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2. 소도 알고 호랑이도 알아야지
작성일
2017-01-04 16:20
조회
2872
[067]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2. 소도 알고 호랑이도 알아야지
=======================
고월은 깊이 있는 적천수를 보다가 가볍게 지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운지 신명(神明)이 나서 이야기에 몰입했다. 그 바람에 우창도 가끔 장단을 치면서 이야기를 부추겼다. 그리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인지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정신력을 집중했다.
“다음에는 어느 동물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려나? 달리기 순서로 봐서는 소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맞나?”
“이미 공부를 한 효과가 나타나는걸. 맞아. 소 이야기를 해야 할 순서인 거지. 정확하게 말한다면 축토(丑土)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
“축(丑)은 어디에서 온 글자인가? 보통은 잘 안 쓰는 글자인데 말이지.”
“사전에서는 추(醜)에서 왔다는데 이유는 없어. 아마도 산천의 풍모(風貌)가 가장 추하다는 뜻에서 왔는지도 알 수는 없어.”
“왜 추하지?”
“생각을 해 봐. 섣달이면 아름답던 잎도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모습들이 어찌 추하지 않다고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야. 안 그래?”
“눈이라도 오면 오히려 절경(絶境)이 되기도 하는데 그것도 편견이 아닌가?”
“눈이야 하늘의 사정이니 천간에서 해당한단 말이지. 눈이 오고 말고는 해당이 없이 섣달의 풍경은 썰렁함 그 자체가 아니겠나?”
“듣고 보니 묘한 설득력이 있네. 아무래도 자네 말에 동의하겠네. 그래서 추에서 축이 나왔단 거지?”
“또 다른 이야기로는 유(紐)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기는 해, 끈이라는 뜻인데 그것은 설득력은 부족하다고 봐. 왜냐면 한 해를 이어주는 끈과 같은 것이라고 봤을 적에 이미 자월(子月)에서 새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야.”
“뭐 그야 아무렴 어떤가? 여하튼 축이 갖고 있는 뜻은 따로 있겠지? 토(土)라고 했잖은가? 물론 축월(丑月)도 포함해야 하겠군.”
“그렇다네, 축월은 한 해 중에서 가장 추운 때에 속하지. 그래서 소한(小寒)부터 대한(大寒)을 지나 입춘(立春)까지가 축월의 영역이라네.”
“참으로 추울 때군. 그래서 얼어 죽기도 하니 추하다는 말도 할 만하군. 일리가 있어 보인단 말이야.”
“축(丑)에 대한 유상(類象)으로는 언 땅, 축축한 땅. 습한 땅과 같이 모두 물기가 많은 강바닥의 흙과 같은 느낌도 포함되어 있지.”
“근데 그것이 소와는 무슨 상관이야?”
“소가 1년 중에서 가장 편안할 때가 언제일까?”
“그야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이겠지. 아하~! 그래서 소가 가장 행복한 달이라는 의미인가?”
“그런 뜻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겠지? 일 년 내내 일만 하다가 모처럼 휴식을 취하는 소를 그 자리에 넣은 것은 소에 대한 고마움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으로 보네. 사실 농가에서는 소도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과연 일리가 있지 않은가?”
“타당하다고 보네. 일리가 있군.”
“소에 대해서나 축(丑)은 이 정도면 되지 싶은데 이해가 되려나?”
“충분히 이해가 되었네. 다음은 뭐지? 인(寅)?
“맞아, 인목(寅木)은 호랑이라고도 하는데 겨우내 굶은 호랑이에게 희망을 주는 의미가 될는지도 모르지. 하하~!”
“아, 호랑이라고 했지? 왜 호랑이는 겨우내 굶는다는 거야?”
“동물에게 겨울은 모두가 혹독하나 특히 호랑이에게는 그렇지. 먹이들은 모두 숨어버리고 눈밭을 누비고 다니노라면 사냥꾼을 만나기가 십상이니 얼마나 힘든 겨울을 보냈겠느냔 말이야.”
