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 요즘 각시가 바람이 났습니다.

작성일
2012-0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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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요즘 각시가 바람이 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한적한 산사(ㅋㅋ)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지나가는 바람이 궁시렁거리는 소리나, 가끔 짝을 찾는 산고양이 소리, 그리고 먹이를 찾아서 내려온 노루에 놀라서 뛰어날아가는 장끼의 외침 소리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조용해 지는 나날입니다. 겨울과 봄날의 사이에 있는 요즘의 계룡산 풍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부터 조용히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해서만 묵묵히, 매우 성실하게 수행하던 연지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마도 발단은 연말에 열리는 동네 반상회를 다녀오고 나서부터인가 싶습니다. 면사무소에서 댄스를 가르쳐주는데 자신도 나가보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같은 일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잠시 탈출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그래보라고 했지요.


  처음에는 1주일에 한 번 나가면 된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두 번을 나가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정이 바뀌었나보다 했습니다. 나간다고는 해도 저녁은 먹여주고 나가므로 낭월을 비롯한 감로사의 식구들에게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은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몇 번을 나가더니만 다시 메뉴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했더니 난타를 배운다는 것입니다.


  아, 처음에는 배운다고 하지 않고, 난타공연이 있다고 하면서 보러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지요. 그런데 다녀와서는 그것도 매주 두 번 씩 지도를 하는데 배워야 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뭔가 낌새가 '확~!' 들어왔습니다. '아차~!' 싶었지요.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자와 접시는 내돌리면 깨어지느니라.'


라는 고인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마 됐다. 한 가지나 제대로 해라.'라고 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렇게 말을 하면 남자가 얼마나 쫌상으로 보이겠느냐는 이미지 관리에 대한 경계의 생각이 바로 뒤따라서 들어오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시간이라도 끼니를 공급하는데 지장이 있으면 그것을 핑계로 원천봉쇄를 하고자 했습니다만 시골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보니까 모두 저녁을 먹고 나서 하는 일정표였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리없이 그렇게 하라는 그야말로 하나마나한 승인을 했습니다. 사실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결정을 하고 왔으니 뭐 막아봐야 마음만 상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1주일에 네 번을 나가게 된 것이지요. 물론 공부하는 시간은 2시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9시 전에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제 시간이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11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것입니다. 어허~ 이거 아무래도 뭔가 껄쩍찌근.......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습니까? 30년을 가까이 살아왔지만 동네 마실 한 번 나가지 않던 각시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까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시가 운동하러 나간 틈에 마음을 집중해서 타로카드를 한 장 뽑았습니다.


                                      


 


  어허~! 이게 뭡니까~! 그야말로 춤바람이 난다는 '유희적심정(遊戱的心情)'이네요. 한마디로 '놀고 싶다'는 거지 뭐겠어요. 그래서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각시 마음이겠구나 싶었지요. 그렇다면 그 다음이 궁금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지요. 만약에 두 번째 카드가 다음과 같은 것으로 나와버린다면 아무래도 심각한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게 뭔 카드겠어요. 미혼자는 결혼의 괘요 기혼자는 바람의 괘가 바로 이 애인(愛人)카드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카드가 나오게 된다면 다부지게 밤마실을 못 나가도록 뭔가 족쇄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이 카드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카드는 개화(開花)입니다. 꽃이 피어난다는 뜻이지요. 아마도 그 마음이 이와 같이 즐겁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신나게 춤도 배우고 난타도 배우면서 꽃이 피어나듯이 즐거운 마음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는 것이 과히 억지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별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또 생각이 많은 녀석의 찜찜함이란..... '아니, 타로카드를 다 믿을 수도 없잖여.....????'라는 생각이 바로 뒤를 따라서 일어나더라는 것이지요.


