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 적기도 전에 사주가 보인다니~!

작성일
2012-07-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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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적기도 전에 사주가 보인다니~!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기다리던 비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로 물러갔는데 금명간에 또 내린다고 하니까 기대를 해 봅니다. 문득 한담을 보니까 전에 올린 글이 한 달을 다 채워가네요. 그래서 그 사이에 뭘 하고 지내느라고 이렇게 바빴나.... 하다가 소소한 이야기라도 해 드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드리는 한담의 이야기는 주변 잡기이니 편안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별 뜻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하하~

 

1. 적어놓고 봐도 보이지 않는 사주

이 공부에 조금 깊어 들어가 보셨다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처음에 책을 몇 권 읽은 실력으로 사주를 풀어 보겠다고 다부지게 달려들었을 당시에는, 정확하게 사주를 적어야 한다는 바람에 만세력과 태어날 상황들을 종합해서 틀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셨던 때가 있으셨지요? 그렇게 해서 사주를 적어놓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어두운 밤에 등불을 켠듯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실망을 넘어서 좌절을 맛볼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강약을 찾아도 잘 보이지 않고, 더구나 잘 보이지도 않는 사주에서 용신까지 찾으려고 허우적대다가 보면 다섯 가지의 목화토금수가 모두 용신의 후보가 되기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을 것입니다. 낭월이 그랬으니 대부분의 벗님도 그러셨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보는 것이므로 혹 그렇지 않으신 천재적인 학자님은 제외하고 드리는 말씀이라고 해야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심하던 시간들도 세월을 먹어가면서 성숙하는 것인지 언제부턴가는 점차적으로 여덟 글자를 적어놓고 있으면 용신이 스스로 자수를 하는 때가 온다는 것도 확인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용신을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소모되는 에너지는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숙달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하겠는데 이것이 어찌 자평명리학에 대해서만 그렇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은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 초를 다투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렇게 끙끙대면서 고생을 한 보람이라면 보람이겠지만 언제부턴가는 사주를 읽어가던 둔한 능력이라도 순식간에 사주가 보이는 단계가 온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척하면 삼척이지 그것을 세어봐야 하느냐?'는 목수의 속담도 있습니다만 사주도 척 하면 목용신이고 착하면 수용신이지 그것을 찾느라고 끙끙대야 하느냐는 한가로운 어쩌면 조금은 시건방져 보이는 생각이 살짝 일어날 때가 있지요.

물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것을 맛볼 기회는 없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열심히 신명을 다해서 정진하고 고심을 한 학자에게 주어지는 지혜의 선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한 것이 있기에 열심히 공부를 하면 된다는 말을 호호탕탕하게 할 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문자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해답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답이 보인다고 해서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총알처럼 '됩니다', '안 됩니다'를 날리게 되면 자칫 생각없이 신 내린 사람처럼 지껄인다고 생각을 하면 어쩌나 싶어서 괜스레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깊은 시름에 잠긴 척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게 되지요.

이런 정도가 되면 심적으로도 상당히 여유가 있어서 사주를 떠나서 어떤 상황에서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되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 볼 여유가 생긴다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오행의 생극과 음양의 조화와 편중을 살펴보면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주객이 모두 즐거운 상담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사주를 적기 전에 보이는 사주

오늘 아침에 차를 마시면서 며칠 전에 방문한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화인의 말을 들어보니까 벗님께서도 그러한 순간이 있지 않으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재미삼아 소개를 해 봐도 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제목의 사주를 적기 전에 사주가 보인다는 것은 낭월이 한 이야기가 아니라 화인이 한 이야기라는 것을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하하~!

화인은 상담예약을 하시고 찾아 온 손님을 접대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약속의 시간이 되면 상담실로 가서 더운 날에는 시원하게 해 놓고, 차를 마시도록 준비도 하면서 자신의 일을 하지요. 그리고 손님이 도착을 하면 궁금한 사람의 사주를 적어서 낭월에게 전해 주는 것까지가 자신의 몫입니다. 그러면 낭월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되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역시~!'네요. 서당개가 괜히 풍월을 읊는 것이 아니라는(흐~)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이지요. 이제 화인이 감로사에서 머물면서 공부를 한 시간도 대략 10년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구박도 많이 받고 도중에는 갈등도 해 가면서 그렇게 온 나날이었던 것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하게 놓지 않고 공부를 한 결실이 아닐까 싶어서 칭찬을 해 줬습니다.