“듣고 보니 그렇군. 어떻게 동물들의 삶에 대해서도 그렇게 눈으로 본 듯이 꿰고 있단 말인가?”
“이런 것을 두고 기본이라고 하는 거라네. 그러니까 우창은 기본이 안 되어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하하하~!”
“인정하네. 이제부터 열심히 연마하면 기본은 된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생긴다네. 하하~!”
“자, 인목(寅木)의 이야기나 들어보게. 계절로는 입춘(立春)부터 시작해서 우수(雨水)를 지나 경칩(驚蟄)까지가 인월(寅月)의 영역이라고 알고 있으면 돼.”
“입춘이라면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인가?”
“물론이지. 봄도 시작이 되고 인생도 시작이 되는 것이지.”
“그건 무슨 말인가? 인생이 시작되다니?”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는 까닭이지.”
“동지가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이유가 뭐지? 설마 내가 모른다고 사기를 치는 건 아닐 테고.”
“자네에게 뭘 얻어먹자고 사기를 치겠는가? 하하~! 설명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네. 동지는 정신적으로 봐서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하고, 입춘은 물질적으로 봐서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한다는 것을 빠트렸군. 하하~!”
“시작이면 시작이지 정신적인 것은 무엇이고, 또 물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듣느니 첨이로군. 해괴한 말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군. 다시 하지, 동지는 천체(天體)에서의 시작이고, 입춘은 자연에서의 시작이라고 하면 적당하겠어. 왜냐면 태양의 관계에서 동지가 생긴 것이지만, 실제로 인간의 삶에서는 입춘이 되어야 새해라고 해서 설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더 낫겠어.”
“아니, 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렇게 근거도 없이 마구마구 주워서 집어 던지면 어쩐단 말인가?”
“근거가 왜 없겠어. 근거 없는 말을 학자판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하하~!”
“알았네, 근거가 궁금하네.”
우창이 다그치듯이 말하자, 물을 한 모금 마신 고월이 말을 이어갔다.
“전에 본 「축사경(逐邪經)」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그러면서 고월은 글귀를 외웠다.
天開於戊子之方(천개어무자지방)
地闢於己丑之方(지벽어기축지방)
人生於庚寅之方(인생어경인지방)
“와~! 축사경이면 ‘사악한 것을 내쫓는 경’이라는 뜻이 아닌가? 근데 그게 무슨 뜻이지? 하늘은 무자의 방위에서 열린다? 땅은 기축의 방위에서 열린다? 사람은 경인의 방위에서 열린다?”
“제대로 이해를 했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천(天)-자(子),지(地)-축(丑),인(人)-인(寅)이라는 것에 대해서만 알아두면 돼. 나머지는 또 복잡하거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설명해 줄 테니까 필요한 것만 챙기란 말이지.”
“천지인이 보이는 것만 봐도 뭔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은 알겠네.”
“이것의 출처는 시진(時辰)에서 나온 것인데, 결국은 지지(地支)와 연관이 되어 있어서 언급해 두는 것이기도 하다네.”
“아, 그렇지 하루는 열두시진이니 서로 연관이 있다고 해도 되겠네. 시진에서는 무슨 뜻이 있다는 건가?”
“우창은 개벽(開闢)이라는 말을 들어 봤나?”
“개벽? 천지개벽(天地開闢)을 말하는 건가? 그야 들어봤지. 아하~ 지금 고월이 외운 글귀 속에서도 개벽이 나왔잖아?”
“그렇지. 하늘은 개(開)하고, 땅은 벽(闢)하네. 그러니까 하늘이 열리고 땅도 열린다는 말이로군. 여기에 사람은 생(生)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천지인의 이치가 이렇게도 해석이 된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지?”
“그렇군. 천지인은 여러 용도로 쓰이는 것도 신기하네.”
“여기에 간지(干支)가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네.”
