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제2장 태산으로 가는 길/ 10. 태산의 동행자(同行者)

작성일
2017-01-04 15:04
조회
1958

[023] 제2장 태산으로 가는 길 


10. 태산의 동행자(同行者) 


======================

우창은 기왕 같이 태산으로 가기로 하더라도 나중을 생각해서 언질이라도 확실히 해 두고자 생각했다.

“정히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막을 수만은 없으니 우선 태산까지 동행하겠습니다. 그곳에 가서 공부하거나 혹 못하는 것은 또한 귀하의 인연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라며, 그렇게 하겠다면 나를 따라가도 좋습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죽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모시면서 도를 배우고 보필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은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동행하십시다.”

“물론이고 말고요. 좋은 인연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면 도사님이 저에게 찾아오셨을 리가 없습니다. 또 저도 망신을 당해서 백사진(白沙鎭)에 더 있어 봐야 밥을 먹고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도사님을 따라가는 것이 최선일 밖에요. 하하하.”

우창이 허락하는 것을 듣고서야 얼굴을 펴고서 웃는다. 나이로 보면 자신보다 선배였지만 이 학문에서는 나이가 아무 상관이 없으니 그냥 존칭을 쓰게 뒀다. 그렇지만 도사라는 말은 듣기가 참으로 거북했다. 흡사 자신이 사부님과 같은 대열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것만은 만류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함께 가는 것은 좋은데 한 가지 약속을 해줘야 하겠습니다.”

“뭐든지 말씀만 하시지요. 시키는 대로 이행을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저에게 도사라는 말을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도사도 아니고 그냥 공부를 하는 학인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진형이라고 불러주시오. 나는 우창이라고 합니다.”

“아, 진형이셨군요. 좋습니다. 소생은 추문성(鄒文盛)입니다. 나도 진형의 소탈한 마음씨가 참으로 맘에 들었으니 나중에 내가 부지런히 공부해서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준이 되거든 의형제를 신청하리다. 그때 가서 거절하지는 말아주기 바랍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추형 하하하.”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 우창은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서둘러서 행장을 준비한 추문성은 아침을 지어놓고서 우창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창이 잠을 깨자 아침을 먹도록 하고 자신도 먼 길을 떠나가는 사람답게 이런저런 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해 보였다.

“그런데 추형의 가족은 없으십니까?”

“가족이 있었지요... 근데 내가 무능하다는 핑계로 다른 녀석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요. 하하하.”

약간은 허탈하게 웃었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가족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기는 자기 자신도 아직 혈혈단신(孑孑單身)이 아닌가. 그렇기에 아무것에도 구애를 받지 않고서 훨훨 날개를 단 듯이 돌아다닐 수가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창은 자신도 언젠가는 좋은 인연을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밀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잠시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행장을 수습해서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혼자서 다닐 적에는 항상 홀가분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일행이 생기고 보니 또 다른 맛이 있기는 했다. 때가 되면 먹을거리를 챙겨주기도 하고, 또 항상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살피는 마음에서 역시 학문의 위력은 세간의 나이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진형!”

조용하게 옆에서 걷고 있는 추문성이 우창을 불렀다. 우창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부르는 소리에 얼핏 돌아다봤다. 추문성은 대단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보다도 어쩌면 더욱 많은 학문을 깨달을 수가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실은 궁금한 게 많아서 미칠 지경인데 그렇게 혼자서 생각에 잠겨 걸음을 옮기시니 도저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아, 그랬나요? 뭣 좀 생각하느라고 그만... 하하하. 말씀하시지요.”

“어제 그렇게 귀신처럼 망태기 속에 들어있는 것을 알아내는 재주를 보고서 참으로 놀랐습니다. 어떻게 사람의 능력이 그럴 수가 있지요?”

