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 아하! 文字(문자)가 그런 뜻이었구나~~~!!

작성일
2014-10-07 08:17
조회
4221

[650] 아하! 文字(문자)가 그런 뜻이었구나~~~!!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산골의 새벽이 하도 쌀랑해서 오늘 아침에는 드디어 보일러를 켰습니다. 왠지 따뜻한 공기가 그리워지네요. 여름 지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말이지요. 변덕인지 적응인지 몰라도 참 변화가 무쌍한 하루하루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하~

 

1. 항상 궁금한 것은 본래의 뜻이다.


그러니까요. 그것이 그렇게 생긴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텐데 어딘가에서 그 이유를 찾으면 참으로 반갑지만, 아무리 뒤져보려고 해도 연유가 보이지 않을 적에는 깝깝~하지요. 특히 낭월처럼 별로 삶에 도움도 되지 안흘 것같은 것에 마음을 두는 일이 잦다보니 가끔은 스스로도 '이게 뭣하는 짓인가....'싶기도 하답니다. 그래도 또 어느 사이에 글자 하나를 적어 놓고는 이리저리 분석하고 들어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요.

요즘은 한자학(漢字學)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찾다가 보니까 갑골문이나 고문에 대한 자료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네요. 남들은 한자 조차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왠 일인지 낭월의 공부는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냥 오늘 이 순간이 즐거우면 되려니.... 하고 관심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보자고 합니다.

갑(甲)이 왜 갑인지, 을(乙)이 왜 을인지도 알고 싶고, 이미 스스로 알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항상 궁금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 궁금이 머무르고 있는 것은 그것이 나무로 치면 뿌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겉으로는 멀쩡해도 뿌리가 썩었다면 잎이 시드는 것은 시간문제니까요. 그래서 뿌리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컴퓨터를 사다 놓고서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알게 된 것은 '0'과 '1'로 작동한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알고서도 대단히 기뻤습니다. 결국 음양의 이치에서 놀고 있는 컴퓨터를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카메라를 사고 나서는 팔자에도 없는 광학(光學)에 관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냥 사진이나 잘 찍으면 될텐데 왜 그런 것이 궁금한지 모르겠네요. 그 과정에서 빛의 다양한 얼굴을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기억 속의 낭월사전은 점점 두께를 더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바둑을 배워볼까 하는 관심이 생기면서 바둑판의 모양과 옛날에 언제부터 바둑이 생겼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바둑은 순장바둑이라는 것과, 중국의 바둑 알은 동그랗게 생겼지만 한 쪽은 납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군요. 그러니까요. 이런 것이 바둑 실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지요. 그런 책을 보는 시간에 바둑이나 열심히 뒀으면 지금쯤 못 되어도 3급은 되었을텐데 괜한 것이 관심을 갖느라고 하수의 문턱을 영원히 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래도 재미있는 걸 어쩌냔 것이지요. 하하~

 

2. 한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랄까.....


한자가 살아온 나이는 대략 잡아서 3천살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4천살이라고도 합니다. 참으로 장수를 했네요. 나무도 3천살을 넘기는 어려운데 문자는 계속해서 삶을 이어왔던가 봅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한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렇게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 권, 두 권씩 책을 읽다가 보니까 그래도 어렴풋이나마 약간의 삶에 대한 흔적들을 찾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갑골문 이전에는 결승문이 있었고, 갑골문 이후에 진시황이 대대적으로 정리한 문자의 통일은 참으로 학문에서는 큰 공덕을 지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자기 멋대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많은 문자들이 취사선택에 의해서 정리를 했으니 이것은 마치 주민번호를 만들어서 국민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지 않을까 싶네요. 뭐든 처음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되지요.

그 후로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동한(東漢)의 허신(許愼)이 저술하게 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학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한자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태어나고 또 도태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변신을 한 바람에 오늘까지도 살아남아서 뛰어난 문자로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하겠네요.

