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5] 도올선생 때문에 시경을 다 보고.

작성일
2011-11-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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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도올 선생 때문에 시경(詩經)을 다 보았습니다.


 


 


  날이 춥습니다. 오늘 아침의 계룡산 기온은 1도네요. 쌀랑~한 것이 따뜻한 바닥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따끈한 차 한 잔의 행복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또 행복한 아침이네요.


  엇저녁에는 도올 선생님의 중용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3강의 주제는 [어약우연(魚躍于淵)이라는 제목이 붙었네요. 무슨 뜻인가 하고 귀를 기울이다가 보니까 이야기가 시경(詩經)으로 튑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고 오늘 새벽에 생각을 해 보니까 그 구절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궁금해서 또 다른 일을 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고인의 향기에 취해 봅니다.


  도올선생 가라사대,
'솔개가 하늘의 과녁에 꽂히고, 고기가 물에서 뛰어오른다는 구절이 떠올랐단 말이야 어디서냐 하면......'


  유학을 가기 전에 전국유람을 했었답니다. 우리 나라라도 다 알고 떠나야 하지 않게느냐는 생각이 들으셨답니다. 그렇게 친구와 동행을 하여 강원도를 지나다가 새벽에 잠이 깨어서 호수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마침 햇살이 막 솟아오르는 장면이었답니다. 벗님께서도 그 장면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햇살이 싸악~ 비쳐드는데 잔잔한 수면에서는 아른아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답니다. 그 순간에 고기가 뛰어 오르는데 그 비늘에 햇살이 반사되어서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것을 보는 순간에 바로 어약우연이 떠올랐답니다. 시경의 구절과 눈앞의 장면이 서로 오버랩 되면서 순간적으로 3천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하여 고인과 마주한 느낌이 들으셨던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을 설명하는 순간이 어찌나 생생하게 떠오르셨던지 표정에서 그대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중용의 구절을 설명하는데 주자가 시경의 내용을 인용했던 모양이네요. 그것이 바로 '鳶飛戾天(연비려천) 魚躍於淵(어약어연)'던 것이지요. 도울 선생은 어약우연이라고 하셨는데, 중국의 자료에서는 어약어연으로 되어 있네요. 뜻에는 별 차이가 없으므로 그만입니다만 어조사는 상황에 따라서 바뀌기도 하는가 봅니다. 그 뜻이 궁금해서 시경이 어떻게 생겼는지나 좀 알아보자는 마음을 일으켰지요. 사실 시경에 대해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중용도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더구나 시경은 좀 생소했습니다만, 한 마음이 일어나서 보면 되는 것이니까 이전에 몰랐다고 해서 귀를 막고 도망을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알고보니, 시경은 305편의 시를 모아놓은 것이라네요. 그리고 앞에 인용이 된 시는 문왕의 공덕을 칭송하는 의미로 쓰여진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서주(西周) 때에 쓴 시라고 하는데, 공자도 그렇게 흠모했던 성군(聖君)이었으니까 사람들도 칭송의 노래를 불렀을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여하튼 해당하는 시문(詩文)을 찾았습니다. 살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239詩經·大雅·旱麓


題解歌頌文王祭祖得福知道培養人才


原 文


瞻彼旱麓 첨피한록
榛楛濟濟 진고제제
豈弟君子 개제군자
干祿豈弟 간록개제
              
瑟彼玉瓚 슬피옥찬
黃流在中 황류재중
豈弟君子 개제군자
福祿攸降 복록유강
                
鳶飛戾天 연비려천
魚躍於淵 어약어연
豈弟君子 개제군자
遐不作人 하부작인
              
清酒既載 청주기재
騂牡既備 성모기비
以享以祀 이향이사
以介景福 이개경복
              
瑟彼柞棫 슬피작역
民所燎矣 민소료의
豈弟君子 개제군자
神所勞矣 신소로의
              
莫莫葛藟 막막갈류
施於條枚 시어조매
豈弟君子 개제군자
求福不回 구복불회


저 한산의 기슭에는
싸리와 개암이 어우러지니
화평하고 즐거운 군자는 (豈-화락할개[愷와 同])
복록을 얻어 편안하시네.


옥으로 만든 깨끗한 잔에
잘 익은 술이 가득하니
화평하고 즐거운 군자는 (문왕에게 드리는 시임을 고려하면 문왕인듯)
복록이 오래도록 내려오네.


솔개는 하늘로 편안히 날고 (戾-안정할려)
고기는 연못에서 뛰어오르니
화평하고 잘 생긴 군자는
제각기 능력따라 사람을 잘 쓰시네.


이미 맑은 술이 가득하고
붉은 말과 살찐 양을 갖춰서
신께 제사를 올리니
큰 복록을 저절로 받는다네.


갈참나무와 두릅나무는
백성들이 불을 때어 따뜻하니
잘 생기고 화평한 군자는
신께서 위로한다네.


무성한 칡덩굴이
나뭇가지에 휘감아 늘어지듯
잘 생기고 공손한 군자는
복록을 구함에 어긋남이 없네.


