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 싸움닭 이야기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작성일
2010-06-12 10:57
조회
6015

 


 


[제480화] 싸움 닭 이야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요즘 왠지 자꾸만 싸움닭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래서 스스로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해당 대목을 소개해 올릴까 싶습니다.


[장자 달생편 중에서]


紀渻子為王養鬥雞。


기성자가 왕을 위해서 싸움닭을 키웠다.




十日而問:「雞已乎?」 曰:「未也,方虛憍而恃氣。」


10일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닭은?” 기성자가 말했다. “아직입니다. 허세와 교만함으로 자신의 기세만 믿고 있습니다.”




十日又問,曰:「未也,猶應嚮景。」


다시 10일이 지나서 물었다. 답하기를 “아직도입니다. 그림자를 보거나 소리만 들려도 달려듭니다.”




十日又問,曰:「未也,猶疾視而盛氣。」


10일이 지나자 또 물었다. “아직 덜 되었습니다. 다른 닭이 보이면 불같이 달려듭니다.”




十日又問,曰:「幾矣,雞雖有鳴者,已無變矣,望之似木雞矣,其德全矣。異雞無敢應者,反走矣。」


또 10일이 지났다. 왕이 물었더니 말하기를 “이제 되었습니다. 상대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마치 나무로 만든 닭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비로소 그 덕이 온전해 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닭은 감히 대응하지 못하고 뒤돌아서 도망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훈련이 덜 된 닭이 낭월 자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뉴스화면을 보면 기가 뻣치는 것이 아무래도 목계(木鷄)의 경지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단련을 받아서 나무로 깍은 것처럼 되어야 할까 싶습니다.


이런저런 풍경들로 인해서 뇌화부동하여 괜시리 속이 부글부글하기도 하고, 상관년의 상관빨이 지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먼 산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스려서 목인(木人)이 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장자의 상황이 떠오르는 시절인지 말이지요. 명색이 철학자라고 하면서 냉철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관조해야 하는데 자꾸만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입이 달싹거려서 스스로 내공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벗님의 속은 항상 고요한 호수처럼 평안하시겠지요? 부디 그러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6월 1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