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어제는 사진수업을 받았습니다.

작성일
2008-08-12 11:30
조회
6797

이 글은 어제 저녁에 일우 김홍희 선생님께 사진 수업을 받으면서 느낀 생각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담을 찾아주시는 벗님들께 죄송하여 카페에 올린 글을 봍여봅니다. 알찬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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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어제 저녁의 강의는 섬광이 번쩍이면서 뇌성벽력이 몰아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겠습니까만, 특별했다는 의미로 헤아려 주시면 되겠습니다.


삼복더위를 일들과 함께 씨름하신 후에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상쾌해진 해탈감에 젖어계신 그 마음도 일부는 협조를 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사부님의 말귀를 "쫴~매~"


알아들을 만큼 공부가 되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할랍니다.


 


여기에서 '내가' 라고 못하고 '우리가'라고 하는 것에는 그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도반님들의 사진들이 탁월한 경지로 향해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낭월은요?  "애 썼소.....그치만 아직은 더 고생해 보시구랴~~" 였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 배는 함께 목적지에 내려놓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요.


 


 


인도에서 여행사를 하는 친구. 이름이..... 기억하면 기적이지요. 이제 겨우 월요일 도반 익혔는데...흐~


그 친구를 보면서 복이 있는 사람은 사람을 만나도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우를 만난 그 친구는 앞으로 더욱 사업에 유익한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말이 그 정도라면 충분한 것으로 봤습니다. 물론 낭월이 인도에 갈 계획이 설 적에는


최우선으로 그 친구를 생각하게 될 것이고요.


선기(禪機)로 똘똘 뭉친 사부님께서 "글마 개안터라~~" 하시면 괸찮은 겁니다.


 


한 순간에 사물을 파악하는 그 시각이, 사람을 보는데에서도 바로 발휘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만


사진을 공부하면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포착능력일 것이고,


그 능력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일에 직면했을 적에 숨은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사진이나 재미있게 찍어보려고 시작을 했다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 도반들을 도의 세계에서 구름을 타고 세상구경하는 신선의 경지로 안내를 하게 될지.....


 


직관력을 얼마간은 타고 나면 더 좋겠지요. 그것은 전생의 복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훈련에 의해서 99%는 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마지막 1%는 포기할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 인도 친구는 복이 많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잔꾀를 부릴 것 같지 않았지요.


앗~! 이카면 낭월도 한 직관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냥 사부님께서 '글마 좋다' 하시기에 '글마가 좋구나..' 하는 것 뿐이라고 발뺌을 합니다. 하하~~


 


 


어제 공부는 이고 박갑재 님이 불을 당기셨습니다. 그 철문사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진 같지 않은 사진을 사진 같이 보이도록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셨습니다.


공포의 포토샵이 이제부터는 왠지 친구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다 이해하셨을 겁니다. 낭월만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누가 친절한 보살심을 갖고 있는 도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실 것 같기도 하고......


 


이제서야 채색사진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고운 칼라가 나쁜 것이 아니라, 사진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것이 훨씬 빠른 방법이고, 손쉬운 방법이며, 유익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유를 든다면 그런 것이지요.


집을 지을 적에 우선은 회색 콘크리트로 모든 골격을 다 만드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완성을 시킨 다음에 가서 비로소 페인트를 칠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 페인트 빛깔에 취해서 회색 콘크리트 벽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요.


무엇보다도 페인트 칠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것도 생각을 했습니다.


회색골격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빛이 비치면 밝은 회색이 될 것이고,


그림자를 받는 곳은 어두운 회색이 되겠지요. 물론 삼라만상이 다 그럴 것입니다.


 


어제 오후까지만 해도, 도반님들이나 선배님들의 흑백사진들에 대해서 조금은......


반발감도 있었습니다. 왜 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두컴컴하게 만들어서


뭐가 좋다고 "죽인다~~!" "끝내준다~~!!"나 남발하면서, 즐거워하는지 납득을 못했습니다.


마치 남들이사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하는 것도 같았고,


칼라시대에 흑백에 매달리는 일종의 향수주의와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예전에 대가들이 흑백사진을 남겨놓았으니까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사실 그렇게 생각을 했다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사냐고요~~~!!! 삐딱하게 말이지요.


 


그런데 이고님의 사진이 흑백으로 변하면서 뭐가 머릿 속을 '화~악~!!' 하고 치고 지나가는


그 뭔가가 있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을 하나 건진, 아니 붙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주무르고 난 다음에 하시는 말씀.


 


"니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이거 아니야?"