“천간? 천개어무자지방? 아, 무자(戊子)가 있구나. 그럼 자(子)는 무자(戊子)이고, 축(丑)은 기축(己丑)이고, 인(寅)은 경인(庚寅)이란 말인가?”
“맞아, 여기에도 뜯어보면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있는데 우창이 들으면 매우 맘에 들어 할 것이 틀림없네. 하하하~!”
“그러니까 더욱 궁금해지는군. 뜸만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주게.”
“우창은 아직 육갑(六甲)을 외우지 못했으니 우선 그것부터 외우기 바라네. 육갑을 외우면 또 간지를 궁리하는데 많은 망외소득(望外所得)이 있을 테니까 말이지.”
“알았네. 당연히 외워야지. 그런데 하늘이 무자에서 열리는 이치가 따로 있다는 뜻인가 싶은데 그 내막이 궁금하군.”
“잘 들어보게. 무자란 자시(子時)에 하늘이 열린다는 뜻이라네. 그런데 무토(戊土)는 바로 하늘을 의미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이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관법이 있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통방통하단 말이네.”
“무토(戊土)가 하늘인가? 산이 아니고?”
“좁은 의미에서는 산이라고도 하지만 실은 하늘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네. 이것은 앞으로 천간편을 공부하게 되면 자연히 드러나게 될 것으로 봐도 되겠지.”
“그럼 해당 항목에서 공부하기로 하지. 그러니까 자시(子時)에는 하늘이 열린다. 그래서 천개(天開)라는 뜻이란 말이지?”
“맞아, 다시 이어서 축시(丑時)에는 땅이 열려서 기축(己丑)이 되는 것이라네. 기토(己土)를 땅으로 보는 것은 이해하기에 과히 어렵지 않을 테고 그렇지?”
“물론이네. 그렇다면 무(戊)는 하늘이고 기(己)는 땅이란 말이구나. 신기하군. 그렇다면 마지막의 경인(庚寅)은 어째서 사람이라고 하는 건가?”
“경(庚)은 주체(主體)라고 하는 해석이 되네. 인간의 본성을 경(庚)으로 나타내는 까닭이다. 물론 이것도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중요한 것은 자축인(子丑寅)에 무기경(戊己庚)을 짝지어서 천지인의 상황을 설명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말이네.”
“와~! 참으로 의미가 심장한 이야기로군. 새로운 이야기는 항상 설레게 한다니까. 정말 좋은 이야기네. 하하~!”
“내 그럴 줄 알았지. 하하하~!”
“그나저나 벽사경은 느낌으로 봐서는 도교(道敎)의 경전인가 본데 그런 이야기가 있단 말이지? 신기하네.”
“진리의 가르침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가 있다네. 문제는 그것을 알아보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일 뿐이지. 그래서 어디에서건 문자가 보이면 눈독을 들이고 뜯어보는 습관이 자연적으로 생긴다네.”
“참으로 좋은 습관이군, 그래서 인월(寅月)이 인간(人間)의 시작이라는 이치도 깨닫게 된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나는 또 그것을 날로 전해 받으니 공덕이 무량(無量)하네.”
“여하튼, 인월(寅月)이 인간에게 시작이듯이 사물에게도 시작이라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네. 이제 자월(子月)의 시작과 꼬일 일은 없겠지?”
“당연하지~!”
“그렇다면 다시 호랑이 이야기로 넘어가야겠군.”
“호랑이가 왜 인월에 자리하고 있는지 분명히 이유는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해 줄지 기대가 되네.”
“호랑이는 산하(山河)의 제왕(帝王)이 아닌가? 그러니 인월의 자리를 꿰어 차고 있는 거지. 그래도 죽지 않고서 혹독한 겨울을 벗어났으니 기지개를 켜면서 삶의 움직임을 시작한다고 할 수도 있지.”
“기지개를 켜는 것이 호랑이뿐 만은 아니지 않을까?”
