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 사전에서 만난 개(犬) 랑 놀기

작성일
2012-04-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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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사전에서 만난 개(犬) 랑 놀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화사한 늦봄의 따스한(조금은 더운) 계룡산 오후입니다. 글을 쓰다가보면 가끔은 전혀 엉뚱한 글자에 팔려서 사전이라고 생긴 것은 다 뒤지고 다니는 경우가 있지요. 오늘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른바 '개를 찾아서'입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학술적으로 이치가 있고 말고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냥 음양학자의 눈에 보이는 개에 대한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하하~


 


1. 인(人) 부터 시작할까요?


  人은 사람입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면 두 사람인이되기도 합니다. ⼃+⼂으로 이뤄진 글자인데 이것도 생각을 해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난할 것입니다. 더구나 두 획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똑 같으면 맨날 싸우느라고 일이 되질 않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이끌고 또 한 사람은 따름으로 해서 화목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人은 이렇게 생긴 것이라고 이해를 해 봅니다.


  비슷한 것으로는 입(入)이 있지요. 이것은 뒤에 있는 획이 앞의 획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렇다면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들어와서 주인노릇을 한다고 들입(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뭐, 동의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2. 다음은 대(大)로 넘어갑니다.


  大는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양입니다. 이름하여 큰대(大)지요. 사람이 팔을 벌리고 서면 가장 크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렇겠네요. 그런데 팔을 위로 들면 더 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한 번 벗님께서 그렇게 해 보세요. 그러면 바로 느낌이 오실 겁니다. '항복~!'이라는 느낌 말이지요. 그래서 팔을 쳐들지 말고 옆으로 펼치라고 大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타령은 언제 할 것이냐고요? 뭐 곧 나오겠습니다. 그렇지만 서두에서 이렇게 조금 언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눈꼽만큼의 인내심으로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느긋하게 수다를 떨어보려고 시작한 개타령인 걸요 뭐.


3. 사람이 위를 알면 천(天)이 됩니다.


  天은 사람이 위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습입니다. 즉 사람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늘입니다. 즉 하늘은 사람이 있고서 존재하게 된 것이지 사람이 없었다면 하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면 이제는 철학적이라고 할만 하겠네요. 그렇다면 사람이 땅이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되나요? 그런 글자도 있을까요?


  찾아보니까 땅을 알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夳가 잇네요. 클태랍니다. 클태(太)와 같은 뜻이라네요. 하늘은 양이어서 하나로 표시가 되지만 땅은 음이라서 둘로 표시가 된 모양이네요. 그러니까 사람이 하늘을 알고 땅을 알게 되는 군요. 땅을 알게 되니 큰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이해를 해 봅니다.


4. 하늘을 잘못 알면 요(夭)가 됩니다.


  하늘을 생각하다가 보니까 또 어릴요(夭)가  생각나네요. 하늘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 하늘을 알기는 알았는데 너무 어려서 목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때의 삐침은 하늘이 아니라 목 위에 붙어있는 머리가 되어야 한다고 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나쁜 것이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군요.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글자입니다.


5. 큰 사람의 머리가 옆에 붙어있으면 견(犬)입니다.


  아, 물론 이것은 낭월의 억지지요. 여하튼 그렇게 보이는대로 생각하는 것이 놀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큰 사람의 머리가 옆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 하늘은 분명히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점이기는 합니다만 머리 옆에 있고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머리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목이 떨어지면 그것이 시체지 사람이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시(屍)로 씁니다. 즉 서 있는 것은 분명한데 머리가 없다면 생각이 없다는 말이고 정신이 나갔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궁리가 될 것 같네요.


  그런데 참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가네요. 멍멍이 개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결국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고 생각이 없으면 그것을 일러서 개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생겼으니 말이지요. 그러니까 '개같은 사람'이 바로 견(犬)'이었다는 이야기로 끌고가는 낭월입니다. 요(夭)는 아직 어린 상태이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개가 되는 것이라고 이해를 했던 고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이것은 한자를 보면서 궁리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으로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犬은 '생각없는 사람견'으로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犬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이 글자의 뜻만 생각하면서 또 2단계로 관찰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6. 개는 사람이 데리고 있으면 복(伏)이 됩니다.


