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 10. 상도(常道)는 어디에서나 만난다

작성일
2017-01-14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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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

[084] 제8장 교학상장(敎學相長) 


10. 상도(常道)는 어디에서나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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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조은령이 인간이 토(土)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바로 답하는 것을 미루고 반문했다.

“인간이 땅을 이기지 못하는 이치라. 우선 내가 말하기 전에 령아가 먼저 생각해 보고 답을 줘봐. 그래야 제자를 잘 가르치는 선생이지.”

“아, 맞아요. 먼저 생각을 해 보고 설명을 들어야 더 이해가 잘 되죠. 인간이 왜, 땅을 이기지 못할까요? 집이 필요하면 땅을 파서 집을 만들고, 먹을 것이 필요하면 땅을 일궈서 씨앗을 뿌리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인간은 땅을 이겨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렇다면 가위바위보에 대한 공식은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겠는걸요.”

“그럴까? 그게 전부란 말이지?”

“예, 그 외에 또 무엇이 있겠어요?”

“인간은 잠시 동안 땅을 관리하는 것 같지만 100년도 채 살지 못하고 땅으로 돌아가지. 그래놓고 어떻게 땅을 이긴다고 할 수가 있어? 또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하누? 혼비백산하여 살길을 찾기가 급급하지? 물이 고갈되면 어떻게 하지 못하고 고향도 떠나가고 말아야 하니 땅을 이긴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일 뿐이야.”

“그래도 뭔가 억지로 꿰어 맞춘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요.”

“땅이 곡식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살지?”

“굶어야죠. 그래서 죽지 않게 잘 키우잖아요?”

“키우긴 하지만 땅이 키워주지 않으면 인간은 스스로 무엇도 할 수가 없지. 그냥 땅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을밖에.”

“아, 가뭄을 말씀하시는 거죠?”

“비바람을 피하려고 해도 결국 땅을 의지해야 하고, 목숨을 연명하려고 해도 또한 땅을 의지해야 하지. 아무리 땅을 이긴다고 큰소리를 쳐봐도 결국은 땅을 이길 방법은 없는 거야.”

“이제 이해가 되네요. 아, 그 뜻이었군요. 듣고 보니 과연 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땅의 신세만 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겠네요. 마치 땅이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식이 엄마를 이기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이길 수가 없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다행이군. 세상에 이치 아닌 것이 없다는 것만 생각하고 있으면 도처(到處)에서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봐.”

“그런데, 의문이 생겼어요. 땅에서 곡식이 나오지 않으면 굶어서 죽겠지만 하늘에서 공기를 주지 않으면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죠?”

“오호~! 그런 생각도 하다니 기특한 제자로군. 그것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라고 봐야지. 애초에 공기가 없었다면 태어날 일도 없을 테니 하늘의 지배를 받을 일도 없잖아?”

“아, 뭔가 기특한 생각을 했다고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어요.”

“헛다리도 짚어봐야 바른길도 아는 거니까 뭐든 생각해 보는 것은 잘 하는 거야.”

“정말 그런 속뜻이 있다는 것은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왜 포권을 한다는 건지는 아직 설명하지 않으셨어요. 포권에는 바위와 보만 있는걸요? 그것이 천지인과 무슨 상관이죠? 그리고 또 왜 천지인에 대한 의미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거죠?”

“참, 숨넘어가겠군. 천천히 물어도 사부는 어디 도망가지 않아. 하하~!”

“그런가요? 호호~! 제가 좀 그렇죠? 궁금해서 못 견디겠단 말이에요.”

“당연히 음양의 이치를 존중한다는 뜻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주먹과 손바닥은 그것을 의미하잖아.”

“그렇긴 한데 가위는 없잖아요?”

“나 참~! 포권을 한 주체는 뭐야?”

“그야 사람.... 아하~! 에구~!”

조은령은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제가 참 이렇게 멍청해요. 그러니까 가위는 사람을 의미하니까 당연히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거죠? 에구 그것도 모르고. 호호~!”

“이제 잘 이해한 거야?”

“그렇다면 ‘저는 천지인을 존중하며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귀하의 가르침이 이치에 맞으므로 감사하는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을 함께 표합니다.’라는 뜻으로 포권을 하는 거였어요?”

“그렇지. 그리고 포권을 할 적에 배를 내밀면서 하나?”

“아니죠. 허리를 살짝 굽혀야죠. 배를 내밀면서 포권을 한다면 시건방지다고 칼을 뽑을지도 몰라요. 호호~!”

“허리를 숙이는 자세가 바로 ‘하늘과 땅에 저를 보탭니다.’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완벽한 천지인의 도가 갖춰졌지?”