“호랑이는 부적(符籍)의 의미도 있어. 액운을 모두 잡아가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도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로는 딱 적격이지.”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군. 그건 그렇고, 인목(寅木)의 상징으로는 무엇이 있나?”
“상징으로는 봄, 새벽 정도라고 할까? 그러니까 계절로는 봄의 시작인 입춘(立春)이 되고, 시각으로는 하루의 시작인 인시(寅時)가 되니 밤에 잠을 자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되지.”
“아, 시간적으로도 지지(地支)를 논한단 말이로군.”
“인월(寅月)과 인시(寅時)는 서로 같은 구조이니 비교도 할 수가 있고 각자의 영역으로 이해를 해도 된다네. 불가(佛家)에서는 인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의 일을 도모할 수가 없고, 인월에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한 해의 결실을 기약할 수가 없다고도 하지.”
“역시 ‘인생어경인지방’이 여전히 유효하군. 하하~!”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인(寅)에는 인(人)의 의미가 같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네.”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지?”
“한 가지가 있기는 한데, 이것을 지금 이야기를 해도 될지 걱정이 되어서 망설이고 있다네.”
“그게 뭔가? 가르침에 망설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어여 이야기를 해 봐. 혼란스러워도 깨달음으로 가는 길인데 그것을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까.”
“사실 인목(寅木)의 구조에는 7할의 갑(甲)과 3할의 병(丙)으로 이뤄져 있거든. 아직 천간에 대한 공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면 많이 혼란의 동굴을 방황하게 될까 걱정이 되더란 말이지. 하하~!”
“바로 그러한 것을 알려 줘야지. 어쩐지~ 호랑이 이야기는 들으면서도 뭔가 남의 다리를 긁는 것처럼 속이 시원하지 않더란 말이야. 그러니까 축(丑)은 안 그런데 인(寅)은 이러한 특성이 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있는가? 축도 당연히 그런 특성이 있기는 하지. 그런데.....”
“원 별걸 다 걱정하는군. 설마 내가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미쳐버리기라도 할까봐 그러는 건가?”
“에라 모르겠다~! 이해를 하고 말고는 우창이 알아서 하는 걸로 맡기고 다 이야기를 해 버리겠네.”
“나야 고맙고말고. 눈물겹도록 고맙고, 걱정해줘서 감동이네. 어떻게라도 외워볼 테니까 모조리 알려만 주게. 그래 봐야 열두 개에 불과할 것이 아닌가?”
“하긴 그렇군. 잘 들어봐. 자오묘유십(子午卯酉十)~!”
고월의 말에 우창이 흉내를 내듯이 그대로 따라서 외쳤다.
“자오묘유십~!”
“인신사해삼칠(寅申巳亥三七)~!”
“인신사해삼칠~!”
“진술축미삼이오(辰戌丑未三二五)~!”
“진술축미삼이오~!”
“이게 다야.”
“그래? 뭐 별것도 아닌 것을 갖고 괜히 놀랐잖은가. 하하~!”
“그렇게만 정확히 외우고 나면 그 이유를 설명해 주겠네.”
“이거야 어려울 일이 하나도 없군, 자오묘유십.... 아니, 근데 갑기자오구가 또 떠오르는 군. 자오(子午)가 왜 9가 아니고 10일까? 그것에 대해서 또 궁금해지는걸.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지.”
“잊어버리라니까~!”
“알았어. 이렇게 한 번 배워놓은 것은 문득 생각이 나는 걸 난들 어쩌겠는가. 하하~!”
“그래서 외워놓기는 해야 하는 거야. 하하~!”
“자오묘유십, 인산사해삼칠, 진술축미삼이오. 됐네, 다 외웠으니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나 설명해 줘봐.”
우창은 비로소 뭔가 간지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흥겨워졌다. 머릿속에 새로운 양식(糧食)이 그득하게 들어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흐뭇해하는 우창을 바라보면서 고월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구열에 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라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우창에게는 두 손과 두 발을 다 들었다. 오히려 과소평가했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조차 드니 더욱 열심히 안내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