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 사진수업 후기 - 마음만 바빠서리...

작성일
2008-08-20 07:55
조회
6370

벗님들의 알찬 가을이 되시기 바랍니다. 지난 18일에 사진강의를 들은 내용에 대해서 정리를 해 봤습니다. 함께 생각해도 좋으실 듯 하여 옮겨봅니다. 사진을 공부하는 과정이 이렇겠구나..... 하고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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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반 수업후기] 마음은 하늘에...... 실력은 바닥에.... 쯧쯧쯧~~~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더위에 시작한 공부가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에 한결 상쾌해지는 계절로 바뀌었습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코앞이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만 그와 함께 생기는 것은 우리의 실력도 그만큼 성숙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함께 영글어간다는 것이지요. 희망만~~~? (그럴리가....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1. 도반의 존재 -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이제 확실하게 월요일반 강의에 동참하시는 도반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낮선 얼굴이 보이면 선배님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어제의 수업에서 화요일반 도반 씨에스타 님이 왔을 적에도 선배님이겠거니....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각자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는데, 우선 사진을 들여다보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느라고 아마도 그 과정은 6개월이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겠다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사진이 보일 때쯤에서 사진으로 도반님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작정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네요. 사진을 배웠으면  사진으로 사람의 속을 들여다봐야지 다른 술법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호기심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사부님께서 가능하다면 우리도 가능해야 하지않겠느냐는 생떼~를 쓰는 겁니다. 생떼가 사촌보다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낭월이거든요.




강의는 사부님만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16기 도반님 들 각자의 언행과 작품들도 항상 생생한 현장의 무진설법(無盡說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절집에서 익혀 배웠던 한 마디로 설명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일체가 다 스승이니라!’라는 것이지요. 더구나 낭월과 같은 수준이거나 그보다 한 발 앞선 견해거나, 혹은 반발 뒤진 노력(현재까지는 그런 도반은 없는 것 같음)을 보는 것도 다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모습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가 없지요. 의식이 밖에 있는 사람은 거울을 보지만, 의식이 안에 있는 사람은 거울이 필요 없습니다. 자신의 내면이 그대로 커다란 거울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의식은 밖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춘 다음에 내면으로 들어가야 혼란이 없는데, 애초부터 내면에서만 놀다가 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방황과 갈등이 함께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춤을 배우는 사람도 결국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춤사위로 관객을 미치게 만들겠지만 처음에는 거울을 보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익혀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그 과정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의 춤사위는 그보다 더 생생한 거울일 수가 없지요. 도반님들의 설법도 사부님의 강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서 미리 올려진 사진들을 보면서 무슨 마음으로 찍었으며 어떤 감상문을 쓸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강의실에 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과 최후의 심판이 언젠가는 맞아떨어질 날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믿고 있기에 ‘에고~ 오늘도 빗나갔꾼~~~!!’ 하면서도 또 내일이 있으니까 여유를 갖고 살피게 되는군요.




‘탁마상성 붕우지은(琢磨相成 朋友之恩)’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렇게 둔탁한 돌덩어리를 두드리고 갈아서 물건을 만들어준 벗에 대한 은덕으로 내가 이만큼 자랄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겠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공덕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외롭지 않지요. 나만 혼나면 억울하잖아요. 하하~




일본에 어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네요. 내용인즉 이렇습니다. 본인방가에 소속이 되어서 후원금을 두둑하게 내면서 바둑을 한 수씩 배우던 사업가가 있었습니다. ‘본인방’은 일본 4대 바둑명문가의 1순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돈을 내면서 스승님(본인방주)께 지도를 받는데 도대체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가 늘 궁금했습니다만 정확하게 비춰 볼 거울(함께 연구하는 도반)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늘 내심으로 ‘이거.... 돈만 내고 별로 늘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스승님께 과감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승님, 공부는 합니다만 저의 실력이 늘고 있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는 맨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갑갑해서 미치겠습니다.”


