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제7장 명학의 기초공사/ 5.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육갑경(六甲經)

작성일
2017-01-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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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5.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육갑경(六甲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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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에 잠겼던 우창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건대, 결국은 지지도 천간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는가?”

“그렇게 봐도 큰 문제가 없겠네. 이 정도면 지장간(支藏干)의 구조에 대해서는 정리가 된 셈이군.”

“애 많이 쓰셨어. 이제 이러한 것을 바탕에 놓고 생각하면 되겠군. 참, 호랑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다음엔 토끼로군. 묘목(卯木)은 토끼라고 한단 거지?”

“맞아, 토끼는 호랑이 다음인데 특별히 왜 그 자리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뭔가 산뜻하게 느낌이 들어오지 않아서 아직도 생각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라네.”

“자네같이 박식한 사람이 잘 모르겠다면 나도 더 알려고 하지 않겠어.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에 영감(靈感)이 번쩍하고 떠오르면 그때 설명해 줘도 된다네.”

“사실 따지고 보면 동물들은 논리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네. 설명하면서 필요할 적에는 비유를 드는 용도로 언급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지 특별히 동물 자체만으로 연구할 것은 없다는 생각에 깊은 궁리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네.”

“그 말을 들어보니 대략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군. 「갑목편」의 화치승룡(火熾乘龍)으로 인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잖은가? 앞으로도 한 구절씩 공부하다가 보면 또 무슨 소식이 그 안에서 나올는지 상상이 안 되는군. 기대되네. 하하~!”

“그러니까 적천수에서는 동물이 나오면 그에 해당하는 지지를 말한다고만 이해하면 될 것이라는 점을 요점으로 정리하면 될 것 같군. 특히 지장간(支藏干)에 대한 것은 반드시 숙지해야만 나중에 꼬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강조하는 것이 좋겠어.”

“잘 알았네. 이제 뭔가 본격적으로 명학에 입문한 것으로 생각이 되는걸.”

“그런가? 다만 아직도 넘어야 할 큰 준령(峻嶺)이 하나 남았는데 어쩐다.....?”

“공부하는 사람이 준령이라고 해서 두려워하겠는가? 그것이 무엇이든 거침없이 타개해 나갈 것이니 염려 말고 방향만 잡아주면 되네.”

“그렇다면 말을 해 주겠네. 실은 앞으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이것에 대해서 해결을 보지 않으면 계속 막히는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두게나.”

“알았어. 그게 뭐야?”

“육갑(六甲).”

“육갑이라니? 육십갑자의 그 육갑 말인가? 그야 나도 알지.”

“주역의 대성괘(大成卦)는 64가지듯이 간지조합은 60가지잖은가?”

“그것참 재미있네. 대략 알고는 있었네만 정확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듣도록 하겠네. 어떻게 외우면 되나?”

“그렇게 한 바퀴 돌아가면 60년이 되는 것이란 말이지?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이야기니까 그냥 넘어가도 되겠군.”

“다만, 연만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월(月)도 육십개월(六十個月)을 단위로 반복하는 것이고, 일(日)도 육십일(六十日)을 단위로 계속 돌아가는 것이라네.”

“아, 그래? 그렇다면 시(時)도 육십시간(六十時間)을 주기(周期)로 순환한단 말인가?”

“당연하지. 하루는 12시진(時辰:24시간)이 되고, 이것이 5일이 되면 60시진이 되어서 다시 새로운 시진이 진행하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시진은 5일을 주기로 움직이고, 일진(日辰)은 60일을 주기로 움직이고, 월건(月建)은 5년을 주기로 움직이고, 태세(太歲)는 60년을 주기로 움직인단 말이 되는 건가?”

“좀 복잡한가?”

“언뜻 봐서는 복잡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별로 복잡할 것도 없는걸.”

“다행이군. 이렇게 각처에서 사용하는 육갑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하게 암기를 해야만 계산을 할 적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네.”

“그러니까 기문의 삼원은 육십갑자의 일진이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상원, 중원, 하원이 된다는 것이잖은가?”

“어느 사이에 그것도 연결을 시켰는가? 참 대단하군.”

