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 오랜 만에 대만나들이를 하고 왔습니다.

작성일
2012-11-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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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오랜 만에 대만나들이를 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거의 1년이 넘어서 모처럼 대만을 다녀왔습니다. 그 동안의 책들도 새로 나온 것들이 있을 것 같고 해서 시간을 만들어서 잠시 다녀오게 되었네요. 여행은 언제라도 살짝 설레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항상 다녀오던 타이페이인데도 뭔가 새로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램을 갖고 먼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대만까지 직선으로는 대략 1500km정도 되니까 약 4천리가 조금 덜 되는 거리인가 봅니다. 두어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그래도 한 번 움직이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네요.
 
 
이번에 느낀 새로운 점이라고 하다면, 대륙에서도 역학에 대한 관심임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에는 그냥 고전을 복사하는 정도로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만 이번에 서점에서 발견한 서적 중에는 앞으로 간자체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오지 않을가 싶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중국문화류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대단한 서적들이 출판되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서점에 있는 책도 일부분이긴 했습니다만 구입을 하려고 해도 한국의 독자들께서 간자체를 보는 것이 힘들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조금만 구입을 했습니다. 소개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읽어주실 책도 중요하니까 말이지요. 물론 앞으로 차차 시간이 경과하면서 삼명쇼핑몰에서 소개를 할 때가 오겠습니다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산의 중국에서 책이 나온다는 것은 좀 의외였습니다. 이제 책을 구입하러 북경에도 가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적천수나 초씨역림, 둔갑연의 등이 시리즈로 쌓여있었습니다. 한국의 학자들께서 모두 좋아하시는 적천수를 우선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서 중국인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원래 공산당에 가입을 하려면 미신을 믿지 않는다는 선서를 해야 한다는데 그런 환경에서 이 정도의 출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 보게 되네요.

 
  적천수의 표지에는 '팔자명리학의 영봉(嶺峰)이라는 찬사와 함께 팔자가 한조 찍혀있네요. 

 
  내용은 참으로 화사합니다. 아마도 역마살에 대한 설명부분인 것 같은데 멋진 장수가 말을 타고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그려놓았네요. 다른 책들도 다름대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애를 쓴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명식을 나타내는 것도 보면 이도인쇄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도록 한 것이 보이네요. 그냥 글로만 설명을 한 것이 아니라 그림까지 넣어서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책들을 많이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일부는 항공우편으로 보냈고 일부는 휴대하고 왔습니다만 모두를 다 삼명쇼핑몰에 등록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싶습니다. 주역관련 책들이나 타로에 대해서도 재미있을 만 한 것은 챙기느라고 짐이 좀 부풀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절판된 책을 찾으시는 벗님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계셔서 이번에도 중고서점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인터넷으로 다만에서 검색을 하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중고서점인 '만리이수서점(茉莉二手書店)'도 찾아 갔었습니다. 말리는 쟈스민꽃의 이름이고 이수는 중고를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두 사람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이 다른 책은 많아도 우리가 원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그래서 기대보다는 미흡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먼저 번에 찾아가서 중문대사전을 구입했던 '고금서랑(古今書廊'이 훨씬 넉넉했습니다. 그리고 괜찮아 보이는 책들도 좀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말리서점 옆에는 도향촌이라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도향촌은 서울 명동에도 있었는데(아직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명동에서는 제과점처럼 운영을 하는데 여기는 식당이더군요. 북평도향촌인데 북평은 아마도 북경의 옛이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도향촌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했더니 《홍루몽》에서 '시문임수도화향(柴門臨水稻花香)'이라는 시를 인용해서 나온 말이라고도 합니다. 뭔가 운치가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처가 그곳이었군요.
 
마침 시장하던 참이라 국수라도 한 그릇 먹자고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동행한 화인과 금휘입니다. 

 
  카톡이라나 뭐에다가 사진을 올려야 한다면서 열심히 찍고 있는 화인입니다.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아무래도 즐거운 모양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사치도 부려 봤습니다. 책벌레들의 작은 사치라고 하지요? 장서인(藏書印)을 하나씩 만들자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 대만에서 유학을 하는 분인듯 보이는 블로그에서 맘에 드는 장서인을 얻었다고 자랑을 하셨길래 위치를 챙겨 뒀거든요. 사실 위치라고 해봐야 '대만의 정치대학 옆에 조그만 ㅅ서점에서 도장을 새기는 곳'이라는 것 외에는 상호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을 먹으면 찾아야지요. 그래서 우선 정치대학을 가서 주변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꽤나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만 어찌어찌 해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하고 떠나기 하루 전날 까지 해 주기로 약속을 하고는 어제 아침에 금휘랑 찾으러 갔습니다. 그러면서 사자새끼를 독하게 길들인다고 하는 말이 생각나서 스스로 찾아보라고 해 놓고 뒤에서 어정거렸습니다. 하하~ 자꾸 익혀야 다음에는 혼자서도 대만을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고요.