“우와~! 그것도 모르고 그냥 의례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지 뭐예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함부로 포권을 하면 안 되겠어요. 그럼 화상들이 하는 합장(合掌)과는 어떻게 달라요? 합장을 하는 뜻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요. 너무 재미있어요. 호호~!”

“불가의 화상들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공허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마음만 소중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기에 천지인이니 뭐니 모두 필요가 없는 거야. 오로지 마음만 존귀할 뿐이지. 그러므로 왼손은 하늘의 장(掌)이고, 오른손은 자신의 장이지. 이 둘이 결합함으로 해서 하늘과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상대에게 보내는 거야.”

“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않고. 인간이나 땅은 다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해서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고도 하고, 성주괴멸(成住壞滅)이라고도 하지. 그러니 영원한 것은 뭐가 되겠어?”

“그야 하늘이고 보가 되겠네요. 그래서 장(掌)을 펴서 마주 대는 것이로군요. 오호~!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원래 불교는 하늘과 연관이 많거든. 부처가 하늘을 보고 도를 깨달았다고 하는 것만 봐도 능히 알고도 남음이 있지 않겠어? 그리고 수명이 다하면 자신도 하늘의 극락세계(極樂世界)로 간다잖아.”

“정말요~!”

“그러니까 화상들은 이 땅에서 오래 사는 것도 원치 않는 거야. 그냥 되는대로 사는 동안 쓸데없는 인연도 만들지 말고, 도나 잘 닦다가 극락세계로 가서 아미타불(阿彌陀佛)과 만나서 재미있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이지.”

“그럼 도사들은요?”

“도사는 지금 주어진 것이 최고인 줄로 알고 살지. 그래서 양생술(養生術)도 연구하고, 하늘의 기운인 호흡(呼吸), 땅의 기운인 곡기(穀氣)를 모두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가지.”

“많이 다르네요? 어느 것이 더 잘하는 건가요?”

“그걸 내가 어찌 아누? 다만 불가의 화상들 중에서도 도사의 물이 들어서 지금의 존재에 관심을 두는 무리도 있기는 해.”

“그래요?”

“그들을 불교(佛敎) 중에서도 선가(禪家)라는 말로 구분하기도 하지.”

“정말 알아야 할 것도 많네요. 호호~!”

“걱정 말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니까. 이미 머리가 슬슬 아파지지? 하하하~!”

“맞아요~! 눈치도 빠른 싸부님~! 호호~!”

“그럼 다시 화(火)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어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옆길로 한참을 새어나갔네.”

“그게 다 싸부의 포권 때문이지 뭐예요. 호호~!”

“아, 그랬군. 토생화(土生火)에 대해서 설명했으니 다음은 금생화(金生火)에 대해서 이야기해봐.”

“금생화는 금이 화를 살려준다는 것이잖아요? 인체에서 금은 폐(肺)거든요. 호흡으로 피를 맑게 해서 심장에 돌아온 피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혈액이 재생되어서 힘차게 대동맥(大動脈)으로 달려 나가게 되죠. 그렇게 힘을 얻게 하려면 폐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럼 숨을 참으면 어떻게 되나? 수행법 중에는 숨을 참는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미련한 짓이라고 봐요. 숨을 참는 것은 몸에 들어온 기운을 단전으로 밀어 넣느라고 아랫배에 힘을 주는 수련인데 그러다가 무리해서 오히려 병을 더 많이 얻기도 해서 도사들은 자연스러운 호흡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 일리가 있어 보이는군. 금극화(金剋火)도 설명할 수 있지?”

“그야 간단한 이치죠. 폐가 망가지면 자연히 심장도 기능을 할 수가 없어서 죽어버리니까 이것이 금극화라고 보면 되겠네요.”

“땡~!”

“그건 무슨 소리죠?”

“틀렸다는 소리지 무슨 소리긴.”

“왜요?”

“공격한 폐가 죽어버린다면 그것이 어찌 극이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공격자는 펄펄하게 살아있어야 제대로 극이라고 하는 공식에 위반되었단 말이네.”

“아하~! 맞다. 그럼.... 모르겠어요. 싸부의 설명이 필요해요.”

“인체를 배경으로 설명하는데 극이 나오면 그건 애초에 비정상일 수밖에. 하하~!”

“아! 그런가요? 하긴, 극이 되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겠네. 호호~!”

“금은 정신(精神)으로 대입(代入)을 할 수가 있다네. 그렇게 되면 화(火)는 지혜로운 현인(賢人)이 될 수가 있지.”