“조금만 생각하면 뭔가 연결고리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았거든. 하하~!”

“그럼 덤으로 하나 더 알려주지.”

“무조건 대환영이지. 뭔가?”

“시진(時辰)이 한 바퀴 돌아가는 것을 일후(一候)라고 한다네. 즉 1후는 5일의 길이를 갖는 거지.”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 하긴 처음 듣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해야 하겠지만. 하하~!”

“가령, 입춘(立春)으로부터 5일간을 초후(初候)라고 하고, 다시 5일간을 중후(中侯)라고 하고, 마지막으로 5일을 말후(末候)라고 한다네.”

“그렇게 되면 모두 합해서 15일이 된다는 말이지?”

“그렇지. 이것을 일절기(一節氣)라 하고 이 기간을 입춘절(立春節)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입춘일부터 15일은 입춘절이라는 말이지?”

“맞아, 그다음은 다시 다음의 절기인 우수(雨水)가 되고, 다시 3후가 지나면 경칩(驚蟄)이 되는 거지. 이러한 것도 참고로 알아두면 좋겠군.”

“그렇다면 1년은 12개월이니 절기는 24절기가 되는 거로군. 맞나?”

“그렇다네.”

“각각의 이름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내친김에 그것마저 알려주게. 바로 외우도록 하겠네.”

“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자네의 머리에 쥐가 나는 것은 책임 못 지네~!”

“그야 염려 말게나. 하하~!

이렇게 다짐부터 받아 놓고서야 절기에 대해서 규칙적인 내용을 알려줬다. 지금 당장은 일단 외워놓고 다음에 이치는 풀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우창이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인월절입춘우수(寅月節立春雨水)


묘월절경칩춘분(卯月節驚蟄春分)


진월절청명곡우(辰月節淸明穀雨)


사월절입하소만(巳月節立夏小滿)


오월절망종하지(午月節芒種夏至)


미월절소서대서(未月節小暑大暑)


신월절입추처서(申月節立秋處暑)


유월절백로추분(酉月節白露秋分)


술월절한로상강(戌月節寒露霜降)


해월절입동소설(亥月節立冬小雪)


자월절대설동지(子月節大雪冬至)


축월절소한대한(丑月節小寒大寒)


 

“이것이 춘하추동(春夏秋冬)의 24절이라네. 앞의 절기는 절(節)이라고도 하고, 뒤의 절기는 기(氣)라고도 한다는 점은 덤으로 알아두고 무조건 외워놓게나. 나중에 매우 중요하게 쓰일 것이니.”

“이제야 제대로 자연을 공부하는 것 같군. 그동안은 술법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아무래도 심곡문의 분위기가 좀 그런가 보군.”

“맞아, 미래를 예측하고 예언하는 것에 대한 열망들이 많아서인지 당연히 역학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자네의 가르침을 받고 보니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

“자연의 이치부터 알아야 그 자연에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서도 유추(類推)를 할 기준이 생길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말일세. 뭔가 신통방통한 말에만 솔깃했었던 것 같기도 하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무미건조해 보이는 자연의 이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알지 않으면 다른 방향으로 전개를 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 봐도 철이 들었단 이야기야.”

“그래서 철을 알아야 절부지(節不知)를 면하는 거지. 하하~!”

“아, 철부지가 원래 절부지에서 나온 말이었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하하~!”

“말이 되는걸. 이제는 나도 철을 아는 사람이 된 건가?”

“당연하지. 축하하네. 하하~!”

우창은 다시 정리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말했다.

“그러니까, 하루 12시진(時辰:24시간)이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60시간이니 그것이 일후(一候)가 되고, 일후가 세 번을 지나면 일절기(一節氣)가 되고 그것이 두 번 모이면 일개월(一個月)이 된단 말이야.”

“옳지~! 적확(的確)하군.”

“다시, 12개월이 지나면 1년이 되고, 일 년이 60번 지나면 한 갑자가 된다는 말이지 않은가? 이렇게 정리하면 되는가?”

“맞아, 그것이 천도운행(天道運行)의 질서라네. 정확히 말하면, 천도의 운행이 지도(地道)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야 하겠군.”

