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3. 역경(易經)의 기초상식(基礎常識)

작성일
2017-01-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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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3. 역경(易經)의 기초상식(基礎常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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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이 역경의 기초를 설명해 주려고 찾아왔다. 약간의 기초는 있다고 해도 되겠지만 그간의 지식은 모두 지워야 새로운 공부를 담을 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일단 백지(白紙)의 상황에서 공부하려고 맘을 먹었다. 어쭙잖은 지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경을 공부한 적은 있으신지요?”

낙안이 우창의 기본적인 상식에 대해서 물었다.

“아닙니다.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선 역경(易經)의 역(易)은 무슨 뜻인 지부터 궁금합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 글자의 뜻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뀔 역이기 때문에 바뀐다는 뜻으로 봅니다. 직접적인 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역의 뜻에는 항상 변화하고 바뀌는 의미가 들어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바뀌는 것도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도 있을 텐데 항상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좀 무리한 대입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점괘를 물을 적에는 바뀔 조짐이 있기 때문으로 보면 되지 싶습니다. 바뀌지 않을 것에 대해서 묻지는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 그렇게 대입하면 또 그럴싸합니다. 바뀐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바뀐다는 것은 바뀔환(換)도 있기는 합니다만,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까?”

“다른 의미로는 일월(日月)의 의미로 보기도 합니다. 일(日)과 월(勿)의 합성 글자라는 의미입니다.”

“일월로 보고자 하는 것은 음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서 이해가 됩니다만, 물(勿)을 월(月)로 보는 것은 좀 어색해 보이긴 합니다. 다소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도마뱀을 의미한다고도 합니다. 도마뱀 중에서도 상황에 따라서 색을 바꾸는 변색룡(變色龍: 카멜레온)이 있는데 그 동물은 주변의 상황에 따라서 피부의 색이 바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역의 원형으로 사용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습니까?”

“그런 말은 처음 듣습니다만, 바뀐다는 의미만 생각하면 그것도 일리가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낙안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낙안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옛날에 갑골문(甲骨文)에는 어떻게 표시했는지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붓을 들어서 그림을 그렸다.

우창이 낙안의 그림을 보니까 언뜻 봐서는 새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대의 갑골문에는 역(易)을 이렇게 썼다는 말씀입니까? 어딘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문자는 원래 도(圖)에서 서(書)로 바뀌었기 때문에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그 글자는 서주(西周) 때에 만든 모공정(毛公鼎)에 새겨져 있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새로 보고 대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 팔색조(八色鳥)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일리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여러 색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만약 그러한 뜻이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낙안 선생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낙안이 보기에는 거북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북의 등껍질을 불에 태워서 점괘를 얻었다는 말은 들어보셨지요?”

“어디선가 들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아래쪽에 세 개의 빗금은 바로 거북의 등에 나타난 금을 말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낙안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오히려 그것이 점괘를 얻는 과정과 흡사합니다. 역시~!”

“어떻습니까? 그럴싸한 면이 있습니까?”

“흡사해 보입니다. 역점(易占)의 의미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면서 최초의 점사(占辭)를 얻기 위해서 점괘(占卦)를 얻었던 것과도 완전히 상통(相通)합니다. 여러 이유 중에서 가장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역(易)의 뜻은 ’거북의 등을 태워서 나타나는 점괘 역‘으로 이해하면 거의 틀림이 없겠습니다. 글자에 대한 이해는 충분합니다. 다음으로 무엇을 공부하면 됩니까?”

“역(易)의 뜻을 이해했으니까 다음은 『역경(易經)』의 뜻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경은 다른 말로 주역(周易)이라고도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낙안이 다시 물었다. 공부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事前知識)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자 함인 줄을 알고서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숨김없이 말했다.

“주역이라고 하면 두루주(周) 바뀔역(易)역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모든 것은 다 바뀐다는 뜻으로 이해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다른 말로는 주나라에서 문왕(文王)이 만든 역이라서 주역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분류할 적에 시대에 따라서 왕조(王朝)를 앞에 붙여서 표하기도 하니까요.”

“그렇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냥 역경(易經)이라고 하지 않고 주역이라고 하는 것에는 또 다른 뜻이 있습니다.”

우창은 귀를 활짝 열고 기울였다.

“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역(易)에는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쪽 분야에서는 삼역(三易)이라고도 합니다. 그 하나는 연산역(連山易)이고, 또 하나는 귀장역(歸藏易)이고 또 하나가 바로 주역(周易)입니다.”

“그렇습니까? 듣느니 처음입니다. 왜 역이 그렇게 많습니까?”