 



  사람이 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네요. 다 아시는 글자이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개가 엎드려 있는 형국으로 이해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사람 앞에서 눈꼬리를 찢으면서 달려든다면 아마도 맞아 죽겠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개는 사람의 말에 순종하는 것으로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7. 개가 두 마리 있으면 은(㹜)이 됩니다.



  이런 글자를 언제 구경하시겠습니까. 이런 기회에 한 번 안면이나 트자는 것이지요. 글자의 뜻은 개가 서로 물어뜯는 의미가 됩니다. 개는 두 마리가 있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물어뜯게 되어 있다는 말이네요. 사람의 옆에 있을 적에는 얌전하던 개도 지네끼리 있을 적에는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8. 개가 세 마리 있으면 표(猋)가 됩니다.



 


  표는 개떼가 달리는 모양이랍니다. 그럴만도 하겠습니다. 대장 개는 맨 앞에서 달리고 졸병 개는 뒤에서 달리니 벌판을 누비고 뛰어다니는 모양이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혹시 네 마리의 개도 있는가 싶어서 찾아봤습니다만 그것은 보이지 않네요. 세마리 이상이면 그냥 개떼로 보면 된다고 생각했던가 봅니다.


9. 개가 입을 벌리면 폐(吠)가 됩니다.



 


  짖을 폐라고 하네요. 보통 개가 짖는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개가 입을 벌리게 되면 나오는 소리는 짖는 소리가 될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그 녀석이 입으로 할 수 있는 소리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이 짖어대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온 동네의 개가 다 따라서 짖기도 하지요. 참 시끄럽겠습니다.


10. 개 입이 둘이면 곡(哭)이 됩니다.



  개가 한 마리 짖는 것은 짖는 것이지만 두 마리가 입을 모으면 이번에는 울게 되는 모양이네요. 야밤에 보름달을 보면서 우는 개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글자를 만든 분은 밤에 짖는 것이 아니라 우는 소리를 내는 개의 소리는 더 듣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우~우우~~'하고 우는 소리는 흡사 늑대의 소리를 떠올리잖아요. 시골에서 늑대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가축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고 심하면 인명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듣기 싫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1. 네 입이 개와 만나면 기(器)가 됩니다.


  이 글자는 그릇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그릇에 왜 입이 넷이나 되고 그 가운데 개가 한 마리 놓여있는지가 참 이상했습니다. 사실은 이 글자 때문에 개타령이 시작된 것이기도 합니다. 입이 둘이면 울고 있는데 넷이면 그릇이 된다는 것이 아무래도 납득이 되어야 말이지요.


  분위기로 봐서는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운데 개를 한 마리 놓고서 네 식구가 둘러앉아서 뜯어먹고 있는 매우 원시적인 풍경이 떠오른다고 하면 억지라고 하진 않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맛있을 기가 되든지 배부를 기가 되든지 여하튼 그런 뜻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릇기라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 사전을 뒤져보게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입구(口)가 넷인 글자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습니다. 그래야 가운데 있는 개가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지요.


12. 네 입이 모이면 즙(㗊)이 됩니다.


  그랬더니 입구가 넷인 글자는 대만에서 구해왔던 중문대사전에서 발견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뜻을 보니 '중구야(衆口也)'라고 되어 있네요. 그렇다면 많은입 즙이 되는 셈입니다. 입이 많다는 이야기는 무리중(衆)을 뜻으로 써 놨기 때문에 짐작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뜻을 생각해 보니까 고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낼 적에 사용했던 제기(祭器)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제 뭔가 풀리는 것 같네요.


