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 보이차-봐도 몰라 마셔도 몰라

작성일
2010-03-11 00:40
조회
6660

[제458화] 보이차-봐도 모르고 마셔도 모른다


 


 


(모든 사진은 인터넷에서 얻었습니다. 저작권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3월의 춘설(春雪)이 만건곤(滿乾坤)이네요. 아마도 풍년(豊年)이 들 조짐(兆朕)이겠거니 해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담소들을 나누는 시간들이 또 새롭게 다가오면서 가족과의 대화를 하는 시간도 잦아진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오늘도 보이차 이야기를 쪼매 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웹사이트에서 보이차와 관련 된 글들을 읽으면서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얻은 상식으로 본다면 오늘 글의 제목으로는 이렇게 나와야 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운남보이차연구소(운보연)의 글들을 읽어보면서 또 주홍걸 선생의 책도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내용이 늘어나는 과정입니다만 결국은 한 가지로 모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느낌만 믿어야 한다’는 결론(結論)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책과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각각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통일성(統一性)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야기가 비록 똑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기만 하면 또 어떻게 연결시키고 타협시켜서 합의점(合意點)을 찾아보겠는데, 이것은 동문서답(東問西答)이고 서문동답(西問東答)니 이것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不可能)한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네요.



  오늘 현재까지 내린 판단은 이렇습니다. 벗님의 보이차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약간의 참고가 되실 수도 있겠네요. 물론 마셔야 한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1. 생산지(生産地)


  ‘보이차(普洱茶)는 운남(雲南) 지역의 대엽종(大葉種)을 사용해서 운남에서 제조(製造)한 것으로 한정(限定)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이러한 것을 알고 있다면 차의 포장지에 보이차라고 되어 있으면 그것은 당연히 그 지역에서 나는 차의 잎으로 만들었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실상(實相)은 어떨까요? 물론 대부분의 보이차는 그렇게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실은 베트남에서도 만들어서 운남으로 들여오기도 하고 또 이웃한 지역에서 만든 차잎으로 보이차를 제조하기도 한다는 말을 보면서 또한 다 믿을 것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운남의 보이차원에서 생산이 가능한 수량이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생산지가 있고, 공장이 아닌 자연의 산이나 밭에서 재료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 틀림없다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가령 10만톤의 생산량을 확보할 수가 있다고 한다면 실제로 유통이 되는 보이차는 그 만큼만 되어야 하겠지만 20만톤이 유통된다고 하면 그 나머지 10만톤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생각을 해 보면 너무도 간단한 해답(解答)이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생산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잎을 보면 알 수가 있다고 말을 하기도 하더군요. 같은 운남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잎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는 말도 하는데 그것도 실험을 해 놓은 것을 보면 사진 한 장으로 바로 판명이 나버리는 것을 어쩝니까?


  국경 밖에서 자라고 있는 차밭의 사진에서 나온 보이차의 잎과 본토에서 자란 차밭의 사진에서 나타난 잎의 차이점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눈으로 봐서 운남산인지 월남산인지를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봐야만 답이 되겠다는 결론입니다.



  그럼 어떻하느냐? 결론은 간단합니다. 눈으로 보고서 확인하려고 하지 않으면 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호(商號)입니다. 자신의 상호에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초대형 차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믿어주자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초소형 차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서 모두 타지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한다는 말은 아니지요. 다만 재료가 의심스럽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생차(生茶)는 소형 차공장에서 만들어도 되겠습니다만 숙차(熟茶)는 문제가 다릅니다. 여하튼 낭월이 그 동안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본다면, 숙차(熟茶)는 굴지의 대형 메이커에서 만든 것으로 기본적(基本的)인 기준을 삼은 다음에 맛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면 비로소 무명의 차공장에서 만든 것도 맛을 볼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형의 차공장, 참 차공장을 ‘차창(茶廠)’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숙차는 한 번 만들려면 보통 10톤 정도의 엄청난 양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하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차장에서 만든 차는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참고합니다.


  물론 그것이 잘 발효가 되었는지 아닌지는 마셔보면 알겠지만 그것도 원래 그것이 좋은 차의 맛이라고 우긴다면 자신의 주관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는 뭐라고 하기 어려우므로 무모한 도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냥 대형 차창에서 만든 차만 마시면 되는 것입니다.



 


2. 대표적인 차창


  그 대형 차창의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해 드립니다. 물론 낭월이 모르는 차장도 또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신용(信用)으로 믿을 수가 있다고 하는 곳이므로 이 정도는 알아둬도 해롭지 않을 것 같아서 소개말씀 드립니다.


