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상담을 어디까지 봐야 할까.

작성일
2011-05-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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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상담을 어디까지 봐야 할까.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봄꽃들이 대략 놀다 간 자리에는 해당화가 메워주고 있습니다. 어느 사이에 여름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나 보네요. 그래서 또 아름다운 계룡산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아침입니다. 뭔가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상담실에서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같이 생각을 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담을 하다가 보면 늘 만나는 부분이 있지요. 방문자에게 이야기를 해 줘야 하는데, 그 기간을 언제까지 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가끔은 고민을 하게 되거든요. 1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10년간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인지 혹은 일평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그런가하면 또 얼마나 깊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사업을 물었을 적에도 그렇지요. 앞으로 3년간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말만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다음에 다 털어먹을 수가 있다는 말까지 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찌 상담가에게만 있는 일이겠어요. 가정에서도 항상 있는 일이겠지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 아내에게 잘 지냈다고만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점심을 먹으면서 재채기가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서도 대화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할 마음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사뭇 달라지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해야 할 이야기를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자상하다는 말과 함께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를 하면 좁쌀영감이라는 말을 들을 수가 있을 것이고, 해야 할 말도 자세하게 하지 않으면 무뚝뚝하다고 하겠지만 하지 않아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과묵하고 신중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입니다.




1. 자녀에 대한 고민



며칠 전에는 대구에서 41세의 여성이 방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아기가 있느냐는 것과 언제 낳을 수가 있느냐는 이야기였지요. 보통은 언제 돈을 많이 벌겠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가끔은 자녀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사주명식을 보면서 벗님의 판단을 기다려 볼까요?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時 日 月 年
    辛 戊 丁 辛
    酉 午 酉 亥




사주를 봐하니 용신(用神)은 인성(印星)이 되겠고, 용신격은 신약용인격(身弱用印格)이 되는 구조라고 하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자녀이므로 시지(時支)의 분위기를 먼저 살피게 되지요. 상관(傷官)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약한 사주에서 상관이 과다하다고 봐야 할 분위기에서 다시 자녀자리에도 상관이 그것도 시간(時干)에 투출까지 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해 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자녀를 낳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자녀를 낳은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데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인 것입니다. 어떻게 말을 해줘야 상대방이 수긍을 하고 또 수용(受容)도 할까요? 벗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우선 자녀를 얻을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은 자녀를 의미하는 식상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사주에서 자녀까지 있으면 자식의 시중을 드느라고 자기 자신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그럼에도 본인은 자녀를 갖고 싶어 합니다. 더구나 나이도 노산(老産)의 대열에 들어가야 하는 40대 초가 아닙니까? 아무래도 자녀는 권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봤습니다.


“꼭 자녀를 가져야 합니까?”


라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본능일 수도 있겠습니다. 자녀를 얻어서 남들처럼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야 얼마든지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문제는 자녀로 인해서 힘이 다 빠지고 어려워 질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는 권하지 않는다는 말까지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랬더니 다른 곳에서는 모두 자녀를 낳을 수가 있으니 노력을 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에 느꼈습니다. ‘아하, 거기까지만 이야기를 해 줬구나.....’라고 말이지요. 그 다음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녀가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몇 군데의 철학원에서는 자녀가 있으니 낳을 수 있다고 말을 했던가 봅니다. 명색이 프로라고 한다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용신만 알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니까 몰랐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뭔가 좀 더 진지하게 알고 싶어하는 표정을 보면서 아무래도 점신(占神)에게 물어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주괘(五柱卦)를 적었습니다. 실은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순간 오주괘는 바로 적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므로 사주를 보는 동시에 오주괘도 보고 있었지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시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分 時 日 月 年
     壬 戊 壬 癸 辛
     子 申 申 巳 卯




임수(壬水)가 인겁(印劫)이 과다하네요. 이러한 모습은 자녀를 낳는 문제로 방향을 잡고 관찰하게 된다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겠습니다. 시주(時柱)에도 분주(分柱)에도 식상(食傷)은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지요. 문득 연지(年支)의 묘목(卯木)이 눈에 들어옵니다. 있어보기는 했겠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임신을 한 번도 못 해 봤느냐고 말이지요. 사실 낭월의 스타일로는 ‘일찌감치 임신을 해 봤는데 유산되었구만요~!’라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냥 물어보는 것이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므로 늘 이런 식입니다.


그랬더니 과연 유산을 한 뒤로는 자녀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리고는 자녀가 생기면 고통이 두배가 될 것인데 아직까지 생기지 않은 것은 조상님이 도왔다고 해줬습니다. 어떻게 항상 원하는 답만 해 줄 수가 있느냐구요. 때로는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를 할 경우도 심심찮게 있기 마련이지요.


