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 퀴즈방송 '1대100' 체험하기

작성일
2012-03-26 17:18
조회
5215

[제551화] 퀴즈방송 '1대100' 체험하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새벽에는 영하의 기온도 낮이 되면 20도에 가까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기온차가 심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성급한 목단은 벌써부터 잎을 피우고 있는데 추위에 놀랐는지 잠시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어제는 일요일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KBS에서 100인으로 참석하라는 전화가 왔더군요. 그래서 모처럼 방송국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1. 괜히 장난 하다가...


  그러니까 지난 달인가 싶네요. KBS에서 화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퀴즈프로그램으로 '1대100'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방송을 보고 나서 문득 어떻게 하면 구경을 할 수가 있을 것인지를 알아보려고 장난 삼아서 KBS인터넷사이트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마침 예선이 있더군요. 밤 10시 10분이라고 하기에 참여해보겠다고 클릭을 했습니다만 미리 예약이 되지 않아서 할 수가 없다는 냉정한 메시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기회에 해 보기로 하고 예약 시간을 보니까 화요일 오전 9시부터 접수를 한다는 안내문이 있더군요.


  다음 주는 뭔가 하다가 깜빡하고 넘기고 그 다음 주의 화요일에는 모니터에 미리 써 붙여 놨지요. 그래서 시간이 되자마자 참여신청을 했더니 접수가 되었습니다. 저녁에 방송을 보고 나서 시간이 되기 전에 접속을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군 말이 없이 접근이 되더군요. 그래서 시작 시간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지요.



  이 화면은 누구라도 시험삼아 보도록 만들어 놓은 가상문제집입니다. 미리 풀어보고 도전을 하라는 뜻으로 만들어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 보니까 그래도 절반 이상은 맞추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50개이고 수준은 뭐 들쑥날쑥입니다. 쉬운 것은 아주 쉬워서 '누가 이런 것도 모르겠는가...?'싶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어려운 것은 한정없이 어려워서 '이런 것을 누가 알고 있을까?' 싶은 것도 수두룩 하지요. 그것은 방송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둔한 머리를 쥐어짜면서 클릭을 했지요. 물론 다행인 것은 항상 삼지선다(三之選多)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몰라도 찍을 수가 있다는 잇점이 있지요. 그러니까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살며시 들게 되어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예심이라는 것을 봐 놓고는 또 잊어버렸습니다. 얼마 맞추지 못했으므로 연락이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또 하던 일에 빠져서 잊어버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전화가 온 겁니다. 100인에 뽑혔으니까 일요일 낮에 공개홀로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연락이 왔다고 했더니 금휘는 동행을 하겠다고 하고 화인은 상금을 타게 되면 무조건 여행을 가야 한다는 못까지 박아놓네요. 원래 그렇게 설레발을 치면 될 것도 안 되잖아요. 뭐, 여하튼 상금을 타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었으므로 그러자고 해 놓는 것은, 마치 복권이 당첨되면 자동차를 사 주겠다는 책임감이 없는 공약과 같은 차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여하튼 돈을 준다면 거절이야 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요행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서지요.


2.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


  그보다는 방송으로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했습니다. 뭐든지 궁금하면 직접 확인을 해야 속이 시원한 낭월이라서 어떤 식으로 녹화가 되는지 한 번 봐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기왕 방송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마침 간지편도 마무리 되어서 잠시 심리적인 여유도 생긴 김에 바람도 쐴겸해서 마음을 일으켜 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아침에 길을 나섰습니다. 물론 금휘는 공부를 좀 하고 가셔야 하는데 그냥 갔다가 1라운드에서 낙방하면 무슨 체면이냐는 걱정도 해 주더군요. 그런다고 해서 공부를 할 낭월이 아니잖아요. 왜냐하면 그 문제의 출제라는 것이 워낙 천방지축이라서 예측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되는대로 버튼을 눌러보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오히려 편하니까 말이지요.


  금휘는 '1:100보다는 퀴즈대한민국에를 나가야 한다'는 둥 하면서 좀 더 수준이 있는 프로에 나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했습니다만 그냥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 궁금할 뿐인 낭월에게는 아무 것이라도 다 좋았습니다.