“멋지네~! 그렇게 60진법(進法)으로 전개되는 시일월년(時日月年)의 구조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걸.”

“그런가? 난 여태 그것을 활용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 확실히 우창의 사고방식은 특이하기는 하네. 하하~!”

“그렇게 해서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모시(某時)에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간지(干支)로 뽑아서 길흉화복을 풀이한다는 말이지?”

“틀림없지. 그것을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한다네.”

“사주(四柱)라는 말은 기둥이 넷이란 뜻인가? 팔자는 글자의 수가 여덟 개라는 뜻이겠고?”

“맞는 말이지. 뭐 어려울 것도 없네. 태어난 연(年)의 간지를 연주(年柱)라고 하고, 월(月)의 간지를 월주라고 하고, 일(日)의 간지는 일주(一柱)가 되니 마지막으로 시(時)의 간지는 시주(時柱)가 되는 것뿐이라네.”

“그러니까 각각의 기둥마다 간지가 한 쌍이니까 넷이라서 팔자(八字)가 되는 것이로군, 그런데 단지 그것만으로 그 사람이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모든 것을 판단할 수가 있단 말인가?”

“맞아~!”

“그러니까 사주 안에서 일거수(一擧手) 일투족(一投足)이 다 나온다는 거잖아? 단지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단 말인가?”

“맞아. 그것을 인명(人命)이라고 한다네. 하하~!”

“오호, 천명(天命)과 지명(地命)의 사이에서 인명(人命)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통해서 한 인간의 삶을 보는 방법이라고 할 만하겠군.”

“그것을 일러서 삼명(三命)이라고 한다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서 이러한 이치에 접근해 보자고. 나도 겨우 문턱에서 기웃거리는 수준에 불과하니 자네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렌다네.”

고월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겸손의 말이라고는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우창은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사실 공부라는 것은 80세의 할아버지라도 3세의 손자에게 배울 것이 있다지 않은가. 그러니 서로 배운다는 의미로 탁마상성(琢磨相成)의 붕우지은(朋友之恩)의 공덕이란 더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라는 것은 알고 있는 우창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너무 많은 것을 배웠더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은걸. 오늘은 그만 쉬고 또 다음에 공부를 계속해야 하겠어. 그만 갈 테니 잘 쉬시게.”

“멀리 안 나가네. 잘 쉬게나~!”

“고월도 편안한 시간 보내시게~!”

이렇게 작별을 하고 처소로 돌아온 우창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차근차근 정리하지 않으면 모두가 엉망이 될 것 같았다. 역시 간지(干支)를 모두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군. 그래서 당분간 적천수를 공부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부터 익힌 다음에 고월을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오늘까지 배운 명학(命學)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간지(干支)에 대해서 얼마나 넓게 이해하고 또 얼마나 깊게 궁리하느냐에 따라서 해석하는 수준은 천양지차(天壤之差)라고 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었다. 누구나 간지의 이치를 안다고는 하겠지만 그것을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고, 광활(廣闊)한 인명(人命)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그 핵심은 결국 간지에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것은 참으로 천만다행이었다.

더구나 그 소중한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적천수(滴天髓)』를 만났다는 것은 하늘이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해도 되지 싶었다. 더구나 태산에서 기본적인 음양학을 이해하고 나서 다시 노산에서 오행학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도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어쭙잖게 나름대로 뭔가를 활용하다가 다시 판을 짜려면 오류가 발생할 것은 틀림없을 텐데 애초에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제대로 줄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를 일이기도 했다. 고맙게도 고월의 도움을 받아서 간지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를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서 핵심(核心)을 가슴에 아로새길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리고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간지의 조합(組合)인 육십갑자를 먼저 외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상대한다고 해도 결국 명학의 핵심은 육갑(六甲)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육갑을 외우는 것으로 기초공사를 마무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붓을 들어서 갑자부터 계해까지 열 번을 쓰면서 외웠다. 거의 절반은 외워진 것을 느끼면서 밝아오는 새벽의 빛이 문틈으로 새들어오는 것도 만났다. 밤을 새웠던 모양이다. 그래도 전혀 피곤한 줄을 몰랐다. 상쾌한 바람을 쐬려고 산책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