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 점신(占神)

작성일
2010-03-23 10:28
조회
8218

[제461화] 점신(占神)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황사가 좀 심했지요? 관측이래 최대로 강력한 황사였다고 하니까 그럴만도 하겠습니다만 오늘도 약간의 황사끼가 있어서 창문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제 늦게 상담을 했습니다. 요즘은 분주하여 방문자는 나중에 오시라고 했더니만 주로 전화상담을 원하시는 고객이 늦은 시간에도 문의를 하는 바람에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해서 신기하다고 생각이 되는 장면을 항상 접하면서 혼자 알고 있기에는 또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참지 못하고 한담의 벗님들께 소개말씀 드립니다.


 


1. 갑갑한 사연


  인천에 거주하시는 부인인데 남편과 자녀들 모르게 5천만원 정도의 빚을 졌던 모양입니다. 물론 잘 해보려고 했겠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까 빚 독촉이 심했던 모양이네요. 그리고 6월까지는 부채를 탕감하거나 아니면 집을 비우기로 계약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지경에 당해보지 않은 입장이라고 한다면 모두를 이해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열심히 일하는 남편과 공부하는 자녀들을 거리로 내어 몰게 생겼으니 그 갑갑함이 오죽했겠는가 싶었습니다. 물론 이해가 되기는 하지요.


  사주를 찾아서 운세를 살펴보고, 오주괘를 풀어서 해결책을 살펴봐도 언제 해결이 되겠다는 길이 보여야 말이지요. 오주괘 구경을 좀 하시고 싶다면 적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分 時 日 月 年
癸 戊 辛 己 庚
亥 戌 未 卯 寅


  신금(辛金)이 인묘진(寅卯辰)에 해묘미(亥卯未)에 뿌리를 둘 곳이 없다고 해야 하겠네요. 참고로 오주괘에서는 이러한 것을 대입하여 풀이하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사주를 풀이할 적에는 고려하지 않지만 말이지요.


  겨우 의지를 할 곳은 무술(戊戌)의 정인(正印)입니다. 얼마나 반갑겠나 싶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모든 해결책을 안고 있는 분주(分柱)에서는 다시 수생목(水生木)을 하고 있으니 아마도 결과에 대한 해답은 어렵다고 봐야 할 모양입니다. 결국 답이 없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의뢰를 한 부인께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난관을 돌파해야만 한다는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낭월도 가능하면 좋은 방향으로 말을 해 주고는 싶은데, 이러한 조짐이어서 아무래도 자력(自力)으로는 해결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인성(印星)을 의지해야 하겠다고 봤습니다.


  절에 다니느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금강경(金剛經)을 100독만 하시라고 했지요. 지금 심란한 마음에 경전(經典)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만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라면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하고 독경(讀經)을 권했던 것이지요.


  물론 시주(時柱)에 인성(印星)이 없었다면 그러한 것도 권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에게나 권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게 했는데에도 금강경을 읽으려는 마음보다는 부적이라도 한 장 써서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모양입니다.


  자꾸 좋은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것은 그러한 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이러한 경우에 혹시라도 흉계(凶計)를 꾸미는 수단이 있다면 굿이라도 하라고 하거나 해서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더욱 큰 타격을 줄 수도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지푸라기를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니까요.


 


2. 문득 한 생각~!


  상담을 하러 찾아 온 사람이 난해한(즉 자평명리의 원리로 답을 하기 곤란한 질문) 질문을 할 경우에는 오주괘를 갖고서 풀이를 해 줍니다만 자꾸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지면 오주괘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도 심드렁하잖아요. 같은 소리를 하게 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가끔은 백수첨시해(百首籤詩解)를 들이댑니다. 대막대기를 하나 뽑으라고 하고서 그 막대에 표시되어 있는 숫자를 찾아서 책을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꽤 재미있거든요. 오행(五行)이고 생극(生剋)이고 없습니다. 그냥 묻는 자만 있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가 뽑은 괘에서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은 경우에도 활용을 해 볼 만 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있을 겁니다. 오행의 이치에 어느 정도는 정통(精通)을 해야지 그렇게 얻은 점괘가 올바르게 해석이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이러한 것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과거(過去)에 오주괘(五柱卦)를 얻기 전에 누군가 사주(四柱)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경우에는 황극책수조수(皇極策數祖數)를 통해서 답을 주었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당시에 전화로 상담을 의뢰했을 경우에는 숫자를 부르라고 해서 괘를 만들어서 황극책수(皇極策數)의 풀이를 편법으로 활용했는데 그래도 또한 결과는 같았으니까 점기(占機)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진즉에 깨달았지요. 벗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득 그 생각이 들어서 그 부인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낭월: 참 답답하시겠습니다. 숫자를 1에서 100사이에 하나 불러보세요.
부인: 예! 그러면 저는 33을 좋아하니까 그 숫자로 할께요.



  아마도 무슨 묘수(妙手)를 얻을 수가 있을까 싶어서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백수첨시해(百首籤詩解)의 내용을 살펴보고는 혼자 실소(失笑)를 머금었습니다. 기가 막히다는 이야기지요. 도대체 그 곳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길래 그랬을까요?