(1) 맹해차창(勐海茶廠)


  명실(名實) 공(共)히 중국 최대의 보이차를 만드는 곳입니다. 양이나 질이나 모두 믿을 만 하다고 정평이 나 있으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차의 값이 약간 비싼 감도 있습니다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맛이 좋아지는 것을 고려하고 또 그만큼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본다면 비싼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잘 모를 적에는 맹해차창의 보이차를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맹해(勐海)까지만 확인하면 큰일입니다. 맹해는 지명이기도 하므로 맹해라는 글자를 사용하는 차창이 무척 많습니다. 물론 지명이므로 누구라도 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그 뒤에 차창(茶廠)이 붙어있느냐는 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한자로 되어 있으므로 한자를 알아야 하겠지요? 아마도 포장지에는 ‘차창(茶厂)’으로 나올 겁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簡體)자로 인해서 그렇게 됩니다.


  대표적인 상표로는 대익패(大益牌)입니다. 그냥 대익(大益)이라고들 하지요.


  문제는 명품(名品)이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 있지요? 바로 짝퉁 말입니다. 맹해차창에 도둑이 들면 차는 가만 두고서 상표만 훔쳐간다고 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는 말도 되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그것은 팔자(八字)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요. 아니면 좀 더 공부를 하시던지요. 하하~


2. 해만차창(海灣茶廠)


  해만차창이라고 하면 제법 보이차를 드신 애호가라면 추병량(雛炳良)이라는 사람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는 원래 맹해차창에서 차잎을 발효시키는 총 책임자였습니다. 중국정부에서 민영화를 시키는 과정에서 독립을 한 것 같은데 그가 세운 차창입니다.



  그의 숙차 발효기술은 독보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탁월한 기술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실제로 이 차창에서 만든 숙차나 과거 맹해차창에 있을 적에 만든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공통된 판단은 ‘좋은 숙차’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벗님도 숙차(熟茶)에 대해서 구입을 할 경우에는 해만차창을 떠올리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해만차창보다도 더 유명한 것이 ‘노동지(老同志)’라는 상표입니다. 이 상표는 추병량 선생이 사용하는 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물론 다른 이름도 있습니다만 노동지는 맛있는 숙차라고 낭월의 침샘이 말을 해 주네요. 벌써 침이 고이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대만에 갔다가 들고 간 차가 떨어져서 가까운 가게에서 2004년 산 노동지를 한국돈 6,000원 정도에 두 편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마시는 순간, 바로 감이 오더군요. ‘이것은 이상해서 못 마실 차’라고 말이지요.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느냐고 생각하면서 다시 시도를 했습니다만 같은 답을 혀끝이 내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더 마시지 못하고 그냥 들고 왔는데, 노동지 대리점격인 차집에 가서 확인을 했더니만 이 곳 주인이 직접 추병량 선생에게 싸인을 받은 2004년 노동지와 비교를 했는데 다르더군요. 결론은 짝퉁입니다. 그것도 아무 못 마실 정도의 짝퉁이라는 말이지요. 이런 경우에 차인(茶人)들은 말하지요. ‘수업료 냈군~!’ 이라고 말이지요.


  물론 그 차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또 요긴하게 쓰일 곳이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가짜의 표본(標本)은 되니까요. ‘그렇다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하고 싶으시겠지요? 그러니까요. 많이 마셔서 혀를 단련시켜서 그 감각을 믿도록 하시라는 말씀을 드릴 밖에요.


(3) 두기차창(斗記茶廠)


  사실 두기(斗記)는 차장이름이 아니고 상표 이름입니다. 원 차창 이름은 ‘운남서쌍판납이무정산차엽유한공사’지요. 좀 기네요. 그래서 간단하게 두기차창이라고 해버립니다.



  이곳에서도 여러 종류의 차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낭월이 알아본 바로는 굴지의 큰 차창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소개를 해 올리는 것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서 알아 본 바로는 품질이 믿을 만 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미 시장에는 가짜가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당연히 유명세라고 해야 할 모양입니다.



  특히 이곳에서 만드는 차 중에서는 생차(生茶)를 위주로 살펴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원래 생차를 위주로 만들고 구색을 위해서 숙차도 만들기는 합니다만 숙차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해만차창의 노동지가 우선하는 것 같아서 낭월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생각이지요.


(4) 하관차창(下關茶廠)


  삼대(三大) 차창(茶廠)에 꼽히는 대단히 큰 차창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유명한 곳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문제는 가짜가 이 상표를 달고 등장했을 경우입니다. 사실 10여년이 넘은 이 차창의 차를 얻어서 마셔봤습니다만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맛을 알고 나서는 문제가 있는 차였다는 것을 생각하고 일단 보관모드로 전환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눈으로는 좋은 차창의 작품이므로 틀림없이 맛도 좋을 것이고, 그 맛이 나쁘게 느껴졌다면 입맛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만 결론은 자신의 몸이 느낀 반응을 믿는 것이 옳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보이차가 ‘약이냐?’ 아니면 ‘차냐?’로 구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약(藥)이라고 한다면 맛을 논하면 안 되겠지요. 감기약이나 두통약이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맛본 다음에 마음에 내키면 먹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차(茶)를 약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참고 마셔야 하겠고, 차로 생각한다면 몸이 거부하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발전한 것인가요?


