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 영웅 갈구 시대

작성일
2011-09-09 06:46
조회
5238

 


[제527화] 영웅 갈구 시대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이제 아침으로는 춥습니다. 달력을 보니 백로(白露)가 지났네요. 계절의 힘이 아직은 건재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열대 기후에 대한 걱정도 잠시 뒤루 미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아직 태풍의 영향은 아닐 것이고, 환경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모처럼 보일러를 돌렸습니다. 따뜻한 열기가 전해지니까 화인은 아예 연장전에 들어가는 것 같네요. '다땃~하니 좋다~' 어쩌고 하면서 눕더니만 소식이 없습니다. 요즘 나름대로 힘들었던가 봅니다.


1. 영웅은 난세에 난다는데....


  삼국지를 보면 영웅이 참 많지요. 그리고 그들은 난세를 평정하고자 하여 궐기한다는 이유를 달고 등장하게 됩니다. 그 장면들이 겹쳐들었습니다. 요 며칠 간의 분위기는 영판, <한국지(韓國志)>의 '영웅출현편(英雄出現篇)'이니 말입니다. 영웅이 필요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난세(難世)라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국민은 난세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만 난세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난세를 난세인 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난세가 되게 만들었다는 가설(假說)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주가 신약하다는 것을 공부에 조금만 깊이가 있으면 다 알 수가 있는데 정작 본인만 그것을 모르고는 자꾸만 신강하다고 우기는 것과 흡사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농부는 농사를 짓고, 장인은 도구를 만들고, 학자는 학문을 연구하면 제각기 자신의 일을 잘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치자(治者)는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야 누가 모르겠나 싶습니다. 그렇게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일이건만 어쩐 일인지 학자가 나라를 다스려 주기 바라는 이 국민의 심사는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백성은 누가 다스리고 있는지를 모를 때가 가장 잘 다스려지고 있는 때라고 합니다. 요순시대에는 요순이 뭐하는 놈인지도 모르고 다들 잘 살았더라지요? 요즘 세상을 살면서 이 생각이 자주 드네요. 농부와 상인이 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 관심을 갖느냔 말이지요. 분명히 태평성대는 아닌 모양입니다. 아니, 태평성대는 무슨~. 난세라는 이야기지요.


2. 한 사람의 힘


  왠 일이랍니까? 갑자기 생각하지도 못했던 안철수가 시장을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 한 마디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나자마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니 말입니다. 이래서 될 일입니까? 이러한 것을 기이한 현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보면 뭐가 잘못 되어도 한 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건 아닌데 말이지요.


  이미 오래 전, 적어도 20년, 30년 이전부터 계속해서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여의도의 선량(選良)들이 한 두명이 아닌데 정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해 본 적도 없는 한 사람에게 이렇게도 광적으로 열광하는 이치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냔 말이지요. 어쩌다가 우리는 그들을 믿지 못하게 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이러한 현상의 밑바닥에는 불신(不信)의 골이 너무도 깊게 패였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싶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그래도 또 혹시나의 반복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대로는 아무런 희망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암묵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암울의 분위기 속에서 서광(瑞光)을 봤던 게지요.


  정치는 병화(丙火)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광명정대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사사로움은 잊어버리고 공리공익을 위해서만 전력투구하게 된다면 국민은 누가 통치자인지도 잊어버리고 제각기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생산성에서도 대단히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술자리에서라도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논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인들을 안주로 삼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시간낭비일 것은 틀림 없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정작 본인들은 정치를 할 기회도 인물도 되지 못하니까 말이지요.


  그런데 요즘의 정치하는 모습을 보면, 꼭 신금(辛金)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깜깜한 장막 속에서 사바사바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니 그래서 불안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오죽하면, 연예인의 세금탈세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도 그 이면에는 무슨 꿍꿍이가 있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느냐는 말씀이지요.


  군인들이 타고 있던 배가 가라앉았는데 이것도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껌껌한 장막 속으로 숨어버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데도 속 시원하게 사죄하는 장군도 없고, 구제역이 나돌고 있는데, 초기에 잡지 않은 것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위한 누구의 각본이 아니었겠느냐?'는 말도 안 되는 의심증이 생기지를 않나......큰 마음을 먹고 내부에 문제가 심각하여 곪아터질 지경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즉시로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라는 연결을 지어서 파멸시켜버리는 묘한 사회....... 적인 분위기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애를 낳으면 상금준다는 기발한 발상만 해도 그렇습니다. 오죽 애를 키우기 어려우면 자식 낳기를 꺼리겠느냔 말이지요. 그렇게 원인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있음에도 얼마나 머리들이 안 돌아가는지 애를 낳으면 상금을 준답니다. 그 다음에는요? 이러한 것들이 자꾸만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간단합니다. 이미 낳은 아이들에게 양육비를 지원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뭔가 믿음이 가서 애를 더 낳을 생각이라도 해 볼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미 낳은 아이들은 잡은 고기인가요? 그냥 둬도 설마 버리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진심으로 통하던 마음은 어디로 가버리고 전시행정만 난무를 하는 것이겠지요.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에서는 계속 아기들이 등장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인간극장에서 네 쌍동이가 등장하고 있군요. 왜 이러한 방송이 나오고 있지요?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 우두머리의 입김이 아닌가 싶은 의심이 또 슬며시 일어나는 것은 총체적으로 썩어가고 있다고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까닭일 것입니다.


