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서울 강의실에서

작성일
2008-12-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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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서울 강의실에서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근 2년여 만에 닫았던 강의실을 서울 신림동에 열었습니다. 그 동안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답시고, 감로사 강의실을 닫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서점을 열어서 대만서적들을 취급한지 1년 정도 되니까 한국의 역학 서적들도 제법 갖춰지고, 구매하시는 독자님들도 꾸준히 이어지시는 바람에 자리를 옮겨서 조금 넓은 공간을 마련한 김에 강의실도 준비하게 되었네요.



어느 덧, 12월이 되고 보니까 또 한 해의 마무리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무엇보다도 지난 하반기의 6개월은 팔자에도 없는(?) 사진 공부를 한답시고 참으로 분주하게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통해서 다시 느끼는 것은 어느 것이나 모두 이치는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조사(祖師) 스님들이 하신 말씀은 항상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고 했으니 그러려니~ 하기는 하지요. 다만 실제로 공부를 해 들어가면서 체감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짜릿한 그 맛이야말로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산으로 들로, 혹은 새벽으로 밤중으로 전국을 누비면서 시간을 보내느라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팔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조금씩 알아가는 사진에 대한 시선의 재미에 지친 몸을 쉬려고 하다가도 다시 이끌려서 일어나게 되는 묘한 맛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거나 십년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진 공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양오행의 소식을 사진으로 담아봐야 하겠다고 시작을 한 것이 이제는 무엇을 하더라도 핵심을 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도는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주공부를 시작하시는 벗님들이 그러시지요. ‘나는 영업을 할 생각은 없고, 그냥 나 자신의 사주나 알고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답변은 항상 같지요. ‘결국 조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전체를 다 알아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제 사진공부를 하면서 낭월도 그러한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소소한 표현을 위해서 사진을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사진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제대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음양오행을 찍기 위해서는 자연의 모든 것, 보이는 것을 포함해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라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않으면 올바르게 전달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사진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었군요.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또한 사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가족들이 놀러가서 ‘김치~’ 하고 찍은 사진도 시간이 흐르면 그 속에 애잔한 추억이 깃들면서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이 찍었던 사진의 가치를 생각하여 삭제하려고 하다가 나중에 공부를 다 하고 나서 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공부의 정리를 해 본다면,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비중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목극목’을 표현하기 위해서 숲 속에 뭉쳐서 키 겨루기를 하고 있는 나무들이나, 마라톤 선상에서 출발을 하려고 기다리는 선수들을 찍더라도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어떤 대상을 발견하고 표현의 재료로 삼아야 하겠다고 판단을 했으면, 그 다음에는 항상 공통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이 사진을 찍는 방법이라고 해도 되겠다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올려다보고도 찍어보고
내려다보고도 찍어보고
멀리서 주변을 포함해서도 찍어보고
바짝 다가가서 그 대상만 크게 해서도 찍어보고
색감을 짙게 해서 어두침침하게도 찍어보고
밝게 해서 허옇게도 찍어보고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사주공부를 할 적에, 가령 천간(天干)이 있다면,
독립적으로도 생각을 해 보고
오행 속에 넣어서도 생각해 보고
음양으로 나눠서도 생각해 보고
세상의 삼라만상과 연결시켜서도 생각해 보고
앞으로도 대입을 해보고
뒤로도 대입을 해 보는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육친도 이와 같이 대입하고
용신도 이와 같이 대입하고
기신도 이와 같이 대입을 하는 과정에서
늘 뭔가 그 속에 질서정연하게 흘러가는 조화가 보인다는 것이지요.



이제 이 달이면 6개월 과정이 끝이 나고 졸업전을 한답니다. 그것이야 뭐 그림이 되는 사진이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그만두려고 했더니만, 또한 학습의 연장이라고 하네요. 무엇이거나 마무리를 짓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그럴싸 해서 함께 마무리까지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월 경에는 전시회도 한다는군요. 뭐 볼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도 학습이라고 하니까 또 창피를 무릅쓰고 준비를 해 봐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역시 맘에 드는 사진은 없네요. 아마도 실력보다 눈이 앞서는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감탄을 하기가 일쑤였는데, 요즘에는 사진을 봐도 결점만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이 사진은 하늘이 비었잖아’
‘저 사진은 너무 위에서 찍었고’
‘또 이 사진은 주체가 드러나질 않으니....’
항상 이런 식입니다.



그러니까 찍을 때 잘 찍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찍을 적에는 또 무슨 맘으로 신나게 찍어 놓고는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낭월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도 한심스러워하고 있답니다.



사진도 예전 같으면 크기만 조정해서 불쑥불쑥 올리곤 했겠는데, 이제 조금 공부를 하다가 보니까 어느 정도의 보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러다보니까 시간이 걸려서 사진 올리는 것도 미루게 되는 것이 현실인가 봅니다.



이제 사진과정을 마치고 나면 조금이나마 여유가 되겠지 싶습니다. 그래서 강의실을 준비한 것이기도 하지요. 여하튼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보니 수강생은 몇 되지 않으시네요. 그 바람에 오붓한 분위기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두 달을 운영하면서 수정하고 보완할 점이 있으면 정리해서 3월의 강의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물론 한 사람만 등록을 해도 강의는 하려고 했기 때문에 강의는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책도 봐야지요. 고인들의 가르침은 동해의 물결처럼 밀려드는데, 우물쭈물하다가는 얻은 것도 다 놓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대만을 다녀왔는데 책으로만 뵙던 몇몇 고인들을 찾아뵈려고 연락을 취하였으나 한 곳도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지금은 책을 보면서 임상을 할 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겨우 한 고인과 연결이 되었는데 상담료를 6천원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너무도 격차가 심한 환율의 압박으로 인해서 다음에 뵙자고 미뤘습니다. 전에는 가끔 들리던 한국 관광객들의 목소리를 이번에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을 정도로 환율의 가치하락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일년이 마무리 되면서 정리되는 과정에서 곰곰 생각을 해 보고 있습니다만 지난 한 해에도 배움의 즐거움으로 신났던 한 해가 틀림없었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또 내년에는 무슨 공부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보나 싶기도 합니다만 우선은 공부를 한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어야 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사진을 부른다’는 말이 직접적으로 체감(體感)으로 느껴질 때쯤이면 비로소 오행의 변화를 사진에 담는 작업을 해 보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재미있는 사진명리학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 같습니다만 또 낭월이 한다면 일을 내는 저력도 있으니까 일단 기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지금, 화인이 초급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 틈에 낭월은 벗님들께 주변의 소식들을 전해 드리고 있네요. 어쩌면 모처럼의 한가로운 시간인 것도 같습니다. 어제까지 장인어르신의 49재를 겨우 마쳤거든요. 월요일에 사진수업을 받고 화요일에 재를 모시느라고 무지하게 바쁜 매주의 시간이었습니다만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길 듯 싶기도 합니다.



살다보면 늘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배우고 익힌 것은 그래도 뭔가 남아있는데, 먹고 사느라고 허둥댄 결과물은 남아 있는 것 같지를 않아서 공허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서 자꾸 배움의 길을 찾고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 벗님의 12월도 알찬 결실이 나오기를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08년 12월 5일 신림동 학당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