  혹 백수첨시해를 구입하셔서 활용하신다면 좋은 방법을 알려드리는 셈이네요. 뭐든지 한 마음이 일어나면 이치도 따라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도(道)의 세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문득 해 봅니다.


不分南北與西東 불분남북여서동
眼底昏昏耳似聾 안저혼혼이사농
熟讀黃庭經一卷 숙독황정경일권
不論貴賤與窮通 불론귀천여궁통


  대략 풀이가 되시는 벗님은 감이 잡히시겠습니다. 나름대로 풀이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북도 분명하지 않고 동서도 마찬가지네
눈앞은 캄캄하고 귀는 먹은 것 같으니
황정경(노자의 도덕경)이나 죽도록 외워봐
귀천도 논할 것 없고 되고 말고도 신경쓰지 말고.


  기가 막힌 내용이네요. 이러한 풀이를 해야 하는 것과 그 부인의 고민과 어쩌면 그림으로 그려서 끼워 맞춘 듯싶습니다. 그래서 점신이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그리고 문득 또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오른쪽에 정병(丁丙)이라고 되어 있잖아요. 오주괘의 일간이 신금(辛金)이므로 편관에 해당한다는 것을 본다면 위아래로 공격을 받으니 죽을 지경이라는 것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경이나 읽으면서 열심히 도를 닦으라는 이야기 아니겠냐는 것이지요. 이러한 점괘가 나온 상황에서 빚은 무엇이고 쫓겨나는 것은 또 무엇이냐고 하는 것이겠지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서 경이나 읽다가 보면 뭔가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해석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풀이를 보면서 금강경을 읽으라고 한 것이 헛된 조언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럴싸하네요. 금강경은 불교의 핵심이라면 도덕경은 도가의 핵심이니까 서로 통한다고 하겠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기도를 하시라고 권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3. 꼽사리 낀 화인의 득괘


  이렇게 상담을 마치고 났는데 옆에서 그 풍경을 보고 있던 화인이 혀를 차면서 감탄을 하더니만 자신도 숫자를 부르겠다고 하네요. 그러라고 했지요. 35를 부르더군요. 그래서 다시 책을 찾아봤습니다. 무엇을 알고자 하는 것인지는 묻지도 않고 말이지요.


35첨(籤).  하하(下下), 왕소군화번(王昭君和番)


 


중요한 것은 하하(下下)라는 것이지요. 구태여 설명을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되는 암시라고 하겠기 때문입니다.


一山如畵對淸江
門裏團團事事雙
雖料半途分析去
空帷無語對銀缸


  왕소군(王昭君)은 들어보셨지요? 사대미녀(四大美女) 중에 하나라고 하잖아요. 그런 미녀가 변방의 파워있는 오랑캐에게 시집가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계절도 마침 이즈음이니 그녀가 독백(獨白)으로 중얼거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즉 외로운 여성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우울하게 봄을 맞이한다는 이야긴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왕소군의 입장이 화인과 같다는 이야기지요.


낭월: 이야~! 미녀가 나왔네. 축하해~!
화인: 좋은 뜻인 거예요? 그런데 왜 하하(下下)예요?
낭월: 아니, 이름이 왕소군이 나왔으니까 화인이 왕소군이란 말이잖아.
화인: 왕소군이 뭔데요?
낭월: 중국의 절세 미녀잖여.
화인: 그런데 그것이 어쨌다고요?
낭월: 그야 해석을 해보렴 너도 눈이 있잖여.
화인: 나중에 한가할 적에 해석할께요 얼른 풀어주세요.
낭월: 그냥 갖혀서 갑갑한 모양이네.
화인: 예? 무슨 방법이 없고요?
낭월: 어허~ 갖혀서 꼼짝도 못하고 어항이나 보면서 산대잖여.
화인: 그럼 제가 희망하는 일은 요?
낭월: 점괘만 봐서는 도와 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구만.
화인: 세상에~~!! 어쩜~~~!!!
낭월: 왜 뭘 원했길래?


  뭘 알고 싶었느냐고 했더니만 자신의 넘치는 일을 낭월이나 서울의 현민 군에게 나눠서 처리할 방법이 가능할 것인가를 알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어림도 없는 이야기네요. 낭월이 세금정리를 하겠나요. 현민 군이 대만으로 도서를 주문하겠나요? 꼼짝없이 혼자 다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래서 마주보고 웃었습니다. 점신(占神)은 원한다고 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모양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점괘(占卦)는 아무렇게 뽑더라도 간절하기만 하면 정답(正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봤던 것이지요.


  만약 오주괘의 풀이가 어렵다거나, 육효(六爻)를 배워도 풀이하기가 어려우시다면 괜히 고생하시지 말고 오행(五行)의 생극제화(生剋制化)만 열심히 연구하시면서 이렇게 백수첨시해(百首籤詩解)를 활용(活用)해도 얼마든지 해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시면 해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금휘보고도 숫자를 불러보겠느냐고 하니까, 손사레를 치면서 무서워서 점치지 않을 것이랍니다. 점괘의 내용이 칼 같은 것을 보면 과연 무섭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점쟁이는 점을 치지 않는 모양이지요?


         2010년 3월 2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