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2화] 갑골문(甲骨文)에서 찾은 바뀔 역(易)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간밤부터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원한 것이 살만 하네요. 어떤 곳에서는 너무 많은 비가 쏟아진 데도 있다고 하니 피해도 발생하지 싶습니다. 다만 계룡산 자락에서는 이제 그만 내려도 되겠다는 정도의 감상입니다.
며칠 전에 책을 두 권 읽게 되었습니다. 한 권은 최영애의 한자학강의(漢字學講義)이고, 또 한 권은 김경일의 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입니다. 비슷한 주제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갑골문에 대해서 소개를 해 준 부분이 많이 있어서 그냥 막연하게 고대의 문서이겠거니..... 했던 것에서 조금 더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한자학강의 저자인 최영애 박사님은 도올 선생의 부인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고, 나는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 저자인 김경일 박사님은 예전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쓴 것으로 인해서 잘 알려진 분이라는 것도 겸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한 분야에서 30여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알게 된 귀중한 자료이다보니 누가 읽어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바뀔 역(易)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낭월도 사실 이 글자의 생성원리가 궁금했었거든요.
참고로 易자가 한자학강의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자학강의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갑골문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소개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한자의 모양이 그렇게 생긴 것에는 나름대로 그만한 역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면서 대하다 보니까 글자의 자궁이라고 할 수 있는 갑골문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느 것 하나라도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1. 갑골문의 내용들
한마디로 요약을 한다면 '갑골문은 왕의 점괘를 무당이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글자들은 점괘를 기록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점괘를 얻고 해석했던 사람이 모두 실명제로 기록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그러한 사람들을 정인(貞人)이라고 했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던 것이기도 하네요. 그래서 공부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 맞는가 싶기도 합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을 자신만 모르게 될 수도 있겠으니 말이지요. 하하~
갑골문에 새겨진 문장을 구분하게 되면 대체로 세 가지의 문형(文形)으로 되어 있었던가 봅니다. 처음에는 누가 언제 점괘를 얻었다는 것이고 다음에는 무엇을 물었는가에 대한 기록이며 마지막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적중했는지에 대해서 기록을 한 것이라고 하니까 예전의 사람들도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도 점괘의 조짐에 매달리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지요. 여하튼 대부분이 이와 같은 형태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 점사를 묻고 해석한 첫 머리에 간지(干支)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간지의 역사는 갑골문자에서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그만큼 오래도록 이어 져 온 간지라고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추적하여 최초의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가 언제였는지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어느 학자가 그렇게 시도를 했는데 산뜻한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것은 간지학의 미스테리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2. 易자에 대한 해석
내용 속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그 모두를 소개하는 것은 또 번거로운 일이므로 관심이 있으신 벗님은 구입해서 읽으시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요약을 하고 낭월의 관심사였던 이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는 것으로 본론을 삼고자 합니다.
통상 易에 대해서는 몇 가지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도마뱀을 상징하고 있다거나, 혹은 일월을 의미하여 음양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는 해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확증은 아니기 때문에 추측을 하고 있었다는 정도로 정리를 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김경일 박사께서도 도마뱀에서 나왔다는 이야기 정도는 당연히 알고 계셨던가 봅니다. 그래서 도마뱀과 易의 관계를 찾아보려고 시도를 하셨겠지요. 그렇게 해서 찾은 도마뱀에 대한 글자는 다음과 같이 생겼더랍니다. 내용에 나오는 이미지는 모두 소개하는 책에서 스캔한 것임을 밝혀드려야 저작권을 보호한 것이려니 생각되네요.
이 글자는 전갈이나 파충류를 나타내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도마뱀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입을 할 수가 있겠는데 이 글자를 바뀐다는 뜻으로 사용한 흔적이 없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易자와의 관계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웠겠고, 이 글자에 대한 관심은 중국의 학자들도 마찬가자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상대(商代)의 박제라고 할 수 있는 갑골문에 易에 대한 흔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은 미뤄서 짐작이 되네요. 그렇게 궁리를 하던 차에 도무지 해석이 되지 않았던 글자가 등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 글자는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이 글자를 놓고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무슨 뜻인지 알아 먹을 수가 없었더랍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제각기 자신의 상상과 해석을 연결하면서 나름대로의 해석을 했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설명을 하더라도 명쾌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면 학자들은 또 찝찝해지기 마련이지요.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남들을 설득시켰더라도 개운치 않은 것은 당연했을 것으로 미뤄서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해답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나오게 되었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글자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언뜻 보면 두 개의 글자로 보입니다만 한 글자의 뜻으로 그려진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글자의 뜻은 '넘칠 익(益)이랍니다. 그러니까 물이 넘쳐나는 모습을 나타낸 뜻이라는 이야기지요. 그러면서 그 넘쳐나는 의미를 아래의 두 그릇에 담는 것으로 의미를 주게 되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특히 눈에 보이는 것은 위의 그릇에서 넘치는 모양의 속에는 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막대기라고 하기도 그렇고....) 셋이 있는데 아래의 그릇에도 셋이 있다는 것이 보이시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파란 펜으로 울타리를 쳐 봤습니다. 그 부분만 따로 오려 낸 것이 勿의 형태가 되고 이것을 易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릇의 뒤에 붙은 꼭지가 나중에 日로 표시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그것은 조금 억지가 될 수 있겠다 싶네요. 왜냐하면 口도 있는데 日로 보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요.