  그 밖에도 많은 차창들이 나름대로 위명(威名)을 드날리면서 보이차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왕이면 행복한 몸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왜냐하면 몸이 병들어서 누워있는 상황이 된다면 아무 것도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은 분명하지요? 건강은 건강할 적에 지키는 것이 최선입니다. 물론 보이차를 마신다고 해서 모든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상당한 영향력(影響力)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네요.



 



 


3. 미각(味覺)으로 판단한다면?


  물론 착각(錯覺)일 수 있습니다. 차에 대한 이론(理論)으로 10대 고수(高手)라고 하는 주홍걸 선생의 일화(逸話)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차에 대해서 박식하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 방문을 했더랍니다.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차를 한 번 맛보기만 해도 1년이 된 차와 20년이 된 차를 바로 알 수가 있고, 30년이 된 차를 가려내는 것도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고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해 보니까 며칠 전에 숙차(熟茶)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내어 보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서두에는 ‘어디에서 어렵게 구했는데 좀 봐 달라’고 하면 되겠네요. 그렇게 연막(煙幕)을 치게 되면 일단 선입견(先入見)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일종의 최면(催眠)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사람은 맛을 보더니만 바로 말을 하는데, ‘이 차는 20년을 잘 숙성시킨 매우 좋은 차’라고 하더라지요. 그래서 구입하려면 가격은 얼마나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수백만원은 된다고 하면서 있으면 구하고 싶더라는 말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몇 편을 내어 보였더니 그렇게 좋아하더라는 군요.



  이렇습니다. 원래 숙차는 30년간 생차가 익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므로 맛이나 향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게 되면 참으로 오래 된 노차(老茶)의 맛을 낼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천하의 대가라도 사심이 개입되는 순간 바로 속아넘어가게 되어있는 것이라고 하겠네요.



  이런 이야기가 문득 떠오릅니다. 어느 유명한 화가선생이 그림을 한 점 내어 놓고 평가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모인 사람들은 다들 한 마디씩 하는데 대단하고 위대하며 뛰어난 정신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의 그림이라는 등의 이야기들을 한 마디씩 했답니다.



  그러나 그 화가는 자신의 네 살 짜리 꼬맹이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화실에 놀러 와서는 붓을 들고 마구 휘둘러서 그린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머쓱해 하더랍니다. 이것도 대가(大家)의 경지(境地)에 도달을 한 사람이 그림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후광(後光)의 효과(效果)로 인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 말에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뜻은 바둑판과 마주했으면 저쪽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라는 뜻이겠지요. 오로지 바둑판에서 전개되는 상황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앞의 이야기와 완전히 같은 말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낭월이 상담실에서 방문자와 이야기를 나눌 적에도 이러한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찾아 온 사람의 행색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서 상담을 하게 되면 뭔가 말을 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걸러서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는 이러한 선입견(先入見)을 벗어나서 사주(四柱)에 대한 풀이만 집중하려고 노력을 하게 되더군요.


  그 차인도 아마 천하의 주홍걸 선생이 내어 놓은 차가 설마하니 며칠 전에 만든 숙차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는 이름에 눌려서 이러한 오판을 하게 된 것이니 그의 마음공부를 탓해야 할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이러한 것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입맛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주변의 온갖 조건들이 개입을 하게 되니 올바른 판단을 냉정하게 한다는 것이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잘못 판단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만 실제로 생각지도 못한 착각을 하여 싼 차를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면 그것도 참 낭패로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입맛으로 차를 구분하고 가려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 것에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천부적으로 탁월한 미각을 타고 난 사람도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하물며 동쪽 산에서 딴 차(茶) 잎으로 만든 차와, 서쪽 산기슭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차는 같은 산에서 채취를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맛은 같지 않은데, 이러한 맛을 의지해서 어느 산에서 나온 것인지를 가려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가깝다고 봐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서 눈으로 잎이나 차의 탕색을 보고서 구분을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코로 향을 맡아서 구분을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 이러한 감각기관으로 세부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는군요. 귀로 소문을 들어서 판단을 할 수는 더더구나 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4. 그럼 어쩌란 말이냐~!!!


  물론 결론은 있습니다. 이것이 해답(解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큰 주제는 ‘불편하면 마시지 말아라~!’ 입니다. 앞에 열거해 드린 유명한 차창에서 제조가 되었다고 버젓하게 상표가 되어 있거나 말거나 오래 된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만들었다고 하거나 말거나 그러한 것은 그냥 참고만 하라는 말씀이지요.