“화(火)를 현인이라고 하면 금(金)은 보통 사람이라고 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이지.”

“그런데 왜 보통 사람이 현인을 극할까요? 받들어 모시고 귀하게 대접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 그렇게 하면 금생화(金生火)라고 해야지. 그 반대가 되는 현상은 뭘까?”

“반대? 그렇다면 현인을 공격하는 건가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죠?”

“흔하지.”

“흔하다고요? 예를 들어서 설명 좀 해주세요. 우둔한 제자는 생각하기 어려워요.”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소진(蘇秦)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네. 같은 스승에게서 공부하고 먼저 하산해서 천신만고(千辛萬苦)의 노력을 해서 재상(宰相)이 되었다지. 그런데 후에 동문수학하던 장의(張儀)가 지나던 길에 소진을 만났고, 왕과 같이 대화를 나눈 후에 왕이 자신보다 장의에게 마음이 기울어 있는 것을 보고서는 적당한 누명을 씌워서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팼다더군. 자기보다 밝은 지혜를 시기해서 죽이고자 한 것이니 이것이 금극화(金剋火)아니고 무엇이겠어?”

“와~! 그랬구나. 그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봤어요. 그런데 자기보다 밝은 사람을 질투해서 죽이려고 했었다면 금극화라고 해도 되겠어요. 그렇구나. 놀라워요.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오행생극(五行生剋)에 모두 들어있다는 건가요?”

“알게 모르게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군중(群衆)이 지혜로운 사람을 죽였을지는 생각으로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네.”

“과연~!”

“명학(命學)이 인간의 군상(群像)을 밝히는 학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참으로 놀랍고도 재미있어요. 오늘 오행 공부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뜨는 날인가 봐요. 감탄했어요. 호호~!”

“그렇다면 화생화(火生火)는?”

“그야, 심장의 열기가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기혈이 잘 순환하여 건강한 몸이 되게 하는 거죠. 그래서 다시 화기(火氣)가 만들어지게 되니 이것이 바로 화생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또~!”

“음.... 골목 싸움이요~!”

“엉? 골목 싸움이라니?”

“아이참~! 골목 싸움도 모르세요?”

“골목에서 누가 싸우나?”

“다른 말로 할게요.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고도 해요. 호호~!”

“아, 그 말은 들어 봤지. 그걸 골목 싸움이라고 하는 구나.”

“그것도 화생화가 맞죠?”

“맞기는 하지만 생(生)의 의미가 조금 어색하지만 이해는 충분하네.”

“아무렇거나 이해가 되면 뭐 문제가 없잖아요. 호호~!”

“오늘은 내가 많이 배우는걸. 하하~!”

“내친김에 화극화(火剋火)도 해요?”

“아, 좋지~!”

“화극화는 내화(內火)랑 외화(外火)가 싸우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내화는 몸속의 화를 말하는 건가 싶은데, 외화라니?”

“몸 밖에도 화가 있잖아요. 태양의 폭염(暴炎)도 외화에 속하거든요. 그것이 심장을 공격하면 중서(中暑)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더위를 먹는 것은 화극화(火剋火)라고 하는 것이죠.”

“아, 그런 것이 있었지? 정말 배워야 할 것이 많구나.”

“그뿐이 아녜요. 내화가 순조롭게 운행하는데 불한당이 와서 갈구면 분노의 열기가 솟아오르겠죠? 그것도 화극화가 되는 거예요. 그러한 상황이면 열 받는 거죠. 호호~!”

“아, 며칠 전에 그 사내처럼 말이지?”

“옙~! 호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야 열을 받지 말고 침착해야죠. 그러면 화극화(火剋火)가 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무예의 제일 원칙이죠.”

“그런데, 내화(內火)인 군화(君火)와, 외화(外火)인 상화(相火)를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적에는 화극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엄머~! 싸부님~!”

“왜?”

“그것도 아세요?”

“뭘?”

“군화(君火)와 상화(相火)를 말씀하셔서요. 보통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이야긴데 그것을 쉽게 말씀하셔서 놀랐잖아요.”

“그 말은 령아도 안다는 말이로군. 어디 설명해 줘봐.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도 해 볼 겸.”

“아, 그러면 싸부님이 먼저 말씀을 하시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호호호~!”

“그런가? 그럼 말이 되는지 잘 들어봐. 화(火)에는 음화(陰火)가 있고 양화(陽火)가 있는데 음화는 체내(體內)에 있어서 군화(君火)라고 하고, 양화는 체외에 있어서 상화(相火)라고 한다더군. 태양의 열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화기(火氣)는 모두 상화라고 할 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 말인가?”

