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1.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작성일
2017-01-15 06:43
조회
2161

[085]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1.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

조은령의 상식(常識)과 우창의 지식(知識)이 모여서 멋진 향연(饗宴)이 펼쳐지는 것만 같아서 두 사람은 흐뭇했다. 다시 우창이 물었다.

“다음엔 무엇을 알려 줄까? 아니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토론(討論)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구나. 하하~!”

“금(金)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어디, 령아의 생각 창고에 있는 금은 어떤 것인지 들어볼까?”

“금(金)은 귀중한 보화(寶貨)죠. 여인은 금은보화로 된 패물을 좋아한다고요.”

우창은 문득 낙안에게서 ‘금은 저장된 도’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이 여인은 아직도 목(木)에 해당하는 어린 사람이다. 비록, 힘과 내공이 있어서 몸으로는 거한을 때려눕힐 정도라고 할지라도 정신력은 아직도 여리기만 한 아기와 같은 것임을 생각하면서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 위해서 먼저 말을 해 보라고 던졌는데, 바로 돌아온 답이 금은보화이다. 과연 그래서 여인은 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화가 왜 금이지?”

“무슨 바보 같은 말씀이세요? 그럼 돌이 보화예요?”

“그렇게 물질적으로 생각하면 물질적인 것만 보이고 정신적으로 생각하면 정신적인 것이 보이지. 언제까지 그렇게 물질계의 이야기에 젖어 있으려는고?”

“예? 그래요? 아, 질문이 생겼어요. 물질은 무엇이고 정신은 무엇이에요? 이제 이것이 궁금해졌어요.”

“물질은 이목구비에서 반응하는 것이고, 정신은 뇌와 심장에서 반응하는 것이지.”

“뭔 말이래요? 이목구비의 반응은 뭐고 뇌심(惱心)은 또 뭐예요? 제대로 령아의 질문에 답을 주신 것이 맞아요?”

“아, 싸부가 제자를 너무 과대평가했군. 다시 낮춰서 설명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하~!”

“꼭 그렇게 말씀하시면 더 즐거우세요? 쳇~!”

“귀에 들리는 소리, 눈에 보이는 모양, 코로 들어오는 향취, 혀에 느껴지는 맛은 모두 물질적이라고 하는 거야.”

“그냥 보통 느끼는 것들이네요. 그것을 물질적이라고 하니까 좀 있어 보이긴 하네요.”

“아, 촉감(觸感)도 물질적이라고 해야지.”

“촉감이라고요? 문득 전에 들었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떠오르네요.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이라고 하잖아요. 그 말은 뭐예요? 눈, 귀, 코, 혀, 몸, 생각이 없으므로 색, 소리, 향기, 맛, 촉감, 이치도 없다는 뜻이잖아요? 지금 싸부의 말씀으로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이라는 거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것은 모두 물질적인 것이라서 없다는 말인가요?”

“오호~! 령아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걸. 대단해 깜짝 놀랐지 뭐야.”

“싸부~! 왜 이러세요. 그래도 5년을 도관에서 머물렀던 령아라고요. 이 정도는 상식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시다뇨~!”

“그래도 이런 품격 있는 것을 외우고 있을 줄은 몰랐지 뭐야. 하하~!”

“쳇, ‘객잔의 강아지도 3년이 지나면 국수를 삶는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나 보군요. 너무 그러지 마세요. 호호~!”

“알았어~! 반야심경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 가운데에서 마지막의 의(意)는 제외하는 것으로 하자고. 그것은 앞의 다섯 글자와는 다른 의미로 봐야 하는 까닭이지.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에 속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왜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에는 마음이 없지? 그런데 의(意)에는 마음심(心)이 들어 있잖아. 이것은 물질적이라고 하기 어렵거든.”

“아, 그렇군요. 정말 예리하신 싸부님~!”

“그런데 왜 반야심경은 같이 말을 했을까요?”

“그게 궁금해?”

“네~!”

“지나가는 화상(和尙)을 만나거든 물어봐.”

“예? 뭐라고요? 에구~! 또 한 방 먹었구나.”

“정신적이라는 것은 두뇌에서 생각하고, 마음에서 느끼는 것을 말한다고 이해하면 될 거야.”

