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갑자(甲子)가 뭐예요?

작성일
2011-09-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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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갑자(甲子)가 뭐예요?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너무너무 상쾌한 아침입니다. 그렇게 날뛰던 여름의 벌레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식구들은 친지의 예식장으로 떠나가고 삽시간에 감로사는 절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고요를 즐기는 것도 행복이다 싶어서 마당을 배회하다가 한담이 생각나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미 나름대로 공부가 좀 되신 벗님들께서야 제목과 같은 질문을 받아도 나름대로 할 답변이 떠오를 것입니다만 웬만한 초보자의 경우에는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만든 제목입니다. "갑자가 뭐지요?"



1. 육갑(六甲)에 대한 궁리


항상 사주를 적을 때마다 만나는 60갑자네요. 그래서 매우 친숙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형상을 떠올려 보게 되면 때로는 마땅한 모델이 떠오르지 않아서 또 고심을 하게 되는 나날의 반복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혹 이러한 경험이 없으시다면 아마도 학자체질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육갑이라면 갑자, 갑인, 갑진, 갑오, 갑신, 갑술이 되겠네요. 그리고 육을(六乙)도 있고, 육계(六癸)도 있지요.


사주를 만나게 되면 여하튼 네 개의 간지는 만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간지의 독립적인 이미지를 어떤 형태로건 간에 담아 놓을 수가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변형을 유추하는 것은 또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셨다면 이 이야기는 유익할 수 있겠습니다.


실은 요즘 《시시콜콜시리즈 ⑥ 六甲》편의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陰陽》《五行》《天干》《地支》《干支》까지 설명을 하면 기본적인 간지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원고도 거기까지만 준비를 했지요. 그런데 지지편을 마무리 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 한 것입니다.


'뭔가 2%가 부족해...... 그게 뭘까...?'


이만하면 다 된 것 같은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든 채로 몇 달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상담을 하러 오신 여성 분께서 던진 질문이 바로 저 제목입니다.


"스님, 제가 갑자라는데 그게 뭐예요?"


그러한 질문을 들으면 갑자가 뭔지에 대해서 누가 말을 못하겠어요? '양목이 음수에 앉아있는 것'이라고 해도 되고, '나무가 물에 떠있다'고 해도 되고, 또 '나무가 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해도 되는 것이니까 설명을 할 수가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아마도 나름대로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머리 속에서 "딱!"하고 죽비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죽비는 스님들이 신호용으로 사용하는 도구로 대나무를 중간에 갈라서 틈이 생기게 해 놓고 그것을 손바닥에 치면 "딱~"하는 소리가 나는 물건입니다.


'그래~! 뭔가 아쉬웠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제서야 시콜시리즈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코드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갑자의 모양부터 계해의 모양까지를 이해 할 수가 있도록 설명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사주심리학에서도 육갑을 다루긴 했습니다만 그것은 중고급자를 위한 심리분석의 차원에서 논한 것이므로 초보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니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제서야 방향을 잡은 시콜시리즈의 6권은 《六甲》으로 제목을 잡고서 상쾌한 가을 기운을 맞으면서 써내려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유의 방법이야 책이 나오면 보실 수가 있겠습니다만 우선 힌트를 드리려고 '갑자(甲子)'편을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지혜로우신 낭월학당의 방문자들께서는 '딱!'소리를 들으면 공부 못하는 학생 머리에 훈장님의 매가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 정도의 수준이라고 봐서 많은 궁리의 조각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간지(干支)에 100가지의 모델을 세울 수가 있다면 그 분이야말로 진정한 고수(高手)라고 할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열 가지만 세울 수가 있어도 상당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낭월도 열 가지의 갑자모델을 찾으려먼 한참을 두리번거려야 하니까요. 그것이 가능하다면 갑자의 주변에 어떤 간지가 놓여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그림을 그릴 수가 있을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궁리하는 것이야말로 사주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요령이 될 것입니다. 책이라는 것은 제한된 지면으로 인해서 다양한 모델을 세울 수가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궁리하는 독자에게는 얼마든지 많은 공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힌트만 얻을 수가 있다면, 마음놓고 자유롭게 궁리를 해 볼 수가 있는 것이므로 촉매제의 역할만 한다면 한 권의 책이 존재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혹, 오타는 교정이 되기 전이므로 그냥 무시하고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그야말로 초고(初稿)입니다. 의미만 전달이 되는 것으로 그 목적을 삼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그치지 말고 계속해서 노트에 육십갑자를 써 놓고는 나름대로 모델을 찾아보시라는 당부의 말씀은 글값으로 내어 놓으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서너 개의 힌트를 얻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2011년 9월 25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시시콜콜 명리학시리즈 ⑥ 《六甲》 중에서..........


 


1. 甲子 - 강(江)의 수달(水獺)


 


1) 甲子의 槪念


甲이 子를 만나서 이뤄진 干支의 조합이다. 甲이 물 위에서 살아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밀림지대(密林地帶)의 강이나 바닷가에서 짠 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맹그로브가 떠오른다. 이렇게 대입을 하여 이해하면 되겠다. 아무래도 甲을 나무로 대입하면 이해하기 쉬운 독자에게는 이것이 편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것이 본질(本質)은 아니다. 다만 이해를 위해서 방편(方便)을 사용하는 것이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론(方法論)으로 생각하면 된다.


