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 제7장 명학의 기초공사/ 4. 항상 복잡한 지지의 토(土)
작성일
2017-01-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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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4. 항상 복잡한 지지의 토(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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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겨우 자오묘유와 인신사해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것을 본 고월은 다음 단계인 진술축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야 할 단계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무엇보다도 기초가 부족한 우창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것인지가 걱정이었다.
그런 속도 모르는 우창은 새로운 공부를 할수록 더욱 흥미가 커지는지라 다음 공부에 대해서만 마음이 가 있으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하튼 최대한 쉽게 이해를 할 방법으로 설명을 해 보자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다.
“자오묘유와 인신사해에 대해서는 대략 정리가 된 것 같으니 이제는 더욱 복잡한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 주겠네.”
“복잡하다고 하니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준비가 끝났으니 어서 설명을 해 봐. 아마도 지지의 나머지 이야기를 해 줄 참인가 본데?”
“맞아, 우선 땅은 네 가지의 서로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부터 설명을 해줄 테니 잘 듣게.”
“어차피 지지(地支)라고 한다면 모두가 땅일 텐데 또 별도의 땅이 있다는 말을 하는 건가? 앞에서 배운 여덟 가지 지지는 땅이 아니란 뜻인가?”
“아,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앞의 여덟 가지도 땅이긴 하지. 그런데 땅 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겠군. 땅에는 나무도 있고 돌도 있고 물도 있지 않은가?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땅. 즉 토양(土壤)의 이야기라네.”
“천간의 열 글자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란 거지?”
“제대로 정리를 하는 군. 물론 천간이라고 해서 반드시 하늘에 대한 사정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은 그렇게 이해를 해도 무방하지. 다만 무토(戊土)는 하늘이지만 기토(己土)는 토양이니까 모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란 말이네.”
“어디서 듣기로는 무(戊)는 산(山)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보통은 그렇게도 하지만 그것은 풍수학(風水學)에서 나온 개념이라네. 명학에서는 그렇게 논하는 법은 없지. 처음 개념을 잘못 잡으면 계속해서 꼬이는 관점이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해를 잘해야 한다네.”
“맞는 말이야. 천간에 대한 설명은 해 주지 않고, 지지를 설명하는 바람에 계속해서 뭔가 건너뛴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학문적인 흐름에 대한 감각은 확실히 탁월하군. 그러나 때론 뒤의 순서를 먼저 알아야 더 편할 수도 있는 법이니 너무 완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도 그것을 말해 주고 싶지만 이것부터 정리를 해 놓고 나면 천간의 이해를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으로 생각되어서 방향을 바꾼 것이란 말이야.”
“그런가? 왜 굳이 그래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걸.”
“가령 장안을 간다고 했을 적에 지금 통과하고 있는 곳을 알아야 할까? 아니면 미리 장안에 대한 사정을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을까?”
“그야 목적지에 대한 대략의 정보를 알고 간다면 오히려 막연한 불안감은 없을 것 같은데?”
“맞아, 그래서 다소 뒤바뀐 감은 있으나 지지에 대해서 정리를 하면 천간을 공부할 적에 더 편리한 점이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지지보다 천간이 주도적(主導的)이라는 의미인가?”
“물론~!”
“그러니까 주변을 정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이로군? 괜찮은데. 하하~!”
“듣는 우창도 힘들겠지만 말하는 나도 힘들다네. 하하~!”
“당연한 일이 아닌가? 나는 듣기만 하면 되지만 고월은 이치를 생각해야 하고, 그것을 말해야 하고, 또 듣고 있는 내가 이해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하니 힘이 세 배로 들지 하하~!”
“알긴 아는구나. 그나마 다행이군. 하하~!”
“알고말고. 그러니 여하튼 아주 쉽고 간결하게만 설명을 부탁하네.”
“자, 이제부터는 땅에 대한 명상(瞑想)을 해 보자고. 여기에 땅이 있다고 생각하게. 초원이야. 풀이 바람에 한들거리고, 바닥은 촉촉한 습기도 있지. 이러한 땅이라면 만물이 살기에 어떨까?”
“느낌만으로도 확~ 와닿는군. 당연히 살기 좋은 땅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특히 초목(草木)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겠는걸.”
“맞았어~! 이러한 환경을 만나거든 진토(辰土)와 닮았다고 생각하란 말이야.”
“닮은 것은 똑같은 것과는 다른 거겠지?
“같은 것으로 봐도 되겠지만 근접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류를 줄인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러니까 진토는 토양이기는 하지만 습기가 있고 풀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는 말이지? 그 말은 또 그렇지 못한 환경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걸.”
