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8. 오행검법(五行劍法) 제삼초(第三招)

작성일
2017-01-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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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8. 오행검법(五行劍法) 제삼초(第三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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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우창이었다. 다음의 오행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다. 여름 다음에는 가을이 되니 이번에는 금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봐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생각의 단서를 좇았다. 그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낙안은 슬며시 일어나서 바람을 쐰다고 밖으로 나갔다.

우창은 현재의 지식에서 금에 대해서 생각이 나는 대로 가능하면 다양하게 궁리를 해보고자 했다. 우선 금(金)은 쇠도 되고 돌도 되고 뼈도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 봤다. 그리고 가치가 높은 것일 수도 있고, 가을은 결실이니 농부의 수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금에서는 도(十)가 보인다. 이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 하겠는데 어떻게 이해를 하면 좋을까? 도가 속에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저장을 한 것이라고 할까? 천자문(千字文)에서도 한래왕서(寒來暑往)하면 추수동장(秋收冬藏)이라고 하였으니, 추위가 오면 더위가 사라지고, 가을에 거둬들여서 겨울에 저장한다고 했다.

여기에서도 가을에는 거둬들인다는 자연의 섭리도 생각해 봤다. 그리고 목에서 배운 도(十)를 금에서도 활용할 수가 있음에 대해서도 짐짓 놀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과연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치를 모르면 손에 쥐더라도 모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또 보이는 만큼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시간은 소중하고 각일각(刻一刻) 흘러가는 순간들이 너무나 안타깝고도 소중하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을 일러서 공부의 맛이라고 하는가 싶기도 했다. 무아(無我), 몰아(沒我)라고 하는 말들이 떠오르면서 학문의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밖에서 마당을 한 바퀴 돌던 낙안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오행의 다섯 글자 중에서도 그 모양이 가장 복잡한 금(金)의 이야기는 더 많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 우창이 말을 꺼냈다.

“형님, 가을이 금이란 것은 결실이 되는 까닭이겠지요?”

“맞아~!”

“금(金)에는 도(十)가 있는 것이 맞지요?”

“맞아~!”

“금의 도는 ‘완성된 도’일까요? 목을 ‘어린 도’라고 하는 것과 대비를 해 봤습니다.”

“그래도 되고~!”

“그럼 달리 붙인 이름이 있습니까?”

“저장(貯藏) 도~!”

“저장...? 아, 완성의 단계를 지나서 저장까지 한다는 의미를 담으셨군요. 그것이 훨씬 나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저장도일까?”

“속에 깊이 저장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도가 속에 들어 있으니까 말이지요. 목에서는 밖으로 드러나 있었는데 금은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속에만 있나? 위아래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꽁꽁 싸매기까지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점(丷)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야 파수병(把守兵)이 아니겠나?”

“파수병이라니요? 도를 지키고 있다는 뜻입니까?”

“당연하지. 얼마나 소중하면 파수병까지 있겠는가? 심지어는 보배 구슬보다 더 중요하다네.”

“예? 보배 구슬이라면……?”

“옥(玉)말이네. 옥과 금(金)의 차이가 뭔지 알겠는가?”

“옥은 파수병이 하나인데 금은 파수병이 둘이네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까요?”

“맞아. 그런데 왜 둘일까?”

“그것에도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원래 글자를 만들면서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는 파수병을 둘이나 세웠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되고도 남지 않겠느냔 말이지. 하하~!”

“하긴……. 금(金)에 해당하는 글자 말고는 그러한 모양을 한 문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이 옥(玉)이로군요. 그것도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참 신기하네요.”

“이 점은 목의 두 획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아, 부모님을 의미하는 인(人)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그렇지만 금의 위에 있는 글자도 인(人)인데요? 이것과는 연관이 없을까요?”

“목에 붙어있던 두 획인 별(丿)과 불(乀)은 저장된 도를 지키는 파수병이 되어서 편안하게 휴식을 하는 것이라네, 자식이 도를 완성하여 저장되었으니 자신들도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이지. 그리고 지붕의 인(人)은 비가 새지 않도록 야무지게 덮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네.”

“그렇다면 파수병이 아니라 자식의 봉양(奉養)을 받고 있는 부모로 봐야 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아우의 말이 더 타당한걸. 그렇다면 수정하도록 하겠네. 파수병이 아니라 부모인 것으로. 하하~!”

“그렇다면 부모의 대를 이어서 전개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그 두 점의 의미는 생각할수록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아우가 나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란 것을 알겠군. 그래서? 더 이야기를 해보게.”

“왼쪽의 점은 새로운 경험이 축적된 것이고, 오른쪽 점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遺傳子)가 전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점이 찍혀야만 했었다는 것이지요.”

“아, 이제야 금(金)에 대한 의문이 말끔하게 정리되는군.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었거든. 오늘에서야 마무리를 지어도 되겠네. 아우의 도움으로 의문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되겠어.”

“그런데 저장된 도는 어떤 의미입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요령부득(要領不得)입니다.”

“오행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이해했는가?”

