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4]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공부를...

작성일
2012-11-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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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스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공부 해야 하는데요....

 

 

  안녕하세요. 11월이 시작되고 있는 날의 아침입니다. 며칠 쌀쌀했는데 오늘은 좀 따사롭게 느껴지네요. 감나무에 열린 대봉도 땄고 밭의 고구마도 캤으니 감로사의 가을 겆이는 대략 끝 난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전화상담이 있었습니다. 경북 안동에서 어느 여인이 전화를 했더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부를 할 마음을 갑자기 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것이야 항상 기특한 생각이라고 보는 낭월이기에 잘 했다고 했는데 그 다음의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십여 년 전에 왕초보와 다른 책들을 사서 읽었는데 여건이 마땅치 않아서 나중에 반드시 공부를 하게 되면 낭월스님께 지도를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어제 문득 낭월명리학당이 생각나서 찾아가 봤더니 스님께서 많이(느낌상으론 폭싹~) 늙으신 것예요. 그래서 큰일났다 싶었지요. 왜냐하면 언젠가 공부를 하고 싶을 적에 그 자리에 계실 줄로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러다가 나중에 공부를 할 마음이 일어났을 적에는 스님이 세상에 안 계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공부부터 해 놓고 다른 것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상담을 의뢰하게 되었어요~!"

  뭐....... 늙어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이 낭월의 탓은 아닙니다만 스스로 시간이 자기 편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셨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좀 흐르긴 했지요? 처음에 30대 중반에 하이텔 친구들과 즐겁게 담론을 나눌 적의 모습이 지금까지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은 세월이 그 사이에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서 문득 많이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당황스러워하는 느낌까지도 그대로 전달이 되더군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낭월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겠거든요. 왜냐하면 예전에 하건충 선생을 만나려고 대만까지 갔을 적에 그 허탈함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말 만나서 한 수 배우고자 했던 분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은 많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오래 전에 인도에서는 어린 싣다르타가 태어났을 적에 아시타 선인이 하늘에 서리는 영기를 보고서 찾아왔더랬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보다가는 울음을 터뜨렸다지요. 왕이 괴이하게 생각해서 혹시 흉한 조짐이 보여서 그러시느냐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 나중에 중생을 구제하는 큰 가르침을 주실 성현이 태어났는데 나는 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고 없을 것을 생각하니 그것이 마음 아파서 이리도 슬픕니다'라고 했다지요.

  때로는 스승이 너무 빨라 와서 서럽고 또 때로는 스승이 너무 일찍 가버려서 서러운 것도 인생인가 싶기는 합니다. 문득 풍수가 김경보 선생이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산천을 따라다니면서 무엇을 물어도 자신이 아는 만큼은 진심으로 알려줬었는데 그래서 나중에 명리학을 좀 정리해 놓고서는 몇 달 쫓아다니면서 공부를 좀 더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 할 겨를도 주지 않고 급하게 가버렸으니 그 마음이 이 여인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벗님의 오늘은 안녕하시지요? 물론 그러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해 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부처도 독화살 비유를 남겨놓고 떠났겠습니까.

  싸움터에서 독화살에 맞은 왕이 얼른 독을 제거하자는 신하들의 말을 거부하지요. 어디에서 누가 쏘았는지 독은 무슨 독을 사용했으며 화살대는 어디의 대나무인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뽑지 않겠다고 했다지요. 물론 비유이기는 합니다만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이러한 것에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가끔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간지의 변화에만 맨날 매달려서 궁리한다고 하는 것도 그 독화살을 맞은 왕과 다르지 않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지요.

  삶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데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미 사리지고 없는 어제에 매달려서 깊은 잠도 이루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과거는 이미 없는 것이라는 말을 해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언제나 드는 생각입니다만, 오늘 이 순간을 전체로 살지 못한다면 헛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오쇼 라즈니쉬의 예리한 통찰력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왜냐하면 또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 해가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딘가에 의지를 하고 싶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참 큰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 스승과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가르침과 꾸지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큰 행복이라고 생각되네요.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오늘의 하루가 마냥 즐거울 것입니다. 그렇게 사노라면 누가 나를 추켜세우거나, 누가 비난을 하거나 그냥 뜬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도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마냥 평온할 것 같네요.

   어제는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있어서 수리하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그만...... 사다리가 마끄러져서 다쳤는데 발등이 순식간에 계란처럼 부풀어 오르더군요. 그래서 발가락이라도 두어 개 부러졌나보다 싶어서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뼈는 멀쩡하더군요. 그래서 후유~ 했습니다. 하하~ 뭐, 살아가는 일상이지요. 그래서 또 다행스러운 낭월이네요. 그래도 조심했어야 하는데 오노무 편재가.... 더구나 정묘일인데 말이지요. 아마도 다치려고 들었던가 봅니다. 하하~

  그럼 더욱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오늘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많이많이 하실 수 있도록 말이지요.

 

                  2012년 11월 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