것은 생각 못했네. 오행 공부를 하면서 음양을 배우고, 음양을 배우면서 오행을 익히니 이것 참 효과적인 공부인 걸요.”
“그렇다면 금생금(金生金)은?”
“싸부~! 숨 쉴 틈은 주셔야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 혹독하시잖아요?”
“원래 공부를 할 적에는 숨 쉴 틈도 안 줘야 정답이 나오는 거야.”
“그건 왜죠?”
“숨을 쉴 틈도 주지 않으면 얼른 숨을 쉬기 위해서 빨리 정답을 찾게 되는 까닭이지.”
“에구~! 그게 말이 되는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요? 숨이 막혀서 알고 있던 것도 까먹고 말겠어요.”
“원래 그러한 절박함에서 답이 나오는 것이 계략과 음모가 배제된 정답인 거야.”
“일리는 있어 보이네요. 인정하겠어요. 호호~!”
“금생금은?”
“금이 작은 것은 가치가 적은 것이지만 그것이 모여서 덩어리를 이루게 되면 제대로 금전적인 가치가 되니까 흩어진 금이 모이는 것이라고 할래요.”
“근데 답이 왜 시원치가 않지?”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뭐가 금생금이에요?”
“그렇게 간단히 포기하는 거야?”
“포기는 누가 포기를 해요. 아녜요~!”
“그런데 왜 선생에게 답을 돌리는 거야?”
“제가요? 아녜요~! 그럴 리가요~!”
“아마도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그럼 어서 말을 해 봐.”
“금은 정신이잖아요. 약한 정신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힘을 합치면 큰 지혜를 이룰 수도 있어요. 그래서 금생금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열 노인이 한 제갈량보다 낫다’고 하잖아요.”
“아니, 그런 말도 있었나?”
“아뇨. 령아가 지금 만들었어요. 문득 그런 말이 있었으면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호호~!”
“음, 훨씬 낫군. 정답으로 해도 되겠어. 그럼 금극금(金剋金)은?”
“그야 간단하죠. 서로 모여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헐뜯고 공격한다면 그것은 금극금이잖아요.”
“어찌 그리 간단히 답을 찾았지?”
“뭘요. 원래 령아가 총명한 탓도 있고요. 아까 말했잖아요. 음양의 이치요. 간발의 차이로 뒤집히는 이치를 알았단 거죠. 호호~!”
“그렇군. 이렇게 학습의 속도가 빨라서야 며칠 내로 내 밑천이 거덜 나겠네. 그럼 사부의 자리를 물러나야 하겠는 걸.”
“아마도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왜?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만약에 싸부가 밑천이 떨어진 낌새가 나오면 저는 또 갑자기 우둔(愚鈍)한 제자가 될 것이니까요. 호호호~!”
조은령의 재치 있는 말을 들으면서 가르친다는 것의 행복이 이런 것이란 소식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은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인연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겨우 기본적인 오행에 대해서나 이해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또 누군가에게 그 오행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틀림없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쓰나. 제자가 사부로 되는 이치를 보여줘야지.”
“예? 그런 이치가 어디 있어요. 한번 싸부는 영원한 싸부시죠.”
“모르는 말이네. 불경을 번역한 고승으로 구마라습(鳩摩羅什)이라는 고승이 있었다네.”
“이름이 서역인인가 봐요?”
“아마도 천축국(天竺國)의 사람이겠지. 그가 처음에는 해탈(解脫)의 가르침을 스승에게 배웠다더군. 그래서 구마라습의 생각에 원래 불교는 해탈을 목표로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
“그럼 아니었나요? 령아도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후에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야말로 부처의 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기 혼자만 해탈하면 그만인 것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다음에는, 항상 그러한 가르침을 베풀고 있을 적에 옛날의 제자가 찾아와서 구마라습의 발에 정례(頂禮)를 하는 거야.”
“그렇다면 신선(神仙)도 해탈(解脫)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어요. 자신만 도를 깨달아서 자유롭게 살다가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것을 원하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아마도 많은 수행자들의 목표도 그럴 것이고.”
“그런데 정례라뇨? 그건 무슨 예법이죠?”
“스승의 발에 자신의 이마를 대는 최성의 존경심을 나타내는 예법이지.”
“스승님이 제자를 찾아와서 발에 절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네요.”
“일반의 인연이라면 어려운 일이지만 정신계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라네.”
“아~ 감동이에요! 어쩌면 깨달음의 세상은 그렇게도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가득할까요? 이러한 것을 가르쳐 주신 싸부님의 발에 령아도 절하고 싶어요.”
조은령의 말을 들으면서 우창도 흐뭇했다. 이렇게 일상의 대화를 통해서 자연의 이치를 배운다면 스스로 공부한다는 생각도 없이 이해를 깊이 하게 될 것이고,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공부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심하고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웃으면서 나누 한담(閒談)을 통해서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효과는 극대화가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르치면 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더욱 열심히 정진하지 않으면 거덜 나겠다는 생각도 뒤따랐다. 갑자기 조은령이 이러한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그런데 싸부~!”
“어? 그래 왜?”
“뭔 생각을 그렇게 혼자 하시는 거예요? 생각만 하시면 령아는 궁금해요. 그러니까 생각을 하시는 대로 말씀을 해 주면서 생각하세요. 아셨죠?”
“참 궁금한 것도 많은 낭자로세. 하하~!”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금을 살리고 금을 죽이는 것이 모두 음양이었다는 걸 알겠네요. 이러한 것을 멋진 말로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행음양(五行陰陽)이지.”
“아, 오행의 음양이란 말이네요? 그러니까 목의 음양, 금의 음양이라는 이야기죠? 과연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것은 왜죠?”
“그야 아무렴 어때?”
“다르죠~! 음양오행이면 음양에서 오행이 나왔다는 말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럼 그렇게 알면 되지 뭐가 문제일까?”
“엄마가 다르잖아요. 오행이 엄마가 되면 오행에서 음양이 나온 것이 되고, 음양이 엄마가 되면 음양에서 오행이 나온 것이잖아요.”
“그 참, 묘하게 말이 안 되는데 말이 되는 것 같군.”
“싸부도 그 차이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이야기를 해 주셔봐요.”
“아, 내가 생각한 것은 오행학자(五行學者)는 오행음양이라고 하고, 음양학자(陰陽學者)는 음양오행이라고 할 것으로 생각하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음양학자가 있고 오행학자가 있단 말이에요?”
“당연하지.”
“그건 왜 그래요?”
“역학(易學)을 연구하는 학자는 음양학자이고, 명학(命學)을 연구하는 학자는 오행학자니까.”
“아, 그게 서로 다른 거였어요? 령아는 같은 것인 줄로 알고 있는데요? 다들 그렇게 구분하나요? 그냥 말하잖아요?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것은 역학이 더욱 뛰어나다는 말이네요? 맞죠?”
“아, 나도 모르게 의문(疑問)의 일패(一敗)를 당했군.”
“싸부는 오행학자란 말이에요?”
“학자는 모두를 배워야 하지만 지금은 오행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오행의 선생이잖아? 오행의 선생에게 공부하는데 제자의 입에서 음양이 우세하다고 해버리니 내가 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지.”
“애고~! 상처를 받으셨구나. 토닥토닥~!”
“그건 병 주고 또 약을 주는 거잖아.”
“할 수 없잖아요. 이미 말은 해버렸으니.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