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한자 시험은 봐서 뭘 하겠다고.

작성일
2011-08-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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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한자 시험은 봐서 뭘 하겠다고.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참 비도 징글징글하게 퍼부어 대는군요. 그래도 계룡산은 워낙 튼튼해서인지 사태가 나거나 할 일은 없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예보로 봐서는 200mm가 온다는데, 그것도 애매한 것이, 논산은 중부도 되고 남부도 되는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기예보에서 말해주는 두 지역을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양다리인 셈입니다. 하하~

지난 달에는 한자 시험을 보러 대전의 상공회의소에 갔었습니다. 뭐가 필요해서 간 것은 아니고, 화인과 금휘가 물귀신 작전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따라간 것이지요. 자기들이 시험보려고 등록을 하는 김에 낭월도 등록을 시켜 놓고서는 돈을 냈으니까 가야 한다나 뭐라나~ 그래서 꼼짝없이 끌려가서 시험지와 마주 앉게 되었습니다.

화인의 말로는 상공회의소에서 보는 시험은 권위가 없다나요? 그래서 낭월이 답했습니다. "권위가 없다면 보지 않으면 되지 뭘 그러나?" 했더니 그래도 보기는 해야 하겠다더군요. 작년엔가는 어문회에서 시행하는 시험도 봤지 않습니까? 물론 낙방했지요. 그 차이점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혹시 벗님께서도 한자공부를 하고 계신다면 참고하시라는 의미입니다.

어문회에서 시행하는 시험은 확실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냐면 바로 한자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쓸 일이 많은 사람은 어문회의 시험을 봐야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1급시험지를 보면서 느낀 점은, 서당에서 공부를 했다면 아마도 합격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써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모든 글자는 컴퓨터에서 키보드로 입력하다가 보니까 이른바, '눈에는 익어도 손에는 설은 상태'가 계속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문회의 한자시험을 보려면 무엇보다도 한자를 쓰는 것에 집중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시험은 보나마나라고 하는 점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반면에 상공회의소에서 치르는 시험은 분명히 쉽습니다. 주요 포인트는 읽을 줄 알면 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며 읽을 수 있으며 다른 글자와 착각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대로 봐서는 적당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배운 한자공부를 갖고서 중국인들과 필담을 할 적에는 아마도 많이 곤란하겠지요? 눈에는 익은데 손에는 설어서 막상 쓰려고 하면 써지지 않는 당혹스러움을 많이 경험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환경이 어디 한자 쓸 일이 있어야 말이지요. 그래서 중국에서 살고자 한다면 어문회의 한자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한문으로 된 책을 보면서 공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구태여 고생하면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잔꾀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권위라는 것은 그만큼 어렵게 얻은 것일 때에 살아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목적이 있는 경우와, 혹시라도 폼나는 자랑을 하기 위해서라면 역시 명품이 좋듯이 명가의 시험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취직을 위해서 해당하는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실용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번에 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하는 고급한자(1,2급)과정에 대해서 시험지를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내용이 매우 알차게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괜히 시험을 위한 문제를 내느라고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글자들을 찾아서 수험생을 고생시키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현실적으로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난이도였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보러 오신 수험생들의 면면을 봐도 어린 초등학생부터 70년은 더 살아오셨을 것같은 할머니까지 다양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러한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과연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자를 모르면 고전(古典)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인과 금휘에게 한자에 대한 압력을 은근히 넣습니다만 고마운 것은 반발하지 않고 수용하면서 열심히 따라와 준다는 것이지요. 금휘에게는 책을 하나 번역하면서 공부하라고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전기(傳奇)식으로 된 재미있는 것이 있는데 나중에 번역해서 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서 입니다. 아직은 물론 엄두가 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자꾸 충동질을 하다가 보면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될 것이므로 손해를 볼 일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혹시라도 해보겠다고 하면 작가와 출판사를 찾아가서 계약을 해 줘야지요. 그 정도는 해 주고서 작업을 하려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선뜻 나서서 해보겠다고 하질 않네요. 아마도 가능성에 대해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결국은 하겠다고 해야 할 겁니다. 낭월의 집요함은 한 번 찍으면 그냥 도망가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하~

아, 시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 안 드렸군요. 물론 잘 봤습니다. 문제가 자그만치 300개입니다. 그래서 시험보는 시간도 2시간이나 줍니다만 부지런히 써 넣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화인은 애석하게도 여나믄 문제를 틀려서 2급에 머무르게 되었고, 금휘는 2 문제를 잘 봐서 2급에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2급이라도 실력은 현격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가 있겠습니다. 화인도 조금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싸부님이 조금만 덜 부려먹었으면 저도 1급을 할 수 있었는데 말이지요.'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을 보면 가을에 시행하는 시험에서는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금휘가 발표를 보면서 '아빠는 몇개 틀리셨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그래도 가족에게 제법 인정을 받고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몇개 맞았느냐?'고 하는 것과는 느낌이 좀 다르니까 말이지요. 상공회의소 들어가서 보라고 했더니 열 몇개가 틀렸다고 하더군요. 역시 다 맞출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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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한 마음이 일어나시거든 지금부터 준비하시면 가을에는 나름대로의 소소한 결실도 얻을 수가 있을 것으로 보겠습니다. 국가공인자격증도 준다고 합니다. 주민증같이 만들어 주는 모양이네요. 2007년부터 국가공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취직하거나 한자교실을 열고 싶다면 아마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상 소소한 안내와 자랑질이었습니다. 여하튼 벗님의 한자수준도 한문원서를 자전 펴놓고 읽으실 정도는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알고 있는 자와는 이야기를 나눠도 수준이 다르거든요.

서점에 책을 보러 와서도 '까이꺼~! 중국 책은 별거야~!'하고 뽑아서 펴드는 선생도 계시지만,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면서, '번역된 것은 없나요?'라고 하는 선생의 사이에는 내공이 같을 수가 없는 법이니까요. 벗님은 어느 쪽이세요? 아니면 어느 쪽이 되고 싶으세요?

이제 입추도 지났고 말복도 오늘이면 넘어가니까 책과 친하기 좋은 시절이 다가온다고 하겠습니다. 모쪼록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알찬 수확이 있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8월 1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