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제3장 심곡자의 문하/ 4. 구궁수(九宮數)에 대한 이해

작성일
2017-01-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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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제3장 심곡자(深谷子)의 문하(門下) 


4. 구궁수(九宮數)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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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생각해 볼 적에, 낙안은 아마도 10년 이내에 한 방면에서 이름을 나타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인연이 된 것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온종일 이렇게 간단한 공식을 외우는 것에 열중했다. 비록 숫자는 간단했지만 그 숫자를 시점(始點)으로 생각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갑(甲)을 나타내는 1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갑이라고 하는 것을 어째서 그냥 갑으로 보지 않고서 숫자로 바꿔서 읽어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새벽에 강의하는 것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숫자를 서로 더하거나, 곱하거나, 그러한 형태로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면 갑이라고 하는 글자를 다른 글자와 더하는 것은 애매한 점이 있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숫자로 전환이 되면 더하거나 빼는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갑(甲)과 병(丙)을 더한다면 어떤 느낌으로 얼른 감지가 되지 않는데, 1과 3을 더한다는 말은 바로 느낌이 확~ 들어온다면 그것도 일리가 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배운 바 있는 단시(斷時)에서도 숫자를 서로 더하였던 기억이 나자 아마도 이러한 문제로 해서 숫자가 필요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에도 갑기자오(甲己子午)는 9라는 숫자로 바꿔서 읽었으니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문둔갑이라는 학문은 또 다른 관점으로 자연을 관찰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사부님께 배운 숫자와 지금 낙안에게서 배운 숫자의 의미가 달라지겠는가.

또, 기문둔갑으로는 온갖 동물이나 자연의 형상으로 둔갑(遁甲)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그러한 변화를 하도록 이 숫자가 작용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만 과연 그러한 것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의혹과 이해가 번갈아 가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수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합적인 여러 가지의 암시(暗示)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우창은 참으로 대단한 발상의 전환을 하게 했던 것이다. 비록 간단한 1, 2, 3, 4, 5, 6, 7, 8, 9, 10의 숫자였지만 그 숫자를 바탕으로 놓고서 생각을 해볼 것은 무궁무진했다.

‘흠... 과연 수학이라고 해야 할 이유가 있었군... 학문의 세계가 이렇게도 다양한 이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네.’

이렇게 혼자서 감탄을 하고 있는데, 문득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리고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백발의 소리가 들렸다.

“백발입니다. 들어가도 좋을는지요?”

“예, 들어오십시오.”

“문안드립니다.”

허리를 굽혀서 공수하는 백발에게 앉기를 권했다.

“백발선생은 얼마나 새로운 공부를 하셨는지요?”

우창은 여태 기문수(奇門數)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백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문득 추문성을 보자, 오늘 공부가 어떠했는지 물었다.

“백발도 뭐라고 열심히 설명하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전혀 못 알아먹겠더군요. 그런데 강의가 끝나고서 선배의 지도를 통해서 겨우 약간의 이해하게 되기는 했습니다만, 천성이 아둔해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골치가 아파서 잠시 사부님과 이야기나 하려고 왔습니다. 하하하.”

“그럼요. 천천히 하지요. 호칭은 우창으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두고두고 해야 할 공부인 것을 하루아침에 모두 알려고 해봐야 잘되지 않을 것입니다. 실은 우창도 너무 깊은 수학의 세계로 인해서 머릿속이 지끈지끈하지 뭡니까. 하하하.”

우창도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앞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백발은 또 공부해야 한다면서 돌아갔다.

우창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리(數理)의 신비한 세계에 몰입해갔다. 숫자를 그냥 단순하게 날짜를 따지고, 수량을 계산하는 단위로서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얕은 것이었는지를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고, 3개월이 지나자, 비로소 수리의 깊은 이치가 대략 손에 잡힐 듯한 위치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낙안은 여전히 가장 기초적인 수학의 이치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비로소 기문둔갑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라고 하는 숫자의 궁(宮)을 설명했다. 1에서 9까지의 숫자는 각기 자신의 집이 있다고 하면서 그림으로 설명을 열심히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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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단하게 아홉 개의 숫자를 써놓고서 설명을 하는데, 이해가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낙안은 별로 애타는 마음도 없이 천천히 공부하라고 한다. 1은 수(水)의 집이라고 한다는데, 원래 갑(甲)이 1이 되었던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도대체 이 수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가지를 치고 있는 것인지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1이라고 하는 숫자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 또 다른 관점에서 그 1은 다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서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그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나면, 이번에는 또 다른 관점에서 그 숫자는 변신하고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다고 생각했던 1이라는 숫자도 나중에는 안다고 할 생각이 들지 않는 우창이었다.