  이러한 불신의 시대에서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는 심리는 단 한 가지 뿐이지요.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 그 희망을 찾고자 하는 민초들이 희망을 걸어 볼 만한 사람이 수백 명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절망에 빠졌겠지요.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그 사람이라도 나온다면 이 보다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그는 아직 강호에 출현할 때가 덜 되었던가 봅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본인의 입으로 시장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하지도 않았고, 그냥 사석에서 '나라가 걱정'이라고 한 말을 갖고서도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면...... 분명히 병이 깊은 세상이라고 해야 할 혐의는 벗어나기 어렵지 싶습니다.


  오죽하면 그 해맑은 학자에게 이렇게도 매달려야 하는 것인지가 참 씁쓸합니다. 정치방면에는 관심도 없는 낭월도 요즘은 정치뉴스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낭월조차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각이야 더 말을 해서 뭣하겠느냐는 생각을 미뤄서 짐작해 봅니다.


3. 괜한 시간낭비하고 있는 낭월


  사실 이런 생각조차도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낭월입니다만, 오늘 아침에는 날씨 탓인지 괜히 한 생각의 가닥을 붙잡고 넉두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 뭔가 자연의 이치를 써 드리는 것이 낭월학당을 찾아오시는 벗님께도 오히려 유익한 일이 될텐데 말입니다.


  낭월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괜히 손가락을 잘못 놀렸다가 무시무시한 방으로 끌려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없진 않습니다만, 그보다도 낭월학당에서조차도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것은 너무도 심각하겠다는 위기감으로 인해서이기도 합니다. 철학자가 정치를 걱정해서 될 일이냔 말이지요......


  하긴, 옛날에는 철학자가 정치를 했다고 하지요. 또 그래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왕이 비도 내리게 하고 병도 고치고 하던 시대에나 통하는 이야기지요. 이렇게 분업화가 된 시대에는 그러한 것은 이상적이 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어려서 주변에서 봤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로 감정이 나빴던 이웃의 아저씨가 그 친구를 신고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밤에 이북방송을 듣는 것 같더라.'의 한 마디면 끝입니다. 하긴.... 그때에 비한다면 결코 더 나빠졌다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낭월도 나잇살이나 먹었군요. 나름대로 이런저런 세상을 살아온 흔적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이러한 이야기에 공감이 되시는지요? 그렇다면 벌써 세상을 한 50년 이상은 살아오셨다고 하겠습니다. 김일성의 '김'자만 나와도 빨갱이가 되어서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는 시대가 있었지요. 그런데 아직도 색깔론이 사라지지 않았잖아요? 참 놀랍도록 변하지 못하는 정치계인가 싶기도 합니다. 감탄할 지경입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와서인지, 항상 생각을 하면서도 괜히 긁어부스럼이 아니라 낭패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살아온 여정에서 깨닫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남의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중국인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것입니다. 옆에서 사람이 칼에 찔려 죽어가도 그냥 구경만 해야 하는 그 냉혹한 사회....


  그런데 요즘도 이러한 형태로 국민을 통제하려고 하는 발상이 없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찍어누르기에는 참 편리하니까요. 나중에 자신이 물러난 다음에야 곪아 터지든 말든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도 겹쳐집니다. 이거, 이야기가 또 엉뚱한 곳으로 마구 튀어나가네요. 쯧~!


  사실, 낭월만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읽는 것으로 말한다면 낭월은 사실 한 참 멀었지요. 그래서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상의 풍경을 잊고서 자연의 이치나 궁구하는 산골의 촌부(村夫)도 이러한 생각을, 이 상쾌한 아침부터 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참 한심스러워서 말입니다.


  공자도 자신의 역할을 잘 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제1갈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세상은 통제불능의 상태로 돌아갈 것을 걱정했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어떻게 된 판인지. 정치인인지 거간꾼인지 모를 지경으로 혼탁스러운 상황들이 자꾸만 반복되고 있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온 나라의 국민이 반대한다고 그렇게 말을 해도 귀에는 철판을 끼웠는지 그냥 강바닥을 파겠다고 우기지를 않나...... 나라의 운영을 자기 소유의 회사 하나 꾸려가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같은 정치인들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문득,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도도한 강물처럼 권력자들의 의지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복지부동하고 있다가, 누군가 희망이 불꽃이 보인다면 바로 일어나서 표를 찍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참 대단히 질긴 것이 백성입니다. 그러한 것을 뼈속 깊이 느껴야 할 본인들은 그냥 해프닝이라느니, 밀실작당이라느니, 후보를 밀어주려고 쑈를 했다느니... 하면서 또 우스겟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허허허~


            


             2011년 9월 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