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7. 화(火)의 무도(無道)함이란
작성일
2017-01-04 15:54
조회
2728
[045]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7. 화(火)의 무도(無道)함이란
======================
우창은 오행 공부를 하면서 화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나서 가장 많이 놀랐다. 불과 다섯 가지의 오행에서 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낙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니 거짓이거나 뭔가 잘 모르고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화의 오행에 도가 없다면 이것은 다른 오행에 비해서 뭔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공평한 것입니까? 이러한 부분이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자꾸만 궁리의 길을 막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이지요.”
“그것도 또한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게. 내가 오행을 만든 것도 아니고 고인들께서 자연을 관조(觀照)하시면서 이룩해 놓은 업적이니 그냥 수용하고 읽는 법을 터득할 뿐이지 않겠나?”
“당연하겠습니다만, 화의 무도(無道)함이 필연적(必然的)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한 불리(不利)함과 또 그로인해서 얻어지는 유리(有利)함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겠습니까?”
“오호~! 참으로 질문이 슬슬 살아나는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불리한 것이 있으면 유리한 것도 있기 마련인 것도 또한 자연이라네. 그것을 묻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뻔했구먼.”
“아니, 우둔한 아우가 미련하여 생각을 못 했으면 형님께서 찾아내어 완성을 시켜 주셔야지 그냥 넘어가면 또 어쩐단 말입니까?”
“농부가 논에 물을 대고 싶어도 아직 물이 가득해서 빠지지 않았으면 그 이상은 넣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네. 이미 앞에서 배운 것도 소화되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고 해서 들어가겠느냔 말이지. 하하~!”
“그래서 또 여쭙습니다. 도가 없는 화가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니까 목은 할 수가 없는 능력이 있다면 이렇게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입니다.”
“당연히 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많은 궁리를 해 봤었다네. 그리고 오랜 사색(思索)을 거친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 이치를 깨달을 수가 있었지.”
“귀를 활짝 열고 기울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즉시사용(卽時使用)’이라네.”
“예? 즉시 사용이라뇨? 그렇다면 목은 즉시로 사용을 할 수가 없다는 뜻입니까?”
“당연하지~!”
“무슨 말씀입니까? 형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목이 무슨 도라고 했던가를 잊었단 말인가?”
“뭐라고 하셨더라……. 아, 어린 도라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어린 도를 즉시에 쓸 수가 있을까?”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어린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은 미숙해서 키워서 일을 시켜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 그래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네.”
“아하, 그런 의미에서 화는 즉시로 사용을 할 수가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면 도가 있고 말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겠습니다.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말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늘 경계해야 할 것이 뭔지 아는가?”
“아우가 또 뭔 실언(失言)을 한 것이로군요.”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분법(二分法)이라네.”
“이분법이라면……?”
“흑백논리(黑白論理)로 구분하려는 좁은 소견(所見)이지.”
“아, 목보다 화가 더 낫겠다는 말 때문에 하시는 말씀입니까?”
“도가 있는 것은 있는 대로의 가치가 있고, 없는 것은 없는 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인데 마음대로 구분하는 것은 속인(俗人)들이나 하는 천박한 생각이란 말이네.”
“알겠습니다. 참으로 우창의 소견머리는 밴댕이입니다. 언제쯤 형님처럼 자라게 될까 싶습니다. 하하~!”
“즉시로 사용한다는 것은 분명히 큰 장점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이제야 이해가 조금 됩니다. 어린아이는 생긴 것은 모두가 다 갖춰져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하는 일이라고는 열심히 먹고 뛰놀면서 성장하는 것이 전부이므로 농가에서 아무리 일손이 필요하더라도 도리깨질을 시킬 수는 없다는 뜻이지요?”
“옳지~!”
“그러나 성장을 한 청년은 이미 한 가정을 이끌고 갈 만큼 신체적으로 성장을 했기 때문에 힘을 쓸 일이 있다면 바로 불러다 무슨 일이라도 시키기만 하면 바로 시행을 할 수가 있으니까 즉시 사용을 할 수가 있다는 뜻이겠고요.”
“잘한다. 짝짝~!”
낙안은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런 때는 영락없는 천진무구(天眞無垢)한 소년이었다. 그가 좋아하니 우창도 우쭐했다.
“화의 유상(類象)은 불이 아닙니까?”
“당연하지. 불화(火)인 걸.”
“그렇다면 불을 놓고서 궁리를 해 봐야 하겠습니다. 목은 끝없이 자라는 것에서 유상을 취했다면 불의 어떤 점에서 유상을 취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즉시사용~!”
“여전히 즉시사용입니까?”
“가령 감나무를 하나 심었다고 해 보세. 감이 즉시로 열리는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적어도 3년은 기다려야지요.”
“느티나무를 심어서 그늘을 얻으려면?”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불은?”
“불은 즉시에 사용이 가능합니다.”
“어느 사이에 아우 입에서도 즉시사용이 나오는군. 하하~!”
“역시 설명의 절정고수(絶頂高手)이신 형님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 불이 갖고 있는 특장점(特長點)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것이 도가 없는 화의 뛰어난 점이라네.”
“놀랍습니다. 그런 것을 어떻게 관찰하신 겁니까?”
“누구라도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이라네. 물론 틀릴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로 봐서 무리가 없는 관점이라는 생각을 한 거지.”
“그렇게 겸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이러한 현상은 여름이라는 계절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이네. 그래서 자연의 이치를 관조(觀照)하더라도 계절에서 찾을 것이 있고, 기능에서 찾을 것이 있는 법이네.”