  차를 마셔봐서 맛이 쌉쌀하면 얼른 생각하기에는 노반장에서 딴 재료로 만들었나보다 하고서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만 밭에서 새로 재배를 하여 거름과 농약을 하여 채취한 차나무의 잎도 쓴 맛은 오히려 더 강하므로 이것만으로 기준을 삼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차의 원재료인 잎이 가장 비싼 곳이 반장산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라고 하는군요. 아마도 맛이 좋기에 그러리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것을 믿고서 비싼 찻값을 지불하는 것은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또 떫은맛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 맛이 숙성과정을 거치게 되면 뒷맛이 달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니까 말이지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시(軟柿)나 곳감을 생각하면 간단하겠습니다. 그렇게 떫은 땡감을 숙성시키게 되면 더 없이 달콤한 맛의 감으로 변하잖아요? 이런 이치로 떫은 맛이 단맛으로 변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떫은 맛을 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맛으로 보게 되는데 이것을 고삽미(苦澁味)라고 부릅니다. 고(苦)는 쓴 맛을 말하고 삽(澁)은 떫은 것을 말하는 것이니까 오래 둘 수록 맛이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만든 차에서 이러한 맛이 느껴진다면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지는 맛으로 변할 수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쓴 맛이 강하다면 그것은 또 의심을 할 수도 있겠다고 하는 점을 참고로 알아 두시면 해롭지 않겠습니다.


  이 고삽미(苦澁味)를 제외하고는 다른 맛은 아마도 거북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라면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 특히 목이 껄껄해지거나 갈라지는 고통스러운 느낌이 든다면 이것은 그 즉시로 마시는 것을 접어야 할 것이고, 이상한 곰팡이 냄새나 짚이 썩은 냄새가 나는 것도 마음놓고 먹기에 적합(適合)하지 않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맛을 비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더군요. 고추를 먹은 것처럼 화끈거리는 맛이라고도 하고, 혀가 얼얼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하며, 또 속이 따끔거린다는 말도 합니다. 이 모두는 의심을 해야 할 수준의 보이차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애초에 좋지 않은 재료를 갖고서 차를 만들었거나, 혹은 재로는 좋았더라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겠고, 그것도 아니라면 보관하고 숙성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보관이 되었거나 여하튼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으므로 마시는 것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론은 자신의 감각기관과 대화를 나누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차를 오래 마시면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다는 말도 있네요.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이런 형식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좋은 차를 마시면서 음미하노라면 심신일여(心身一如)의 경지(境地)에서 노닐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아울러서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을 잘 참고하신다면, 차에 대해서 선수(選手)라고 허풍을 떠는 사람을 만났을 적에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기 이전에 마음속으로 ‘정신 차리시게~~!!’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육우(陸羽)선생이 좋은 차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몸이 거부한다면 그것은 좋은 차가 아닌 것입니다.


  또 천하 사람들이 모두 나쁜 차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그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기분이 즐거워진다면 그것은 좋은 차이며 자신의 몸에 맞는 차임에 틀림 없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천하 사람들이 나쁜 차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 차는 나쁜 차일 가능성이 많겠지요? 다만 남의 말에 너무 흔들리지 말라는 의미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혹시라도 참으로 좋은 차인데 자신이 그것을 몰라보고 몸이 인식을 못해서 나쁜 차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늘 좋은 차는 내일에는 시시한 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오늘 나쁜 차는 내일에는 또 좋은 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니 나쁜 차라고 생각이 되면 그냥 둘둘 말아서 쳐박아 두면 되는 것입니다.


  즉 좋고 나쁜 것도 한 마음에 있는 것입니다. 어려서는 쓴 음식이 싫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오히려 그것이 감칠맛이 난다고 좋아하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지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먹으면서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여기면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차(茶)는 기호품(嗜好品)이가도 하잖아요? 마시지 않더라도 생명에 별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구태여 맛이 없는 것을 약으로 생각하고 인상을 쓰면서 마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신적(精神的)으로 수행(修行)을 하고 공부하는 사람에게 차(茶)는 밥은 아닐지라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비가 모친을 위해서 차를 사러 갔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다선일미(茶禪一味)나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말도 있고 보면 사실 밥보다 더 차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또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고도 하잖아요. 항상 살아가는 모든 것은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과연 고인(古人)들께서는 차를 무척 사랑하셨던가 싶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는 것은, 벗님께서 혹시라도 보이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신다면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 말씀을 해 드림으로써 편안하게 즐거운 차와 함께 하시는 것을 권해 드리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해 봤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면 참 맛있는 물건이거든요.


  또 공부가 되면 한 말씀 드리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즐거운 나날이 되시는데 차의 인연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3월 11일 새벽에 신림동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