 


바로 그 순간 머리 속이 환~하게 느껴진 것이지요. 마치 동해안 경비 초소에서


한 밤중에 지나가는데 갑자기 서치라이트가 눈 앞에 확 달려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물을 보는 눈을 사진으로 옮기는 것에는 단순해야 한다고 이해를 했습니다.


건물의 실체를 보려면 비단으로 둘러 치고 실크벽지로 치장을 한 것이 아니라


그 구조와 골격을 봐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색채 속에서 찾기는 수월하지 않다는.....


그래서 색채를 무시하고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서 흑백이 사용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는 어떤 사진이 숙제로 제출될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감이 잡힙니다.


배우고 익혀야 내것이 되지,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논어에 말씀하신 '학이시습(學而時習)'이라고 했던 이유가 그것이겠지요.


배우고 익히면 천하가 다 내것이 되는 것입니다.


익히지 않으면 구경꾼이 되고 말지요. 그래서 또 한 주의 과제를 가득 받았습니다.


 


낭월의 숙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들 칭찬을 받으셨는데.....


알지요. 남을 가르쳐 본 사람은 스스로 배움에 익숙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지요.


낭월도 한 분야에서 십수년을 교육방법에 대해서 골몰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보니까 막상 자신이 배우는 것에는 감각이 둔해 버렸던 것이지요.


그래서 직업은 속이지 못하는가 봅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늘 배움의 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만


오랜 시간에 장사 없다고, 그것도 어느 사이에 자신의 틀로 굳어졌던가 봅니다.


학이시습도 중요하지만 교이시학(敎而時學)도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가르치면서 또 다른 것을 배우면 그 얼마나 기쁘랴 ~~!!"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다른 도반들에게는 시도하지 않았던 칼라조정까지 해 주셨으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 칼라로도 감성을 살려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낭월이 워낙 칼라사진만 제출을 하니까 해 보여 주신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런데 칼라를 만진다는 것은 그만큼 포토샵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즉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진 공부는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구태여 색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보다는 느낌을 살린다는 것.


물론 칼라 속에서도 느낌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만, 문제는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찾아야지요.


 


미카엘맘 안병남 선생님, 푸른별 윤정애님. 어제 아마도 고압전기에 감전되셨을 겁니다.


편안하게 잠이나 주무셨을랑가..... 괜한 걱정도 해 봅니다.


그리고 토요일 한강출사파였다는 것에 대해서 이것 뭔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심금 선생님께서 뭔가 한 수 확실한 비법을 전수하신 것이 틀림 없구나..... 했지요.


저녁을 먹는 시간에 샘터회장님의 천기누설로 인해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낭월에게 오기 전까지는 천하의 비법이었더라도, 일단 낭월에게 오면 보편법이 되어버립니다.


역학계의 무수히 많은 비법들을 그렇게 치고 밟으면서 '비법은 없다'를 외치고 살아왔거든요.


 


"모르면 비법(秘法) 알면 상법(常法)"


 


역시나 심금선생님께서 한 수 전수하신 비법이 낭월의 귀에 들어오는 순간, 바로 감이 함께 왔습니다.


 


"올커니~~~!!! 바로 그 한 방에 도반들의 사진이 마약주사 한 대 맞은 모양으로 변했구나~~~!"


 


낭월은 동해의 검푸른 바닷물을 보면서 우짜면 더 들이대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도반들은 한강변을 거닐면서 비법전수를 받았던 겁니다. 같은 시간에 다른 결과물이었지요.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비법을 배워보면 결론은 너무 싱겁지요.


원래 그런 것이 비법이거든요. 알면 상법이지만 모르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비법에 귀를 기울이고 허둥대는 거지요.


땡볕에 고생을 하신 보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그것을 말해 주니까요?


낭월이 보기에도 좋았느냐고요? 음..... 흐흐흐~ 아뇨~~~!!


사진을 보면서 도대체 뭘 찍은거야....... 라고 했습니다.


 


사부님의 사진 읽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비로소 사진을 읽는 법에 대해서 귀뜸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사진을 보니, 아~! 이런~~~!!!! 좀 전에 그 사진이 아니네.......


사진이 갑자기 바꿔져 버렸던 것이지요. 아니, 그게 아니고, 사진을 보는 시선이 변한 것이겠군요.


그리고 낭월과 같은 생각을 용감하게 질문으로 한 방 날린 이고님 큰 공덕을 지으셨소~~!


어쩌면 그 질문(사부님은 멍충이질문이라고 하셨지만 낭월이 보기엔 명 질문이었음)을 하지 않았던들


그 많은 매그넘 고수들의 사진평을 들을 수가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는 방법의 시각에서 고수와 초짜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 그 집으로 돌아가는 미국 군인들이었던가요...... 지프 한대 지나가고 뒤쪽에 화염이 불타는....