  여하튼 궁금한 것은 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밤 11시가 넘게까지 운동을 했느냐?'고 했더니, 돌아오다가 구판장의 친구와 고스톱을 치고 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돈도 3천원을 땄다고 하더군요. 구판장 안 주인의 연령대가 비슷해서 친구를 삼은 모양이더군요. 감로사에서 살아보신 분은 구판장이 생각 나실 겁니다만, 여하튼 참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뭐라고 말은 못하고, '그래 잘 했다. 열심히 벌어서 멕여살려줘 나도 그만 쉬구로 말이다.'라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끄떡도 하지 않지요 뭐. 바람난 여자가 그런 말이 귀에 들어가기나 하겠느냐구요. 쩝쩝~~


  며칠 전에는 주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기에 뭔가 싶어서 나가 봤더니, 씽크대에다가 튀김젓가락을 들고 북장단을 치고 있더군요. 당구에 마치면 간장종지가 당구공으로 보인다고 하더니만....... 요즘 우리 각시의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습니다. 하하~


  낭월이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각시야 위에 가서 법고를 쳐, 크고 좋은 북을 두고 궁상맞게 그러고 있노.'라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그래야 겠다고 하네요. 여하튼 뭐라고 해도 말빨이 멕히질 않네요.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 틀림 없지요?


  오늘 낮에는 작업을 하다가 점심을 얻어먹으러 갔더니 작은 북이 하나 방바닥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어? 왠 북?'했더니 산신각에서 찾아왔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옛날옛날에 어떤 무속인이 북을 가져와서는 자신과 인연이 다 해서 드리고 싶으니까 혹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사용하시겠느냐고 해서 그러라고 받아 둔 그 북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낭월은 탁자 아래에 넣어놓은 후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찾아내었던 것이지요.


  설마하니 그 무속인이 이렇게 각시가 북바람이 날 줄을 미리 알았던 것일까요? 뭐 그럴리야 없겠습니다만 오랜 시간을 그렇게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던 북이 갑자기 빛을 보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북을 뉘어놓고 쳐야 한다는데 플라스틱 그릇위에 올려놓고 두드리니 소리가 제대로 날 리가 없지요. 가만히 그 모양을 보다가, 마당가에  굴러다니던 화분을 찾아서 씻어다 줬습니다. 화분이 제법 큼직해서 작은 북통을 올려놓기에는 딱 적당하겠다 싶었는데 과연 생각대로였습니다.


  그것을 보고는 좋아서 손뼉을 치는 각시를 보니 낭월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인상을 긁어 붙이고 살 필요가 없는 것이잖아요? 마침 시골의 농한기를 맞이해서 면사무소의 공간을 활용하여 이렇게 아낙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 쪽의 하얀 종이는 리듬악보입니다.]


 



[아무래도 맘대로 안 되나 보네요. 자꾸 스텝이 꼬입니다.]


 


  어제는 안산에 동생의 남편이 생일이라고 초청이 와서 혼자 대표로 다나러 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춤추러 가는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바빴던 모양입니다. 아예 전화가 왔더군요. 늦을 테니까 저녁을 챙겨 먹으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끼리(라고 해봐야 화인과 금휘가 전부입니다만) 찾아 먹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신라면이지요. 어느 집이나 다 그런가요? 집에 각시를 빼고도 여자가 둘이나 되는데....... 그것도 복이 있어야 되는가 싶습니다. 맘대로 안 되거든요. ㅠㅠ


  그런데, 금휘가 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는 오시는 길에 공주에 들러서 핏자를 한 판 사다 달라는 겁니다. 아마도 그러마고 했던가 보네요.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난 금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엄마가 조금 화난 것 같아요..... 이상해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낭월이 토닥거렸습니다. '이해하거라. 요즘 엄마가 춤바람이 나서 그렇단다.'


  그러니까 연지님의 생각에는, 큰 길을 탄 김에 상월로 바로 가서 강습을 받고 올 예정이었는데, 오다가 중간에 핏자집을 들려야 하고 또 찾아다가 주고 가려면 무지하게 바빴을 것일는 생각을 하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바람이 나긴 난 것이 맞다고 해야 하겠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라면의 메뉴가 바뀌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운 저녁을 먹었습니다.


 


  예? 제목과 다르다고요? 아니, 뭘 상상하셨어요? 혹시라도 바람이 났다는 글을 보시면서 집을 나갔나 했다는 말씀이시라면 아니지요~~~! 그건 아닙니다. 춤바람, 북바람이 났다는 뜻이지 다른 바람은 아닙니다. 혹 오해를 하셨다면 미안합니다. 그냥,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것이 보기 좋아서 자랑삼아 소소한 일상의 한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하하~


               2012년 2월 28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