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4. 삼라만상을 나타내는 팔괘(八卦)

작성일
2017-01-04 15:19
조회
2208

[032]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4. 삼라만상을 나타내는 팔괘(八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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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팔괘의 순서에 숫자를 붙여서 외워 보시지요.”

낙안은 차근차근 그러나 빈틈없이 주역의 기초를 설명했다. 혹시라도 중요한 것을 놓칠세라 정신을 집중해서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느라고 여념이 없는 우창이다.

“예, 해보겠습니다. 일건천(一乾天), 이태택(二兌澤), 삼리화(三離火), 사진뇌(四震雷), 오손풍(五巽風), 육감수(六坎水), 칠간산(七艮山), 팔곤지(八坤地)로 외웠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풀이를 부탁합니다.”

“일건천이란, 숫자로는 1이며, 건괘(乾卦)는 하늘을 상징한다는 뜻입니다. 이태택이란, 숫자는 2가 되며, 태괘(兌卦)는 연못을 상징한다는 뜻이고, 삼리화란, 숫자는 3이며 리괘(離卦)는 불을 상징합니다. 또 사진뇌란, 숫자로는 4가 되고 진괘(震卦)는 우레를 나타냅니다. 오손풍이란 숫자는 5가 되며 손괘(巽卦)는 바람을 의미합니다. 육감수는 숫자로 6이 되고, 감괘(坎卦)는 물을 나타냅니다. 칠간산은 숫자는 7이며 간괘(艮卦)는 산을 나타내며, 마지막으로 팔곤지는 숫자가 8이며 곤괘(坤卦)는 땅을 의미합니다.”

 

  1. 일건천(一乾天)은 하늘을 나타낸다.

  2. 이태택(二兌澤)은 연못을 나타낸다.

  3. 삼리화(三離火)는 불을 나타낸다.

  4. 사진뢰(四震雷)는 우레를 나타낸다.

  5. 오손풍(五巽風)은 바람을 나타낸다.

  6. 육감수(六坎水)는 물을 나타낸다.

  7. 칠간산(七艮山)은 산을 나타낸다.

  8. 팔곤지(八坤地)는 땅을 나타낸다.


 

우창이 정리 삼아서 글자를 써가면서 말했다. 글자를 쓰면 기억에 남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틈이 나면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인데 말로만 하는 것보다 이렇게 적어가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정확한 설명입니다. 그러면 다음으로는 팔괘의 형상(形狀)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설명해 보시기 바랍니다. 건괘는?”

“건괘는 세 효가 모두 양입니다.”

“태괘는?”

“1, 2효는 양이고, 맨 위의 3효는 음입니다.”

“리괘는?”

“1, 3효는 양이고, 2효는 음입니다.”

“진괘는?”

“1효는 양이고, 2, 3효는 음입니다.”

“손괘는?”

“1효는 양이고, 2, 3효는 음입니다.”

“감괘는?”

“1, 3효는 음이고, 2효는 양입니다.”

“간괘는?”

“1, 2효는 음이고, 3효는 양입니다.”

“곤괘는?”

“세 효가 모두 음입니다.”

다행히 기초적인 팔괘를 외워놓은 것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참으로 요긴하게 활용이 되었다. 그러자 낙안은 다시 물었다.

“그것을 구결(口訣)로 말해 보시지요.”

“예, 그것도 가능합니다. 건삼련(乾三連☰), 태상절(兌上絶☱), 리허중(離虛中☲), 진하련(震下連☳), 손하절(巽下絶☴), 감중련(坎中連☵), 간상련(艮上連☶), 곤삼절(坤三絶☷)로 외웠습니다.”

이번에도 우창은 글자를 써가면서 설명했다.

 

건삼련(乾三連) 건괘(乾卦☰)는 세 효가 모두 이어졌다.

태상절(兌上絶) 태괘(兌卦☱)는 위의 효가 끊어졌다.

리허중(離虛中) 리괘(離卦☲)는 가운데의 효가 끊어졌다.

진하련(震下連) 진괘(震卦☳)는 초효만 이어졌다.

손하절(巽下絶) 손괘(巽卦☴)는 초효만 끊어졌다.

감중련(坎中連) 감괘(坎卦☵)는 가운데만 이어졌다.

간상련(艮上連) 간괘(艮卦☶)는 상효만 이어졌다.

곤삼절(坤三絶) 곤괘(坤卦☷)는 세 효가 모두 끊어졌다.

 

“잘하셨습니다. 틀림없네요. 팔괘는 잘 이해하고 외우셨습니다. 다음은 각 괘의 음양에 대한 소속(所屬)을 이해할 순서입니다. 이에 대해서 말씀해 보시지요.”

“예? 무슨 뜻인지요? 이미 각 효가 음양으로 구성이 되어있지 않습니까? 그 외에 또 음양으로 분류를 하는 것이 있단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미리 말씀드렸듯이 주역의 정신은 오로지 음양을 바탕에 두고 풀어가고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것이라도 음양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생각보다 훨씬 더 철저한 음양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에는 ‘일음(一陰)과 일양(一陽)을 일러서 도(道)라고 한다.[一陰一陽之謂道]’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랍니다.”

“그것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과연 음양의 이치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깊이 있는 관찰력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음양 공부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팔괘의 음양에 대해서 말해 보시지요.”