“아, 난 또 뭐라고요. 그런 것은 잔재주에 불과합니다. 아마 공부가 잘되면 추형이 저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사이에 우창도 스스로 잔재주라고 쉽게 말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의 추문성의 감정이 어떨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에구, 그럴 리가요. 그러한 장면을 생전 처음으로 봤던지라 참으로 놀랐는데, 과연 그러한 것이 공부해서 가능한 것입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귀신과 어떤 내통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혜암 사부님은 통 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식은 죽 먹기로 알아낼 뿐 아니라, 그 속에 있는 것의 지불 대금까지도 신기하게 맞춰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그 경지에 오르려면 까마득하군요. 하하하.”

그래도 칭찬을 해주는 것에는 싫지 않았지만 까딱하면 도사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라서 그냥 무덤덤하게 넘기려고 둘러댔다.

“진형은 혜암도인을 모신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요?”

“한 3년 정도 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왜 더 공부하시지 않고서 태산으로 가시는 건가요?”

“예, 태산에는 또 다른 도인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에게 공부를 더 하고서 다시 스승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명을 받들어서 이렇게 태산으로 찾아가는 것이랍니다. 사부님의 말씀은 거역할 수가 없거든요.”

“흠... 그렇군요. 전설로만 혜암도인이라는 신선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그분의 제자를 만나서 신기한 술법을 뵙게 될 영광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지 뭡니까. 하하하.”

“뭘요... 부끄러운 잔재주에 불과한 것을...”

우창은 불과 며칠 전에 헤어진 사부님이 문득 그리웠다. 그렇게 넉넉하고 급하지 않고 포근한 사부님의 곁을 떠나고 보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태산에서는 무슨 공부를 하게 될 것인지도 궁금했다.

“진형은 이미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이는데 뭘 또 공부하려고 하지요? 나는 아까부터 계속 그 점이 궁금하기 짝이 없군요.”

“모르는 게 없다니요. 온통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그러면서 장안에서 헛다리를 짚어서 망신을 당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과연 그 사람의 어느 구석에서 자식이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있을까? 그리고 사부님은 어떻게 그 장소에 나가보지도 않으시고서 그 사람의 여러 가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있을까?

그때 바로 사부님께 여쭤봤지만, 사부님은 대답을 회피하고서 엉뚱한 이야기만 했던 생각도 났다. 그러자 아무래도 아직은 자신이 공부를 더 해야만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라는 것으로 정리를 하고서 어쨌든 태산에서 심곡자에게 무엇인가 배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다.

또 무극자를 만나서 들었던 몇 가지의 이야기도 떠올려 봤다. 무극자는 자신의 무엇을 보고서 심곡에 보내라고 했을까? 과연 자신은 상법(相法)과는 인연이 약한 것일까? 그리고 심곡자에게서 공부한다면 내가 타고난 적성대로 깨달음을 얻게 될까?

또 달마라고 하는 분은 과연 어떠한 분이기에 깨달음 중에서도 가장 심오하다고 생각되는 심법(心法)의 일인자로 꼽아주는 것일까? 무극자나, 사부님이나 모두 당대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할 분들이건만 그들이 공경의 표시를 하는 달마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법력이기에 그럴까?

이런저런 생각이 동시에 일어나서 어지럽혔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들은 하루아침에 해결이 될 일이 아니니 일단 나중의 일로 미뤄두고 마음 편히 길이나 가자는 생각도 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의문이 생기면 그냥 두지를 못하고서 반드시 캐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신의 성격도 문제는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추문성은 다시 물고 늘어졌다. 어쩌면 추문성도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형, 어떻게 하면 그 망태기 안에 지네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까?”

“그것을 한 마디로 설명을 할 수가 없는걸요. 하하하.”

우창은 자신을 또한 하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리고 사부님이 때로는 답을 하지 않고 빙빙 돌리는 것에 대한 의미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말을 해 줘도 못 알아들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추형은 어찌 그렇게 당당하게 도사 노릇을 잘하실 수가 있습니까? 우창은 그 점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아, 그거야 뭐...”

이렇게 말하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멋쩍은 모양이었으나, 또한 무엇이든지 생각이 나면 당장에 실행에 옮기는 자신의 천성은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여기고 있던 바였다.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길을 나섰기도 했지만.

