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 네 가지의 조짐

작성일
2010-09-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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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네 가지의 조짐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오늘이 백로네요. 그래서인지 아침저녁의 기온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쌀쌀~한 것이 상쾌한지 말이지요. 오늘 같아서는 살만 하겠다고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하하~


  지난달부터 화인과, 앞으로 화인과 함께 일을 할 종녀씨(화인의 3언니)와, 낭월, 이렇게 셋이서 대만나들이를 다녀오려고 일정을 잡았습니다. 한 여름에는 지난 07년도의 더위에 너무도 고생을 한 화인의 기억에 의해서 회피하게 되고, 일단 찬 바람이 불면 가자고 한 결과로 인해서 날짜는 백로가 지나고 나서 서울의 강의시간을 피해서 잡은 것이 9월 11일(토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바람을 쐴 생각으로 흐뭇한 낭월이었습니다.


  이번에 가게 되면 종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대만의 오룡차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좀 알아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지요. 그리고 서점에서 자료를 더 찾아보기 위해서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세째 처제도 미리 일정을 비워놓으라고 해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했지요. 원래 놀러 가는 것이라면 잠도 오지않을 정도로 신바람이 나는 낭월 아닙니까.


  그런데 여행에 대해서 이상기류가 감지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여기에 대해서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함께 살펴보면서 이것이 과연 잘 한 것인지 아니면 괜한 생각으로 쓸데 없는 망상을 한 것인지는 벗님께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함께 생각을 해 보시자는 말씀이지요. 그럼......


 


1. 첫 번째 조짐 - 금고 문이 잠겼다.


  그저께 저녁에 화인이 난색을 표하면서 난감해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만, 무슨 마음으로 금고의 암호를 변경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는 바람에 전화를 받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까 암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니, 가만히 있는 멀쩡한 금고의 암호는 왜 바꿨느냐고 하니까, 그냥 자신도 모르게 그랬답니다. 암호가 유출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더군요. 낭월은 암호를 모릅니다. 금고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금고 이야기를 하면 벗님께서는 혹시 돈다발이라도 들어 있어서 여행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라도 하셨다면 그것은 오해십니다. 금고 안에 들어있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화인이 난감해 하는 것은 여권을 그 안에다가 넣어뒀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권이 있어야 항공권도 사고 이런저런 준비를 할텐데 그것이 난감했던 것이지요.


  어제도 하루 종일 금고(래야 코딱지 만한 것입니다만서도)가 있는 방에서 꼼지락대길래 뭘 하나보다 했는데, A4용지에는 온갖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줄이 그어져 있더군요. 그러니까 바꿨을 만한 숫자를 조합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여러 번 그 짓을 반복하면 금고도 지능형이라서 자동으로 잠겨버린다는군요. 결론은 열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로 한숨을 쉬더군요.


  그래서 문득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니, 가만히 있는 금고의 암호를 잠갔다는 것도 그냥 괜히 그랬다고 하면 또 그만이지만 그것에서도 어떤 조짐을 찾을 수는 없을까? 싶었던 것이지요. 나이가 들면 조그만 조짐에 대해서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요? 오주괘를 실험하면서 느끼는 것은 절대로 그냥 주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여권을 꺼낼 수가 없다면 여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순천만으로 갈대를 찍으러 간다면 또 모르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대만에 가려면 필수품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것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여행을 하지 말라는 조짐은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이지요. 이것이 낭월에게 생긴 변화인가 싶습니다.


  예전 같으면 도끼로 금고문짝을 때려부수고서라도 여권을 꺼내어서 비행기를 타고야 말았을 낭월의 편재입니다만 지금은 이러한 조심성이 생겨난 모양이네요. 이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까 일단 뭔가 천지신명께서 지금은 여행을 떠나지 말라고 말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의 조짐입니다. 이러한 조짐을 느끼면서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서 무슨 어려움을 당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로 힘들게 될 조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되니까 서두르던 마음에 잠시 안정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변경이 가능하니까 말이지요.


 


2. 두 번째의 조짐  - 화인의 백수점단 괘 [38첨]


  오늘 아침에 차를 마시다가 화인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기에 일단 금고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서 열면 되겠는데 여행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니까 화인도 스스로 생각해보니 과연 이상하다 싶었는지 조용히 앉아있더니만 점통을 당겨놓더군요. 점신의 뜻이 어떠한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이것은 여름 내내 동서남북으로 뛰어다니면서 만든 점통과 점대입니다. 이제 거의 다 만들어져서 설명서에 해당하는 백수점단 책만 나오면 판매를 시작하려고 디자이너와 표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단계입니다. 물론 다 만들어지면 다시 정식으로 소개를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 우선 감로사를 찾아주시는 상담고객에게 활용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꽤 재미가 있단 말씀이지요.


  앞의 백수점단(百首占斷)은 낭월이 임시로 활용하려고 한글로 번역한 부분을 편집해서 호치케스로 찍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책으로 나갈 것은 아니고요. 그야말로 감로사에서만 사용하는 임사버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크기는 A4용지를 3분의 1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삼등분을 해서 찍었지요. 그럴싸 한가요? 다만 앞으로 책이 나오면 더 그럴싸 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식으로 구조가 되어있습니다. 화인이 뽑은 점대는 38이었습니다. 맨 먼저 들어오는 것이 下下네요. 다른 것은 참고를 할 필요가 없겠고, 공명, 사업, 소송, 외출로 내려가면 외출이 딱 걸립니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활용하라고 있는 항목이지요. 물론 이 구조는 백수첨시해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낭월의 소견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뭐라고 되어 있는지 잘 안 보이시는 벗님을 위해서 적어 놓겠습니다.