“하여튼 눈치 빠르기는. 하하~!”
“진토는 인신사해처럼 다른 성분이 모여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닐 리가. 당연히 다른 성분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말하려던 참인데 그냥 섞여 있는 것만이 아니라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니까 머릿속도 뒤엉키는 것 같아서 정리하는 거야.”
“우선 공식부터 알려주고 이야기 해봐.”
“진계을무삼이오(辰癸乙戊三二五)~!”
“아, 그게 공식인가? 보자, 진토(辰土)에는 계을무가 3, 2, 5만큼의 비율로 있다는 말인가? 참 복잡하긴 하네. 셋이나 들어있단 말이잖은가?”
“이게 진토(辰土)에 대한 구결(口訣)이라네. 외우라고.”
“진(辰)은 계수(癸水)가 있네? 그러니까 습하다고 했구나.”
“하하~! 맞아. 그래서라네.”
“또 을목(乙木)이 있으니 초원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는군.”
“을(乙)을 반드시 초목(草木)이라고 할 필요는 없고 다른 경우로 대입해야 할 상황이 더 많을 것이지만 일단 그렇게 정리하는 것으로는 무리가 없다고 보겠군.”
“그렇지만 가장 높은 비율의 무토(戊土)를 본다면 토양은 토양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가장 많은 무(戊)가 어머니이고, 계(癸)와 을(乙)은 잉태한 태아라는 말인가? 이것은 마치 쌍둥이를 잉태한 것이라고 해도 되겠는걸.”
“어? 그렇게 해석해도 되나? 참 기발한 생각이군.”
“앞에서 배운 인신사해를 그대로 적용시킨 건데 뭘. 기발하다고까지 할 것은 아니라고 보네. 그냥 보통이라고 봐야지.”
“내가 이미 임신을 한 것으로 보는 지지(地支)는 인신사해의 넷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랬었지. 그렇지만 진술축미에도 또한 같은 천간이 들어있는 것으로 봐서 당연히 이 경우에도 잉태한 것으로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네. 그러니까 진(辰)은 해(亥)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봐야 하겠군. 해의 임갑(壬甲)과 진의 계을(癸乙)은 서로 음양이 다를 뿐이고 오행은 같으니까 말이지.”
“여하튼 어떻게라도 교묘하게 연결해서 말을 만드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
“또 뭔가 엉뚱한 발상을 한 모양이군. 그렇지?”
“그렇긴 한데, 그러한 생각은 일반적으로 명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것이거든. 그래서 내심 대단히 창의적인 우창의 궁리에 감탄을 하는 것이지 뭔가. 하하~!”
“그렇다면 이것도 말이 된다는 뜻이야?”
“불가(不可)~!”
“그럼 뭔가? 어서 설명을 해 봐.”
“사실 진술축미는 조모(祖母)라고 비유를 들 수가 있다네. 그러니까 그 속에 든 천간은 자식이 아니라 손자, 손녀라고 할 수가 있겠군.”
“아, 그런가? 그렇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헛다리를 짚었다고 해야 할 모양이군. 몇 글자 되지도 않는데 복잡하기는 하구나.”
“이것이 다가 아니란 것이 더 머리 아픈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런 정도로 정리하고 다음 기회에 또 상세한 설명을 할 때가 올 것이네.”
“우선 진(辰)을 보면 계을무가 3, 2, 5의 비율로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네. 내가 잘 이해를 한 것이지?”
“당연하지. 이해를 잘 했군. 그리고 또 하나의 알아야 할 사항이 있네.”
“또? 그건 뭐지?”
“진술축미는 저마다 어느 한 오행을 저장해 두는 창고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을 해야 해서 말이야. 이것을 고지(庫支)라고 한다는 것도.”
“창고(倉庫)는 무엇인가를 보관해 두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면 진술축미(辰戌丑未)에는 뭔가 하나씩 보관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단 말이군?”
“맞아, 그러니까 진토(辰土)는 수(水)의 창고라고 하는 이름을 붙여 두는 것이네. 물을 담아놓은 물통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수(水)의 창고라면 물을 보관해 놓은 것을 의미한단 말인가?”
“그게 좀.... 사실 수(水)가 의미하는 것이 물만은 아니거든. 진(辰)에 포함된 계(癸)가 바로 창고에 저장된 천간이니까 물이라고 보면 물 창고가 되고, 씨앗이라고 보면 곡식창고가 되고 얼음을 넣어놓으면 석빙고(石氷庫)가 되니 상황에 따라 다르단 말이야.”