  한편 생각하기를,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오주괘를 뽑아서 적용시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해 봤지만 바로 접었습니다. 점신께 그러한 일이나 시켰다가는 화가 나셔서 등을 돌리실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중요한 인생사의 난제(難題)를 만났을 적에 소중한 조언을 해 주라고 알려 준 오주괘를 겨우 퀴즈문제를 맞추는데 사용하게 된다면 결코 유쾌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방송국에 도착하니까 11시였습니다. 화인은 친구를 만나러 갈 약속이 있다고 달아나 버리고 금휘랑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는 시간 전에 공개홀로 들어갔습니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아직 많은 사람들은 없었는데, 무대를 만드느라고 전문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더군요.



  방청석에서 바라보니까 위에서 조명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답을 내면 불이 꺼지도록 확인을 하면서 일일이 조정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백개의 불과 카메라가 그 곳에 붙어있는 모양인가 싶었습니다. 녹화 도중에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볼만 했습니다. 물론 낭월은 이런저런 구경을 하면서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방청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30분쯤 지났나..... 출연자들을 불러모으는 소리가 나서 앞쪽으로 갔습니다. 여성 진행자가 방송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참고할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더군요. 그래서 또 공부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버하는 리액션을 취해 달라는 부탁을 했지만 낭월은 숫기가 없어서 그런 부탁은 애초에 들어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래도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흐흐~



  출연하실 분들을 둘러 보니까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다들 돈 벌러 오신 것 같지는 않았고, 모두 낭월처럼 궁금해서 놀러 와 본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버튼에 대해서 주의할 부분이 강조되더군요. 원래 주어지는 문제는 셋인데 마련된 버튼은 넷이랍니다. 그것은 다른 방송과 함께 사용하다가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네요.


  그런데 번호를 누르기 위해서 3번을 누른다고 생각하고 4번을 누르는 경우가 항상 있답니다. 그렇게 간단한 것을 누가 틀리겠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주의해서 눌러달라는 당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누른 다음에 다른 번호가 맞다고 생각되어서 다시 누르면 시스템에 장애가 생겨서 녹화의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되면 집에 가는 시간이 또 지연되기 때문에 그것도 주의해 달라고 하더군요.


  특히 자신의 오답으로 불이 꺼진 상태에서 다음에 나온 문제의 답을 안다고 생각해서 누르게 되면 그것도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일어나서 기술자들이 출동해야 하는 일로 방송 녹화가 지연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과연 미리 알아 둬야 할 사소한 것들이 꽤 있더군요. 이해하는데 어려울 것은 없어서 함성을 지르는 것만 빼고는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에서는 1인으로 출연을 할 사람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끝나고 보니까 이 남자는 신사동호랭이라는 작곡가였나 봅니다. 보통은 1인이 두 사람인데 이 날은 세 사람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2회 분을 만든다고 하는 말도 들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방송국 사정이려니 했습니다.


  녹화에 들어가기 전에 바람잡이 아저씨가 분위기를 띄우더군요. 소리를 지르는 방법과 같은 것들인데, 특히 방송이 4월에 나가는데 한 겨울의 패딩을 입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옷들을 벗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사람은 억지로 봄 분위기를 만드는데 협조하는 것 같았습니다만 낭월의 누더기나 털모자에 대해서는 아뭇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산골화상이라서 어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3. 드디어 녹화는 시작되었고.....