“그런가...... 사실 내가 하는 일도 자네의 실력이 더 줄지나 않도록 하는 것이라네, 늘었는지는 나도 모르지.”


“그럼 바둑수업을 더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적지않은 후원금을 내면서 공부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늘자고 하는 일인데 그렇지 못하면 뭐하려 이 짓을 하겠나 싶기도 합니다. 어떻하면 좋을까요?”


“그야 맘대로 하시게, 다만 무엇이거나 다 그렇겠지만 바둑은 실력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늘거나 줄거나 둘 중에 하나라네. 즉 늘지 않으면 줄고 있다는 것이지. 만약에 자네의 실력이 줄지 않는다면 그것은 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네.”


“그래도 한 번 실력을 확인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배우는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얼마나 실력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안개 속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 갑갑합니다.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확인을 해 볼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지요. 선생님하고만 두니까 도무지......”


“그래 정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주선을 해 봄세”




그런 대화가 있은지 얼마 후에 인석가(또 하나의 바둑 명문가)의 문주와 맞짱을 뜰 기회가 만들어 졌습니다. 평소 본인방과 사이가 무척 나쁜 인석가였기 때문에 마음놓고 실력을 발휘할 수가 있을 것이고, 상대방도 사정을 봐 줄 리가 없기 때문에 뚜렷한 실력의 확인을 할 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날이 오기만 손꼽이 기다렸다가 마침내 대국의 날을 맞이해서 방문을 하여 한 수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치석(실력차를 줄이기 위해서 깔아 두는 돌)은 두 점으로 자신이 스승님께 배울 적에는 석 점이었기 때문에 빡쎄게 한 번 해보자고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보기좋게 3집을 남겼지요. 당당히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그의 기분이 얼마나 통쾌했을지는 도반님들도 짐작을 하시고 남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그야말로 원수에게서 하이파이브를 받은 것이지요. 한 달음에 사부님께 달려갔습니다.




“사부님의 지도하심 덕분으로 이겼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억수로 신나겠구만. 그래 어떻게 뒀누?”


“예 복기(바둑을 둔대로 다시 놓는 것)를 해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 나도 궁금하이 얼른 해봐.”


“처음에 제가 여기에 놓으니까.... 인석께서는 이쪽에 놓으셨고.....”




그렇게 모두 복기를 하자 본인방은 수고했다고 치사를 하고, 그는 신이 나서는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제자가 스승님께 고조된 얼굴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승님, 인석가의 문주가 우리 물주에게 두 점으로 지셨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겠네요. 우리 본인방가는 역시 일본 제일입니다. 그것을 확인했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 말을 들은 스승은 말없이 바둑판을 보다가는 제자에게 일렀습니다.


“수고하신 인석님께 후한 선물을 보내드려라”




그리고는 먼 산을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인석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봐주셨구랴..... 감사하오....’




프로끼리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지요. 긴 설명이 필요없는 것입니다. 비록 원수의 가문에서 건방지게 도전장을 날렸지만 만약 보기좋게 깨어버린다면 본인방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고, 그것은 프로끼리의 세계에서 별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인석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남들은 모르게 적당히 주물러서 져줬던 것이지요. 다만 본인방은 알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던 것도 프로만의 감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기도(棋道)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면 사부님께서 낭월이 공부하다가 질려서 때려 치울까봐 걱정하시는 것 같아서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지요.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아서 때려치우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미가 없어서 그만 둘 수는 있겠지요. 그것은 스스로 흥이 겨워서 사진이랑 놀다가, 흥이 다하면 또 다른 곳으로 전환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점에 대해서는 도반님들도 낭월과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하튼 아직은 스릴감이 넘쳐나는 것이 6개월은 충분히 버티지 싶습니다. 하하~