“실은 나도 어느 돌팔이한테서 적지 않은 월사금을 주고 배운 것이랍니다. 나름대로 그 방법이 통하는 것 같아서 내심 고맙게 생각했는데 진형의 실력을 보고서는 아무래도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났습니다.”

“그래요? 그래서 돈은 많이 벌었습니까?”

“그런대로 재미가 쏠쏠하더구먼요. 어수룩한 사람들은 마구 겁을 주기만 하면 모두 설설 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사기를 치다가도 이게 습관이 되어서는 나중에는 배짱이 커지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두려움도 모르는 것입니다. 결국은 하룻강아지가 되고 말지요. 하하하.”

“그런데 그렇게 하는 도중에 저와 같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나요?”

“전혀 만나지 못했지요. 만약에 그랬다면 당장에 따라갔을 것입니다만, 그렇게 사기를 쳐도 어느 누가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더구먼요. 그러니 그렇게 진형을 보고서도 당당하게 나설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맞아도 큰소리를 쳤지만, 설령 맞지 않아도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의외로 찾아온 사람들이 순박해요. 그래서 우기면 ‘그런가....’하면서 넘어가 줬습니다. 그러니까 해먹을 수가 있었지요. 하하~!”

“그렇군요...”

“이제 앞으로는 내가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혹세무민을 하는 인간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렵니다. 그래야 어두운 곳에서 저를 꺼내준 진형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건 참 좋은 말입니다. 반드시 그렇게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삶을 예측(豫測)하는 학문을 배우는 것에도 저마다 인연이 있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모든 것은 다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도 종류가 있다니 좀 알고 싶습니다.”

“그야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명리학(命理學)이 있고, 상리학(象理學)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리학(數理學)과 천문학(天文學)이 있으며, 지리학(地理學)도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의학(醫學)도 추가한다면 크게 봐도 대여섯 가지는 되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크게 나눈 것이라 다시 세분하여 이해하면 또 다양하게 나눠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나 종류가 다양합니까? 저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분야로 나눠지는 것입니까? 그 모두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입니까?”

추문성은 역학분야의 종류를 듣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한 모습에서 우창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는 생각하면서 실로 듣도 보도 못한 또 다른 세계가 얼마나 많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다양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구류(九流)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욱 놀라시겠습니다. 하하하~!”

“처음 듣는 말입니다. 뭐가 아홉 가지로 흐른다는 말입니까?”

“예전에 학자들의 형태를 나눠놓은 종류(種類)가 그렇답니다. 그야말로 크게 나눠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것을 세부적으로 다시 나누면 수백 가지가 되겠네요.”

“9류는 어떤 것입니까? 이름이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야 상식이라도 보태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9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우리가 가야 할 학로(學路)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시렵니까?”

“물론입니다. 도대체 인간이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학문의 세계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첫째로 유가(儒家)입니다. 공자(孔子)를 조종(祖宗)으로 삼고 삶의 이치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들어 보셨지요? 어쩌면 학자들의 바탕에 깔려 있는 기초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 유가라고 하는군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었느냐고 하는 말만 들었습니다.”

“유가의 경전 중에서 『역경(易經)』은 따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럼 유가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맞습니다. 그것을 음양가(陰陽家)라고 합니다. 음양가의 조종으로는 추연(鄒衍)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추형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추형의 핏속에는 추연의 기운이 깃들어 있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부디 조상의 위업을 부활(復活)시켜서 세상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큰 빛이 되시기 바랍니다.”

“조상의 이름이 포함된다니 놀랍습니다. 가짜도사 노릇을 한 것도 조상의 피가 불러온 것인가 봅니다. 하하~!”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우연(偶然)은 없으니까요. 하하~!”

“뭔가 목표가 생기는 것도 같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음양가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바탕으로 삼아서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는 것으로 보겠고, 지금 우리가 만나서 동행하게 된 인연이기도 합니다.”