여성이 다시 물었습니다. 혹 자녀가 생기면 수명(壽命)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느냐고 말이지요. 낭월의 경험으로는 사주에서 수명을 논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명은 모르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힘든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산부인과에서도 노력을 하지 않아서 아이가 안 생기는 거니까 노력을 해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런데 심장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네요. 심장전문의가 하는 말로는 만약에 자녀를 갖게 되면 지혈(止血)이 되지 않아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가 있으므로 자녀는 포기하라고 하더랍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또 몰랐지요. 그러니까 신체적으로 상당한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수명에 대해서 왜 물었는지가 바로 이해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상담을 받았던 철학원과 산부인과에서는 아이가 있느냐는 것까지만 이야기를 해 준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두 선생님은 질문자의 이야기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심장수술을 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므로 모른 척 했을 것으로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심장전문의와 낭월은 그 다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것이 주제넘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하튼 상담실을 찾아왔으니 궁극(窮極)의 행복을 위해서 조언을 할 수가 있다면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자녀에 대해서는 이 순간부터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기도를 열심히 하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싶으면 불행한 아이들을 후원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그러한 길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입양을 시키면 어떻겠느냐고 하기에 그것도 권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힘들게 될 것은 같다고 말이지요. 낭월의 느낌으로는 뭔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사업에 대한 구상(構想)



어제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남자분이 방문을 했습니다. 뭔가 한번 몸부림을 쳐보고 싶은 마음에 수년을 두고 준비했던 일이 거의 성사 단계에 와 있는데, 앞으로 잘 될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계룡산까지 방문을 하셨던가 봅니다. 여하튼 명식을 보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時 日 月 年
     庚 乙 庚 丙
     辰 巳 子 午




또한 인성이 아니고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사주라고 하겠습니다. 뭔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일지(日支)의 상관(傷官)이 불어넣는 바람일 것이고, 현실적으로 따라주지 않았다면 양쪽으로 끼고 있는 정관(正官)의 울타리가 너무나 높았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봤습니다. 문제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재물(財物)을 따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이 사주에서 재성(財星)은 기구신(忌仇神)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게 되면 일단 사업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은 것이 낭월의 마음입니다. 일시적으로 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로 인해서 새로운 번뇌가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솟아나기 쉬울 테니까 말이지요.


그 손님은 반드시 하고 싶은 사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카드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긴 나이도 이미 46세라면 자신의 영역에서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하겠네요. 그래서인지 철학원도 여러 군데를 가 봤다고 하네요. 그리고 내년[임진(壬辰)]에는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또 오주괘를 들여다 봤습니다.




分 時 日 月 年
     戊 癸 乙 癸 辛
     午 未 亥 巳 卯




어제가 을해(乙亥)일이었군요. 을목이 의지를 할 곳은 앉은 자리에 해수(亥水)라고 하는 것은 벗님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미토(未土)와 무토(戊土)가 되겠고, 이것으로 인해서 해수도 손상을 받고 계수도 합거(合去)되어서 빚더미에 앉을 가능성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으면서 또 낭월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을 어디까지 말해줘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첫째, 사주에서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해야 하고, 둘째, 오주괘에서 사업하면 망한다는 말을 해줘야 하는 장면임이 분명한데 말을 하자니 마음에 실망감을 안고 가야 할 것이고, 말을 하지 않으면 낭월의 마음이 또 편치가 않으니 이러한 장면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잠시 망설이게 되는 것도 소심한 낭월에게는 항상 있는 일인가 봅니다. 여하튼 말을 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는 맑았던 날씨가 방문자가 찾아오는 시각부터 천둥번개와 소나기로 변했습니다. 이것을 세 번째의 조짐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업하면 이 꼴이 된다는 이야기겠네요.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신다면 아직 공부를 하실 일이 많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낭월도 모든 것을 사주팔자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운명을 풀이하는 암시는 도처에 산재(散在)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주를 보지 않아도 그 사람의 조짐에 대해서 대략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사실 오후에 방문할 손님이 있다는 이야기를 화인에게 듣고서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오늘 찾아오는 사람은 아마도 좋은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으로 넷째의 조짐까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백수점단(百首占斷)을 보기로 했지요. 점대를 뽑으라고 했더니 54번을 꺼내 놓았습니다. 책에는 ‘소진이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면서 인내 한다.는 ’소진자고(蘇秦刺股)‘로군요. 물론 사업하여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아니지요. 【사업】의 항목을 보여드렸습니다. 직접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옛것을 고친다면 반드시 잃게 될 것이니 그대로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모든 조짐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몰리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것인지 가닥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말리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나 하면서 하던 일이 빈약하더라도 밥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다른 궁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물론 낭월의 이야기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는 모를 일입니다만 그래도 이야기를 해 드리고 나서야 마음이 편했습니다.




상담을 한다는 것이 이렇습니다. 때로는 조금만 말을 해야 할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많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지요.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조언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하고 있는 낭월인가 싶습니다. 여하튼 벗님은 다행입니다. 오행공부를 하신다면 스스로 자신을 지켜 볼 수가 있을 것이고, 오주괘를 활용한다면 또한 순간순간의 변화에 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명한 판단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행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히 현명해질 것이므로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소개말씀 드리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소중한 삶인데 가능하면 번뇌와 망상에 빠져있기 보다는 즐거운 오늘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2011년 5월 2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