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2. 금(金)을 살리는 오행(五行)

작성일
2017-01-1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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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2. 금(金)을 살리는 오행(五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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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이 의미하는 바를 듣고서 숙연해진 조은령이 말했다.

“싸부님~!”

“왜?”

“오행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반성을 많이 해야겠어요. 더욱 열심히 생각하고 궁리하고 공부하겠어요.”

아마도 조은령의 마음에 뭔가가 한 방을 때렸는지,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장난기가 가득했던 표정이 사라지고 약간은 엄숙한 표정으로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공부의 의미를 깨달은 것으로 보여서 우창도 흐뭇했다.

“들숨과 날숨이 생명이고, 그것을 관장(管掌)하는 것이 금이란 말씀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자신의 존재가 화려한 용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들숨과 날숨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적에 뭔가 한 꺼풀 벗어던지고 자신의 실체를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래? 그것을 해탈(解脫)이라고 하는 거야. 그렇게 자꾸만 벗어던지다가 보면 더 벗을 것이 없는 경우가 다가오고 그것을 견성(見性)이라고 하고 오도(悟道)라고 하지.”

“아, 그런 것이었군요. 령아도 그러한 것을 알고 싶어요. 어서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요?”

“이렇게 중요한 호흡을 관리하는 기관은 폐(肺)라고 하지. 그리고 폐는 공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야 아무런 기능도 못 하겠죠. 아하~! 그래서 목생금(木生金)이라고 해야 하는 거죠? 맞죠?”

“어? 어젯밤에 잠만 잔 것이 아니었던 갑네?”

“어떻게 잠만 잘 수가 있어요? 소중한 가르침을 이해하느라고 밤을 꼴딱 새웠답니다.”

“그것을 풀무질이라고 하지.”

“풀무질이요?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 적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라고요?”

“차가운 바람이 들어가서 더운 바람으로 나오니 풀무질이라고 할 만하지. 그리고 대장간에서의 풀무질이나 대자연의 풀무질이 모두 본질적으로는 같은 말이야.”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의미심장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해가 되지 않아서 멍~하단 말이에요.”

“바람은 대자연의 풀무질이야. 호흡은 인간의 풀무질이듯이.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같은 것도 찾아보고, 또 서로 같아 보이지만 다른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도학(道學)이라고 하지. 세상의 모든 것은 들숨과 날숨으로 저마다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의 도가 되는 까닭이야.”

문득, 심곡문에서 자휴(子休)선생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대자연에는 대자연의 소리가 있어서 그것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거대한 외침으로 으르렁대곤 한다네. 하하~!’

그렇게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것이 새삼스럽게 가슴을 치면서 울림으로 재생(再生)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깨닫지 못하더라도 일단 들어놓으면 나중에 어떤 계기를 만나서 깨닫게 된다는 스승님 말씀이 비로소 공감되었다.

“목생금(木生金)의 이치가 그렇단 말이죠? 금은 나무를 죽이는 기능만 있다고 생각했을 적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가 했을 텐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했거든요. 그러니까 주체는 호흡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 호흡을 도와주는 것은 풍목(風木)이라는 것이잖아요. 이렇게 소중한 오행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일 왜 진작 몰랐을까 싶어요.”

“듣자니까, 서역 사람 중에서 어떤 종족은 서로 만나서 인사를 하면서 코를 댄다더군. 왜 그렇게 할까?”

“서로에게 생명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토생금(土生金)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

“토(土)를 인체로 대입하면 육(肉)이잖아요? 당연히 근육이 없으면 폐도 없는 것이니까 호흡을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잖아요.”

“어쩐 일이야? 오늘의 령아는 어제의 령아가 아닌 걸~!”

“당연하죠. 싸부의 열정에 보답하는 길은 이 방법밖에 없는걸요. 망상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럼, 화생금(火生金)은?”

“그야 따뜻한 기운이 바람과 같이 들어와야 원활하게 호흡을 할 수가 있죠. 냉기(冷氣)가 들어오면 감기에 걸려서 폐는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는걸요. 하북원에서 배워놓은 인체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상식이 이렇게 유용할 줄은 몰랐어요.”

“오호~! 그래서 인체에 대한 비유가 나오자 곧바로 반응을 보였구나. 화생금이 호흡에서 적용이 된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었군. 새로운 관점을 얻어서 즐겁네.”

“정말 다행이네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즐겁지만 싸부님께 도움이 된다면 이건 너무 행복한 거니까요. 호호~!”

“언제나 누구에게서나 배우는 거지. 그럼 다음은 수생금(水生金)~!”

“수생금이라……. 폐는 건조하면 갈라져서 터져요. 논밭에 가뭄이 심하면 대지의 농토(農土)가 갈라 터지는 것과 같은 거죠. 그래서 촉촉한 윤습(潤濕)의 기운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니 당연히 수생금이죠.”

너무나 덤덤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은 흥이 났다. 이렇게 척척 받아주는 것이 그야말로 수작(酬酌)이 제대로 된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상식에는 없던 이야기여서 더욱 신통했다.

“대단하군. 멋져~!”

“어머~! 진심으로 하시는 칭찬이에요? 소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당연하지! 몸 밖에서는 황금이 소중하듯이, 몸 안에서는 호흡이 소중한 것이고 보면 사람들의 밖에 있는 것이 소중한 줄을 아는 만큼 안에 있는 것의 가치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는 거야. 그런데 왜들 밖에 없는 금만 좇는 것일까?”