 
  막막했겠지요. 믿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뒤로 물러나고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면서 주소만 달랑 줬으니까 말이지요. 그래도 여기저기 보면서 주소를 확인하더니만 크게 맴돌지 않고 감을 잡는 것 같았습니다.

  
  들어갔더니 이미 완성을 해 놨더군요. 
 

 

  기천권은 되는 책들에게 콱콱 눌러 줄 장서인을 마침내 하나 만들었습니다. 하하~
 

 
  글자는 '朗月之藏(낭월지장)'이라고 새겼습니다. 서점 내의 풍경을 둘러보다가 편액이 걸려있길래 한 장 찍으려고 했더니 그것은 우리 스승님(아마도 전각을 한 사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이 쓴 것이 아니고 나의 친구가 쓴 것이라고 하면서 찍어도 되지만 그것을 뭐하러 찍느냐고 하더군요.
 
  창랑서방의 사이트를 찾아보니까 작가의 아호가 진삼(塵三)이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먼지 세 조각'이라...... 뭔가 느낌이 있지요? 사이트의 작품을 구경하고 싶으시면 클릭해 보세요.
(창랑서방 둘러보기)

 
  맞은편에 있는 여성이 한 말입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게 찍었습니다. 원래 여인의 얼굴은 상상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거든요. 물론 상당한 미인이었습니다.
 

 
  창랑지수(滄浪之水)네요. 그리고 글을 보는 순간, 전각을 판 어르신의 글귀는 아니겠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주문하러 왔을 적에 거의 신선의 풍모를 한 노인을 만났었거든요. 그러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글자를 조합했을리가 없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창랑은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뒤에 붙은 '의 물'은 참으로 군더더기라도 한참 군더더기거든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여성이 부끄러워하는 의미도 함께 이해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한 장 찍어 본 것입니다. 물론 글을 쓴 사람은 아마도 낭월처럼 설명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동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원래 낭월이 수다쟁이잖아요. 하하하~
 
  발이 조금 불편해서 웬만하면 택시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만나는 기사들마다 한국경제를 부러워하더군요. 대만은 그렇게도 살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아마도 전자산업이 두드러지지 못하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많이 어려운가 보네요.
 
  한 영감님은 완전히 호기심천국이셨는데 타면서부터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을 멈추지 않으시는 겁니다. 나이로 봐서는 70세는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우선 북한인지 남한인지부터 물어본 다음에, 한국에 지하철이 있는지 지금 서울은 얼마나 추운지 등등 끝없이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우도 안다'기에 그것은 또 무슨 말인가 했더니 핸들을 놓고 갑자기 싸이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닙니까? 그 참 노인네께서도 그것이 재미있어 보였는갑습니다. '마우'는 마무(馬舞) 즉 말춤의 중국말이었던 것이지요.
 
  이번 대만 나들이에서는 특별히 해결을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낭월학당과 동영상강의실에 접속이 전혀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대만에 가자마자 아이패드와 노트휴대폰을 꺼내놓고 확인하면서 서버관리자와 긴밀한 연락을 한 끝에 결국은 서버를 옮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래도 확인을 하고 와야 했기 때문에 서두르라고 했더니 다음 날은 낭월학당에 점속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외국에서의 이용에 불편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원인도 모르고 불편을 드려서 미안했습니다.

 
  원래 일정을 5일 잡았습니다만 일들이 잘 진행되어서 4일만에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항공사에 연략을 해 봤더니 마침 하루를 당길 수가 있는 좌석이 있다기에 서둘러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의 항공안내지도에는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태양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 있어서 한 장 찍어 봤습니다.

 
  앞에 찍은 사진은 저녁 6시 50분(카메라시간기준)의 상황입니다. 밝은 쪽은 아직 해가 있는 낮이고 어두운 쪽은 해가 넘어간 밤입니다. 그리고 비행기는 어둠을 날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게도 하네요. 

 
  뒤에 찍은 사진은 저녁 7시 24분(카메라시간기준)에 찍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사진의 시간 차이는 34분이 되는 셈이네요. 태양이 움직이는 속도가 1시간에 15도를 이동한다고 보면 30분 정도라면 약 7~8도 정도 이동을 했겠습니다. 그리고 조금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어두운 쪽이 더 길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또 생각에 잠겨 봤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서 입동이 지난 시기라는 것까지는 모르더라도 동지에 가까운 시기라는 것은 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랫쪽은 경계선에 햇살이 계속 이어져 있고 윗쪽은 경계선이 모두 어둠에 잠겨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남극에는 백야(白夜)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겠고 반대로 북극에는 흑주(黑晝)가 진행되고 있는 긴긴 겨울이라는 것을 의미하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그 가운데에는 태극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같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이내 인천공항이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쯤에 돌아왔어야 할텐데 계룡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일정대로 오늘 왔으면 빗길에서 운전을 해야 할 뻔 했습니다. 다행히 맑은 날에 돌아올 수가 있었습니다. 구입을 해 온 책들은 천천히 쇼핑몰에서 소개해 드리기로 하고 간단히나마 나들이 한 소감을 정리해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11월 10일 저녁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