2. 각본없는 강의 - 생생한 현장감




사부님께서도 일본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사진으로 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상황에서 칼럼가에게 일을 달라고 하셨더랍니다. 그는 뭔가를 보여줘야 일을 주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니콘쌀롱에서 전시를 하던지, 태양전에 작품을 내어서 인정을 받던지 해 보라고 하는 딱 한 마디를 던지기에 이렇게 하면 일이 되려나보다 싶어서 일 년여를 준비하셨다지요. 그래서 사진을 전시하게 되었고, 너무 기뻐서 그 분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래~ 수고 했구만’ 이라는 한 마디 밖에 듣지 못하였던 당시의 섭섭함에 대해서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을 주지 않아서 안달이 난 입장이므로 뵙자고 하여 일을 달라고 했더니만 ‘그것 한 번 했다고 안달이 나서야 되겠느냐’고 하면서 ‘세 번은 해야지 어쩌고,’ ‘조선놈은 여하튼 어쩌고’ 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그 성격에 참 많이도 참으셨겠다’ 싶었습니다. 한 방 날리고 싶었을테지만 현실이 현실인지라 꾹꾹 눌러 참고 기다린 보람으로 일을 얻어서 생활비를 해결 할 수가 있으셨다는 것을 들으면서 그 칼럼가도 보통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자새끼 길들이는 방법과 곰새끼 길들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런 인연들이 오늘의 일우를 있게 한 원동력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 해 봤습니다.


그리고 사부님도 또한 그렇게 삶의 현장에서 단련을 받은 프로임에 틀림이 없으니 우리의 사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길을 들여야 할 것인지를 다 가늠하고 계실 것입니다. 프로의 감각이라는 것은 ‘척보면 아는’것일 테니 말이지요. 우리야 자기의 실력이 프로에 근접했다고 생각을 하거나, 지지부진이라고 생각을 하거나 그것은 순전히 자신만의 착각일 겁니다. 아무리 사진에 대해서 설명을 붙이고 제목에 고민을 해봐야 사진은 사진일 뿐, 자기 실력은 사진으로 말하였을 것이고, 그 사진을 보고 칼같이 판단하셨을 것이므로 군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강사가 강의를 하는데에는 각자의 스타일이 작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것은 각본대로 진행하는 경우와 각본없이 진행하는 경우로 구분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요. 각본이 있으면 안정감이 있고, 각본이 없으면 생동감이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낭월의 강의 형태는 각본이 없습니다. 각본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준비도 해 봤습니다만 실제로 진행되는 강의는 각본과 무관하게 흘러감을 경험하면서 괜한 일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던 것인데, 사부님의 강의도 그러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사 자신도 다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가 되고, 또 듣는 사람도 그래서 스릴이 있지요.


다만 각본이 없는 강의에서 가장 큰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했지?” “뭐하다가 이리 샜노?”라는 반문을 청중에게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것도 호흡을 같이 한다는 장점에 묻혀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엄청난 산삼(山蔘)이 있는데, 그것은 말이 생각이 나지 않으면 숨겨둔 비법이 솟구쳐 나온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각본 없는 강사를 만나면 속으로 은근히 ‘그래 말문이 막히시기만 해라 그러면 속에 든 것을 꺼내야 할 거니까 수지맞는 거지~’하고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면을 만나게 되면 그날 일당은 확실하게 뽑고도 남는 것이지요. 이것도 각본 없는 강의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재미중의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3. 어디보자 - 마음만 급하시구만.


