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제7장 명학의 기초공사/ 6. 천기(天氣)가 순환하는 사계절(四季節)

작성일
2017-01-0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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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6. 천기(天氣)가 순환하는 사계절(四季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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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바람처럼 지나갔지만, 우창은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사이에 절기(節氣)에 대해서 궁리를 하다가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자연의 이치인 24절기는 반드시 정확하게 알아둬야만 한다는 고월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비록 재미는 없더라도 잘 정리해 놓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서 또 혼란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천지인(天地人)의 모든 근본(根本)은 간지(干支)로 나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집중해야 할 것은 오로지 육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자들은 거기에서 거기인 간지(干支)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상황을 달리할 때마다 이보환형(移步換形)을 하고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걸음이 꼬여서 낭떠러지에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벌써 간지에 붙어 다니는 숫자가 한두 가지도 아닌데다가 지지는 또 지지대로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당연히 공부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기 때문이다.

모쪼록 공부는 서두르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스승님을 통해서 확실하게 깨달은 점이다. 그러니까 항아리에 갇힌 늙은 쥐가 구멍을 내는 것은 오직 한 곳만 집중해서 갉아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쥐는 설치류(齧齒類)라서 이빨이 계속 자라는 동물이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갉아서 닳도록 해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항아리에 구멍을 내는 것은 한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빨이 자라는 대로 계속해서 꾸준하게 갉아야 하는데 젊은 쥐는 갇힌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허둥지둥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늙은 쥐의 지혜를 학인은 배워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았었다.

‘인월(寅月)이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인(寅)을 보면 인생(人生)이 떠오른다. ‘인생어(人生於) 경인지방(庚寅之方)’이라는 글귀로 인해서였다. 사람의 삶은 인월부터 시작이 된다고 했다.

인월(寅月)은 입춘(立春)시각부터 경칩(驚蟄)시각까지이다. 입춘은 ‘봄이 섰다.’는 뜻이니까 봄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일 텐데 입춘은 아직도 차가운 추위가 여전히 눈바람을 날리고 있는 계절이다. 이미 봄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혹시 옛날에는 입춘이 되었을 적에 산천초목에 꽃이 피고 따스한 기운이 대지를 녹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입춘이 되어도 더 추워져서 사실은 겨울이 계속되는 것이라는 뜻일까? 이제 기후가 바뀌었다면 절기의 이름도 더 늦춰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이것은 한 개인이 바꿀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막강한 군주(君主)가 있어서 법령(法令)으로 반포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지 싶었다. 이렇게 절기에 대해서도 명료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부분을 접하게 되자 당연히 떠오르는 사람은 고월이었다.

“어이~! 잘 쉬셨는가? 오늘도 혼자서 정리나 하려나 싶어서 우창이 올 줄은 생각도 안 했는데 나왔군. 반갑네, 어서와.”

“고월, 잘 쉬셨나? 나를 보면 지겹지? 하하~!”

“원, 그럴 리가 있는가. 마냥 재미있을 뿐이라네. 들어가지.”

고월도 며칠간 우창을 못 봐서 궁금하던 차에 마침 찾아와 준 것이 반가웠다. 자리에 앉아서 막 끓기 시작한 물에 찻잎을 넣어서 뜨거운 차 한 잔을 만들어서 우창의 앞에 내밀었다.

“자, 차부터 한 잔 들고.”

“향기롭군. 노산의 차가 명품이라는 것은 틀림없군.”

잠시 두 사람은 차를 마시느라고 후루룩~소리만 작은 방안을 맴돌았다. 그 사이에도 우창은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했고, 그러는 사이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도 그동안 숨 가쁘게 공부한 내용에 대해서 차분하게 정리나 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인월(寅月)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보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데 혼자서는 그 연유(緣由)를 깨달을 방법이 없더란 말이야. 그래서 또 염치 불고하고 자네를 찾아왔지 뭔가.”

“그럴 만도 하군. 입춘의 계절이면 봄철인데 왜 따뜻하지 않고 겨울이냔 이거지?”

“아니, 내가 뭘 물으러 왔는지도 알고 있단 말인가?”

“그야 알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절기를 공부하다가 보면 인월의 추위가 도무지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거든. 물론 나도 그랬었단 이야기도 되고. 그래서 홀아비가 과부의 마음을 안다고 하더니만, 직접 겪어보니 알게 된 것이지 뭘. 하하~!”

“그런 것이었군. 내 생각에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 기후에 변화가 생긴 까닭이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이러한 것을 누구나 체감으로 알고 있었을 텐데도 왜 고치지 않았느냐는 것이네.”