“명학(命學)의 뿌리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명학은 무엇이라고 정리를 했는가?”

“인간의 삶에 대한 이치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금에 저장된 도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치를 저장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군.”

“말씀은 알겠는데 그 의미하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노인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뭐 안 될 것은 없겠지만 조금 다르네. 육신은 결국 스러지고 말 허망한 것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 육신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야 영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지식은 어디에 저장이 될까?”

“영혼에 저장이 된다는 뜻입니까?”

“눈치가 절에 가서도 젓국을 얻어먹을 정도로군. 맞아~!”

“그렇다면 금(金)은 영혼의 완성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까?”

“맞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고인들이 이러한 경지까지도 깨닫고 오행의 글자에 담아 뒀다는 것이 말이지.”

“사실, 금이라고 하면 바위나 돌이나 금속(金屬)을 말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깊은 이치로 파고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미쳐 생각도 하지 못했지요.”

“물론 금속을 금이라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네. 마치 나무도 목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과 같은 것이지.”

“그렇다면 금과 바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누군가는 그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바위는 단단한 것이니 마음도 단단한 것이라는 의미를 그 안에 담았다고 해석을 해주면 될 것이네.”

“마음이 단단하단 말은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과연 마음이 단단하기로 바위만큼 이겠습니까?”

“그럼 아니란 말인가?”

“예, 아무래도 바위가 단단하다는 것은 공감이 됩니다만 마음이 단단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흔들리고 밤낮으로 뒤죽박죽인 마음이 바위 같다니요.”

“아, 그 마음을 생각하셨구나. 아우의 스승이신 혜암도인도 마음이 그럴까?”

“그건 아닐 겁니다. 태산이 무너져도 꿈쩍 않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아우의 마음도 혜암도인과 같은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금지심(金之心)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금의 마음이라……. 그렇다면 누구나 금의 마음이 아니라 속에 도를 담아둔 도인의 마음만이 금의 마음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로군요.”

“이제야 감을 잡았군. 맞았네.”

“도를 저장한다는 것이 그런 뜻이었습니까? 정말 깊이가 한량이 없습니다. 이렇게도 궁리가 가능한 것이었군요.”

“그래서 도심(道心)과 불심(佛心)과 금심(金心)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가 있다네. 부처의 마음이 바위보다 덜 단단하겠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마도 그 무엇보다도 강한 금강석(金剛石)보다도 더 단단할 것입니다.”

“맞아~!”

“그렇다면 저의 마음이 금심(金心)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었군요. 이 심곡문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인은 다 같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렇게라도 공부를 하지 않는 채로 살아가는 보통의 일반 사람들이라면 영원히 금심(金心)을 이루기가 불가능할 것이네.”

“과연, 명철(明哲)한 가르침에 옷깃이 저절로 여며집니다.”

“이러한 것으로 해서 가을, 결실, 저장, 마음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라네. 나아가서 오도(悟道)로 이어지면 비로소 더 배울 것이 없다고 할 수가 있을 테니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저장의 도가 아닐까?”

“그렇겠습니다. 오늘 금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이해를 한 것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더 궁리를 해 봐야 하겠습니다만 이것만으로도 너무나 흥분됩니다.”

“물론이네. 그렇게 해서 다시 또 목화금수, 또 목화금수가 반복되는 세월을 한 20년 보내면 비로소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눈치를 채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이라네.”

“그런데, 원래 금이라고 하면 패물(佩物)로 사용하는 황금을 말하는데 그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시니 그렇게 이해를 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래도 서운하니까 한두 마디는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중인(衆人)들이 왜 황금을 좋아할까?”

“그야 귀한 것이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 그런데 지금까지 설명한 것이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반 사람들이야 그러한 소식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렇게 단정하진 말게. 또 누가 알겠는가? 사람의 생각이 또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어진 끝이 있다면 지혜로운 사람이 금의 의미를 알고 있듯이 그러한 파장(波長)이 그대로 전달되어서 아무런 의미를 모르더라도 그냥 좋은 느낌으로 애착을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란 말이지.”

“아, 여태 말씀해 주셨는데 또 분별심(分別心)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귀한 보배가 된 것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다만 그렇게 귀중한 금(金)임에도 불구하고 탐욕을 채우는 용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 진실(眞實)한 가치를 생각하지 못하면서 긁어모으는 것도 없다고는 못할 것이네. 하하~!”

“이제 황금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잘 알 것 같습니다.”

“이치는 하나라네. 하하~!”

우창은 오행이라고 해 봐야 빤히 알고 있는 글자 다섯에 불과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가벼웠던 것인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 그야말로 ‘도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하시던 스승님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가슴에서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목(木)은 목의 속성대로 자신의 본분을 살아가고, 화(火)는 또 화의 속성대로 그렇게 자신의 본분을 다하듯이, 금(金)은 이렇게도 본성의 깊은 곳을 의미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과연 이러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면 사람의 운명에 간여(干與)하는 길흉화복(吉凶禍福)에 대해서도 손바닥처럼 훤하게 들여다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