“그야 밖에 있는 것은 눈에 보이고, 안에 있는 것은 안 보이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요?”

“당연하겠군. 그래서 물질적인 사람은 오감(五感)의 지배를 받고 정신적인 사람은 제육감(第六感)의 영향을 살피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면 될 거야.”

“이제 싸부님 말씀이 다 이해가 되네요. 금의 의미가 이렇게도 통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니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아요.

“서장(西藏:티벳트)의 수행자들은 이 마음을 일러서 ‘연꽃 속의 보석’이라고도 하지. 그러니까 마음이나 몸이나 물질이나 모두가 소중하다는 의미로 말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겠지?”

“그럼요~! 그렇게 귀금속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도 자기 속에 보석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여인네들은 껍질만 갖고 사는 것이라고 해도 되지 싶어요. 령아가 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듯이 말이에요. 이제는 절대로 그러한 생각으로 돌아가진 않아도 되겠어요. 내면에 있는 보석을 더욱 갈고닦아서 빛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요.”

“그것은 오행이 뭘까?”

“금생화(金生火)요~!”

“맞아. 화가 있어서 마음을 더욱 견고하게 담금질을 하는 거지. 마치 마음은 칼이라면 백천만 번 달구고 두드려서 번뇌의 찌꺼기를 다 빼내고 나면 비로소 천하명검(天下名劍)이 되듯이 말이지.”

“아, 그래서 무림인들이 칼 한 자루를 위해서 목숨도 기꺼이 내어놓는 것인가요? 예전에 의천검(倚天劍)과 도룡도(屠龍刀)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풍문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무림인들이 검을 구하려고 목숨을 던졌는지 모른다고 하는 전설이 있었어요.”

“나도 들었던 것 같군. 무림인이 검(劍) 한 자루, 도(刀) 한 자루에 목숨을 거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자성(自性)을 잃고서 그것을 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리석음의 탐욕이니 후회를 할 일만 남는다고 해야 하겠지.”

“맞아요. 명장(明匠)은 연장을 탐하듯이 검객(劍客)은 검을 탐하고 학자는 책(冊)을 탐하기 마련이잖아요? 저마다 소중한 것으로 논한다면 서로 같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예전에 어느 검객을 만났는데 그는 웬만한 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300냥짜리 철검(鐵劍)을 만족스럽게 구입하더군.”

“아마도 형편이 안 좋은 검객이었던가 봐요. 적어도 상위에 오르는 강호의 고수들이라면 1천 냥 정도는 아깝지 않게 쓰는 것이고 심지어는 1만 냥을 지불하기도 하는걸요.”

“응, 그렇구나. 그 사람은 자기를 자오검(子午劍)이라고 하던데, 별로 신통치 않은 사람이었던가 보군.”

“옛? 자오검이요? 정말 그가 자오검이었다고 하던가요?”

“그러던데?”

“에이~! 설마 자오검이 그런 보통의 검을 들고 다닐 까닭이 없죠. 천하제일검에 어울리는 명검이라야죠. 아마도 싸부가 뭘 모르고 어수룩하게 생겼으니까 속인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깜빡 속으신 거죠?”

“그야 속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사람이 내게 뭘 얻어먹겠다고 속였겠어?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사람 같진 않았는데?”

“정말 그가 자오검 오혜량이었다면 놀랍네요. 과연 싸부님의 말씀대로 그는 이미 남들이 탐하는 보검에는 이미 마음을 비웠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마음의 보검조차도 잊어버린 것이 분명해요. 그러니 검은 아무래도 좋고 심지어는 막대기라고 하더라도 달갑게 여겼을 거예요.”

“실은 그가 내 사형(師兄)이거든. 그래서 조금은 알게 된 거야.”

“옛? 사형이라고요? 그렇다면 그도 도를 닦았단 말이에요? 이것은 정말로 무림사(武林史)에 기록해야 할 이야기인걸요. 그는 어땠는지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령아도 이름만 듣고 소문만 들었어요.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길 만큼 잔인해서 인정(人情)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형이라뇨?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에요?”

“아마도 그의 삶은 스승님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뉜다고 해도 좋을 거야.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가 머무는 곳마다 시산혈해(尸山血海)를 만들었다면, 스승님을 만난 후에는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도화낙원(道華樂園)을 만들었을 테니까.”

“령아는 도관에 박혀 있어서 강호의 풍문에 대해서는 많이 듣는 편이 아니지만 근래에는 그의 이야기를 못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화산파의 검객들이나 무당파의 무림인들이 지나다가 쉬러 들리면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해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알고 있었거든요.”

“아마 어디를 스쳐 지나가도 이름도 밝히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강호에서는 그가 사라진 것으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맞아요~! 세상의 이치를 알면 쌀알 하나에도 감동하고, 이치를 모르면 금은보화가 태산같이 많아도 허갈(虛喝)대면서 긁어모으지 못해서 안달할 것 같아요. 밖으로 구하는 것이 없다면 마음은 담백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한 잔의 차에 대해서도 마냥 감사할 밖에요. 호호~!”

“오호~! 지금 보니 령아는 이미 선녀(仙女)가 되셨구나. 하하~!”

“무슨 말씀이세요. 마음을 더욱 담금질하고 연마해서 길고 긴 호흡을 만들어서 지혜의 창고로 만들어야죠. 그깟 선녀는 되어서 뭘 하겠어요? 오늘을 자유롭게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예요.”

“오호~! 철이 든 여인이 되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