 


  원문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음만 달아놓고 보니까 좀 싱거워서 나름대로 어줍잖은 솜씨로 풀이를 붙여 봤습니다. 그냥 웃어주시기 바랍니다. 기(豈)로 봤는데 뜻을 살펴보니까 '즐거울개'라고 하네요.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시경의 구조는 풍(風),아(雅), 송(頌), 부(賦), 비(比), 흥(興)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 구절은 아(雅)에 속한다는 의미가 되는 모양입니다. 다시 '아'에도 '대아'와 '소아'가 있다는데, 그 중에서도 '대아'가 되겠고, 다시 대아 속에 포함된 '한록(旱麓)'이라는 제목의 시라는 뜻이 된다는 것도 오늘 아침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것을 모두 들여다 볼 능력은 되지 않으므로 문제의 '연리려천, 어약어연'에 대해서나 생각을 해 볼까 합니다. 도올 선생의 말씀과 실제의 뜻이 같지 않음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어차피 시이므로 해설자의 견해에 따라서 다른 뜻을 붙일 수가 있으니까 말이지요. 대략적으로 붙어 있는 풀이를 보면, 문왕은 능력이 탁월해서 인재들을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쓸 줄을 알았다는 의미로 이해를 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또 낭월의 잡생각이 붙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또 두 구절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한 마음을 일으켜 봅니다.


  솔개와 잉어로 비유를 삼은 것은 하늘 위와 땅 아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즉 이것은 우주를 말하는 것이지요. 솔개는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나타내고 잉어는 형이하학적인 영역을 나타내고자 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것은 또 음양이기도 합니다. 하늘에 있는 솔개는 양(陽)이 될 것이고, 물 속에 있는 잉어는 음(陰)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즉, 음과 양이 서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았던 것이라고 이해를 해 보고 싶은 것이지요.


  양은 양대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음은 또 음대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이 자연의 모습이고 천지간의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각기 생긴대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기러기도 있고 제비도 있습니다만 솔개류를 말하고 있는 것은 새 중에서도 왕이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문왕은 사람의 능력을 봐서 새중의 새인 솔개를 찾아서 중책을 맡길 줄 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은 군자는 당연히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일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말이 되겠네요.


  반면에 낮은 지위의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하겠는데 그것은 잉어가 맡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원문에는 그냥 어(魚)로 되어 있습니다만 솔개를 말했다면 상대되는 고기는 적어도 잉어정도는 넣어야 규격이 맞을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물론 낭월의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솔개는 정승판서의 등급이라고 한다면 잉어는 군수나 면장급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제각기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다면 하늘과 땅과 물 속은 모두 질서를 얻어서 생생불식(生生不息)의 조화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도올 선생의 관점은 '한 순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의미이지요. 솔개가 하늘에서 먹이를 향해 내리 꽂히는 한 순간을 생각하고, 잉어가 뛰어오르는 그 순식간의 느낌이 좋으셨던가 보네요. 그래도 된다고 봅니다. 이것은 선기(禪幾)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순간포착'이 되겠습니다.


  다시, 생물학자의 눈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른 새벽이면 밤새도록 굶은 솔개와 잉어입니다. 배가 고플대로 고프겠네요. 그러다가 대지는 서시히 밝아옵니다. 그 찬란한 이침의 황금빛 햇살이 대지를 향해서 비쳐 들적에 카메라를 든 낭월도 환희심이 나는데 하물며 배고픈 생명들에게는 그야말로 축복의 빛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힘치게 비상(飛翔)을 합니다. 그리고는 들쥐든 다람쥐든 뭔가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아무런 잠념도 없겠지요. 오로지 먹이감을 노리고 내리 꽂히는 그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춰버린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잡념도 없고 망상도 없고 오로지 한 생각에 집중하고 있으니 이것은 선사가 도를 깨닫는 순간과 비유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잉어는요? 낚시꾼에게 들어보니까 해가 떠오를 무렵에 입질이 가장 잘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밤을 새워서 자리를 지키다가 새벽의 햇살을 받으면서 손이 바빠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직접 해 보진 않았지만 일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밤새 굶은 고기가 시장할 것은 당연하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날이 새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수면위로 햇살이 드리우면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잉어는 새로운 힘이 솟구칠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그래서 환희용약을 하여 뛰어 오르는 그 순간의 기쁨은 그야말로 자연의 오르가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듭니다. 위에서는 솔개가 먹이를 행해서 내리 꽂히고, 아래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수면에 잉어가 뛰어 오르는 그 순간에 햇살이 찬란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차 마시면서 화인에게 했더니 '합성하면 되겠네요~!' 하고 간단하게 해결해 버리네요. 쳇~! 그것이 합성으로 느낄 수가 있는 장면이냔 말이지요. 그래도 화인은 결과를 생각하고 낭월은 순간을 생각했지만 뭐 누가 옳았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여하튼 화인이 합성을 해서 그러한 사진을 만들어 준다면 애써 느낌을 얻도록 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따로따로 사진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또 이렇게 시작이 되네요. 그러니까 결론은, 도올 선생님 때문에 중용을 듣다가 시경의 한 구절을 인용한 바람에 또 시경까지 뒤져보게 되었으니 고맙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벗님은 낭월때문에 팔자에도없는 시경의 239수를 감상하셨으니 또 좋은 인연이려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입니다~!


                 2011년 11월 2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