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5] 초야(草野)의 학자를 방문함.

작성일
2011-05-27 08:24
조회
6943
 [제515화] 초야(草野)의 학자를 방문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어제는 어느 학자를 뵙고 왔습니다. 실은 며칠 전에 천안에 사는 한 독자께서 방문을 해 주셨는데, 마침 친구들과 동행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차 한 잔 나누면서 담소를 하는 중에 동행한 한 친구가 자신의 부친께서도 한문책을 많이 보고 계시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예언에 대해서도 가끔 놀랍도록 잘 맞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락처를 달라고 해서 한 번 찾아가 봐야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시간이 나질 않아서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어제는 마침 약간의 틈이 나기에 재빨리 연락을 하고는 화인과 같이 뵈러 갔습니다. 계시는 곳은 부여의 모 기관이었습니다. 존함이 장** 이사장님이라고 소개를 받았습니다. 찾아뵙고서 듣고 온 이야기를 조금 정리해 볼까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찾아뵈었더니 책을 읽으시다가 반겨주셨습니다. 주역(周易)에 대한 책이더군요. 인사를 드렸습니다. 먼저 본 아드님 이야기가 부친의 연세는 72세라고 했던 것 같았습니다. 학자는 세월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속담에도 ‘묵은 솔이 광솔 된다.’고 합니다만 과연 그 말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월을 먹지 않고서는 학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지요. 명함을 주시기에 낭월의 명함도 드렸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약간 정리하고 양념을 보태겠습니다.

========================================

[선생]“아, 명리를 연구하시네요.”

[낭월]“예, 그렇습니다만, 마음만 있고 깊이가 없습니다.”

[선생]“좋은 공부지요.”

[낭월]“항상 선학(先學)을 찾아뵈려고 하다가 인연이 되었습니다.”

[선생]“그런데 난 명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낭월]“예, 그러시군요. 그럼 무엇을 좋아하시는지요?”

[선생]“풍수와 선도(仙道)지요.”

[낭월]“명리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선생]“음양오행을 풀이하는 이치는 참 좋은데, 모든 것이 죽어있다고 봐서입니다. 말하자면 태어나면서 결정이 되어버렸다는 것에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지 않으냐는 말이지요.”

[낭월]“맞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명리는 배울 필요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선생]“아니지요. 원형의 뿌리를 알려면 당연히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로 본다면 초중학교는 목적이 아니지만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과 같지요.”

[낭월]“그렇다면 기초의 골격을 잡는 용도로 이용한다면 쓸 만하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선생]“맞습니다. 격의 모양을 파악하고 용신을 찾는 공부를 하게 되면 음양과 오행의 틀을 이해하는 것으로는 그보다 좋은 것이 없지요. 그러니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로되 나중에는 그것은 별로 쓸모가 없어지면서 풍수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낭월]“그렇겠습니다. 옳으신 말씀이네요. 그렇다면 풍수는 고등학교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생]“그렇지요. 그리고 선도(仙道)는 대학교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낭월]“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풍수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듣자니까 여러 형태의 학파가 있어서 서로 통일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공부를 하는 방법이 하도 중요하기에 여쭙고 싶습니다.”

[선생]“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책은 있지요. ○○책과 ××책은 풍수학을 다 망쳐놓은 것이므로 보지 말아야 할 책입니다. 스님은 무슨 책을 봤는지요?”

[낭월]“입지안전서(入地眼全書)라는 책도 조금 보고, 현공풍수(玄空風水)에 관한 책도 조금 읽었을 뿐입니다.”

[선생]“현공이요? 대현공 소현공을 말하는 것입니까?”

[낭월]“예, 그렇습니다. 현공은 어떤 풍수라고 보면 될까요?”

[선생]“그야 탁월한 수법(手法)이지요. 그것이 현공의 존재 이유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낭월]“수법이라고 하시면.....?”

[선생]“그러니까 산맥을 살펴서 기운이 응결된 곳을 찾았다고 한다면 그 다음부터 바로 필요한 것이 현공이지요. 현공이 대현공과 소현공이 있는데 소현공이 중요하고 대현공은 참고용 정도로 보면 됩니다.”

[낭월]“현공을 보면 구성(九星)이 나오는데, 그것이 풍수학에 연결되는 것은 좀 난해한 것 같습니다. 땅을 논하는데 왜 구성이 대입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그것은 숫자의 궁극(窮極)이고 자연의 이치이니 구궁은 어디에서도 쓰이게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구성은 구멍이 몇입니까?”

[낭월]“그야 아홉이 아니겠습니까?”

[선생]“그렇지요. 사람에게는 구멍이 몇 개 입니까?”

[낭월]“아홉이지요.”

[선생]“그래서 모든 숫자는 9에서 마치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영이 되어버리니까요. 현공에서도 당연히 구성이 대입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가치가 없는 학문이 되어버릴 수도 있지요.”

[낭월]“아하~! 그렇게 되는 것이로군요.”

[선생]“원래 구궁(九宮)은 하락(河洛)에서 나온 것이지요.”

[낭월]“하락이라면 하도(河圖)와 낙서(洛書)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선생]“하도가 말의 등에 찍혔고, 낙서가 거북의 등에 찍혔는데 왜 하필이면 그렇게 많고 많은 동물 중에서 말과 거북이었는지 알아요?”

[낭월]“아,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왜 그러한 동물이 등장했는지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습니다. 무슨 뜻이 있었습니까?”

