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 보이차 수사관 놀이

작성일
2010-03-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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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보이차 수사관 놀이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온종일 비가 내려서 그런지 원고도 진전이 없고 해서 보이차랑 놀았습니다. 어떻게 노는지 함께 구경이나 하시지요. 하하~


 


1. 선물받은 보이차가 진품일까?


듣자하니까 좀 묵은 보이차는 가짜도 그만큼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늘어놓은 보이차 항아리에서 2001년에 만들었다는 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낭월의 차방에는 40개의 항아리에서 보이차가 익어가고 있답니다.



이 항아리들은 화인이 구입했고, 그 속에 들어있는 차는 자명스님께서 귀하게 마련하신 차들을 선물로 주신 겁니다. 대부분 생차들이기 때문에 좀 익혀야 하는데, 그 중에서 거의 십여년이 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문득 10여년이나 된 차인데 과연 이 차가 진짜인지 아니면 짝퉁인지 궁금해졌지 뭡니까. 정말 할 일이 없으니깐 별 짓을 다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일단 궁금해졌으므로 확인을 해 봐야 속이 시원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아시나요? 물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먹어보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맛이 좋으면 다 진짜일까요?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자신이 없어지는 것도 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먼저 대만에 갔을 적에 보이차 도록을 한 권 사 왔거든요. 진지동 선생의 책인데 내용을 보면 보이차의 족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만 하겠다 싶습니다. 이 책을 참고로 해서 진짜를 찾아내는 것이지요. 그러니 수사관이라고 할만 하지요.



 


2. 일단 갖고 있는 차의 정보들



바로 이 종이로 포장이 된 차입니다. 종이가 찢어져서 너덜너덜하네요. 자명스님 말씀에 의하면 운남의 맹해차창에서 2001년에 만든 생차라고 하네요. 생차도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차의 색은 벌써 변화가 상당히 일어나서 색에서도 붉은 기운이 살짝 감돌고 꽤 익은 맛이 나기도 하거든요.


가격은 대략 알아본 바로는 약 20여만원 전후라고 하는데 이것은 일정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하튼 이 차에 대해서 과연 보이차의 족보에 올라가 있느냐는 것이 궁금해진 낭월입니다.


책에서 2001년 맹해차장의 생산품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진품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놨네요. 물론 글자보다는 사진으로 잘 표시가 되어 있어서 한자를 모른다고 해도 대략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노랑색으로 동그라미를 해 놨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오른쪽 부분에 뭔가 글자가 있는데 무슨 글자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진품을 구분하는 표식이라는 것이지요. '태문내비'라고 되어있는 것이 아마도 태족의 문자로 표시를 했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03년 사이에 제조가 된 제품에는 이렇게 된 것으로 내비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부에 차잎과 같이 눌러놓은 조그만 종이표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3. 비교수사에 들어갑니다.


우선 전체적인 인쇄면을 살펴봅니다. 사실 대부분의 좀 된 보이차의 포장지는 이렇게 생긴 것이 많습니다. 일명 '중차패'라고 하는데, 수출용 보이차에 대해서 중국정부에서 일곽적으로 통일해서 사용하던 표시라고 하네요. 그러한 것이 전통처럼 되어서 최근에도 이러한 보이차를 만들고 있으니 정확한 사정을 모르면 그게 그것 같아서 참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책을 찾아보니까 '영일간운청병[태문내비]'라고 상단에 써 놨군요. 영일은 01년도를 말하는 것이고, 간운이란 雲자를 云으로 쓴 인쇄라는 뜻입니다. 청병은 생차라는 말이고, 태문내비는 앞에 드린 말씀대로 태족의 문자를 내비에 넣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왼쪽에 시커먼 것이 마시고 있는 차입니다. 사진에서보다 훨씬 검게 보이지요? 그것은 비교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책에 찍힌 사진은 원형을 약간 축소해서 담았네요. 그렇지만 살피는 것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어디 인쇄가 된 부분에서 혹 서로 다른 것이 보이는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그러한 것을 찾으셨다면 낭월보다 훨씬 꼼꼼하시고 눈도 좋으신 것으로 인정을 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4. 확인의 포인트 내비의 태족문자


일단 겉포장지를 봐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겠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오면 말씀드리겠지만 포장지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암호와 같은 것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듣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도 알아가면서 즐기는 것도 꽤 재미있기도 하네요.