“어허~! 이미 생각을 많이 해 봤구나. 하하~!”

우창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고월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연의 순환에 대한 법칙이 절기라고 한다면 당연히 현재 상황에 맞도록 한 달을 뒤로 늦춘다거나 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네. 안 그런가?”

“하하~! 언뜻 생각하면 자네의 말도 매우 일리가 있고 타당성까지 있다고 하겠지. 아마도 처음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네.”

“그런데 왜?”

“황도(黃道)의 이치에 따라서 정해진 규칙이라서 그렇다네. 그리고 그 규칙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기 때문에 모두 군말이 없이 따르는 것이기도 하지. 처음에는 좀 이상해도 이치를 알고 나면 수긍하게 될 것이네. 하하~!”

“그렇다면 어서 그 이치를 설명해 주게나. 그런데 황도(黃道)는 무엇인가? 흑도(黑道)나 백도(白道)는 들어봤지만 ‘누런길’이라니 처음 듣는 말인데?”

“천문학(天文學)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네. 아직 천문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았으니 생소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

“아니, 천문학은 하늘의 별자리를 연구하는 것이잖은가? 난 그러한 것에는 관심이 없는 걸.”

“관심이 있고 말고는 개인의 사정이지만 절기에 대해서 이해를 하려면 다른 것은 몰라도 황도는 알아야 할 텐데 어쩐다.”

“꼭 알아야 한다면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점성술(占星術)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니 최소한으로만 설명을 해 주게.”

“하하하~!”

“왜 웃는가?”

“자네의 말이 하도 귀여워서~! 하하하~!”

“무슨 뜻인가?”

“점성술(占星術)과 간지학(干支學)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박한 자네의 마음이 귀엽지 않은가 말이네. 하하~!”

“그럼 서로 같다는 말인가?”

“아니, 며칠 전에만 해도 천도(天道)와 지도(地道)를 논했는데 오늘 천도(天道)는 필요 없으니 지도(地道)만 배우겠다는 말이 얼마나 천진하냔 말이지. 안 그런가?”

“천문학과 천도가 서로 같은 것이었나? 내 생각에는 천간(天干)이 천도인 줄만 알았는데?”

“물론 천간도 천도이지만, 천문학(天文學)도 천도라네. 그리고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이 모두 천도의 이치에 따라서 운행하는 것인데 학자가 무엇은 좋아하고 무엇은 싫어하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다지만 그래도 하나의 학문을 위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해야만 원활하게 깨달을 수가 있는 것도 있다네. 따지고 보면 이 땅도 우주의 질서 안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별인데 어찌 천문학에 대해서 기본적인 이치도 모른대서야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하겠느냔 말이네. 하하~!”

“아, 이제야 자네가 왜 웃는지를 알겠네. 이것과 저것을 선별하는 안목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데도 장애가 발생한다고 보면 되겠군.”

“그렇다면 황도의 이치에 대해서 좀 들어 보려는가?”

“당연하지. 하하~! 미안하네. 옹졸한 생각을 해서.”

우창의 겸연쩍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다 공부하는 과정이 아니겠냐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창은 이렇게 소탈한 고월의 모습이 편안하고 마음에 들었다.

“황도(黃道)는 이 땅인 지구가 태양(太陽)을 따라서 도는 길이라네.”

“이 땅을 지구라고 하는 건가? 구(球)는 공과 같이 둥근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땅이 둥근 것인지는 알아볼 수가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봐서 땅이 둥글다는 것을 고인들이 밝혀냈다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천원지방(天圓地方)이지 않은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가 난 것이라고는 들어봤지만 땅이 둥글다는 것은 금시초문(今始初聞)이로군.”

“그래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라네. 자네는 땅이 네모났다는 말을 믿는단 말인가? 그 끝에 가면 거대한 낭떠러지가 있어서 돌아올 수가 없다는 것도 믿겠군?”

“당연하지 않은 거였나? 난 그런 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서야 왜 방(方)이라고 했겠느냔 말이네.”

“아, 지방(地方)이라는 이름으로 인해서 그렇게 생각했더란 말이군. 왜 방은 사방이라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봤어?”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별다른 생각이 없이 그렇겠거니 했을 뿐이네. 그게 아니었다는 말인가?”

“달은 그 형상이 어떻던가?”

“그야 말해서 뭘 하겠는가. 동그랗게 생겼지.”

“태양은 어떻게 생겼던가?”