“참, 그것을 물으셨는데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해를 위한 암시(暗示)를 드리겠습니다. 셋 중에서 서로 다른 하나가 음양을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하하~”

“예? 그렇다면...... 아, 알겠습니다. 태괘(兌卦), 리괘(離卦), 손괘(巽卦)는 음괘(陰卦)가 됩니다. 그리고 진괘(震卦), 감괘(坎卦), 간괘(艮卦)는 양괘(陽卦)가 되겠습니다. 맞습니까?”

“틀림없습니다. 하하~”

“그런데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건괘는 셋이 모두 양이고, 곤괘는 셋이 모두 음이라서....”

“그래서 건괘는 양괘가 되고 곤괘는 음괘가 되는 것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습니다.”

“아 예, 그렇다면 건ㆍ진ㆍ감ㆍ간은 양이고, 곤ㆍ손ㆍ리ㆍ태는 음이로군요. 알고 보니 매우 간단한 문제였네요. 그래서 모르면 손에 쥐어 줘도 모른다고 하나 봅니다. 이제 이러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팔괘가 간단한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또 생각할 것이 많기도 합니다.”

“그렇겠습니다. 이러한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습니다. 이제서야 뭔가 주역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 수가 있다는 말의 의미가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팔괘의 방향은 알고 계시는지요?”

“팔괘가 방향도 정해져 있습니까?”

“정해져 있습니다.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예, 어떻게 정해졌는지요? 알려주시면 정리하겠습니다.”

“팔괘에는 선천팔괘(先天八卦)와 후천팔괘(後天八卦)가 있습니다만, 주역에서는 후천팔괘를 쓰므로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선천팔괘? 후천팔괘? 너무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천팔괘만 알면 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북(北)은 감(坎), 남은 리(離), 동은 진(震), 서는 태(兌)가 됩니다. 이것을 사정방(四正方)이라고도 합니다. 사정방이 있으면 편방(偏旁)도 있겠습니다. 그 나머지는 편방에 배치를 합니다.”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동북은 간(艮), 동남은 손(巽), 서북은 건(乾), 서남은 곤(坤)이 됩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위(方位)는 누가 정한 것입니까?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집니다.”

“주나라의 문왕이 배치를 하였다고 전합니다.”

“왜 그렇게 배치를 하였는지 이치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겠습니까?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호~! 드디어 질문에 날이 서기 시작했네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질문하시는 선생도 흔치 않은데 말이지요. 하하~”

“그렇습니까? 좀 무례한 것으로 생각하실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참을 수가 없어서 전후의 사정도 없이 여쭙습니다.”

“후천팔괘의 배치(配置)에 대해서 인간적(人間的)으로 이해를 하는 방법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기다리다가 목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하~”

“팔괘를 여덟 명의 가족으로 대입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건괘(乾卦)는 부친(父親)이 되고, 곤괘(坤卦)는 모친(母親)이 되는 것인가요? 짐작건대 그렇게 대입하지 싶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개의 괘로 세 아들과 세 딸로 삼게 됩니다. 이미 앞에서 아들과 딸로 구분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아, 양괘, 음괘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들 셋과 딸 셋을 두고 있는 오붓한 가정이 되겠군요. 모양도 좋아 보입니다.”

“그중에서 장남(長男)은 어느 괘가 될까요?”

“장남이면.... 기준이 뭔가요?”

“항상 괘효의 기준은 어디부터라고 했습니까?”

“맨 아래부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양괘의 셋 중에서 맨 아래에 있는 양효는 진괘(震卦☳)네요. 혹 이것을 장남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이미 다 이해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우창은 다시 글자를 써가면서 정리해 봤다.

 

부친(父親)은 건(乾☰)

모친(母親)은 곤(坤☷)

장남(長男)은 진(震☳)

차남(次男)은 감(坎☵)

삼남(三男)은 간(艮☶)

장녀(長女)는 손(巽☴)

차녀(次女)는 리(離☲)

삼녀(三女)는 태(兌☱)

 

“간단히 정리하셨네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배치가 된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우선 서북은 무슨 방향이라고 했습니까?”

“건방(乾方)입니다.”

“부족한 사람이 아는 척을 하면 뭐라고 하는지 혹 아십니까?”

“건방지다고 합니다. 엉? 건방이 그 건방인가요?”

“일설에는 그렇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하~”

“재미있는 속담이네요. 가장 높은 어른이 계시는 방향이라는 뜻으로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서남방은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 사이에는 막내딸이 있으니 어린 딸은 부모가 보호하고 있다고 이해를 하게 됩니다.”

“아, 아직 키워야 하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봅니다.”

“그렇게 이해를 해도 될 것입니다. 장남과 장녀는 문 앞에 있습니다. 동남방은 지호(地戶)라고 합니다. 반대로 서북방은 천문(天門)이라고도 합니다. 땅으로 통하는 문과 하늘로 통하는 문이 있습니다.”

“뭔가 자리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장남과 장녀가 문을 나가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의미가 되고, 부친은 어른으로 하늘의 문으로 통하는 지혜가 된다고도 이해를 합니다.”

“알겠습니다.”

“중남과 중녀는 북과 남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고 이해를 합니다. 소남은 동북에서 맏형과 중형을 따라서 세상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도 봅니다. 이렇게 해서 기본적인 배치를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팔괘의 괘상(卦象)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도 이해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로군요. 덕분에 안목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 정리를 해본 셈입니다. 본격적으로 팔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순서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작 팔괘의 이름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해 봤습니다. 건괘(乾卦)가 하늘인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창은 더욱 경건해진 마음으로 낙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열심히 설명을 해 주느라고 목이 말랐던지 차(茶)을 한 모금 마신 다음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면서 지식의 창고가 이리도 넓은 것이라는 점을 실감하는 우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