낙안이 도표를 그려가면서 설명을 하는 것에서는 1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물이었다. 또 방향으로는 북쪽을 나타낸다고도 했다. 그리고 모든 수의 기본이기도 하고, 마지막이라고도 했다. 그러한 말들은 귀에 들려와도 그 의미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참으로 학문의 세계는 그 깊이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부가 이미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았고, 우창도 그러한 생각이 서서히 들고 있었다.

오늘도 이 숫자의 놀음판을 지켜보면서 혼자 골똘하게 궁리하다가 문득 묘한 연관(聯關)관계를 갖는 숫자의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서로의 배합을 살펴봤는데, 여기에는 참으로 오묘한 의미가 들어있었다. 즉, 숫자를 가로나 세로나 대각선으로 모두 합해 봐도 그 합은 똑같이 나오는 것이었다.

우선은 그냥 숫자 하나하나의 의미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이러한 생각하지 못했는데, 잠시 다른 눈으로 바라다보니까 또 이러한 면이 보이는 것이다. 단지 9개의 숫자 나열인데도 그들은 어느 것 하나도 빈틈이 없었다. 완벽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서 나름대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궁리하다가 너무도 신기하여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흠... 이것 참 오묘하구나... 어느 곳으로 더해도 합이 15라... 그렇다면 이 세상의 이치는 숫자로 볼 적에 15만 알면 모두 다 알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다가는 문득 혼자서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머쓱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숫자의 이치는 날이 갈수록 무궁무진해서 자신의 머리가 나쁜 것이 항상 한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바람처럼 흘러갔다. 어느덧 태산에도 눈이 내렸다. 백설이 온 천하를 뒤집어씌우고 은빛의 장엄한 광채를 우주에 뿌렸다. 우창은 생각할 때면 으레 산책을 나섰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반야봉(盤若峰)이 있었다. 그 반야봉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은 참으로 절경이었다. 그래서 생각에 잠길 적에는 이 길을 택했다. 조용하게 생각하면서 오르는 산행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항상 방에서 연구만 하는 서생으로서 건강관리도 할 겸 이 반야봉의 산행은 유익한 점이 많다는 생각으로 자주 애용을 하는 것이다. 간밤에 눈이 내린 탓에 반야봉에서 바라다보는 태산의 정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더구나 아침의 햇살이 반사되는 광경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멍하게 풍경에 취해서 바라다보고 있었다.

“우창 선생도 산책을 나오셨군요.”

누군가가 말을 거는 소리가 뒤에서 났다. 그래서 돌아다보니까, 낙안이었다.

“아, 낙안 선생이셨군요. 풍경을 감상하느라고 선생이 오신 것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하하.”

“풍경에 취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역시 세상의 삼라만상은 오묘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습니다. 오늘 보는 풍경이 어제의 그것과도 또 달라지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참, 우둔한 우창을 위해서 애써주시는데도 늘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변변히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거듭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자 합니다.”

“하하하. 이런 말을 듣자고 드린 말씀이 아니었는데...”

낙안은 다소 쑥스러운 듯이 낯을 붉혔다. 나이는 30대 중반이었지만 심성은 고운 사나이였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창은 자신과 더욱 깊은 인연을 맺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뭐라고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보자는 생각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보다도 오늘은 낙안이 어떻게 이 태산까지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져 슬며시 말을 꺼냈다.

“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뭐지요? 어제 배운 구궁도(九宮圖)의 변화는 참으로 복잡하지요?”

“예, 그야 저의 아둔한 탓이겠습니다만, 실은 그보다도...”

“뭔지 말씀하십시오. 제가 도와 드릴 일이라면 힘껏 해드려야지요.”

“실은, 낙안 선생의 사사로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말이지요.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 실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은 되면서도 어째서 이렇게 젊으신 분이 이 공부에 이렇게 신명을 바쳐서 연구하시는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괜찮으시면...”

“아, 뭐 별것도 아닌데, 궁금하셨나 봅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궁금했습니다.”

“저는 원래는 농가에 태어나서 배운 것이라고는 농사를 짓는 일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부지런히 땀을 흘려서 일만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사를 한 사람 만났습니다.”

“역시, 그러한 인연이 있었군요.”

“그 도사는 자신을 낙록자(珞琭子)라고 하였는데, 세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듯싶습니다.”

“그랬군요. 그분이 뭐라고 이야기를 했길래...?”

“그분이 지나가다가 저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필요한 것이 있나 싶어서 말을 걸었지요.”

“그랬군요.”

“그런데 그는 그냥 고개만 흔들면서 계속 뭐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귀를 기울여봤지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그랬더니 그 소리는 ‘아깝다. 아깝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저는 밭을 갈고 있다가 일손을 놓고는 그분께 다가가서 다시 물었습니다. ‘뭐가 아까운가요?’ 그랬더니 그분은 비로소 저를 보고서 말하더군요.”

낙안은 잠시 지난 시절의 장면을 회상하는지 말을 끊고 먼 산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