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 점(點)에서 찾은 이기론(理氣論)

작성일
2011-03-2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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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점(點)에서 찾은 이기론(理氣論)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꽃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바람의 끝은 포근한 느낌이 붙어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를 몇 그루 심는데 어찌나 돌바닥인지 괭이질이 되질 않아서 어깨가 다 뻐근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작은 선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 않네요. ‘이제 한 3년이 지나면 자두며 검은 감이며 왕 매실들이 주렁주렁 달리겠지’ 싶은 꿈을 꿔보는 것도 또한 좋습니다.




저녁에 양념 딸인 금휘와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점(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벗님께서는 혹시 점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비록 최소한의 단위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는 하나의 점(點)에 대해서 어떤 소식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정리해 보기로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1. 어디에나 있는 점 하나.




점은 그릇에도 있고, 찻잔에도 있고, 얼굴에도 있고 거울에도 있지요. 또 하늘에도 있고, 태양에도 있고 달에도 있습니다. 참으로 눈만 돌리면 어디에서라도 발견을 할 수가 있는 것이 점이네요. 심지어는 책에도 점이 있는데, 이 점은 아마도 파리가 만들어 놓은 것일 테지요? 여하튼 우리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언제 어디서나 점을 발견하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진리와 비슷한 것을 유추(類推)해 낼 적에는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이 따라와 주기도 합니다. 낭월의 생각이 항상 그렇듯이 언제나 가장 가까운 주변에서 찾아낼 수가 있는 진리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여하튼 우선 백지에 점을 하나 찍어 보시지요. 좀 삐뚤어져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누가 봐도 점이라고 하는 것만 알 수가 있다면 합격이라고 하겠습니다. 자, 찍으셨으면 잠시 무엇이 보이는지 주시(注視)해 보시기 바랍니다.


명상을 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방법을 취하기는 합니다만 뚫어져라 하고 봐야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명상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까닭이지요. 그냥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만 생각하고 보시면 됩니다. 점점 크게 보인다던지 혹은 검은 점이 하얗게 보인다던지, 또 아니면 검은 점이 빨간 색으로 변하더니 토끼로 변해서 톡톡 뛰어 다닌다고 하면 무조건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하하~~!!




2. 어디에나 있는 점 두 개




사실 점 하나를 보면서 뭘 깨달을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았다고 생각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하튼 낭월의 이야기는 끝까지 다 들어보셔야 그 의미를 알 수가 있는 경우도 간혹 있으므로 조금만 천천히 가 보십시다. 이번에는 점을 두 개 찍어놓고 생각을 해 보도록 하십시다. 두 점이 크기가 같아도 되고 달라도 됩니다. 일직선상이어도 되고 대각선이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구태여 자로 대고 찍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다시 점을 보면서 생각해 보십시다. 편의상 왼쪽의 점은 ‘가’라고 하고, 오른쪽의 점은 ‘나’라고 해두겠습니다. 이제 다시 생각의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생각들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가보다 나가 좀 더 크군.”


“가는 위쪽에 찍혔는데, 나는 아래쪽으로 치우쳐서 찍혔군. 그것도 똑바로 못하고,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원~!”


“가는 동그랗게 잘 되었는데, 나는 뭐야 파리가 똥을 싸 놓은 것 같잖아~”




무슨 생각이라도 좋습니다. 적어도 점을 하나만 찍어놓았을 경우와 비교해서 그 차이가 느껴지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미 목적은 달성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기론(理氣論)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점 두 개를 찍어놓으라고 해 놓고서는 이기론을 생각해야 한다니 비약이 좀 심하게 느껴지시는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의식계(意識界)는 점차로 넓어지고 높아지니까 말입니다. 이제 시를 한 수 읊어야 하겠습니다.




허공에 점 하나 있을 적에는


이(理)라고 논하더니


다시 하나의 점이 추가되니


기(氣)라고 하는구나.




예? 무슨 시가 그 모양이냐구요? 원래 낭월이 하는 일이 장 그렇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간단하게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원래 늘어 벌리기의 선수잖습니까? 아하~! 뭔가 머릿속이 시원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드셨습니까? 그렇다면 일단 성공입니다. 바로 그것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이었거든요. 웬 호들갑이냐고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잠자는 뇌세포를 자극시키는 것만으로도 삼생의 공덕을 지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아직은 이해가 되지 않으셨다면 다시 다음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느낌’이 드신 벗님께서도 그냥 낭월의 생각과 일치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조금만 더 따라와 보시기를 권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보면 문득 느끼는 그것이 있을 터이니 말이지요.