 


낭월의 사진은 위에서 풀이하면 두세 번째에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미리 맞는 매에 해당하지요. 이번 사진 제목은 ‘다~ 그래’였습니다. 나름대로 고르고 골라서 다섯 장을 엮었습니다만 그게 또한 제 맘이지 사부님을 기쁘게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화각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물론 ‘뽕맞았다.’ ‘다음에도 이런 사진 찍어오면 용치~’는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냉철하게 한 말씀 듣는 것으로도 너무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다섯 장의 사진들 중에서 한 장이라도 잘 된 사진이 있으면 그것으로 설명을 하시는 것으로 봐서 구태여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몸부림을 칠 것이 아니라 잘 된 사진을 위주로 골라야 하겠다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즉 이야기에 치중한답시고 선별을 했더니만 결국은 다 그렇고 그런 사진들로만 채운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물론 결론은 다른 사진들로 채웠더라도 결국은 같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면 8급 바둑은 아무리 요동발광을 한다고 하더라도 5급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시진엔 깔고 두는 것이 없잖아요. 그리고 낭월은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진을 읽을 줄 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최고수가 되지 않으면 그 나머지는 의미가 없지요.


조치훈씨가 최연소 9단이 되었을 적에 기자가 물었습니다. 만족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린 그의 말은 ‘9단이 되기 위해서 일본에 온 것이 아니예요.’라는 다부진 회답이었지요. 그런 느낌으로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까짓거 하면 하고 말면 말지 어중간 한 것은 관심 밖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진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자기 사진 백날 봐야 얻어 먹을 것이 없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래서 진짜백이 고수들이 남긴 엑기스를 눈에 많이 담아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씀은 지난 주에서 또 이번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볼 때마다 강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것은 그야말로 한 방에 알아차립니다. 사진이 이론으로 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문제는 감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평소의 이론가 스타일인 낭월에게는 천년의 먼지가 쌓여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털어내려면 그만큼 고생을 해야지요.




서예실에 공부하러 가면 기본적인 운필법을 배운 다음에는 고인의 서첩을 보고 베끼는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구양순의 서체나, 안진경의 서체 등을 연구하고 수준이 조금 높아지면 왕희지의 난정서 등을 베끼면서 내공을 기르지요. 그리고 최근 대가들의 글을 보면서 쓰면 한 방에 깨어집니다. 그래서는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봐서, 사진도 최근의 사진전보다는 과거의 명작들(적어도 반세기를 살아남은)을 보면서 눈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결론은 쉽게 나옵니다. 그 다음에는 노력이지요. 물론 한 번 봐서 알아진다면 이미 고수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래서 자꾸만 반복해서 보기 위해서 사진집을 집중적으로 봐야 하겠다는 것을 이번 강의에서 얻은 화두가 되었습니다.




‘서예가는 옛 글들을 보면서 실력이 늘고,


철학가는 도덕경을 읽으면서 내공을 쌓고,


사진가는 옛사진을 보면서 눈을 높인다.’


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명작감상에 몰두해서 공부를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여름학교에서 배우노라면 또 뭔가 한 방 얻을 것도 같은 예감이 마구 설레게 하네요. 뭔가 한 코드만 건드려 준다면 바로 ‘화악~!’ 느낌이 올 것 같은데 그 코드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갑갑하지요. 갑갑한 것이 실력이 늘지 않아서가 아니라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 갑갑하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눈뜬 장님이지요. 남을 탓할 것이 없네요. 자연은 소소영령하게 다 보여주고 있는데 스스로 눈이 어두워서 보지 못하는 것을 어쩌란 말이냐는 것이지요.




고승을 찾아 온 후학이 물었습니다.


“부처가 뭡니까?”


“세수하다가 코만지는 것이니라.”


“그렇게 간단한데 왜 저는 보지 못합니까?”


“니 눈에 겨가 한 섬이니라.”


“어떻게 털어버려야 합니까?”


“할~!”




‘자꾸 묻지마’입니다. 물으면 또 질문이 나오고 그래서 계속해서 가다가 보면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도반님들은 세수하다가 코를 만지십니까? 도를 알기가 그만큼 쉽다네요. 그런데 사진에도 도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어요. 다만 능력이 미치지 못할 뿐이지요.




일우를 찾은 낭월이 물었습니다.


“사진이 뭡니까?”


“화인더를 들여다 보는 것이니라.”


