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제7장 명학의 기초공사/ 3. 지장간(支藏干)의 공식(公式)

작성일
2017-01-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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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3. 지장간(支藏干)의 공식(公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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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월이 알려준 대로 자오묘유(子午卯酉)를 되뇌면서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창을 바라보면서 그만하면 풀이를 해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두고두고 또 되새김질해야 할 기본 공식이니까 천천히 소화 시키도록 하게.”

“알았네. 근데 자오묘유가 왜 10인가?”

“당연히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우창의 성정으로 봐서 그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면 수용불가(受容不可)일 테니까.”

“10은 십할(十割)이라는 말이겠지? 그것은 온전히 하나라는 의미이기도 할 테고. 무슨 뜻이 있기에 그런 공식이 생겼지?”

“잘 들어봐. 자(子)의 지지는 계(癸)가 땅으로 내려와서 포함된 것이라네.”

“그렇겠지. 천지는 서로 교류를 하면서 상호유지가 되는 것일 테니까.”

“글자는 다르나 본질은 서로 같은 것이기 때문에 써놓기는 자(子)라고 써놓고 읽기는 계(癸)라고 읽는단 이야기지.”

“구태여 그렇게 복잡한 공식을 만들어서 공부하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해야 할 이유가 뭐지?”

“그럴 이유가 있으니까.”

“내 말이 그 말이네. 그 이유가 뭐냔 말이지.”

“천지교구(天地交媾)라네. 천간과 지지는 서로 만나서 사귀고 싸우고 정을 나누고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항상 발생하게 된다는 이야기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땅은 진창이 되었다가, 또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으면 이번에는 가뭄이 되어서 땅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기도 하지.”

“뭔가 점점 복잡해진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걸.”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벌써? 하하~!”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말이야.”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야. 자(子)는 계(癸)와 같고, 오(午)는 정(丁)과 같고, 묘(卯)는 을(乙)과 같고, 유(酉)는 신(辛)과 같은 것이라고만 알아두면 되는 것이니까.”

“오호, 지지와 천간이 짝을 이뤘군. 그것참, 묘한데?”

“맞아, 그리고 모두 음에 속하는 것이라고 기억해 두게.”

“음(陰)?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말인가?”

“예전에 간단한 간지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자오(子午)는 양(陽)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말이네. 자인진오신술(子寅辰午申戌)은 양지(陽支)이고, 축묘사미유해(丑卯巳未酉亥)는 음지(陰支)라고 들어서 그렇게 외우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것이 잘못되었단 말이잖아?”

“에구~! 참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만 잔뜩 들었구나. 쯧쯧~!”

“내가 뭘 잘못 배운 거지?”

“그게 아니라, 그것과 이것은 서로 사용할 곳이 다르단 말이지. 밥을 할 쌀은 밥쌀이라고 하고 떡을 할 쌀은 떡살이라고 하듯이 같은 지지(地支)라도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음양이 달라진단 말이야.”

“이미 그러한 것은 알고 있으니 상관없네, 오늘 자네가 알려주는 대로만 열심히 공부할 테니까. 나름대로 갑기자오를 통해서 간지는 무엇으로도 바뀔 수가 있다는 정도를 깨달았단 말이야. 하하~! 뭐 그래봐야 숫자와 음양이 바뀌는 것뿐인데 뭘. 하하~!”

“이렇게 말하는 것을 「인원용사(人元用事)」라고 한다네. 그러니까 인원용사의 방법에서는 이렇게 적용한다고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지.”

“인원이라고 했나? 그렇다면 건원(乾元)과 곤원(坤元)에 이어서 인원(人元)이란 말인가? 진작에 알려줬어야지. 이제야 구색을 갖췄군. 삼원(三元)이라고 하면서 왜 둘뿐인가 했었잖아.”

“하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 구색이 맞춰져서 천만다행이네.”

“아무렴~! 근데 인원은 알겠는데 용사(用事)는 무슨 뜻인가?”

“일할 적에 사용한다는 뜻이야.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용하는 것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지. 앞으로 용(用)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모두 쓴다는 의미로만 알아두면 큰 문제는 없을 거네.”

“그렇다면 건원용사(乾元用事)나 곤원용사(坤元用事)는 없는가? 물론 천원용사(天元用事)나 지원용사(地元用事)라도 해도 상관이 없을 테고.”