한국에서는 한자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이해서 한글을 사용하게 되어서 문맹율은 거의 없어졌습니다만, 그 댓가로 주어진 것은 한자맹이 되었네요. 한글로 써 놓으면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 너무도 수두룩하거든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뭐 어쩌겠어요. 토종토종 하면서 한글애용이 애국자인양 취급하기도 하는 분위기도 있었으니 자연히 한자의 위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통문화와의 단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자를 한국에서 죽여버리려고 작당을 했던 학자들도 나름대로 목적이야 있었겠습니다만, 훈민정음의 반포를 목숨걸고 반대했던 학자들의 마음이 이 즈음에서는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단순히 사대주의에서만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문자가 갖고 있는 위력을 날이 갈수록 크게 느껴가는 까닭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끈질긴 3천살의 위력을 잠시 덮어 둘 수는 있었을지라도 명줄을 끊을 수는 없었지요. 이제부터 서서히 한자공부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시행착오를 반 세기나 거치고 난 다음에 얻은 뼈아픈 교훈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학자들도 참 미련한 사람이 많았나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만시지탄은 있을지라도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한자(漢字)가 뜻 글자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가 됩니다. 전혀 다른 민족간의 언어.... 그것을 소리글로 표현하려 했다면 도저히 소통이 불가능했겠지요. 그래서 소릿글로 기록을 하기 시작했더라도 소통의 문제가 바로 발생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서 해결책을 강구한 것이 뜻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구태여 멀리 가지 않아도 지금 당장 중국의 모습을 봐도 알 수가 있으니까요. 북경에 사는 사람과 연변에 사는 사람이 서로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문자는 한가지이므로 '하오!'라고 하거나 '좋아!'라고 하거나 전혀 문제 없이 '好!'라고 하면 완전히 소통이 된다는 것이니 어찌 뜻글자를 만들지 않을 수가 있었겠느냐는 거지요.

연변 사람은 조선족일테니 분명히 좋다는 표현을 한국말로 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봅니다. 더구나 상해 사람이나 광동 사람들이 하는 말도 서로 외국어 급인데 소통을 할 방법이 없었겠지요. 문득 삼국시대에서 위오촉이 서로 어떻게 소통을 했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봅니다. 그들 사이에 문자가 없었더라면 싸움은 더욱 복잡해졌겠다는 상상을 해 보는 것입니다. 한국말을 끝까지 들어보라는 말도 뜻글자로 표시했더라면 오해가 없었을 것을 말로 하려니까 '아'다르고 '어'달라서 서로 싸움을 끝없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3. 文字를 사용하면서도 그 뜻이 뭔지 궁금했었지....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인내심에 찬사를 드립니다. 하하~ 이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는데 문득 만감이 교차하여 중언부언 헛소리를 늘어놨네요. 엇그제 주문했던 책이 왔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차 한 잔 마시면서 펼쳐보다가 저자의 친구분이 쓴 서문에서 가슴이 짜르르~ 했습니다. "음.... 서문을 이렇게도 쓸 수가 있는 것이구나. 그 글을 쓴 사람의 필력도 필시 입신지경(入神之境)이겠구먼..."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옮겨적고 싶은데 또 읽기는 쉬워도 옮겨쓰기는 어렵잖아요. 저작권도 있고 말이지요.

여하튼 내용을 펼쳤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지요. 물론 분위기가 좋으면 정독을 할 것이지만 분위기에서 뭔가 맘에 들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소제목만 읽고 마는 책도 가끔은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표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그리고는 움직이질 않네요. 평소에 늘 궁금했던 것에 대한 해석을 해 놓은 대목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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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그 궁금증이 확~ 풀렸습니다. 그것도 강의에 들어가면서 맨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표에서 말이지요. 문자학을 연구할 것이니 文字라는 의미부터 생각해 보자는 저자의 마음이었을까요? 여하튼 그래서 아침부터 상쾌한 지식의 소낙비를 맞았습니다. 이보다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명료한 해석을 보니 앞으로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더 배우게 될지 기대가 넘실대는군요.