그 사진에서 사진사의 차 바퀴자욱을 읽는다는 것........... 놀랐습니다.


프로는 그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법이 아니고 사진에 다 나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하수들은 알려줘도 모릅니다. 어제는 그러한 것을 속속들이(자신이 느낀 만큼이기는 하지만)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듣고 보니 낭월도 보였습니다.


이제 스스로 봐야 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또 숙제 한 다발입니다.


 


한 사내가 손에 수갑을 차고 서있는 사진.........


이고님께 뭐가 보이는지 읽어보라고 했을 적에 낭월이 보는 것과 거의 틀림없이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샘터회장님의 보조답변을 듣고서야 사부님은 위로를 받으신 듯 했습니다.


불안하게 서 있는 모습...... 사진가는 그것을 담고 싶었을 것이라고 읽어주셨습니다.


글을 몰라서 엄마를 보채면 동화책을 읽어주는 그 음성이었습니다.


읽어주면, '그렇구나.....'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요. 왜? 왜? 왜????? 이것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배웠습니다.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 주시면 그대로 푸욱~ 빠져서 이야기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면 그만이었지요.


그리고 덤으로 바퀴자욱을 보는 방법도 알려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진마다 바퀴자욱이 얽혀 있었네요....


 


낭월도 사진집이라고 몇 권 구해서 펄럭펄럭 봤습니다. 수십권은 봤겠네요. 물론 눈을 감고 본 것이지요.


도대체 뭘 보라는거야....... 그게 그것이고..... 맨 흑백이고...... 뭘 어쩌라구...... (투덜투덜)


사진을 감상하는데에도 코드가 필요했습니다. 오페라 한 곡을 감상하는데 코드가 없이 안 되듯이요.


검은 것은 사진이요, 흰 것은 종이라..... 이 나이에 낭월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그냥 봐~~!!!


'죽이네~~~!!!' 그러면,


'오~! 죽이는구나~~~!!!!'


'이런 것을 죽인다고 하는 것이구나....'


하란 말이야~~!!"


 


음성의 크기에 따라서 폰트도 커집니다.


사부님. 감탄했습니다. 멍청한 낭월에게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꿰뚫고 계셨네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그렇게까지 말을 해야 쪼매 알아듣는 이 둔재를.... 많이 죄송합니다.


 


예전에 어느 고승이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만공 스님이 총독부에서 총독을 상대로 일장 연설을 하고 돌아왔는데,


만해 한용운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만해스님] "아따~! 속이 다 시원하요~! 기왕이면 몽둥이를 안겨 주실 일이지~~!"


[만공스님] "아, 총독은 그래도 곰은 아녀, 그래서 할(호통을 치는 것)만 했지~"


 


사람의 근기에 따라서 가르치는 방법은 달라집니다. 그것을 모르면 덜된 선생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낭월은 곰이었습니다. 그래서 몽둥이를 받고서야 비로소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사진을 읽는 방법을 이해 했습니다. 이제 익혀야지요. 그것이 가르침에 보답하는 것이려니....


보답은 무슨 보답. 자신이 멀리서 공부하겠다고 헐떡대면서 뛰어다닌 결과물일뿐


사부님이야 그런 보답이나 바라고 가르치겠는가, 다 자신의 그릇만큼 받아가면 그만이지.


샘물은 무심으로 물만 채워놓습니다. 길손은 옆의 표주박으로 떠먹고 가기만 하면 되지요.


어제 물은 참으로 맑고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막힌 속이 뻥~! 뚫렸습니다.


 


저녁 드시면서 마지막 한 방을 더 날려 주셨습니다.


 


"중단 하지만 않으면 돼. 중단해도 그만이고~~!!"


 


잘 압니다. 알고 말고요.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지를 말이지요.


사부님의 제자 지도하는 방법이 낭월의 그것과 비슷한 면도 있어보이네요.


낭월의 말은 항상 이렇습니다.


 


"노력하는 놈은 못당해~~! 머리 좋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러기에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아둥바둥입니다.


그래봐야 이제 겨우 한 달 반이고, 강의는 네 번 들었습니다.


가야 할 길이 창창한데 어제의 소득으로 봐서는 앞 길이 조금은 트일 것 같습니다.


아마도 도반님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또 열심히 해 보십니다. 결국 노력한 만큼만 거두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16기 도반님들의 앞 길이 훤~해 보입니다. 대광명이 길을 밝게 비추고 있으니 말이지요.


 


                  2008년 8월 12일 논산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