“우창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왜? 인원용사가 있다면 천원도 지원도 용사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균형이 맞을 것 같은데, 아닌가?”

“뭐? 하하하~! 참으로 기발한 생각이기는 하군.”

“기발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지 않은가?”

“여하튼 못 말리는 우창이로군. 하하~!”

우창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이야기였지만 선입견이 없이 수용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받은 고월이었다. 자신은 그런 것도 생각을 해 볼 겨를이 없이 운산의 가르침대로 부지런히 외우느라고 정신이 없었을 뿐, 이렇게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비교가 되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 생각한 것인가?”

“당연하지. 하늘과 땅을 어떻게 부린단 말인가? 하하하~!”

“하늘을 어떻게 부리느냐고? 아니, 제갈량은 동남풍을 불러왔지 않은가?”

“아, 그런 일이 있었던가? 그것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네. 하하~! 그럼 땅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가?”

고월은 호기심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려니 궁금한 마음도 있어서였다.

“땅을 부리는 것은 축지법(縮地法)이 아닌가? 그런 것도 모른단 말인가?”

“이야~! 정말 잘도 끌어다 붙이는구나. 감탄이군! 듣고 보니 전혀 반박을 할 방법이 없는걸. 하하하~!”

“내 말이~! 당연히 천원용사, 지원용사, 인원용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 아니냔 말이지.”

재미로 이야기를 듣는 고월과 진지해도 너무나 진지한 우창의 대화는 묘하게도 음양의 이치에도 맞는 것으로 보였다. 둘이 너무 진지하거나 또 너무 재미로만 한다면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웃고 놀리던 고월이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이 학문이 무엇에 대한 것이지?”

“그야 명학(命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명학은 천명학(天命學)인가? 지명학(地命學)인가? 아니면 인명학(人命學)인가? 이것부터 정의를 내리고 시작해야 하겠단 말이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하늘에 운명이 어디 있고, 땅에는 또 운명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로지 목숨이든 운명이든 그것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니 잠시 태어나서 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니 천지(天地)와는 또 다른 존재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래서 천명학이나 지명학은 없는 것이란 말인가?”

“당연한 말을 고월이 왜 하는지를 모르겠군.”

“그래서 명학에서는 천원용사니 지원용사를 논하지 않는 것이라네. 다만 그러한 것을 논하는 학문은 있지.”

“그래? 그것은 또 어떤 학문이지?”

“간단하게 말해서, 기문둔갑(奇門遁甲)은 천원용사라고 할 수가 있고, 풍수지리(風水地理)는 지원용사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리고 술법들은 그러한 것을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다만 명학은 그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르다는 거지.”

“아하~! 인원용사는 그럼 그들의 학문에서는 논하지 않는단 말이겠군. 그런가?”

“아마도 그럴 것이네. 난들 다 안다고 할 수가 없으니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아네.”

“알았어. 자네를 머리 아프게 해서 미안하군. 그래도 궁금한 것은 참을 수가 없어서 자꾸만 질문하게 되니 이해하시게. 하하~!”

“말도 마셔.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자네의 기발한 질문 때문에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잘못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니까. 여하튼 나는 참으로 재미있다는 걸 분명히 말해 줌세. 하하~!”

“그렇다면 천만다행이지. 그럼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언제라도 무슨 생각이든 일어나면 바로 질문할 참이네. 하하~!”

“그렇게 하셔. 여하튼 이렇게 해서 인원용사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었단 말이지?”

“되고 말고지. 자오묘유가 음지라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네. 다음은 뭐지? 인신사해삼칠인가?”

“맞아~!”

“같은 지지인데 이들은 나누어지는 모양이지? 삼칠(三七)이라니 말일세.”

“조금 복잡하니까 잘 들어야 할 거네.”

“이미 준비완료라네. 말하시게.”

“인병갑삼칠(寅丙甲三七).”

“뭐지? 그러니까 인목(寅木)에는 병화(丙火)가 3할, 갑목(甲木)이 7할이란 말인가?”

“제대로 이해를 했군. 맞아.”

“그러니까 하나에 두 가지의 천간이 들어있단 말인가?”

“그렇지.”