“하은주(夏殷周)의 시대에 따라서 역도 변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왕조(夏)왕조에서 사용한 역(易)은 연산역입니다. 그리고 은(殷)왕조에서 사용한 역은 귀장역이고, 주(周)왕조에서 사용한 것이 바로 주역(周易)입니다. 다른 말로는 주문왕(周文王)이 시초(始初)가 되었다고 해서 문왕역(文王易)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역에 대해서 대략이나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연산역에서는 간괘(艮卦)를 머리로 삼고, 귀장역에서는 곤괘(坤卦)를 머리로 삼습니다. 그리고 주역은 건괘(乾卦)를 머리로 삼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연산역과 귀장역이 존재했는지는 학자들 간에도 이론이 분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주례(周禮)의 내용에서 그러한 이름이 기록된 것을 바탕으로 참고하여 이름만 전해진다고 보면 되지 싶습니다.”

“이름만이라도 전해지는 것은 뭔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또 언젠가 어느 고인의 무덤 속에서라도 근거가 될 만한 자료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 왠지 주역을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가르침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나름대로 역경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은 있으실 테지만 그냥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주역의 대의(大意)는 무엇이겠습니까?”

“대의라면... 그건.... ‘점치면 다 알 수 있다.’가 아닐까요? 주역으로 점을 하면 모든 것이 소상하게 드러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하하~ 재미있는 말씀이십니다. 낙안의 생각으로는 ‘음양(陰陽)의 변화(變化)를 읽는 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시종일관(始終一貫) 음양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음양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생긴다[음극즉양생(陰極卽陽生)]는 말이 생각나는데, 이것이 음양에 대한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잘 알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음양인지 비유를 들어서 설명을 하실 수도 있겠습니까?”

“음.... 가령, 남녀(男女)를 음양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를 양이라고 하고 여자를 음이라고 하잖습니까?”

“왜 그렇게 말을 합니까?”

“남자는 양강(陽强)하고 여인은 음유(陰柔)한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까, 왜 남자는 양강하고 여자는 음유하냔 말이지요.”

“음... 그건.....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자꾸 왜 그러느냐는 말씀을 하시니까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이게 됩니다.....”

“학문(學問)의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음... 배우고, 묻는다? 그냥 배우는 것이 학문인가 보다 했는데 사실은 배우고 묻는 것이 학문이었던가 봅니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알고도 묻고 모르고도 묻는 것입니다. 지금 남녀를 묻는 것도, 알고 있는 부분도 있고, 또 우창 선생이 깨달은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묻는 것이지 다그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낙안은 그렇게 설명을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우창은 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설명했다. 온유한 낙안도 공부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혹독하다고 할 정도로 준엄한 훈장님으로 변하는 것이다.

“남자는 강합니다. 그래서 양으로 봅니다. 반면에 여자는 유합니다. 그래서 음으로 보게 됩니다. 우창은 안목이 좁아서 이렇게밖에 이해하지 못했으니 낙안 선생의 깊은 가르침을 구합니다.”

“물론 우창 선생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해 두려는 것이지요. 왜냐면 남자도 부드러운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자도 강직한 사람이 있지 않겠느냔 말이지요. 이러한 경우를 당하여서는 조금 전에 하신 논리가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렇겠습니다. 아마도 선입견이 있어서 사유에 장애를 일으켰나 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가 있는 일인데 말이지요. 가르침을 주십시오.”

“학문의 지식에는 핵심(核心)도 있고 주변(周邊)도 있습니다. 핵심을 짚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지만, 핵심을 빗겨서 주변을 어정거리게 되면 다시 또 그것을 위한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밤과 낮처럼 명료하게 음양이 구분되는 것도 있습니다만 때로는 애매하게 인식이 되어서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까지도 다 음양으로 이해를 할 수가 있다면 비로소 음양의 공부를 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말 학문의 세계는 놀랍고도 광활합니다. 음양의 이치가 그렇게 깊은 것인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뭘요. 하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혹 남자는 밖에서 일하고 여인은 집안에서 가족을 보살펴서라고 그렇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왠지 또 꾸지람을 듣지 싶은 느낌이....”

“우창 선생이 음양에서 이렇게 당황하게 될 줄은 모르셨지요? 하하~”

“누가 아니랍니까. 참 막막합니다. 왜 이럴까 싶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뭘 생각하면서 공부했나 싶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음양을 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모든 것에 대해서 그 핵심을 짚어내게 되어있으니 서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남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가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더욱 여리박빙(如履薄氷)으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합니다. 자웅(雌雄)으로 관찰하면 풀리는 관찰입니다.”

“자웅이라면, 암컷과 수컷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자를 양으로 보는 것은 그 신체의 구조가 수컷이기 때문이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 외의 모든 말은 변두리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하~! 이제 음양을 어떻게 관해야 하는지 짐작이 됩니다. 본질(本質)에 대해서 통찰(洞察)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주역은 바로 그 음양에 대해서 통찰(洞察)하는 학문입니다. 앞서 공부했던 구궁과는 또 다른 방향을 갖게 되므로 다시 처음으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접근하다가 보면 머지않아서 정답에 도달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다면 여름은 양이고 겨울은 음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없겠는지요?”