“그런데 계(癸)의 창고라면, 을(乙)은 왜 그곳에 같이 있는 것인가?
“그야 할머니 댁에 잠시 쉬러 온 손자라고 이해를 하게. 창고에서 잠시 쉰다고 생각을 하란 말이야. 물론 겉으로 봐서는 그냥 창고에 같이 들어있다고 해도 상관은 없어.”
“그럼 속 편하게 둘이 들어있는 것으로 하고, 비율이 높은 계(癸)가 원래 창고에 든 것이고, 비율이 낮은 을(乙)은 창고의 한편에 기거(寄居)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나?”
“그럴싸한걸. 그렇게 정리하게.”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뭉뚱그려서 한마디로 한 것이 습토(濕土)라는 말로 대신한다는 것이지?”
“맞아.”
“일리가 있네. 그렇다면 다른 토(土)에 대해서도 같은 구조라고 이해하면 되겠는걸. 그런가?”
“조건은 달라도 구조는 같으니까.”
그러면서 고월은 진술축미의 구결을 외웠다.
辰癸乙戊三二五(진계을무삼이오)
戌丁辛戊三二五(술정신무삼이오)
丑辛癸己三二五(축신계기삼이오)
未乙丁己三二五(미을정기삼이오)
이렇게 읊조린 고월이 말했다.
“이것만 외우면 인원용사에 대한 공부를 다 한 것이야.”
“그렇다면 술토(戌土)는 정신무(丁辛戊)이니까, 정(丁)은 3할, 신(辛)은 2할, 무(戊)는 5할이란 뜻이겠고, 축토(丑土)는 신(辛)이 3할, 계(癸)가 2할, 기(己)가 5할이고, 미토(未土)는 을(乙)이 3할, 정(丁)이 2할, 기(己)가 5할이 된다는 이야기로군. 맞는가?”
“당연히 그 이야기네, 그대로만 외우면 되겠네. 이제 난관(難關)을 하나 돌파했다고 봐도 되겠네. 하하~!”
“그렇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는 말 해 주지 않을 요량은 아니겠지?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냥 넘어간다면 우창이라고 할 수가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하하~!”
“진(辰)은 수고(水庫)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술(戌)은 무슨 창고라고 하는가?”
“화고(火庫)라네. 그 안에는 불의 씨앗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랬다가 불이 필요하면 가져다가 사용하면 되겠지.”
“불이 언제 필요하단 말인가?”
“그야 밥을 짓거나, 추위를 녹이거나, 초목을 성장하는데도 모두 필요할 테니까 잘 보관해 둬야겠지?”
“축(丑)은?”
“금고(金庫)라네.”
“오호~! 매우 좋은 것이로군. 돈을 넣어두는 창고라는 뜻이 아닌가?”
“그야 경우에 따라서지.”
“무슨 말인가?”
“경우에 따라 돈이나 금은보화를 넣어 둘 수도 있고, 돌덩어리를 넣어둘 수도 있지. 그것들 모두 금(金)에 해당하는 것이니.”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는 금고가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석고(石庫)가 된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는가?”
“참 안타깝군. 궁금한 것은 대제학(大提學)의 수준인데, 수용할 머리는 생원(生員)의 머리에 불과하니. 쯧쯧~!”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하~!”
“오행에서 금(金)이 필요하면 황금고(黃金庫)가 되는 것이고, 금이 필요 없으면 폐석고(廢石庫)가 될 테니 같은 금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저마다 타고난 운명에서 그 오행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라네.”
“와, 그런 것을 안다면 참으로 재미있겠는걸~!”
“그래서 용사(用事)라고 하는 것이라네. 쓰이는 용도에 따라서 하는 일은 달리 정해진다는 이야기인 셈이지.”
“아하, 이제야 왜 용사라는 말을 쓰게 되는지 알겠군. 그러고 보니 참으로 적절한 말이 용사라는 글자네.”
“그러니까 토(土)는 창고에 해당한다는 의미로군. 그런가?”
“어떤가? 역시 지지(地支)는 상당히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지?”
“뭐, 그 정도야 복잡하다고 할 것도 없지. 하루만 지나면 모두 정리가 될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미(未)는 목고(木庫)라고 한다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을 다시 확인하면, 목이 소중한 경우에는 저장된 것이 값비싼 원목이 될 것이고, 쓸모가 없는 경우에는 잡초가 저장될 뿐이지. 이치는 같다고 보면 되네.”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어서 이해하는 것에는 어렵지 않은 우창이었다. 다만 복잡한 것은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