甲을 동물(動物)로 대입한다면 子는 물이므로 물 위에서 노는 동물을 생각하니까 수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같은 유상(類象)을 확장(擴張)하면, 해구(海狗), 해상(海象), 하마(河馬) 등이 있는데 이들은 수달과 좀 다르다. 수달은 물 위에서 헤엄치고 다니는데 이들은 물속에서 잠수를 하면서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대입할 干支로는 亥中甲木이 제격이다. 이러한 차이가 미세한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생각을 이어가는 뚜렷한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甲子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보면, 나무가 물 위에 떠 있어서 표류(漂流)하고 있다고 해석(解釋)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분위기가 영 아니다. 표류하고 있는 나무는 죽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수달(水獺)과 부목(浮木)의 차이점을 얼른 대입해 보면서 파악하기 바란다.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까닭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작은 틈이 나중에는 크게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러한 구분을 처음부터 잘 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2) 甲의 주변(周邊)


甲의 주변, 즉 左右에 어떤 天干이 자리를 잡고 있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사주에 대한 해석을 하는 내공이 쌓이기 시작한다. 만약에 庚이 옆에 있다면 이것을 바위로 볼 수도 있지만 이때에는 호랑이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庚剋甲이 가장 강력하고 두려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조건이 변하더라도 수달의 입장에서는 호랑이나 사자로 대입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조건 최대한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본능이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독자는 바로 눈치를 챌 것이다. 甲子는 좌우에 庚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 꺼리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干支와 干支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 이 책을 통해서 익혀야 할 부분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그렇다면 辛을 만나게 되면 어떤 상황으로 이해를 할 것인가도 생각해 보자. 이때에는 그냥 바위언덕으로 보면 된다. 이러한 그림이 된다면 이번에는 물개나 바다코끼리로 대입을 해도 되겠다. 편안하게 바위를 의지하고서 쉬고 있는 장면을 연상(聯想)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의 이해를 위해서 동물의 왕국을 조금은 더 자주 보는 것이 유익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동물들의 습성(習性)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六甲을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면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노는 입에 염불 한다’고 했듯이 틈이 나는 대로 자연의 모습을 담아두기 위해서 조금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겠다.


옆에 己가 있으면 이것은 무엇으로 보면 좋을까? 또 戊가 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정리를 할 수가 있을까?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생각의 마당을 넓혀가는 것이다. 己가 있으면 언덕으로 보고, 戊가 있으면 산기슭으로 대입하면 될 것이다. 즉 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수달도 쉴 적에는 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러기 위해서 좌우에 土가 있으면 마냥 편안한 입장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丙丁이 있다면 맑은 날이 될 것이고, 壬癸가 있으면 흐린 날이 된다. 어쩌면 丙丁은 뜨거운 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물속은 오히려 시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壬癸가 있으면 긴장(緊張)해야 한다. 좌우에 壬이나 癸가 진을 치고 있다면 아마도 계곡(溪谷)이 아니고 바다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것은 휴식을 위해서 멀리 헤엄을 쳐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긴급하게 土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甲乙이 있으면 이번에는 동료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대입하게 된다. 이때에는 먹이 경쟁이 치열해진다. 어쩌면 집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반갑지 않은 존재들로 인식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주변에 호랑이가 득시글거린다면 서로 의지하고 단합해서 물리칠 목적으로 일시적인 연합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먹이의 경쟁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대입하는 것이 甲의 주변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3) 子의 주변(周邊)


이번에는 시선(視線)을 地支로 돌려보자. 子의 옆에 申酉가 있으면 수량(水量)이 많아서 급류(急流)를 이루고 있는 물로 이해를 하게 된다. 金生水로 인해서 물살이 거세진다고 보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寅卯를 만나게 된다면 수량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긴장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巳午가 있다면 이번에는 수온(水溫)이 올라가서 녹조류(綠藻類)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戌未를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주의가 요망된다. 왜냐하면 하천(河川)이 변해서 웅덩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土의 분위기에 따라서 규모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丑을 만나면 바닥에 모래가 깔려서 정수작용(淨水作用)을 한다고 생각하고 辰을 만나면 늪지대가 되어서 물고기들이 활동을 하지 못할 것에 대한 염려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작용을 하고, 또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나쁜 작용을 한다고 단정(斷定)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냥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놓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 가장 올바른 관계의 이해법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중급자의 실력을 거쳐서 고급의 수준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상황을 읽어서 어떤 상황은 도움이 되고 또 어떤 상황은 독소(毒素)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한 눈에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地支에 亥子戌亥의 네 글자가 깔려있다고 생각을 해 보자. 이러한 경우에는 甲의 입장에서 戌은 무지무지하게 반가운 글자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한 몸을 얹어 놓을 육지(陸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되었다면 기초적인 공부에 대한 이해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이때의 戌은 매우 반가운 구세주(救世主)라고 해도 될 것이다.


또, 반대로 戌子未戌의 구조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최악(最惡)의 戌이 된다고 읽어야 올바르게 본 것이다. 이때에는 조그만 물웅덩이에서 겨우 몸을 축이면서 큰 비가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수달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렇게 地支에 대해서 궁리를 할 적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잘 생각하면서 상황을 읽으면 될 것이다.


이렇게 甲子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면 초급자의 수준에서는 상당히 높은 이해(理解)를 한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나머지의 59개 干支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익혀가노라면 이 공부의 재미가 솔솔 우러날 것이다. 그것이 또한 낭월의 행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