3. 갑(甲)이 하나 있을 때





 


이번에는 우리의 이야기로 바꿔서 전개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갑(甲)입니다. 이 글자를 종이 가운데 써 놓고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그 감정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방법은 점을 찍어 놓았을 경우와 같습니다. 무심으로 바라보셔도 됩니다. 그냥 갑은 양목(陽木)이라고 하셔도 별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렇게 살펴보면서 잠시 생각을 해 보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갑이 하나가 있을 적에는 그냥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찌그러진 냄비를 앞에 놓고 길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있는 노숙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행인은 하나도 없는 상태의 썰렁하고 적적한 골목에 움츠려 들게 만드는 찬바람만 휑~!하니 지나갈 수가 있겠습니다.




4. 갑(甲) 옆에 뭔가 있을 때



 


충분히 생각을 해 보셨다면 되었습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갑의 옆에다가 임(壬)을 써 놓아보시기 바랍니다. 임이 기신(忌神)이라서 꼴도 보기 싫으신 벗님은 정(丁)을 써 놓으셔도 아무런 상관이 없겠습니다. 여하튼 뭔가 하나를 써 놓으시면 됩니다.


 



 


노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때는 마치 골목 끝에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발걸음 소리가 ‘자박자박’들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숙자의 귀는 잠에서 깨어나서 발자국의 소리를 쫓게 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귀는 쫑긋하고 의식은 또렷할 것입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동냥을 줄 사람인지 그냥 지나갈 사람인지, 아니면 단속반이라서 담요와 냄비를 들고 옆길로 쫓겨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겠습니다. 이해가 되시는지요? 여하튼 이해가 되셨기만 바라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갑이 임을 바라보게 되면서 갑자기 벗님의 의식은 초스피드로 회전하기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뭐야? 날도 추운데 웬 물이야~”


“그렇잖아도 목이 말랐는데, 시원한 물이네~!”


“저건 물이 아니라 가습기에서 나오는 수증기라구~!”




여하튼 뭔가 생각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갑과 임에 대해서는 미리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그것도 모른다면 검은 것은 글자일 뿐이고 의미는 전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까 말씀을 드리나 마나가 되겠습니다. 그러한 벗님께서는 아무리 바쁘셔도 십간(十干)에 대해서 이해를 하신 다음에 다시 읽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머릿속만 벙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시를 한 수 읊어야 하겠지요? 어쩌면 그 시는 벗님께서도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갑(甲)이 하나 있을 적에는


이(理)라고 하더니


옆에 임(壬)이 주어지니


기(氣)라고 하는구나.




시라고 해봐야 그야말로 멋대가리 없는 1절의 완전모방품이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보시면서 순간적으로 ‘아~!’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퍼뜩 스쳐지나갔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의 글자가 있을 적에는 아무런 생각도 꺼낼 수가 없었는데, 옆에 무엇이 하나 던져지는 순간부터 갑자기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연달아서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으셨을 것입니다.




여하튼 여기까지만 설명을 해야 벗님을 존중하는 것이 될 듯싶어서 더 자세한 풀이는 생략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경봉스님께서 읊으신 시를 적어놓는다면 뭔가 있어 보일까 싶어서 서첩(書帖)을 찾아봤습니다. 선문묵일점이라는 작품집의 맨 처음에 있는 시이기도 합니다. 함께 감상을 해 보시지요.




5. 선문묵일점(禪門墨一點)





 


항상 낭월의 등불이 되어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저만큼에서 늘 길을 밝혀주시려고 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봉대선사의 진영입니다.


 



 


작품의 글씨가 잘 안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적어봅니다. 함께 보시면서 의미를 생각해 보시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虛空一點眞消息(허공일점진소식)


宇宙人間幾得知(우주인간기득지)


一點前 是何聲(일점전 시하성)


阿刺刺 呵呵笑(아자자 가가소)




허공중에 찍은 점 하나의 참 소식을


우주와 인간 중에 몇이나 알까


한 점의 이전에는 또 무슨 소리인가


아자자~! 허허허~!




분명히 점(點) 이야기가 맞지요? 예전에는 이러한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오늘 문득 다시 읽어보니 과연 점에 대한 참 소식을 제대로 담아 놓으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엥? 아니~! 그렇다면 낭월은 허공일점진소식을 알았다는 말? 에구~ 원 천만에 그럴리야 있겠습니까. 항상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하하~!




       2011년 3월 2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