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9. 금(金)의 가치(價値)는 얼마나 될까?
작성일
2017-01-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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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7]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9. 금(金)의 가치(價値)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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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과 황금(黃金)이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았던 낙안에게서 당연히 황금과도 연결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머릿속에서는 점점 정리되어 마치 박하(薄荷)의 향을 맡은 것처럼 상쾌해지는 우창이었다.
“사실 금에는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네.”
“아직도 금에 대해서 해주실 가르침이 남으셨군요? 기대됩니다.”
“본성(本性)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네.”
“오행이 모두 본성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금에 그러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까? 다른 나머지 사행(四行)에는 그러한 본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당연하지. 모두가 본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금을 본성의 본부(本部)라고 할 수가 있다네. 마치 같은 씨족의 사람들이 많이 있고 저마다 본성을 갖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종가(宗家)를 본향(本鄕)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네. 그래서 오행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렇다면 금을 오행(五行)의 왕(王)으로 보면 되겠군요.”
“글쎄, 왕이라는 이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오행지본(五行之本)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네. 왕은 권력을 갖고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금에게 그러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 까닭이라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왕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역시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정확하게 짚어 주시는 형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하하~!”
“사람의 신체를 살펴보도록 하세. 글자의 모양을 봐서 상중하(上中下)로 위치를 정할 수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글자는 목금토(木金土)의 세 글자라네.”
“토는 아직 배우지 않았습니다만, 글자의 모양만으로 말을 해도 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목의 도(十)는 맨 위에 있음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금의 도가 있고, 그 중간에는 토의 도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서 말씀하시라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맞았네. 정확히 짚었어.”
“그것도 참 오묘합니다. 세 글자의 모양에서 저마다 도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도 살필 수가 있다니요.”
“목은 가슴이고, 토는 배꼽이며, 금은 단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까지 알면 더욱 재미가 있을 것이네.”
“아, 그렇게 대입이 되기도 하는군요.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상중하로 적용이 되겠습니다.”
“잘 되었네. 아예 내친김에 아우가 그 위치에 따른 의미를 말해 보게.”
“우창의 생각이 형편없다고 탓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거침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연하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말해도 되네. 하하~!”
“목의 도는 감정적(感情的)인 도입니다. 그래서 쉽게 마음이 동하고 변화를 추구하면서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격정(激情)에 사로잡히기가 쉽습니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인체에서는 심장이 머무는 곳과도 일치합니다. 그래서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게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호~! 대단하네~!”
“다음으로 토(土)는 배꼽입니다. 이곳은 중간이라고 합니다. 인체로 보면 위(胃)와 같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위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을 수용하고 그것을 소화해서 다시 몸의 각 기관으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편견이 없이 골고루 공급해야 하므로 중간에 있어야 하며 중도(中道)의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목과 금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생각해도 되지 싶습니다.”
“아주 좋아~!”
예상외로 낙안의 반응이 경쾌하게 느껴져서 우창은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낙안의 설명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서 수고를 덜어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어설픈 생각이나마 피력(披瀝)하는 것이 기특해서 혹여 상처라도 받을까 봐 다소 과장된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퍼뜩 들었다.
“형님 괜히 억지로 칭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 그럴 리가, 아직도 나를 모른단 말인가? 하하~!”
“고맙습니다. 그 말씀에 우창은 힘이 납니다. 이러한 것은 아마도 목기(木氣)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계속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은 기해단전(氣海丹田)에 해당합니다. 모든 인체의 에너지가 저장된 곳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곳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니 가장 소중한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제대로 이해를 했군.”
“이렇게 하고 보니까 다른 오행도 중요하지만, 특히 금의 의미가 더욱 소중하다는 말씀이 전해집니다. 무림인들은 모두 이 기해단전에 충전된 힘의 양에 따라서 고수와 하수로 나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 말이지요.”
“당연하지. 서생(書生)이든 무인(武人)이든 막론하고 모두 기해단전에 저장된 힘의 분량으로 가치를 평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 그래서 정신력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안다면 과연 금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두 말을 할 나위도 없겠군.”
“맞습니다. 형님의 가르침 하나로 얼마나 많은 이치를 깨닫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 무슨 생각이 들었기에 그러시나?”
“다섯 오행 중에서 두 가지가 남았지 않습니까? 수화(水火)의 존재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정녕 도가 없으니 논할 필요도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는 형님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한 말씀 들려주시면 또 궁리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오행을 모두 이해한 다음에 궁리해도 늦지 않을 텐데 무엇이 그리 급하단 말인가?”
“아닙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가 없이 몰아치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른 것은 그만두고서라도 인체와 비교해서 수화의 위치와 존재를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나머지는 두고두고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으로 못 말리는 아우로군. 알았네, 알았어! 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나머지는 머리와 발이 남았군. 여기에 대해서 아우가 배속(配屬)을 시켜 보는 것은 어떻겠나?”
“아, 그렇게 귀띔을 주시면 당연히 나서 보겠습니다. 화는 불이니 위에 있고, 수는 물이니 아래에 놓으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일견 그럴싸하긴 하네만…….”
“아하, 반대로 짚었나 봅니다. 그럼 뒤집겠습니다. 수는 위에 놓고 화는 이래에 놓겠습니다.”
“그래 방향은 맞았네. 그렇다면 설명을 잘해야 하네. 진리의 탐구에서는 답이 맞아도 설명이 틀리면 정답일지라도 틀린 것이 되고 만단 말이지.”