보통 文은 글월문이라고 해 놓지만 설명에서는 무늬가 들어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히 짐작만 하고 있었거든요. 아래한글에서 文자를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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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채색, 얼룩이라니... 글월이라는 것으로만 알고 생각하다가 이러한 부연설명을 보게 되면 무슨 뜻인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죽은 사람의 가슴에 문신을 아름답게 한 것에서 나온 글자라는 것을 알고 보니까 모든 의문이 순식간에 해소되어 버리는 것이 학문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여러 권의 한자학에 대한 서적을 봤지만 이 책의 이 표를 보고는 다른 책은 모두 책장으로 올려버렸습니다.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지요. 다시 봐도 참 아름다운 문자네요. 이 표가 포함된 책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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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자학강의》라는 군요. 과연 문자학을 강의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24쪽의 첫 머리이니 앞으로 감탄할 내용들에 대해서 기대가 미리 되네요. 혹 문자에 관심이 있으시고 한자에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참고 되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겸하여 소개말씀 드립니다.

저자는 허진웅(許進雄) 선생으로 대만 사람입니다. 앗! 그러고 보니까 설문해자를 쓴 허신의 후손이로군요. 혹 이이가 그이는 아닐까요? 낭월은 항상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업력에 의해서 환생한다면 설문해자를 쓴 허신이 다시 2천년이 지난 다음에 이 시대에 태어나지 말란 법도 없거니와 오히려 그렇게 될 가능성이 더 많지 않겠느냔 생각도 해 보는 것이지요.

더구나 선생이 어려서부터 문자학에 꽂혀서 중문학 만 파고 들었다는 것을 보면 이것은 필시 전생부터 이 분야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는 것이 전혀 황당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냔 말이지요. 하물며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설문해자를 보고 있는 중에 당시 고문하계의 하늘같은 존재라는 동작빈(董作賓) 선생이 설문해자를 읽은 소감이 어떤지를 묻는 질문에 그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오류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가 무지하게 혼났다는 이야기가 서문에 나오네요.

그것을 보면서 감히 설문해자를 평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글을 쓴 사람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전생에 자신이 쓴 것을 다시 보면서 혀를 '쯧쯧' 찼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데 아무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상을 낭월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수호지에서도 나오잖아요.

宋의 인종때에 역병이 돌자 태위 홍신에게 장천사를 찾아가서 해결책을 얻어오라는 명을 받았지만, 장천사의 복마전에서 장천사가 봉인해 두었던 36천강과 72지살의 108마성(魔星)을 가둔 봉인을 실수로 열어서 그들이 다시 달아나서는 인도환생을 하여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 수호지의 시작인데, 아무도 열면 안 된다는 엄명이 문짝에 붙어 있었다지요.

그렇거나 말거나 궁금함을 못이겨서 자신이 열어 젖히고 보니까 귀신을 가둔 항아리의 뚜껑에는 모년 모일에 태수 아무개가 열게 되리라 라는 글귀가 있었다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이 가둔 행위를 다시 갚아야만 하기 때문에 왔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시공을 뛰어넘는 인과법이 아닐까요? 하하~

써놓고 보니까 독전감(讀前感)이 되어버렸네요. 보통은 독후감(讀後感)을 씁니다만, 이번에는 독전감을 쓴 것을 보면 좀 특별한 경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또 유튜브에서 허 선생의 동영상이 있는지 찾아볼 요량입니다.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많은 것이 아니니까 말이지요.

허진웅

유튜브에서 동영상은 보이지 않네요. 대신 블로그에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도메인이 .kr인 것을 보면 한국인 제자가 만들어 드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비망록처럼 일기장이 있는데 혹 궁금하신 벗님이 계실까 하여 링크를 붙여놓을까 싶습니다.

 

http://jameshsu3284.blogspot.kr/


이렇게 아침부터 너스레를 떨어보네요. 하늘은 맑고 기온은 싸늘하니 글을 읽는대로 쏙쏙 들어갈 것만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이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0월 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