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북경과 베이징의 표기법

작성일
2011-07-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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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북경과 베이징의 표기법








장마가 지나갔는지 어제는 따끈한 햇볕이 강렬했습니다. 오주괘관법(五柱卦觀法)의 원고를 넘기고 났더니 뭔가 큰일을 하나 끝 낸 것 같이 홀가분한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한담이나 한 편 올릴까 하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제목을 보셔서 감(感)이 잡히셨겠습니다만 중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표기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 보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 방송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봤는데, 생각을 해 보니까 고쳐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1. 한국인의 중국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에 의해서 한국인을 위한 중국의 표기법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한국인이 못 알아보는(듣는) 중국어로 인해서 한국 사람들 간의 소통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산골에 사는 화상이야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부의 일을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말로 소통하는 것은 한국인을 위한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수도는 북경이고 상업도시는 상해이며 중국의 새 지도자는 습견평(習近平)이지요. 생소한 이름이네요. 올 해에 인민대회에서 뽑힌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지도자는 강택민(江澤民)이고 현 지도자는 호금도(胡錦濤)인가 봅니다. 여하튼 중국인의 이름은 이렇게 한자가 있으므로 한자음을 우리가 읽는 대로 부르면 그것이 우리를 위한 표기법이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입니다.


즉, 우리를 위해서는 구태여 중국어식으로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또 그렇게 표기를 함으로 해서 우리의 자존심도 지켜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우리끼리 말을 하면서도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보면 연기가 살살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혼자서 아무리 떠들어 봐도 소용이 없겠지만 그래도 고치고 싶은 것은 사실이네요.


저우룬파가 뭔 소린지 아실런지요? 청룽은요? 국민은 알아듣거나 말거나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네요. 저우룬파는 홍콩의 배우 주윤발이고 청룽은 성룡의 중국식 표기랍니다. 참 어렵네요. 공문서가 딱딱하기야 하겠지만 이렇게 자국민(自國民)의 정서와는 전혀 무관한 법을 만들어서 강행하고 있으니 소통이 점점 멀어져갈 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우리 끼리 하는 말은 우리끼리 알아들으면 그만이라고 봅니다. 왜 우리끼리 말을 하면서 다시 설명이 필요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누가 이러한 것을 만들었는지 참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벗님께서라도 이러한 점을 고쳐나간다면 100년 후에라도 개선이 되지 않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 식민지(植民地)의 사관(史觀)?


낭월이 일없이 그 원인을 분석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중국의 식민지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식민지는 일본에게 겪은 것이지 중국은 아니라고 하고 싶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공식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실은 우리의 의식 속에는 중국의 속국(屬國)이라는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삼국시대(三國時代)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려시대(高麗時代)에도 그렇고 조선시대(朝鮮時代)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속국(屬國)이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황제(皇帝)가 있는데 우리는 왕(王)만 있을 뿐이지요. 아 유일한 황제가 있기는 합니다. 고종황제(高宗皇帝)말입니다. 그것도 중국이 내전으로 정신이 없는 틈에 사용한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없진 않지만 여하튼 고종황제지요.


왕(王)이기 때문에 폐하(陛下)라고 칭하지 못하고, 자신도 짐(朕)이라고 못하고 과인이라고 한 것이야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의해서 약소민족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하더라도 21세기의 대한민국(大韓民國)에서도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일입니다. 하긴, 친일파들이 주권을 잡고 있는 나라에서 그러한 것을 벗어버리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3. 아무도 모르는 중국어 표기


우리의 역사는 한자문화권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요즘에서야 한자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사실 한자공부가 아니라 중국어공부이겠지요. 한자에는 관심이 없고 중국어에는 관심이 있는 것까지는 또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것은 중국어도 아닌 중국어를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시안’보다는 서안(西安)이 편안하고, ‘윈난’보다는 운남(雲南)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꿰이린’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계림(桂林)이라고 하면 바로 중국의 절경(絶境)이 떠오를 것입니다. 또 ‘난징’보다는 남경(南京)이 이해하기에 편리하다면 그것이 맞는 것입니다. 그리고 편한 방법으로 표기를 하면 그뿐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표기는 우리를 위한 표기이기 때문이지요. 혹 중국인들을 위해서 그렇게 표기하라고 했을 이유는 없겠지요? 왜 일본말을 하면 매국노(賣國奴) 취급을 하면서 바로 고치려고 드는데 중국식 발음은 못 해서 안달일까요?


친절도 지나치면 불편한 법이지요. 우리는 우리식대로 하면 되고, 그들은 또 그들의 방식대로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친절(親切)을 넘어서 굴욕(屈辱)에 가까운 느낌조차 든다면 이것은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는데,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럴 겨를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혹시라도 중국 사람에게 중국식 표기법을 말해주면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물론 베이징이나 상하이 정도는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 외의 대부분은 그들에게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중국어와 비슷할 뿐이고 중국어와는 상관없는 한국식 발음에 불과한 까닭입니다. 중국 사람과 소통을 하려면 중국어를 배워서 그것으로 해야 하는 것이지 한자로 된 명칭을 중국어로 바꾼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표기법을 얼른 고치지 않는 이유는 뭔지 갑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벗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2011년 7월 1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