“싸부의 말씀은, 그러니까 금은보화는 물질적(物質的)인 금(金)이라는 뜻이잖아요? 보석은 눈을 즐겁게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소중히 하는 것은 귀를 행복하게 하는 까닭이고, 귀한 향기는 코를 즐겁게 하고, 맛있는 고량진미(膏粱珍味)는 혀를 즐겁게 하고, 귀한 비단옷은 몸을 편안하게 해 주니까 그렇다는 말씀이죠?”

“옳지~! 그것은 물질적인 것으로 보면 되겠네.”

“그렇다면 정신적인 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의(意)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금(金)은 귀중한 것이어서 가슴 속에 저장하는 무가보주(無價寶珠)이니 겉에 장식하는 금이 전부인 줄만 알고 일생 그것을 탐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속의 보배를 찾는 사람만이 참된 금의 가치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니깐요. 그게 뭐냔 말이에요.”

“령아는 불의(不義)를 보면 어떻게 하나?”

“그야 얼른 칼을 뽑아 들고 징악(懲惡)해야죠. 그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까?”

“당연하잖아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이겠죠.”

“바로 그 마음이 금(金)이야.”

“예? 그 마음이 금이라니요? 얼른 납득이 안 되는데요?”

“오상(五常)이 무엇인지는 알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그것이 바로 오행(五行)이 드러나는 현상(現象)인 거야.”

“옛? 오상(五常)이 오행(五行)이라고요? 설명해 주세요.”

“인(仁)은 목(木)에 속한다네.”

“왜요?”

“정말 령아는 묻는 것에는 사양이 없군. 하하~!”

“그야 모르면 물어야죠. 싸부를 뒀다가 뭣에 쓰겠어요? 호호호~!”

“그래 기특해서 하는 말이지. 하하~!”

“인(仁)은 어질고, 만물을 다스리고, 성장하는 것이잖아요? 그게 목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알려주세요.”

“그건 나도 잘 몰라. 원래 유교(儒敎)의 이상향(理想鄕)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라서 잘 모르겠군.”

“그럼 무엇에 관심이 있어요?”

“응, 문자에.”

“문자라면 글자를 풀어보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뜻인가요?”

“맞아. 인(仁)은 왜 그렇게 생겼을까를 생각하는 것이지.”

“와우~! 령아도 그렇게 뜯어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어서 풀이를 해봐요.”

“인(仁)은 인(亻)과 이(二)로 되어있지?”

“맞아요. 그럼 사람이 둘이 있다는 뜻인 거겠죠?”

“그렇게 봐도 되고, 사람에게 해당하는 뜻이라고 볼 수도 있지.”

“사람에게 해당한다는 것은 사람인 변으로 인해서인가요?”

“물론이지. 그리고 뒤의 이(二)는 숫자로 본다면 둘이 되겠지만 의미를 본다면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사람[人]이 하늘과 땅의 이치를 받아서 배우는 것이지. 위의 일(一)은 하늘을 나타내고, 아래의 일(一)은 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면 되겠군.”

“아,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건가요? 억지(抑止)를 쓰시는 건 아니죠?”

“억지인지 아닌지는 령아가 생각해 보고 판단하면 되지. 내가 억지가 아니라고 한들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며, 내가 억지라고 하더라도 이치에 맞으면 수용(受容)하지 못할 까닭도 없으니까 말이지.”

“아, 그래서 공자님의 가르침은 천지자연의 이치를 배워서 내 것으로 삼고 그것에 따라서 세상 만민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하는 건가요?”

“옳지~! 한마디로 인(仁)의 뜻을 잘 정리했네. 그만하면 충분하겠군.”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어요. 그럼 예(禮)는요?”

“예(禮)는 화(火)라고 하지. 원래 예의(禮儀)라는 것은 신령(神靈)께 기도하는 것에서 시작된 거야. 예(禮)자의 앞에 있 보일시(示)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정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인데, 풍(豊)은 그 드러내는 마음으로 풍성하게 제물(祭物)을 차려서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정성(精誠)드리고 예를 올리는 것이지.”

“근데 그게 왜 화(火)인가요?”

“화는 밝은 것이라는 것만 알면 이해가 될 텐데?”

“밝은 것과 연결이 된다고요?”

“어떤 사람이 상하를 분별해서 윗사람은 받들고 아랫사람은 챙긴다면 그를 가리켜서 뭐라고 하지?”