  다시 한한대자전에서 그릇기(器)를 찾아보니까, 제사를 지낼 적에 사용했던 그릇이라는 의미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제기들을 놓고 음식을 차려놓았겠지만 그 가운데에는 개를 잡아서 제물로 놓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양(羊)을 제물로 쓰다가 양이 없으면 개를 제물로 신에게 바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입구의 넷을 제기로 보는 것은 좀 어색하기는 합니다. 그냥 개를 놓고 뜯어먹고 있는 입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직관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개를 먹으려면 불이 필요했겠습니다. 제사를 지내고서는 먹어야 할텐데 그러기 위해서 생고기를 먹었거나 아니면 불에 익혀서 먹었을 것으로 짐작을 해 봅니다. 그러자 바로 떠오르는 글자가 있었으니......


13. 개고기를 불에 구우면 연(然)이 됩니다.


  이렇게 글자를 찾아다니다가 보면 의외성이 나타나곤 합니다. 그냥 생각을 할 적에는 그럴연(然)은 자연(自然)으로 붙여서 사용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말이지요. 막상 이렇게 글자를 분해하고 보니까 '개(犬)+고기(肉=⺼)+불(⺣=火)'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개의 고기를 불에 올려놓고 굽고 있는 모습이 틀림 없네요.


  어쩌면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當然)하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리고 태우는 것은 태울연(燃)이 따로 있습니다. 볼이 더 강하게 타오르면 태우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보면 틀림이 없겠습니다. 자연과 개의 고기를 굽는 것의 연관성은 참 쉽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의 정서이기는 합니다만 말이지요.


  개를 구워먹었던 것은 참으로 오래 전의 일이었다는 것을 이로 미뤄서 알 수가 있겠습니다. 혹시 개를 삶기도 했으려나 싶어서 또 찾아 봤습니다만 그것은 아마도 한참 나중의 일이었던가 싶습니다. 처음에는 불에 구워먹다가 나중에 삶아먹었을 것이라는 유추를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14. 특수한자 입력하는 법


  기본한자는 한글을 입력시킨 다음에 한자키를 눌러서 변환하면 됩니다만 그 한자에 없는 글자들을 입력시켜야 할 경우에는 조금 난감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낭월은 몇 가지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 참고가 되실까 싶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아래한글에서는 1만6천자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함초롬바탕'에서는 상당히 많은 글자들이 있어서 이 서체를 선택하고서 한자를 입력하면 웬만한 글자들은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간단하게 해결이 됩니다. 아래한글에서 입력한 한자를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하면 됩니다.


  다음은 거기에서도 없는 글자를 입력하고 싶을 적에 문제입니다. 가령 위의 즙(㗊)자 같은 경우겠습니다. 이러한 것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인디자인을 사용하신다면 오히려 쉽습니다. 글리프에서 서체를 함초롬바탕으로 선택한 다음에 폰트를 뒤지면 어딘가에 들어있습니다. 이 즙자도 거기에서 찾은 것이지요.


  이 두 가지의 방법이면 웬만한 글자는 입력이 가능할 것입니다. 가끔은 대만사이트에서 글자를 찾기도 합니다만 그곳에서도 모두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없는 글자를 넣어야 한다면 아직은 그림으로 그리는 수 밖에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때에는 일러스트레이트에서 부수를 따서 조합한 다음에 그림으로 저장해야 하겠습니다만 이것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여하튼 중요한 것은 아래한글에 나온 한자라면 대부분 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디자인까지는 필요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뭐하는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만 말씀드립니다. 약간의 참고가 되셨기 바랍니다.


 


  이렇게 글자 하나를 찾다가는 또 한 나절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뭐..... 특별히 얻었다고 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얻기만 하고 사는 것도 조금은 지루하지요. 때로는 이렇게 한자산책을 하면서 글자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잠시 드라마라도 한 편 보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벗님께서도 잠시 세상의 복잡한 인연들을 잊어버리고 이렇게 개와 더불어 놀아보시는 시간도 나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야 실물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습니다만 낭월과 같은 샌님은 이렇게 글자 속의 개들이 살아온 역사를 보면서 사색에 잠겨보게 되네요.


  밖은 이미 어둠이 깃들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알찬 마무리 하시고 더욱 힘찬 내일을 위한 휴식의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4월 2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