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 정해질 것과 정해진 것

작성일
2008-10-31 06:43
조회
7683

[제393화] 정해질 것과 정해진 것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새벽의 빗소리가 점점 차갑게 느껴지는 것은 가을이 깊어하는 철이기 때문이겠네요. 오늘 새벽에 잠이 깨어서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운명의 흐름에 대해서 한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 단계를 5단계로 놓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단계: 혼돈의 상태,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음


세상의 삼라만상은 이렇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계절처럼 정해진 것이 있고, 또 뭔가 알 수 없는 채로 그렇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정해 질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령 이렇게 점통이 있을 경우를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그냥 의미없는 대나무 통 속에 대막대기가 100개 있을 뿐이지요. 이러한 상태를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인생으로 친다면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런 것과도 연관이 없이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음양으로 본다면, '혼돈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음양미분전(陰陽未分前)'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2단계: 한 마음이 일어나서 뭔가 하고자 함



한 마음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원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지만 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면 비로소 멈췄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한 마음이 일어나면 어떤 사람은 사업을 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등산을 갈 것이며, 혹 어떤 사람은 서재로 가겠지요. 그리고 각자 그 마음이 일어난대로 움직인다는 것에서 일단은 서로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으므로 정해지기 이전의 상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3단계: 결정을 하는 순간, 선택이 이뤄지게 됨



어느 한 마음이 이렇게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은 결정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 많은 100개의 가능성 중에서 단 하나만 선택이 된다는 것이 또한 인생이겠거니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택이 된 다음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일단 잉태가 되어서 어느 모체를 선택하고 난다면 그 다음에는 필연이라고 해야 할 단계의 진행만 남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도 아마 여러 가지의 요인들이 개입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그의 상식, 경험이 함께 작용을 하겠지요. 전생의 삶이 남긴 흔적들도 개입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4단계: 확인의 과정,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음



이미 앞에서 결정이 났기 때문에 이제는 확인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겠습니다. 사람으로, 남자나 여자로, 부유한 가정이나 불행한 가정으로 태어나버린 것이 되겠지요.


이렇게 각자의 삶이 결정이 됩니다. 정해져버린 것이지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선택을 하느냐는 것도 완전히 같을 것입니다.


5단계: 해석의 단계, 풀이를 할 수 있을 뿐 변화는 없음



이것이야 그냥 해석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 단계에서 일어날 변화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냥 풀이만 할 뿐입니다. 운명가에게 운명을 불어보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후회도 하고 기뻐도 하겠지만 그것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냥 뒷이야기요 넋두리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어떤 과정의 이야기라도 다섯 단계의 과정으로 이해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만, 모두가어렵다고 하는 시기에서도 또 잘 견디는 사람은 견디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결정을 하려거든 3단계 이전에서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가요?


이렇게 5단계에 와서야 뭔가 허둥지둥하면서 바꿀 수는 없겠느냐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이런 장면에서 낭월은 그냥 고개만 가로 저을 뿐,


그리고 이것이 또한 인생의 모습이겠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을 결정할 적에 이렇게 대막대기에게 답을 묻는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요? 과연 믿을 만 할까요? 아니면 그냥 괜한 짓을 해 보는 것일까요?


이미 태아날 적에 결정이 되었다면 이러한 행동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고, 심하게 생각하면 이렇게 막대기가 나와서 해석이 되는 것조차도 이미 태어날 적에 정해 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운명에 변화의 여지는 없는 것일까요? 그래서 막대기를 뽑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은 아닐까요?


가령 맨 처음 뽑은 막대기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고 한다면, 살아가는 순간순간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또 다시 새로운 막대기를 뽑는 순간에 해당하지는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느 고승이 말씀하시기를 '삶은 순간순간 변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태어날 적에 얻은 것이 전부는 아닌 모양입니다. 물론 최초의 선택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틀림이 없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비록 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변화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힘 찬 하루가 되자는 것이지요. 운문선사의 한 말씀.


"日日是好日"


                 


                    2008년 10월 31일 새벽에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