“이것을 외우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의미를 모르겠는걸?”

“나도 그래서 이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데 이해를 위해서는 안 할 수도 없어서 이야기를 꺼냈던 거야.”

“당연히 넘어야 할 산이라면 넘어야 하고, 건너야 할 강이라면 건너야지. 매도 미리 맞는 놈이 낫다지 않은가? 하하~!”

“그럼 설명할 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봐.”

“이미 정신은 말똥말똥하다네. 어서 진리의 보따리를 활짝 풀어 보시게.”

“인목(寅木)은 임신(姙娠)한 여인에 비유한다네. 그러니까 갑(甲)은 여인이고 병(丙)은 태아(胎兒)라고 보는 거지.”

“그래? 지지(地支)는 임신도 한다는 이야기야?”

“열두 개의 지지 중에서 인신사해가 이에 해당하지. 구결(口訣)로 말해 주겠네.”

 

寅丙甲三七 (인병갑삼칠)


申壬庚三七 (신임경삼칠)


巳庚丙三七 (사경병삼칠)


亥甲壬三七 (해갑임삼칠)


 

구결을 말하자, 우창은 이해가 되었는지 다시 정리 삼아서 묻는다.

“그렇다면, 신금(申金)은 경금(庚金)이 임수(壬水)를 잉태했다는 이야기겠군?”

“맞아~!”

“또, 사화(巳火)는 병화(丙火)가 경금(庚金)을 잉태했다는 말이고?”

“틀림없어.”

“마지막으로 해수(亥水)는 갑목(甲木)을 잉태했다는 거지?”

“잘 이해했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네?”

“뭐가?”

“인(寅)은 목생화(木生火)로 목이 화를 낳는다고 하겠고, 신(申)은 금생수(金生水)로 금이 수를 낳는다고 하겠네. 또 해(亥)는 수생목(水生木)으로 수가 목을 낳았으니 이 지지는 모두 상생(相生)의 이치에 부합이 된단 말이야.”

“그렇지.”

“그런데 사(巳)는 화가 금을 낳았으니 이것은 화극금이란 말이지. 뭔가 모순(矛盾)이라는 생각이 드는걸.”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화생금(火生金)도 있다는 것을 알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화생금? 아,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이치로군. 맞는가?”

“맞아~!”

“왜 다른 세 지지와는 그 구성요소가 다른 것이지?”

“참 예리하기도 하군.”

“이런 것은 또 눈에 잘 띈단 말이지.”

“알고 있는 대로야.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고는 금이야 옥이야 하고 보호를 하다가 열 달이 되면 출산을 한단 말이야.”

“내 말이 바로 그 뜻이잖아.”

“그러나 네 명의 산모 중에 한 여인은 그렇게 한가로운 여건이 되지 못한다네. 그래서 뱃속의 아기는 불편하다고 해도 그것을 돌볼 겨를이 없이 생업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거든.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이 어색한가?”

“전혀~! 당연히 그런 경우가 있겠지.”

“사(巳)의 사정이 바로 그러한 경우라네.”

“이해는 되지만 사의 엄마를 두고 태어날 아기는 불행하겠는걸.”

“왜?”

“이미 뱃속에서부터 불편함을 겪고 태어나야 하는 흙수저란 말이잖는가? 그러니 얼마나 안타까운 출생이 되겠느냔 말이지.”

“꼭 그렇게만 생각을 할 것은 아니지.”

“왜 그런가?”

“다른 세 아이와 비교해서 사(巳)의 경(庚)은 정신력이 강할까? 아니면 약할까?”

“아마도 더 강할 수가 있겠는걸?”

“다른 아이들이 나약하게 조금만 상처가 나면 ‘엄마~!’ 하면서 울고불고 곧바로 죽는 줄을 알고 있는 사이에 이 아이는 늠름하게 웃으면서 흐르는 피를 쓱 닦아버릴 테니까.”

“이야~! 단지 넷밖에 되지 않는 지지에서 이러한 변화와 조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걸~!”

“그래서 나도 간지의 이치에 몰입해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기도 하지. 하하~!”

“알겠네. 알겠어. 더욱 흥미가 가중되는걸. 기대된단 말이야.”

고월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창은 단순하면서도 미묘하게 얽혀있는 지지의 이치에 빠져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