“음양가는 있는데 오행가(五行家)는 없습니까?”

“그냥 미래를 점하여 예측하는 모든 것을 묶어서 음양가라고 하는 것이니까 그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진형의 발치라도 좇아가나 싶은 생각만 듭니다.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간단하게 한 수 배우면 바로 써먹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했으니 참 기가 막히네요.”

“원래 아는 것이 많으면 모르는 것이 또 그만큼 많아집니다. 그래서 학문(學問)이라고 하지요. 어느 것을 인연하더라도 그만큼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지요?”

“정말 몰랐습니다. 놀랍습니다. 나머지 7류는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다음은 도가(道家)도 있습니다. 양생(養生)에 목적을 두고 수행하는 것이니 세상의 이치보다는 내면의 세계로 몰입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노자(老子)를 조종(祖宗)으로 삼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불가(佛家)도 여기에 포함 시킬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불가라면 달마대사가 떠오릅니다. 따로 불가가 없는가 보군요?”

“맞습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법가(法家)를 공부하게 되고, 세상을 누비면서 세 치의 혀만 믿고 유세(遊說)하는 사람들은 종횡가(縱橫家)로 분류를 합니다.”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설명을 해 주시니 무슨 뜻인지 알겠네요.”

“여기에 명가(名家)라는 것도 있는데 이들은 다른 말로 변론가(辯論家)라고도 합니다. 남의 주장에 대해서 반대로 주장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으니까 관청에서 송사(訟事)를 다룰 적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런 것도 따로 배우는 것은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과연 학문의 세계는 또 그렇게도 다양한 것이었군요. 놀랍습니다. 하하~!”

“재미있어하실 줄 알았습니다. 묵가(墨家)도 있는데, 묵적(墨翟)을 조종(祖宗)으로 삼습니다. 겸애(兼愛)를 바탕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전쟁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론은 좋으나 적용은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전쟁을 하지 않으면 좋지요. 인간의 탐욕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탐(慳貪)과 질투(嫉妬)로 얽혀있으니 어찌 전쟁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뜻이 좋으니 한 분야로 인정해 주는가 봅니다.”

“현실성이 없어서 관심은 가지 않네요. 그 외에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다음으로 잡가(雜家)도 있습니다.”

“예? 잡가라고요? 무슨 이름이 그렇습니까?”

“이름이 그렇습니다. 앞의 일곱 가지 학문의 장점을 따서 만들어 놓은 짜깁기와 같은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어쩌면 학파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분류를 해야 할 정도로 이런 분야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하하~!”

“참으로 상상을 초월하네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하하~!”

“농가(農家)도 있다는 말도 해 드려야겠네요. 자연의 순환에 따라서 벼농사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옳고, 고구마는 언제 심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를 다룬다고 하겠습니다.”

“그냥 봄이 되면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두는 것에 대해서도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말입니까?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무궁무진(無窮無盡)합니다.”

“곡식을 가꾸는 것에도 도(道)가 있습니다. 같은 벼라도 물을 좋아하는 수도(水稻)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산도(山稻)가 있으니 이런 것을 분류하지 않으면 한 해의 농사를 망칠 수가 있지요. 그런가 하면 맥류(麥類)는 가을에 파종(播種)하여 여름에 거두는 것인데 이러한 것을 모르고 다른 곡식과 마찬가지로 봄에 씨를 뿌린다면 가을이 되어도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 것입니다. 또 같은 계절에 파종하더라도 양지를 좋아하는 것도 있고 음지를 좋아하는 것도 있으니 이러한 것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으면 한 해는 그냥 망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 어찌 가르치고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와우~! 정말 놀랐습니다. 진형은 그런 것을 어떻게 다 배우셨습니까? 저는 도대체 그동안 뭘 하고 살았나 싶습니다.”

“오다가다 주워들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야말로 겉핥기에 불과하지요. 다만 대략적인 의미라도 알아두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은, 누군가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종사하는 일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이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관심을 두었을 뿐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