“맞아요. 안의 화는 임금과 같아서 군화라고 하고, 밖의 화는 재상의 화와 같아서 상화라고 해요.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안의 불이 꺼지면 안 되는 거죠. 그럼 죽음이니까요. 즉 주화(主火)가 된다고 하겠네요.”

“역시~! 잘 모르면 물어야 하는 거야. 그럼 상화는?”

“상화는 재상(宰相)의 불이죠. 군화가 몸을 잘 지탱(支撐)할 수가 있도록 보좌(補佐)하는 것이니까요. 겨울의 난로(煖爐)나 여름에 벼와 콩을 키우는 것도 모두 군화를 위해서 재상의 불이 봉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정말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火)도 배워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네.”

“이런 것을 뭐라고 한다고 했죠?”

“이런 것이라니?”

“스승도 가르치면서 배우고.”

“아,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 하지. 참 아름다운 성어(成語)야.”

“맞다~! 교학상장이었구나.”

“수극화(水剋火)는 어떻게 설명하지?”

“그야 공포심(恐怖心)이죠.”

“공포심? 두려움이 수극화라고?”

“당연하죠. 밤길을 가는데 앞에서 뭔가가 나타나면 등줄기에 찬물이 쫘악~ 뿌려지면서 심장이 쫄깃해지잖아요? 그것은 두려움의 수(水)가 화(火)를 극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심하면 죽어버리기조차 하죠.”

“오, 일리가 있다. 일리가 있어. 짝짝짝~!”

“그렇기 때문에 천하의 마왕(魔王)을 만나더라도 두려움이 앞서면 안 돼요. 열기가 꺾이면 이미 패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담대(膽大)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쓸개는 목(木)이거든요. 담이 크게 되면 수극화를 수생목(水生木)으로 돌려서 목생화(木生火)를 하기 때문에 쉽사리 패하지 않죠.”

“이야~! 그것참 재미있는 이야기구나. 간담(肝膽)이 배 밖으로 나온다는 말은 들어 봤지만, 그것이 이렇게 오행으로 설명된다는 것은 참 재미있네.”

“그러시다면 수극화(水剋火)는 답이 된 거란 말씀이죠? 그럼 화(火)에 대해서는 모두 공부한 셈이네요? 몸의 기능과 연결이 되고 보니까 더욱 실감이 나네요. 그냥 단순히 인체의 구조에 대해서 공부를 하느라고 열심히 외웠는데 이렇게 오행과 연결이 되고 보니까 매우 선명해져서 제대로 정리가 되어서 령아도 기뻐요.”

“다음은 목극화(木剋火)를 설명해 봐.”

“목은 인체에서 신경(神經)이 되는 것으로 봐요. 신경이 예민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류(血流)가 왕성해져서 불규칙한 현상이 생길 수가 있죠. 그래서 마음이 불안해서 신경질(神經質)이 강화되면 울화병(鬱火病)이 발생하게 되니까 이 정도라면 목극화(木剋火)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요?”

“그렇겠는걸. 간단하게 해결이 되네.”

“다행이에요. 그렇다면 토극화(土剋火)에 대해서 생각해 볼게요. 비위(脾胃)가 건강하지 못하면 자연히 영양의 공급이 원활하기 어렵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심장에 불균형이 일어나서 심하면 마비(痲痹)까지도 올 수가 있다고 봐요. 심장이 멈추면 끝나는 거니까 이것도 심각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불균형은 당연히 모든 면에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어. 몸의 구조가 신비롭다는 생각조차 드는걸.”

“맞아요. 인체에서 모든 건강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비위거든요. 이 기능이 무너지면 전체적으로 건강은 급속하게 무너지게 되어있어요.”

“참으로 오묘한 신체야.”

“그러니까 어느 하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오행의 생극(生剋)이 조화를 이루고 얽혀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되어요.”

“그래서 세상은 하나라는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르지. 화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게 되니까 인체에서는 심장(心臟)이 중심이 되는군. 그리고 심장이 뛰지 않으면 몸은 즉시로 사망에 이르게 되니 과연 생각할 점이 많았어.”

“싸부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보람이 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인체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것도 깨닫도록 할게요. 아낌없이 가르쳐 주세요~!

가르쳐 주고, 또 가르침을 배우니 이것이야말로 상부상조(相扶相助)라고 할 만했다. 우창은 조은령을 만난 인연에 감사했다. 경쾌(輕快)한 심성(心性)으로 신속(迅速)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이렇게 오행의 생극에 대한 시간들이 물처럼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