“다양한 방법으로 궁리하라는 뜻의 의미를 잘 이해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심곡문의 수도 방향도 크게는 여덟의 방(房)이 있고 작게는 수없이 많은 형태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것이었군요.”
“하나를 아는 사람은 하나밖에 쓸 수가 없지만 셋을 아는 사람은 일곱을 쓸 수가 있는 법이라네.”
“예? 셋을 알면 셋을 쓰는 것이 아니고요? 이해가 얼른 되지 않습니다.”
“어려운 이야기도 아닌데, 1, 2, 3은 알겠지? 이것은 기본이지. 그런데 이 셋을 알고 나면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네. 그것도 자동(自動)으로 말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하나와 둘과 셋을 알고 나면, 하나와 둘을 겹치는 것을 알게 되고, 둘과 셋을 겹치는 것도 알게 되며, 하나와 셋이 겹치는 것도 알게 되고, 더구나 나아가서 하나와 둘과 셋을 겹치는 이치도 알게 되는 거라네.”
“아우가 잘 이해한 것입니까? 1, 2, 3, 1+2, 2+3, 1+3, 1+2+3으로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입니까?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면 또 어떻게 됩니까?”
“제대로 이해를 했구먼. 또 그만큼 늘어나겠지? 하하~!”
“정말 많이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이유를 여기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런 다음에서야 비로소 무불통지(無不通知)가 되는 것입니까?”
“엉? 무불통지라고? 그런 것이 있을까? 하하~!”
“예전에 무극자를 뵈었을 적에 서가(書架)에는 무척 많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책은 본 적이 없었지요. 그 많은 책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아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 모두를 다 알고 있는 그 어른의 지혜는 어디쯤에서 노닐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 정도라면 무불통지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무엇인들 모르겠습니까?”
“그럴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하~!”
“저만해도 그렇습니다. 팔괘의 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오행의 화에서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있다니 공부를 많이 하신 석학(碩學)이라면 그 지혜가 얼마나 깊을 것인지를 상상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또 목을 알고 있음으로 해서 화의 특성과 같은 점과 다른 점도 알게 되셨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러니깐 말이지요. 참으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 공부라는 것을 새삼 절감(切感)합니다.”
“지금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공부해야지 넋두리는 공부에 도움이 안 되지. 하하~!”
“정리하겠습니다. 화는 도가 없어서 폭염(暴炎)이나 열혈청년(熱血靑年)의 걷잡을 수가 없는 폭발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시 그 장점으로는 즉시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한여름의 맹렬한 더위도 자연의 이치라고 하는 것은 덤으로 얻습니다. 하하~!”
“잘 이해하셨군. 그만하면 화에 대해서 기본적인 공부를 했다고 봐도 되겠네. 누군가 화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 정도의 답으로도 크게 꿀리지는 않을 것 같으니 말이지. 하하~!”
“문득 음양의 관점으로도 화를 살펴보면 어떻게 될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맘대로 해 보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화는 사상에서는 태양(太陽)과 같다고 했는데 음양으로 본다면 극양(極陽)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양을 알고 있으니 또 음양의 관점으로도 수용(受容)이 되는군.”
“맞습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자연의 이치와 이치 사이에는 서로 보이지 않는 거미줄로 연결이 된 것은 아닙니까?”
“왜 아니겠나. 나도 예전에 이러한 점에 대해서 찾아본 자료가 있었지 「만유초승결(萬有超繩結)」이라는 이름이었네.”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런 기이한 책의 이름입니까? 모든 것은 뛰어난 줄에 묶여 있다는 뜻이잖아요?”
“즉 모든 유형(有形)과 무형(無形)의 존재들은 상상할 수가 없는 줄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이야기였네. 알고 보니 불타의 인연법(因緣法)이나, 연기설(緣起說)도 여기에서 서로 만나고 있었다네.”
“그렇다면 형님과 저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뜻도 되는 것입니까?”
“물론이네. 그리고 마왕(魔王)과 초목도 모두 같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가르침이었다네.”
“그래서 자연을 내 몸처럼 아끼라고 하는 말이 나온 것입니까?”
“당연하지. 그러니 풀 한 포기와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도인의 삶이라네.”
“과연, 놀랍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오행과 음양과 사상과 팔괘가 서로 소통하고 자연의 이치를 공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네요.”
“그래서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네. 하하~!”
“오호~! 만법은 하나로 돌아간다는 말이 이렇게 마음에 공감되기는 또 처음입니다. 고인의 지혜는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이 정도로 놀라긴 이르네. 나중에 하산한 다음에 천하를 누벼보시게나 얼마나 놀라운 기인(奇人)들이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구먼. 하하~!”
“그래서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가 봅니다. 팔괘의 기본형을 조금 이해했다고 해서 공부가 제법 되었다고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우는 이제 하룻강아지는 아니로군. 하하~!”
“엇, 그런가요? 이게 모두 형님의 가르침 덕입니다. 하하~!”
“열정(熱情)이라네. 열정이 없으면 아무리 가르치려고 해도 흡수가 되지 않는 법이거든. 부디 그 열정을 오래도록 간직하시게.”
“고맙습니다. 항상 불타오르는 마음으로 수행하고 싶습니다.”
우창은 숙연한 마음으로 낙안을 향해서 자신도 모르게 공수(拱手)를 했다. 겨우 오행의 화를 이해했을 뿐인데 엄청나게 많은 수확한 것 같은 행복함이 가슴속에서 빛이 되어서 피어났다.
낙안은 그 마음으로 전해지는 우창의 정성스러움에 이야기를 해 준 보람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