글자를 들여다 보면 왼쪽의 그릇에는 하나가 있고 오른쪽의 그릇에는 두개가 있는 것으로 셋이 나눠진 것을 의미하였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러한 것도 하나 하나 놓치지 않고 챙겨서 의미를 찾아내려고 고생한 갑골문 학자들의 열정과 세심함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러한 것은 그린 사람과 읽는 사람 간에 서로 뭔가 공명(共鳴)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부분인 듯 싶어서 말이지요.
갑골문 학자들은 이 글자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위의 글자가 바뀐다는 뜻을 갖고 있는 易이라는 것을 해독해 낸 것이지요. 그 흔적은 말 물(勿)에서 그대로 같은 족보라는 것을 읽어 낼 수가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 알려주니까 비로소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그냥 그림만 놓고서 무슨 자를 닮았는지 찾아보라고 한다면 또한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을 뿐이겠습니다만.
그런데 여전히 易자의 윗 부분에 해당하는 日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원형에서는 보이지 않던 日을 나중에 변화하는 과정에서 해가 바뀌는 것처럼 바뀐다고 하는 의미를 부여하여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참고로 물(勿)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말물, 없을물, 깃발이름물, 바쁠물, 털어버릴물 등으로 쓰인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깃발이 바뀌어서 의미하는 바를 다르게 했을 것이고 비워버려서 없으므로 없다는 뜻이 살아나게 되고 또 털어버리는 것으로 인해서 다른 그릇에 물을 비웠다는 의미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쁜 것은 바뀌느라고 분주했다고 이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易으로 부르지 않는 것에는 日의 유무로 인해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日이 왜 추가되었는지도 누군가 찾아내어 준다면 더욱 명쾌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석이 된 다음에 연결시키는 것은 낭월이라도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글자에는 쉽다는 뜻의 '쉬울 이'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그릇의 물을 쏟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조금만 망상에 대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궁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을 쏟는 것만큼이나 쉬워서 쉬울 이(易)가 되고, 그런데 물을 부으면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보고서 바뀔 역(易)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특별히 기특할 것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확한 해답이 없기에 나름대로 생각을 했던 易의 의미를 정리하게 되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낭월도 여기에 대해서 소개를 해 준 저자의 노력에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3. 책 이름은 좀......
책의 이름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지은 책의 이름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관성이 있어서 이해가 될 것도 같습니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내용으로 봐서 적당한 제목을 붙여본다면 '갑골문을 읽는 코드'라던가 '갑골문에 숨겨진 비밀'과 같은 이름이라면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던 것이지요. 오랜 시간을 한학에 대해서 연구하신 학자의 입장에서 약간 돌출적인 이름을 붙여보는 것은 재미있다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름을 붙인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살펴봤습니다. 다만 내용에서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은 노자의 도덕경이나 공자의 논어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것처럼 그들이 지은 저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그 동안 알려진 것에 대한 동양사상을 믿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멋모르고 책을 접하게 되었을 적에 그 제목에서 느끼는 것은 '동양사상은 모두 허무맹랑하여 믿어야 할 의미가 없다'는 정도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주역(周易)도 주나라의 역법이라서 주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것이라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갑골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를 본다면 그러한 이야기도 또한 다 믿을 수가 없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어서 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으므로 다음에 어딘가에서 더욱 상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날도 궂은데 이렇게 좋은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고인들의 기록에 대한 흔적을 추적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배워가는 시간들은 아무리 할인을 하더라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래서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벗님이시라면 한 번 읽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한자의 생성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상당히 매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편안하신 주말 되시기 바라면서 이만 소개말씀을 줄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책을 보내주신 그 분께도 합장배례(合掌拜禮)를 드립니다.
2012년 7월 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다음은 오늘 문득 발견한 기사입니다. 한가하신 벗님께 소개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