  1시부터 시작한다는 녹화의 준비가 다 되었는지 무대로 올라가라고 하더군요. 전광판이 있는 그 곳에서 낭월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무대에 올라가보니까 생각보다 좀..(상당히) 허술하더군요. 합판으로 조립을 해서 마련한 무대는 지진이 1도만 일어나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하~


    


  낭월에게 주어진 번호는 90번이었습니다. 맨 윗자리여서 전망이 억수로 좋았지요. 구경하러 간 사람에게는 명당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아래쪽에는 연예인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그러한 것에는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아서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번호표를 붙이면서 '제발 1라운드에서 탈락은 하지 않아야 할텐데.....' 싶었습니다. 사실 3월 초하루에 법회를 하면서 신도님들께도 놀러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첫 문제에서 떨어지거든 '저 스님은 우리절 스님은 아녀~!'라고 하라는 지시까지 하고 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눈꼽만큼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ㅋㅋ


  여하튼 방송은 그렇게 녹화가 시작되었고, 손범수 씨의 진행과 출연자들과의 이야기들도 보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첫 문제에서 낙방하는 것은 면했습니다. 아마도 첫 문제에서 떨어지는 경우에는 버튼을 누르는 것에서 실수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재미도 오래 갈 수가 없었지요. 네 번 째의 문제가 딱 떨어지면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직업군을 조사했는데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무었이겠느냐고 하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벗님도 한 번 맞춰 보시지요.


            (1) 신부(神父)          (2) 아나운서         (3) 초등학교 교장


  자, 어느 것이 정답일까요? 답을 궁리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30초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기 전에 뭔가를 눌러야 하는 것이지요. 어디, 답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그리고 낭월은 어느 번호를 선택했을 지도 생각해 보시지요.


  정답은 3번이었습니다. 무슨 기관에서 조사를 했는데 이렇게 나왔다고 하는군요. 그것이 절대적으로 공정하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여하튼 실제로 한 조사라고 하니까 달리 시비를 걸 수는 없을 모양입니다. 그렇게 해서 낭월은 보기 좋게 불이 꺼졌습니다. 아니,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등 뒤의 전광판에는 빨간 불이 보기 좋게 들어와 있었고요. 흐~



4. 오답자의 인터뷰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가 오지 않을까..... 싶은 불안불안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당장에 손범수 씨가 '90번~!'을 외치더군요. 호명을 받으면 사는 곳과 이름을 먼저 말하라고 사전교육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논산에 사는 박주현이라고 했더니만 뭘 하느냐고 하기에 속으로는 '얌마~! 보고도 모르겠냐?' 싶었지만 그래도 형식이 그렇겠거니 하고서 암자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번을 택했느냐고 하기에 1번이라고 했더니만 신부님도 만족도가 높은 군에 있었는데 1등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낭월이 알고 있는 신부님들은 모두 행복하더라고 했지요. 여하튼 그렇게 해서 불은 꺼져버리고 났는데 오히려 불이 꺼지니까 더 편안하더군요. 그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고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장장 네 시간을 그야말로 '상노가다'를 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출연자가 등장을 했습니다만 다들 지쳐가는 시간이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몇 번인가 소리를 질러주던 100인석에서도 점점 소리가 줄어들고 겨우 박수로 성의에 보답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낭월도 좀 힘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출연자의 뒤쪽에서 합성을 질러주는 알바하시는 아주머니들의 역할이 돋보였습니다.


  그 분들의 함성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해야 하겠더군요. 여하튼 별다른 사고 없이 그렇게 방송국 구경을 잘 하고 돌아왔습니다. 방송은 4월 중으로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언제가 될지는 또 모를 일이겠습니다.


  아, 출연료요?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번호표를 반납하니까 3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주더군요. 아마도 수고 한 것에 대한 답례인가 싶었습니다. 그것은 긴 시간을 기다려 주면서 사진을 찍느라고 고생 한 금휘에게 줬습니다.


  녹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함께 문제를 풀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모두 자신이 맞힌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고 틀린 문제에 대해서만 말을 하는 것이 참 묘했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한 것에서는 즐거움을 얻지만 잘못 한 것에서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퀴즈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틀린 것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어제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겠고 맞은 것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어제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이지요. 벗님께서는 어느 쪽이신지요? 아마도 당연히 전자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원래 철학은 그렇게 풀리지 않는 문제에 도전하는 정신으로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것일테니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난데없는 퀴즈 프로그램에를 다 나가 봤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조금 있다가 제주도 오름나들이라고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항상 즐거우신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허접한 이야기에 눈을 모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2년 3월 2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