화인: 싸부님 요즘 제가 좀 이상해 진 것 같아요.
낭월: 이상하기야 항상 이상하지 뭘, 근데 요즘은 뭐가 이상한고?
화인: 며칠 전에 일본에서 상담하러 왔던 남자 분 있으셨잖아요?
낭월: 그랬나?...... 가물가물......
화인: 아이구 참~! 이제 사부님은 좌망의 단계에 접어 드시나요?
낭월: 그런가? 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을 며칠 전에 일에 대해서 묻는다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더란 말이지
화인: 왜 그 비싼 차를 타고 왔던 50대 남자 분 있으셨잖아요~!
낭월: 아, 비싼 차~! 그래 비싼차라고 하니까 생각이 나네 그래서?

화인: 그 사람이 접수하러 들어오는데 느낌이 뭔가 딱 들어왔거든요.
낭월: 그게 뭔데?
화인: 뭐랄까, 차려 입은 모습은 근사한데도 얼굴에서 느끼는 것은 
            왠지 우울해 보이고 상처를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었지요.
낭월: 그럴 수도 있지 뭐, 누구나 그 사람의 첫 인상은 느낄 수 있잖여
           별 것도 아닌 것을 갖고 뭘 호들갑스럽게스리 쯧~!

화인: 저도 그랬지요. 그런데 생일을 불러주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고 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겠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사양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무래도 인성이 없지 않을까 싶었지요.


낭월: 뭐? 행동을 잠시 본 것으로 사주의 십성을 살폈다는 말이야?
서당개 십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사주공부 10년에
사기꾼이 된다는 말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거 아녀?


화인: 그러니까요~! 왜 이런 현상이 생기냔 말이예요. 그 뿐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한 것들이 사주를 적어놓고 살펴보면 대개가 그대로
사주에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니까 저도 왜 이렇게 되어가는지
알 수가 없네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낭월: 또 다른 경우도 있었거들랑 이야기 해봐
화인: 그저께 찾아 왔던 여자 분 있잖아요.
낭월: 그렇다카고 왜?

화인: 처음에 들어오면서 투덜대는 것을 들으면서 관살이 없겠구나.....
        싶었지요. 그것은 스스로 통제하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낭월: 그럴 수 있겠군. 그런데 사주를 적어보니 또 그렇더란 말이지?
화인: 그러니까요~! 올해 들어와서 자꾸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되네요.
낭월: 그야 뭐 좋은 현상 같네. 걱정을 할 일은 아닌 것 같구만 뭘~
화인: 그런데 며칠 전에는 오주괘에 대해서도 예측을 해 봤더란 말이지요.
낭월: 어떻게?

화인: 그러니까 그 사람이 질문을 하는데 말하는 투를 들으면서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겠구나 싶었는데 사부님이 적어놓고 풀이하시는 것을
들어보니까 딱 그대로지 뭐예요 글쎄~!
저도 이제 도사가 되어가는 걸까요?


낭월: 오호~! 홍도사의 탄생을 축하하네~!
화인: 여하튼 잘 못 되어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낭월: 그으럼~! 잘 되고 있는 것이라네. 그것을 두고 고인들이 한 말이 있지.

화인: 그게 뭔데요?
낭월: '점괘를 얻기 전에 이미 결과는 드러나느니라'라는 말씀이지.
화인: 그렇다면 그것을 조짐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조짐이 보이는
        것이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요?
낭월: 크게 다르지 않겠군. 매일매일 공부하면 쌓이기 마련이니까. 하루 쉬면 그만큼 머리는 녹슬기 마련이거든. 시시근불식하야....

화인: 네? 시시금불식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요?
낭월: 무식하기는~ '시시근불식'이여! 

         그리고 '불사야진애'니라 까지 한 세트지.
화인: 처음 들어 보는데요 어디 나오는 내용인가요?
낭월: 육조단경에 나오는 이야기니 못 들어 봤겠지 뭐.
화인: 무슨 뜻인데요?
낭월: 부지런히 머리를 흔들어서 먼지가 끼지 않게 하라는 말이야.
화인: 쉽게 말씀을 하시지 그렇게 유식한 척 하시면 더 돋보일까봐요?
낭월: 그런가? 그래도 겸해서 네가 무식하다는 것도 알려 줬으니깐 하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연지님께서 아침 먹으라는 일갈이 있으셔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만, 아무리 둔한 사람도 일구월심(日久月深)하니까 이렇게 점기를 포착하고 의미를 분석하게 되는 날이 오는가 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릴 분위기인 듯 보이기는 하는데 화인에게 사람의 상만 미리 볼 것이 아니라 하늘의 상도 미리 보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러면 연지님께서 밭에 나갈 것인지 빨랫줄로 나갈 것인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하하

오늘도 편안하신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7월 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