“물론 태양도 동그랗게 생겼지 그건 왜 묻나? 설마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닐 테니 무슨 멋진 가르침을 줄 요량이 분명하군. 어서 말해 주게나.”

“태양도 구체(球體)이고, 달도 구체라면 이 땅도 당연히 구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은 어떤가?”

“그건..... 그럴싸하네. 일리가 있군. 그렇지만 땅이 네모로 생겼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지가 난감하네.”

“방(方)은 네모라는 것도 선입견이라네.”

“그럼 어떻게 봐야 하나?”

“팔방(八方)은 어떤가?”

“어?”

“백방(百方)은 어떤가?”

“그건....”

“결국 네모라는 생각은 후인들이 고인의 지혜를 우습게 보고 미개인(未開人)으로 취급한 소치(所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이라네. 하하~!”

“그런 거였나?”

“물론이지. 간지(干支)를 만들고 팔괘(八卦)를 만든 고인의 지혜가 하늘을 보면서 그 정도도 몰랐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무지한 후인의 결과물일 따름이라네.”

“그래도.....”

“그럼 왜 하필 지방(地方)이라고 했느냐는 말이 걸리는 건가?”

“맞아~! 왜 지원(地圓)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고 싶었네.”

“그렇게 말하면 천원(天圓)과 식별이 안 되니까 혼란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땅이 둥글다는 이치를 무지몽매(無知蒙昧)한 평민(平民)들에게 말을 한들 이해를 할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

“그렇다면?”

“방(方)은 동남서북(東南西北)이 있다는 의미라네. 그리고 울퉁불퉁하여 고르지 않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여러 의미에서 사용한 글자를 무지한 후대의 사람이 네모라는 말을 씀으로 해서 고인들의 지혜를 뭉뚱그려서 미개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니 이러한 것을 식민사관(植民史觀)이라고 한다네. 즉 침략을 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수준이 우월하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한 음모(陰謀)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라네.”

“고월의 설명을 듣고 나니까 이해가 되네. 오늘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날이로군. 하하~!”

“이 땅이 지구가 되고, 지구가 태양을 따라서 돌아가는 것이 황도라네. 더 오래전에 고인들은 태양이 지구를 따라서 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네. 그때는 적도(赤道)가 있었지. 즉 태양이 지구의 중심으로 지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 시기를 절기에서는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으로 나눠서 표시했다네.”

“와~! 천문에 대해서도 공부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로구나. 흥미가 진진하군.”

“재미있어 할 줄 알았네. 그래가면서 식견(識見)을 조금씩 넓혀가면 된다네. 하하~!”

“그렇다면 달이 지구를 따라 도는 길도 있나?”

“물론이지, 그 길은 백도(白道)라고 한다네.”

“정말 고월은 모르는 것이 없군. 놀라워.”

“쓸데없는 것만 수두룩하게 알고 있으니 언제라도 물으면 답을 해 드리지. 하하~!”

“지구가 있다면 천구(天球)도 있겠네?”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러한 것을 연구하려면 천문학으로 가는 길이 있다네. 하늘의 일월성신이 운행하는 법도(法度)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선기옥형(璇璣玉衡)이 필요한데. 혼천의(渾天儀)라고도 하지.”

“에구~! 머리가 아파질까 걱정이네. 그런데 왜 지구가 태양을 따라서 돌아가는 길을 황도라고 하지?”

“땅은 오행이 뭔가?”

“그야 토(土)가 아닌가?”

“토의 색은 무엇인가?”

“토는 중앙(中央)의 황색(黃色)이잖은가? 그야 오행의 영역이니까 당연히 알고 있지.”

“그렇다면 땅덩어리가 가는 길은 무슨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토가 중앙의 황색이므로 황도라고 하는 것이란 말인가? 언뜻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참, 모르는 것이 없군. 그럼 흑도(黑道)도 있는가?”

“왜 없겠는가만 지금은 황도에 대해서나 제대로 이해를 해야 하지 않겠나? 보따리만 풀어놓고 수습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군.”

“아, 미안. 내가 한 번 궁금증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가 없이 확대되는 병이 있는 모양이네. 하하~!”

“황도를 따라서 태양이 순환하는데 360여 일이 걸리는 거라네.”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걸? 태양은 매일 한 바퀴씩 도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돌면서 계속해서 천구(天球)를 순환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지구가 천구를 따라서 운행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그것은 관찰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지구를 위주로 해서 이해하면 되는 것이네.”

“그렇다면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서는 태양의 관점으로 지구를 볼 수도 있다는 말인가?”