무엇인가 식별은 되지 않지만, 정확히 그 자리에 뭔가 붉으스럼한 글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군요. 책에서 설명이 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서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진품이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물론 다행스럽기도 하고 말입니다. 두 차의 사이에서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의 색은 비교를 할 수가 없겠습니다. 책에서 사진을 찍을 당시와도 다르고 또 보관이 된 지역도 다르기 때문에 차의 색도 같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5. 가짜를 실은 사진의 예


참고로 이 책은 2004년까지의 오래 된 고차에서부터 대형차장인 곤명차장, 맹해차장, 하관차장 의 대부분 차들을 담고 있어서 참고가 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가짜를 착오로 진품으로 싣기도 했는데 가령 03년 자대익4호청병이면서 101로 찍혀있는 차가 있는데 이것은 진품과 비교하여 다르지만 책에는 그러한 언급이 없이 그냥 실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람이 모두를 다 완벽하게 알 수는 없겠지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왼쪽의 차가 가짜라고 하는데, 벗님의 눈으로 봐서는 뭔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으실지요? 물론 사진이 너무 작아서 좀 그렇기는 하네요. 좀 크게 확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는 왼쪽의 차이고, 아래는 오른쪽의 사진을 확대한 것입니다. 보라색이라고 해서 자대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처음에 대만에서 이 책을 구입하면서 차상에게서 이 두 사진을 보면서 차이점을 알아보라고 퀴즈를 받았습니다.


물론 낭월은 포기하고 화인에게 기대를 걸어봤습니다. 그런데 화인이 찾아내더군요. 참 예리한 눈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것이 왼쪽의 영문 부분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제 보이시겠지요? CHA의 부분에서 A자의 오른쪽 다리를 보세요. 지워지고 없잖아요. 진품에는 이렇게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짜는 온전하게 글자가 나타나있네요. 이러한 것을 보면서 맹해차창에서도 가짜로부터 자신들의 차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갖 궁리를 다 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위의 확대된 두 차의 사진에서 오른쪽의 위에 있는 차품대표를 보면 같지 않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무엇이 다른지는 직접 보시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좀 작아서 확인하기는 어렵겠습니다. 확대해 보겠습니다.


  가짜의 대표 


 진짜의 대표


사진을 옆으로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아서 위아래로 늘어놓습니다. 뭔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글자의 서체와 찍힌 글자를 살펴보면서 차이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가짜식별의 방법은 대단히 많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 골치아픈 일이기도 하지요. 여하튼 알고 보면 알 방법이 있다는 것은 완전범죄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뭔가 부실한 결과물이 나타난다는 말은 타당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맹해차장에서 2007년도에 만든 제품목록에서는 이 가짜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진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물론 최근 5년 이내에 나온 차들에서는 가짜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만 원래가 계란도 가짜를 만드는 중국인들이고 보면 안심을 할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생산자와 직거래로 들어오는 차만을 구입하는 것이 우선은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이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 또 차 한 잔 마십니다. 시원~합니다.


이렇게 오늘을 보냈네요. 내일은 또 서울에 가야 하는 날입니다. 어느 사이에 올 봄의 강의는 마지막이 되는 셈이군요. 사실은 지난 주에 끝이 날 수도 있었는데 설날이 끼여있는 바람에 한 주가 지연되어서 이번 주에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면 또 시간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겠는데, 아무래도 역마가 동하여 근질근질하지 싶습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을 테니까 말이지요. 잘 다독거리면서 글을 써야 할텐데 모르겠습니다. 하하~


 


             2010년 3월 31일 저녁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