“예의에 밝다고 하나요? 아, ‘밝다’고 하네요? 와우~! 이런 가르침을 들으면 소름이 돋아요. 감탄했어요.”

“그래서 이해가 되었단 말이지?”

“다음은 의(義)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의(義)는 금(金)을 말하는 것이라네.”

“그렇지 싶었어요.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불의(不義)를 참지 않는 것이 금이라고요.”

“맞아. 불의를 물리치고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 금이지.”

“의(義)는 옳을 의니까 옳은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었네요.”

“그럼 글자는 풀어보지 않아도 되는 건가?”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어서 글자를 풀어주셔야지요.”

“그렇지?”

“물론이죠. 의(義)는 양(羊)의 아래에 아(我)가 있네요. 이건 무슨 뜻인가요?”

“양은 예로부터 큰 뜻을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할 적에 사용하던 제물(祭物)이기도 하다네. 그러니까 양을 구하기 위해서 금은(金銀)을 지출하는 셈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양을 구입해서 신께 제사하는 셈이로군.”

“근데, 아(我)가 들어있는 것은 의(義)만 있네요?”

“맞아. 그래서 금(金)은 나의 정신(精神)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거야.”

“와우~! 다시 한번 감탄이에요~! 원래 금은 정신이어서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남자가 아내를 맞이할 여인에게 금으로 된 패물(佩物)을 선물하는 것이었군요.”

“거참 이상하게 해석하는군.”

“왜요? 마치 옛날에 양을 예물(禮物)로 받치듯이 패물을 아내에게 선물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뭐가 이상하데요?”

“아, 맞아. 틀림없지 그럼. 하하하~!”

“정말 오상(五常)에 그러한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줄은 몰랐어요. 여태 공부한 것은 싸부님을 만나니까 모두가 초라해서 빛을 잃어버리네요. 금이 정신이라는 것을 어떻게 꿈엔들 생각이라도 할 수가 있었겠어요.”

오은령은 진심으로 감동했는지 눈가에 이슬이 맺혔지만 우창은 못 본 척했다. 다만 약간의 가르침에 큰 감동을 하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내친김에 지(智)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까?”

“아참 아직 남았구나. 지(智)는 어느 오행에 배속이 되죠?”

“수(水).”

“아직 수에 대한 설명은 듣지 않았으나 오행에 원래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왜 수(水)의 뜻에 지혜로울지(智)가 있는지 알려주세요.”

“지(智)는 지식(知識)이 쌓여있는 것을 말하지. 그리고 수의 속성은 뭉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왜 그럴까?”

“그것은 수화(水火)의 작용이 아닐까요? 화(火)는 흩어지는 성분이니까 반대로 수(水)는 엉키는 것으로 봐도 되지 싶어요.”

“옳지, 양을 알면 음은 상대적이니까 미뤄서 짐작된다는 뜻이렷다.”

“맞아요. 지식은 작은 배움이 쌓이고 쌓여서 큰 창고를 이루는 것으로 봐요. 그러니까 지식의 박물관(博物館)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 안에는 살아가면서 얻은 경험과 배운 지식이 모두 총망라(總網羅)되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사람도 서로 모여서 함께 자신의 겪은 것을 나눈다면 그 지(智)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고, 지금은 령아가 싸부님의 지식창고에 들어가서 폭식(暴食)하고 있어요. 호호호~!”

“뭐라도 줄 것이 있어서 다행이군. 그렇다면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이해가 되었다고 봐야 하겠지? 그다음에는 신(信)이 남았네. 이것도 내친김에 마무리를 지어볼까?”

“이제 남은 것은 토(土)네요? 그러니까 토는 믿을신(信)이라는 것은 알겠어요. 어쩌면 령아도 설명할 수가 있을 것도 같아요. 왜냐면 땅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글자에 대한 풀이는 못하겠어요. 사람[人]이 말[言]하는 것은 믿는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이것도 자신이 없는 것은 사람의 말에는 믿을 수가 있는 말도 있지만 남을 속여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말도 하도 많아서 말이죠.”