“당연하지 않은가? 우창의 관점으로 나를 보는 것과 내 관점으로 우창을 보는 것이 관찰자는 다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은 같다고 봐도 되지 않겠는가 말이지.”

“아, 그렇군. 새벽에 태양이 떠오른다는 이치로 본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태양이 움직인다고 하는 관점이니 천동설(天動說)이라고 한다네. 그리고 지구가 움직인다고 하는 관점은 지동설(地動說)이라고 하는데. 듣자니 서역(西域)의 어느 천문학자가 지동설을 거론했다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더군. 그러니 괜히 위험한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천동설로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알아두게나. 하하~!”

“난 내가 주체이니 나의 관점으로 보고 이해하려네. 그러니까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에 1년이 걸린단 말이군.”

“그렇다네. 그렇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네 군데의 지점을 통과할 적에 해당하는 기준점이 필요해서 표시해 둔 것이 이지(二至)와 이분(二分)이라네.”

“그게 뭔가?”

“동지(冬至)와 하지(夏至)가 있고,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이 있지.”

“아, 그것이 춘하추동(春夏秋冬)이란 말인가? 뭔가 묘하게도 각자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이치들이 어딘가에서는 서로 만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구나.”

“그런데 아직도 인월(寅月)의 추위에 대해서는 전혀 해결을 보지 못했으니 어쩌나? 하하~!

“맞아, 천문도(天文圖)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궁금한 것은 이야기도 못 듣지 않았는가? 어서 설명을 해 주게 왜 겨울인데 봄이라고 하는지를.”

“간단히 말하면 기질(氣質)의 차이라네.”

“기질이라면 기운과 물질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맞아, 인월(寅月)이 되면 기운은 이미 봄의 기운인데 지상(地上)에서는 아직도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간단하지. 그래서 주역에서는 인월을 일러서 삼양개태(三陽開泰)라고 한다네.”

“삼양개태?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주역이라는 말에 혹 배운 것이 나올까 싶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우창이 반색을 했다.

“주역의 64괘 중에서 인월(寅月)에 적합한 괘를 정해 놨는데 그것은 바로 지천태(地天泰䷊)라는 이름이거든. 그래서 개태(開泰)라고 하는 거야. 입춘이 되면 대문에 써 붙이는 글귀를 기억하는가?”

“그야,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 아닌가?”

“그중에서 건양(建陽)이라는 것이 바로 삼양(三陽)을 의미하는 것이라네.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역학이고 명학이라네.”

“그런데 왜 삼양(三陽)이라고 하는가? 삼양이면 이양(二陽)도 있고, 일양(一陽)도 있어야 할 텐데 말이지. 안 그런가?”

“당연하지. 자월(子月)은 일양(一陽)이므로 지뢰복(地雷復䷗)으로 나타낸다네. 아직은 맹추위에 연일 얼어붙어서 얼어 죽을 지경인데 이미 양이 하나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네. 얼마나 대단한 통찰력인지를 알고서 소름이 돋았었지. 하하~!”

“그렇다면 축월은 이양(二陽)이겠군? 이양이면 아래의 하괘에 두 효가 양이라는 말일 테고, 그렇다면 지산겸(地山謙䷒)이 되겠군. 물론 겸이라는 뜻은 모르지만 두 괘의 겹치는 이치는 짐작이 되는걸.”

“맞는 이야기야.”

“계절과 주역과 간지가 서로 어우러져 돌아가는 것이 마치 거대한 기계장치가 호리(毫釐)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걸. 대단한 가르침이네.”

“여하튼 그렇게 해서 인월(寅月)이 되면 땅 속은 이미 봄이 온다는 말인가? 상괘(上卦)는 아직도 음기가 가득한데 하괘는 이미 양기로 넘쳐난다고 해석을 할 수가 있는 것이 지천태로 보여서 말이네.”

“그렇지. 그러니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야. 아직도 음지에는 눈이 그냥 쌓여 있는데, 땅 속을 파보면 이미 봄에 대한 기운을 초목은 느끼고서 움트고 있다는 것이지. 이것이 자연인 것을 인간의 눈과 몸으로 판단한 것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보는 것이라네.”

“과연~!”

“이제 조금 이해가 되었는가? 아직도 입춘(立春)의 이름에 의혹이 남았는가?”

“아니네. 다 이해가 되었어. 이렇게 와서 묻지 않았더라면 하루 종일 혼자서 끙끙대고 있었을 뻔했잖은가. 그럼 이만 가서 또 궁리하고 올 테니 잘 계시게나.”

“멀리 안 나가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