[선생]“그것이 바로 음양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말은 남방의 오화(午火)이고, 거북은 북방의 자수(子水)인 겁니다. 그래서 양인 말이 동(動)하고 음인 거북이 정(靜)하게 되어서 일양(一陽)일음(一陰)이 되었으니 이것이 하도낙서인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정리해 놓은 것이 구궁이니 어디엔들 적용이 안 되겠느냐는 말이지요.”

[낭월]“아하, 그런 뜻이 있었군요. 오늘 귀한 말씀에 귀의 때가 모두 씻겨 지는군요. 역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인데 오늘 이렇게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선생]“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이야기지요.”

[낭월]“ 과연 음양오행의 이치는 알아야 하겠고 현공풍수도 그래서 신뢰할 만 하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선생]“세상의 만법은 음양과 오행으로 모두 설명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낭월]“그렇게 사소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할까요?”

[선생]“원래 대단한 것은 사소한 법이지요. 거창하고 위대한 것은 또한 시시한 것이기도 합니다.”

[낭월]“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선생]“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꼭대기를 알고 싶어 할 뿐 기본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것이 안타깝지만 뭐 할 수 없는 일이지요.”

[낭월]“그렇겠습니다. 그런데 명리는 고정되어서 깊이 연구 할 맛이 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풍수는 고정된 것이 아닌가요? 말하자면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가 정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선생]“하늘에서 사람을 하나 만들면 땅에서는 명당을 하나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모든 땅에는 주인이 있기 마련이지요.”

[낭월]“그러니까 말입니다. 아무리 풍수공부를 해서 좋은 땅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아니라면 하나마나가 아니냐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또 땅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자신이 들어갈 자리는 정해졌으니 자연 그러한 곳이 나타날 것이니 과연 공부를 한 보람이 있을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선생]“........ 그렇긴 합니다만 노력이지요. 가령 두 사람이 사주팔자에 장관을 할 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도 보면서 준비한 사람은 장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국 장관을 시켜준다고 해도 하지 못할 것이 아니냔 말이지요.”

[낭월]“일리가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할 필요는 반드시 있는 것이지요. 노력한 만큼 진화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선생]“바로 그것이지요. 그리고 풍수를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묘터를 잡기 위한 것이겠어요? 살아가는 집을 찾을 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것인데 모르고 들어갔다가 고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을 알고 피한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느냐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지요.”

[낭월]“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양택에 대해서는 어떤 공부가 좋다고 보십니까?”

[선생]“양택에서는 당연히 현공(玄空)을 알아야 합니다. 가령 동사택 서사택으로 논하는 풍수학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낭월]“잘 알겠습니다. 현공을 공부하는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생]“많아요. 잠깐 내가 보던 책이 있는데......여기 있네요. 이런 책들은 모두 쓸 만한 것들입니다. 가능하면 다 외워버리고 싶은 책들이지요.”

[낭월]“어디,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음..... 청낭경(靑囊經), 도천보조경(都天寶照經), 지리변정소(地理辨正疏)...... 이것들은 모두 현공에 관한 책들인 것 같습니다.”

[선생]“맞아요. 아침에 가난한 사람이 저녁에 부자가 되는 양구빈선생의 저서들이지요.”

[낭월]“과연 책을 보시는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도대체 이러한 책을 어디에서 구하셨습니까? 대만에서도 보기 어려운 책들인데 말이지요.”

[선생]“어렵게 구해서 소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청낭경은 원본이 하도 상해서 아예 복사를 해서 보고 원본은 보관해 놓았지요.”

[낭월]“풍수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씀의 깊이를 알 것 같습니다.”

[선생]“아, 물론 불경도 참 좋지요.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좋은 것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너무 마음에만 치우쳐 있어서 현실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 평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을 뿐입니다.”

[낭월]“그렇겠네요.”

[선생]“부처는 모두 다 없다고 하고 현실은 모두 다 있다고 하니 있는 것도 보고 없는 것도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낭월]“예를 든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선생]“가령 반야심경에는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고 했으니 보이는 것도 모두 공이란 말이잖아요. 그런데 보이는 것을 공이라고 하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이냔 말이지요. 그것은 바로 마음을 두고 말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단 말이오. 무엇이라도 있으면 그것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낭월]“참으로 멋진 비유를 해 주셨습니다. 바로 와 닿네요.”

[선생]“결국 부처는 음을 말하고 구궁은 양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둘을 떼어놓으면 모두가 병신이 되어버리지만 섞어놓으면 아름다운 음양이 되니 얼마나 좋으냔 말이오.”

[낭월]“과연 음양학자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막혔던 안목이 시원해졌습니다. 귀중한 말씀을 다음기회에 또 듣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시간 내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배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만 약간의 도움이 되셨다니 나도 즐겁습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질에도 치우치지 말고, 정신에도 치우지지 않으면 그것이 가장 즐거운 것이 아닌가 싶어서 중용(中庸)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낭월]“잘 알겠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그럼 멀리 안 나갑니다. 잘 가시오.”

=====================================

이렇게 두어 시간의 대화는 학문을 연구한 선배의 이야기와 경험담이 섞여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화인에게 물어봤더니, 공부를 더 죽어라고 해야 하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로 마주보고 웃었습니다.

이렇게 구석구석에는 책과 벗하여 자연을 즐기는 은사(隱士)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기회가 왔을 적에 포착을 해야지요. 점괘만 포착이 아니고 이러한 기회도 포착을 해야 놓치지 않고 잡아채어서 한 수 배울 기회를 만들 수가 있는 법이거든요.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면서도 책과 벗하면서 자연과 음양오행을 살피는 것에 대해서 멋지게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그 나이가 된 낭월의 모습이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물론 벗님도 그렇게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5월 2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손때가 묻은 책을 보면서 주인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