[외출] 풍랑이 몰아쳐서 생명이 위태로우니 한 가지도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쉬는 것이 좋다.


  이것이 그 내용입니다. 쳇, 뽑아도 하고 많은 것들을 다 두고서 이러한 것을 뽑을 것이 뭐랍니까? 만약에 화인이 제대로 된 여행괘를 봅았다면 금고의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오늘 바로 항공권을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었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보고서야...... 쯧쯧!!!


  그렇잖아도 요즘 태풍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러고보니까 작년 여름에도 태풍으로 렌트한 차까지 수리해 주면서 고생을 하고 날짜까지 연장하면서 다녀왔는데 또 그러한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나면서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점대를 뽑아놓고 생각을 하던 화인이 이번에는 낭월에게 넌즈시 밀었습니다. 낭월에게도 한 대 뽑아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한 대 뽑았습니다. 물론 순풍에 돋을 달고서 큰 소득을 안고 돌아오게 된다는 괘를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3. 세 번째의 조짐 - 낭월의 백수점단 괘 [44첨]


  그래서 뽑았습니다. 부정을 탈까봐서 점대를 거세게 흔들어서 잘 섞은 다음에 뽑았지요. 여하튼 웬만하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말입니다. 오랫만에 곽선생도 만나야 하겠고, 이런저런 일정들을 얼마나 많이 잡아 놨는데 말이지요. 이윽고 한 대 걸렸습니다. 무엇인가 살펴봤지요.



  44첨이 나왔군요. 숫자는 중요하지 않지요. 내용이 궁금할 뿐입니다. 그래서 얼른 해당 외출항목을 읽으려고 하는데 화인이 먼저 펼쳐서 읽어보고 있더군요. 내용입니다.


[외출] 길을 잃고서 편안하길 바라는가? 이미 험지에 와 있으니 반드시 행하는 것을 멈추라.


  이건 뭐 화인의 괘나 별반 다를 것이 없네요. 그야말로 여행괘 치고는 대흉괘라고 해야 할 모양입니다. 둘이는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잊었습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는 점괘에 대한 놀라움이었다고 해야 하겠네요. 그러다가 이번에는 동행을 하기로 한 종녀씨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해서 여행을 가야 할지 생각하면서 숫자를 불러보라고 했습니다.


 


4. 네 번째의 조짐 - 종녀씨의 백수점단 괘 [35첨]


  재미있겠다고 생각을 한 종녀씨가 생각나는 숫자르 불렀습니다. 35라고 하는군요. 동작이 빠른 화인이 벌써 해당 숫자의 페이지를 찾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봐야지요.


[외출] 나그네 가는 길에 어찌 이리도 힘든 일들이 많단 말인가? 집안에 있는 것이 최선이다.


  이건 뭐, 완전히 세트로 진을 치고 집을 나서는 것에 대해서 막고 있군요. 어쩌면 이렇게도 초지일관이랍니까? 사실 번역을 하면서 봤지만 좋은 여행괘도 얼마든지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세 사람이 뽑은 것이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화인과 낭월이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이지요. 일단 추석 전에 대만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추석이나 지나고 다시 일정을 잡아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좀 찝찝한 것은 '도대체 저 점괘가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입니다. 아마도 목적이 11일 출발하는 여행의 괘이었으므로 그 내용에 국한된다고 위로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만약에 유효기간이 훨씬 더 길다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네요.


  만약에 추석이 지나고서 다시 날짜를 잡은 다음에도 점괘를 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마음의 행로가 결정이 될듯 싶네요. 여하튼 이번에 여행일정을 변경하기까지의 몇 가지 일들이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뭔가 신의 각본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5. 점괘를 확인해 봐?


  그냥 물러나면 낭월이 아니지요. 화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과연 점괘대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시험을 해 볼 때가 되지 않았겠느냐고 바람을 다시 넣어보려고 시도를 했지요. 3만원을 주고 금고 문은 기술자가 와서 열어주고 갔거든요. 지금부터 서둘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비행기 표를 구입해서 모험여행을 가보자고 부추겨 봤습니다.


  그런데 화인도 이제 예전의 화인이 아니었습니다. 조짐의 놀라움을 오주괘를 통해서 늘 경험하고 있던지라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강행한다는 것은 오히려 점괘를 믿지 않는 것이니 무슨 화를 당하더라도 점신을 원망하지 말 것이며, 정히나 가고 싶다면 혼자서 실험하고 다녀 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은 가지 않겠다고 완전히 뻗어버리는 군요. 이러한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점괘의 실험은 또 나중으로 미뤄야 하겠습니다만 허구헌날 실험한다고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한 두번이 아닌 바에는 이번에야말로 그냥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시원한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저간의 정황을 소개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있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항상 순간순간이 짜릿짜릿하고 흥미롭기만 하네요. 이것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 시시콜콜의 지지편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거미줄처럼 엉켜드네요. 그래서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여행 일정으로 설레었던 것도 접어버리고 나니까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하네요. 가능하면 원고를 마쳐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만 이것이 과연 잘 한 것일까요?


  이쯤에서 정리하고 탁구나 보러 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쯤 탁구 아버지가 일어나서 활기를 띨려나 모르겠네요. 아, 이런 것은 점을 치지 않습니다. 그냥 궁금한 채로 기다리는 즐거움까지 빼앗기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하하~


               2010년 9월 8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