“당연합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서 더운 날씨가 이어지므로 양의 기운으로 보게 됩니다. 반면에 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져서 추운 날씨가 되므로 사람들은 웅크리게 되지요. 그러한 모습에서 음은 웅크리고 양은 활발하다는 것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년과 노인도 같은 의미로 봐서 활발한 아이들은 양이 되고 앉거나 눕기를 좋아하는 노인은 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습니까?”

“당연합니다. 이것이 음양의 개념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음양이 다시 음양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른바 사상(四象)을 말씀하시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양이지만 그중에서도 더 활발한 아이는 양중지양(陽中之陽)이라고 하고 덜 활발한 아이는 양중지음(陽中之陰)이라고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노인도 마찬가지로, 활발한 노인은 음중지양(陰中之陽)이고, 움직이기를 더 싫어하는 노인은 음중지음(陰中之陰)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양중지양을 태양(太陽)이라고 하고 ⚌로 나타냅니다. 또 양중지음은 소음(少陰)이라고 하여 ⚍로 나타냅니다.”

“소음이란 말은 음이 적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잘 이해하셨습니다. 같은 의미로, 음중지음은 태음(太陰)이라고 하며 ⚏로 나타냅니다. 음중지양은 소양(少陽)이라고 하여 ⚎로 나타내게 되었으니 앞으로 이러한 것을 문자로 표시할 적에는 이렇게 괘효(卦爻)로 나타내면 됩니다.”

“괘효라고 합니까?”

“간단합니다. ⚋부호를 음(陰)이라고 하고, ⚊부호를 양(陽)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효(爻)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겹치게 되면 괘라고 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삼효(三爻)가 모인 것을 소성괘(小成卦)라고 합니다. 다만 이렇게 두 개의 효로 나타내는 것은 지금 설명할 때만 필요합니다. 다음 단계의 팔괘(八卦)로 들어가는 문턱의 과정에서 이해하는 통과 절차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것이 사상(四象)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사상이면 네 가지의 상징(象徵)이라는 의미인가 봅니다. 이러한 기본형을 바탕으로 해서 또 전개되는 것이 있겠지요?”

“가령 소음(⚍)의 괘효에서 주체(主體)와 객체(客體)가 있다면 어느 것이라고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모양만 봐서는 소양(⚎)의 괘효도 위아래만 바뀌었을 뿐 모양은 같다고 할 수가 있겠는걸요. 어떻게 구분합니까?”

“기준은 간단합니다. 맨 아래가 기준이 됩니다.”

“글씨를 쓸 적에는 위에서 쓰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괘효는 항상 아래에서부터 그려서 위로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음(⚋)과 양(⚊)의 괘효가 다 같습니다. 그러므로 아래에 있는 괘효가 체(體)가 되고 위의 괘효는 객(客)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혹은 모자(母子)의 관계로 봐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래의 효가 기본이 됩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생긴 것이 주역의 구조라고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소양(少陽)은 음체(陰體)이고, 소음(少陰)은 양체(陽體)라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잘 이해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으로는 소양은 양체 같고 소음은 음체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역은 주역의 언어로 이해를 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법이니까요.”

“잘 알아들었습니다. 자상하게 알려 주셔서 조금도 의심 없이 수용이 되었습니다. 정말 기초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상에서 변화하면 팔괘(八卦)가 됩니다.”

“그렇겠네요. 배수(倍數)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니까 틀림이 없겠습니다.”

“아마 팔괘에 대해서는 들어 보셨거나 알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어떠신지요?”

“그렇습니다. 입산하기 전에 스승님께서 매우 기본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알려 주셔서 괘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팔괘를 설명해 보시지요.”

“외우기는 했는데 설명을 하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 얕아서 부끄럽습니다. 건괘(乾卦), 곤괘(坤卦), 감괘(坎卦), 리괘(離卦), 진괘(震卦), 손괘(巽卦), 간괘(艮卦), 태괘(兌卦)라는 것은 외워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상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각각의 괘가 의미하는 상징성(象徵性)은 알고 계시지요?”

“아, 그건 알고 있습니다.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 진은 우레, 손은 바람, 간은 산, 태는 연못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공부입니다. 이제 앞으로는 오로지 이 팔괘로 설명하고 팔괘로 이해를 하게 될 것입니다. 주역은 원래가 팔괘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대해서 이해를 조금 더 하면 되겠습니다.”

낙안에게는 너무나 기초적인 내용이라서 지루할 만도 하건만 그러한 내색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로 처음 설명을 하는 것처럼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우창이 보기에 너무 엄숙하고 존경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