“그야 의(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의협(義俠)을 가진 사람이 많겠어? 협잡(挾雜)을 일삼는 사람이 많겠어? 수양(修養)이 있는 사람은 의협인이 되는 것이고, 물욕(物慾)에 눈이 멀어서 허둥지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사기꾼이 되니 그런 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보네.”

“아,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이구나. 정말 이치를 보는 관점(觀點)이나 세상을 보는 안목(眼目)을 배워야 해요. 호호호~!”

“글자를 풀어볼까?”

“예~! 궁금해요!”

“인(仁)과 신(信)은 닮았지?”

“아, 맞아요~! 그런 것도 살펴야 하는 것이었네요.”

“인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의미했다면, 신은 사람의 이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야지.”

“그렇게 풀이하는 것이었구나.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언(言)은 말씀이잖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의미하지. 원래 인(人)이 두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말이네.”

“두 사람의 신분은 동등한 것인가요?”

“아니지, 앞의 사람(丿)이 말하고, 뒤의 사람(乁)이 듣는 것이지. 이것은 위에서 아래로 말이 전해지는 것이니까 지시(指示)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

“어떻게 그런 것까지도 생각해 낼 수가 있죠?”

“반대로 뒤의 사람, 혹은 아래 사람(乁)이 자의 생각이나 부여받은 일에 대해서 결과를 윗사람(丿)에게 전하는 것인데, 이렇게 오가는 의사(意思)를 소통(疏通)하는 것은 결국 말이라는 것이지.”

“그렇구나~!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되었어요.”

“물론 언설(言說)이 될 수도 있고, 문언(文言)이 될 수도 있지. 때론 무언(無言)으로 전할 수도 있다네. 그 모두는 언(言)이 되고, 이렇게 말이 오고 가는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토(土)이고 도(十)가 되는 것이라네.”

“정말 놀라워요.”

조은령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냥 무턱대고 외웠던 오상(五常)에서 이러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이든 ‘안다는 것’과 ‘제대로 안다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공부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것은 감동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우창이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왜 금(金)이 정신(精神)인지를 확연(確然)히 깨달았겠지?”

“물론이죠. 너무나 자세히 알았어요.”

“그러면 다시 금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물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뭐지?”

“금이요. 황금이요~!”

“그렇담 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뭐지?”

“옛? 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따로 있나요? 몸은 모두가 소중하잖아요? 봐야 하고, 들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숨 쉬어야 하고...”

“삶이란 뭘 의미하지?”

“삶이요? 삶이란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아기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아기도 없다면 삶이 아닐까?”

“삶은 삶이겠죠. 지독하게 고독하고, 희망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그냥저냥 하루를 살아가는 연명(延命)이라고나 할까요?”

“연명도 삶이란 말이지?”

“그럼 삶이지 죽음이겠어요?”

“연명하려면 어떻게 해야지?”

“밥을 먹어야죠.”

“밥을 안 먹으면?”

“굶어 죽겠죠.”

“물이라도 먹으면?”

“보름은 살겠죠.”

“숨을 안 쉬면?”

“일각(一刻)도 못 살겠죠.”

“그래서, 그게 가장 소중하다는 거야.”

“예? 뭐가 말이에요?”

“숨 쉬는 것.”

“몸에서는 숨을 쉬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요?”

“그렇지. 숨을 쉬지 않으면,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의미가 있을까?”

“...... 의미가 없겠네요. 죽음이 도래한다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죠.”

“반야심경에서 다 소용없다는 것도 그걸 말하는 거야.”

“예? 죽음이 다가오면 모든 것은 소용없다는 뜻이었군요. 오호~! 그러한 깊은 뜻도 모르고 그냥 중얼중얼 외우기만 했어요.”

“그럼 다시 묻자. 령아의 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뭐지?”

“숨 쉬는 거요. 호흡(呼吸)이에요~!”

“옳지, 이제야 제대로 답이 나오는군.”

“근데요? 왜 그러한 것을 물으셨는지는 모르겠는걸요.”

“그러니까 몸에서는 호흡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하는 말이잖아. 금은보화가 중요해? 호흡이 중요해?”

“그야 호흡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어요?”

“그니깐~!”

“아, 호흡이 금(金)이란 말씀이세요?”

“맞아.”

조은령은 참으로 의외라는 듯이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창도 과연 소중한 것이 호흡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이렇게 말을 하고 가르침을 주면서도 깨달을 것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