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집밥

작성일
2011-05-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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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집밥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계룡산에는 어제 밤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리는데 바람까지 살살 일어나는 것이 신발부터 안으로 들여놓고 다른 일을 봐야 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엇 저녁에 그렇게도 하루살이들이 불을 보고 달려들 적에 알아봤습니다만 아마도 종일 이렇게 비가 내릴 것 같네요.


며칠 전에는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벗께서 감로사를 방문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다가는 끼니때가 되어서 저녁을 먹으라는 신호를 받고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밥상을 보자마자 그 손께서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집밥이네요~!"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웬 당연한 말을 하는가 싶어서 말이지요. 잠시 생각을 해 본 다음에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집밥의 반대편에는 식당밥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 다음에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말이었던 것이지요. 그랬군요. 그 분은 항상 많은 끼니를 식당에서 해결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도 반색을 하였던 것이겠지요.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부러운 것으로 생각이 되었던 적도 있었지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가정에서 아내가 지어 주는 밥과 된장국이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네요. 이것도 세월의 흐름에 대한 변화인가 싶기도 합니다.


벗님께서는 어떤 밥을 드시는지요?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아내가 해 주시는 밥을 드시겠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세 끼를 모두 그렇게 먹는 분도 계시겠습니다. 감로사에서는 도리없이 해주는대로 열심히 투정하면서 먹어주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에 대해서 문득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생각이 되는 것은 왜 일까요?


사실, 시중에서 돈을 내고서도 마음 놓고 음식을 사먹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먹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부디 먹는 것으로는 장난을 치지 말았으면.....'하는 바램을 갖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싶습니다. 물론 모두 다 그렇게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끔 주방에서 종사를 하셨던 양심적인 요리사의 고백을 읽어보게 되면 참으로 모골이 송연하다고 해야 할까 싶습니다.


소비자고발에서 다루는 것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먹거리들이 어둠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팔려나가는지를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이 몸을 그나마도 제대로 유지하면서 천수를 다 하게 될 것인지 생각을 해 보신 분도 많을 것입니다.


중국산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돈 앞에서 무너지는 것은 한중일이 따로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 모두의 절박함에 대해서는 세상을 수십년 살아오신 벗님이라면 이해를 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불안감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예전에 임금이 수라를 드시는데 하도 맛이 있어서 몰래 주방을 옅보게 되었답니다. 도대체 뭘 넣어서 만들었길래 이렇게 맛있는가 싶어서 말이지요. 열심히 조리를 하던 사람이 손바닥에 침을 툇~! 뱉고는 그 손으로 재료를 만지고 하더랍니다.  차마 보고서는 먹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정식으로 불렀습니다. 주방장은 당장 불려와서 대령했겠지요.


"네가 식당을 담당하는 주방장이냐?"
"그러하옵니다. 폐하!"
"내가 네게 물어 볼 것이 있느니라."
"예, 말씀하소서."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음식이 뭐냐?"
"예 그것은 만드는 것을 보지 않은 음식입니다."
"............................그러냐?"
"예,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래 알았다 가봐라."


라고 했답니다. 과연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만드는 것을 보지 않고 먹으면 맛이 있을 것을 괜한 호기심으로 못 볼 것을 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가 봅니다. 서양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피곤하게 하는 손님의 요리에 침을 뱉아다가 주는 것을 본 적이 있었군요. 그래도 맛있다고 먹었겠지요. 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것도 애교라고 해야 할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잘못 먹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음식들이 제공되고 있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세제로 세탁해서 만드는 순대며, 종이를 다져서 만든 만두며, 화공약품으로 만든 계란 등등 중국사람들이 생각을 할 수가 있는 방법은 모조리 실행되고 만들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말이지요.


오늘 아침에는 남원추어탕의 미꾸라지는 중국산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래도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러한 기사를 접하면 마음이 개운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심지어는 중국산이라고 하더라도 해롭지만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집밥................


참으로 마음놓고 숟가락을 집을 수가 있는 음식이었다는 것을 그 방문객의 탄성을 듣고서야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의 여운이 아직도 귓가를 맨돌고 있음은 그나마도 집에서 지어주는 세 끼의 밥을 먹을 수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행복한 것이었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맛이 있고 없고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정성으로 재료를 씻어서 조리를 하여 식구를 먹이는 것보다 더 깨끗한 음식이 있겠는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냉면에 메밀가루가 100%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50%는 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렇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칡냉면에 칡이 안 들어간다는 말이 있기는 했지만 어느 주방장의 경험을 써 놓은 글을 보니까 과연 뭘 사먹을 수가 있는가 싶기도 하네요.


여하튼 달리 방법이 없지 싶습니다. 가능하면 집에서 식사를 하시도록 노력하시는 수 밖에 없겠고, 부득이할 경우에는 먹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조심해서 살펴야 하겠습니다만 이러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자체가 우릴 슬프게 하지요? 그렇습니다. 현실은 현실이고 조심은 조심이니까요.


이제는 안 본 음식이 깨끗한 것이 아니고, 아내가 만들어 준 것이 가장 깨끗하다고 해야 할 모양이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 벗님이 아내이거나 엄마신가요? 그렇다면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끼셔도 좋겠습니다.


그 손님의 집밥이라는 말이 그냥 자연스럽게 들릴 수가 있도록, 어디에서 먹어도 안심하고 반갑게 음식을 대할 수가 있는 날이 오거나, 아니면 그러한 식당에는 특별한 표시를 하거나 해서 안심할 수가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밥먹으로 오라네요. 예, 집밥입니다. 잘 먹겠습니다. 하하~


               2011년 5월 26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