“음,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합니다. 이것이 저의 한계라는 것을 실감하겠습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3일만 더 생각하고 오지 않으려나?”
“안됩니다. 오늘 꼭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하하~! 알았네. 그냥 던져 본 말인데 참으로 간절한 게로군.”
“그렇습니다. 지금 바짝 달아올랐습니다. 하하~!”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는 말을 들어 봤는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머리는 차가워야 하고 발은 따뜻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오행에서 화(火)는 한(寒)일까? 열(熱)일까? 물론 당연히 열이지. 그렇다면 발에다가 화를 두는 것이 이치에 타당하단 말이네.”
“정말 형님의 말씀은 어쩌면 그리도 청산유수(靑山流水)입니까? 참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머리는 당연히 차가워야 하므로 수가 그 자리에 놓이면 된다는 말씀이시겠군요.”
“맞았네. 이 둘은 양 끝에 있으니 도가 없다고 할 수가 있네. 다만 목토금의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보조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네.”
“그런 것이었군요. 과연 오행의 이치가 이러한 것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지 못했던 것을 배우면서 감동하는 것도 학문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하하~!”
“참말입니다. 이렇게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생명을 갖고 되살아나는 것처럼 짜릿짜릿한 것이 공부라니요. 놀랍기만 합니다.”
“이제 겨우 오행에서 목화금만 이해했을 뿐인데 벌써 그렇다면 앞으로 소름이 돋을 일이 많을 것 같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것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지 뭔가?”
“원래 화는 가벼우니 위에 있어야 하고, 수는 무거우니 아래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오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우가 아직 주역의 64괘를 다 배우지 못한 까닭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네.”
“주역에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64괘 중 63번째 괘의 이름이 수화기제(水火旣濟)라네. 상괘(上卦)는 감괘(坎卦☵)인 수(水)가 되고, 하괘(下卦)는 리괘(離卦☲)인 화(火)가 될 경우에 이뤄지는 괘상(卦象)이지.”
“그 괘에서는 수가 위에 있네요. 머리에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화는 아래에 있네요. 참으로 오묘합니다.”
“이 괘의 이름은 기제(旣濟)라네. 무슨 뜻인가?”
“기제라면 이미 제대로 잘 되었다는 뜻이 아닙니까?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으면 서로 싸울 것 같은데 제대로 되었다니 좀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가? 과연 질문이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는군, 이제 반년만 지나면 나도 아우의 질문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군.”
“괜한 말씀 마시고 이 연유나 설명해 주십시오.”
“주역의 대의(大意)가 무엇인지를 잊진 않았겠지?”
“변화(變化)아닙니까? 그것이야 어찌 잊겠습니까?”
“물이 위에 있으면 어디로 가려고 하겠는가?”
“그야 아래로 내려오겠지요. 눈비는 그러한 이치가 아닙니까?”
“맞는 말이네. 그렇다면 불은 아래에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위로 타오르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그렇게 되면 변화가 생기겠는가? 아무런 일도 없겠는가?”
“당연히 변화무쌍(變化無雙)하겠습니다.”
“주역의 본래 뜻대로 변화가 일어났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그래서 기제(旣濟)라고 한다네. 수화기제(水火旣濟)~!”
“오호라~! 과연~!”
“그것뿐이겠는가?”
“또 뭔가 있겠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불이 위로 타오르면 무엇을 만나겠는가?”
“발에서부터 올라온다면 금을 만나게 되겠습니다. 단전이 바로 위에 있으니까요.”
“단전은 뜨거워야 할까 차가워야 할까?”
“그야..... 오호~~!!”
“뭔가 느낌이 생기는가?”
“아랫배가 뜨거워진다는 말은 발의 열이 순조롭게 위로 올라와서 단전을 단련하는 것이로군요. 그것을 용광로(鎔鑛爐)라고 하는 것입니까?”
“야금(冶金)이란 그것을 말한다네. 단전을 달궈서 순금으로 만드는 일이지. 이것이 성공하면 연금술(鍊金術)이 된다네.”
“점점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빠져드는군요.”
“그렇게 되는 것이 선도(仙道)의 기본이라고 한다네.”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머리의 수는 내려와서 어떻게 됩니까?”
“머리의 수가 내려와서 맨 처음 무엇을 만나는지 생각해 보면 알 일이지 않은가?”
“가슴의 목을 만납니다. 그렇게 되면 물이 나무를 길러주게 됩니까?”
“맞았어~!”
“와~!”
“물은 목을 길러주고, 불은 금을 단련해 주니 이것이 바로 기제(旣濟)라는 것이라네. 다만 이렇게 오행으로 관하는 것은 기능적인 인체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원기(元氣)에 대한 것임을 혼동하지는 말게.”
“그 말씀은……?”
“가슴을 목이라고 해서 심장도 목이겠거니 하면 안 된다는 말이네. 기관(器官)은 각기 또 자신의 몫이 있는 것이므로 오행으로 생각하는 법에서는 논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지.”
“잘 알겠습니다. 오행을 볼 때는 오행으로 보고, 또 다른 관점으로 볼 적에는 그 관점으로 보라는 말씀이군요. 여하튼 기제의 뜻에 그런 이치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주역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네. 이만하면 금의 공부는 어느 정도 되었다고 봐도 될까?”
“되고말고요. 너무나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이제 보름은 또 궁리할 자료를 얻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이치를 얻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쁨에 사무친 우창은 낙안을 작별하고 날듯이 숙소로 돌아와서는 오늘 들은 이야기를 기록하느라고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