“화인더를 봤는데에도 사진이 없던데요.”


“셔터를 눌러야 하느니라.”


“어떻게 눌러야 합니까?”


“할~!”




“쨔샤 그게 그렇게 쉬우면 다 사진가 하게~! 어려우니까 중간에 적당히 탈락하고, 또 더러는 공부를 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지독하게 버티면서 온갖 욕을 다 참으면서 셔터를 눌러댄 고놈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겨~”


“니가 사진을 알어?”


“사진을 알기 전에 카메라는 알어?”


“셔터박스를 세 번 갈아봤어?”


“필름사려고 밥을 굶어 봤어?”


“목숨을 걸고 카메라를 들이 밀어 봤어?”


“사진공부를 위해서 자연을 이해해 봤어?”


“사물을 찍어야 하면서 사물을 사랑해 봤어?”


“한 송이 꽃을 찍으면서 왜 그 꽃이 거기 있는지는 생각해 봤어?”


“쭈구렁 할망구를 찍으면서 그의 절절한 삶에 대해서 생각은 해 봤어?”


“세상은 다 같어 아는 만큼만 보이는 거야.”


“그리고 노력을 한 만큼만 얻을 수 있는 겨~”




그러고 보니 낭월은 하나도 제대로 해 본 것이 없네요. 그러니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싶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해야지요. 어제는 도로시아 랭의 시진첩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의 마음을 이해 해 보려고 했습니다. 원래 소아마비로 보행이 불편했더군요.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간 그녀에 대해서 존경심이 솟아났습니다. 사실 노력하는 것에는 당할 것이 아무것도 없지요. 그리고 이민자 어머니던가요. 피곤에 지친 어머니와 양 쪽에서 매달려 있는 두 아이들과 함께 나온 사진 말이지요. 그 사진을 보면서 그녀는 그 사진을 찍을 자격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워커 애번스의 사진들은 또 납득불가네요. 들여다봐도 도무지 뭘 찍은 것인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들여다봐야 합니까? 던져버리고 다른 책을 보는 것이 나을까요? 참 복에 겨운 낭월의 사진공부네요.




4. 도반님들이 받은 칭찬 - 우쭐하지 마세요. 하하~




푸른별님이 낚시하는 꼬마를 찍은 사진이 금주 월욜반 대상이었습니다. 손가락의 동작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집중해서 순간적으로 사진을 읽으시는 사부님의 시선은 귀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무언중에 알려주신 것이지요. 과연 그 긴장감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셨는데 공감이 되었습니다. 언제 셔터를 눌러야 하는지를 바로 알려주신 것이지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실제로 손가락에게는 가르치지 못했던 낭월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들이대고 철컥, 철컥 셔터만 탐욕스럽게 눌러대는 것이지요. 그 덕분에 하드 300GB는 이미 사진쓰레기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또 하드를 사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고민.


 


 




물님이 제출하신 창 안의 여인이 감성상을 받았습니다. 느낌이 좋다는 평을 받았는데, 낭월이 보기에는....... ‘저거 가짜잖아....’ 아직도 만든 사람과 진짜 사람과의 사이에 커다란 벽이 있는 모양입니다. 색감조정까지 해 주시면서 사진을 만드는 방법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셨는데 과연 약간의 손질로 느낌은 크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생한 현장감은 전해 들어서는 도무지 납득불가일 것이라고 짐작을 합니다. 그리고 후기의 목적은 우리 도반님들께 다시 한 번 수업의 내용을 상기시켜보시면서 복습에 참고가 되실까 하여 적어보는 것이기도 하지요.


 


 




화인님의 숙제 중에서 귀여운 꼬마 사진이 재미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낭월과 항상 같은 사진 환경에서 먹꺼리를 찾습니다만 결과물은 이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네요. 약간의 질투도 없진 않습니다만 누구라도 얼른 도달하면 덩달아서 국물이라도 있으려니 하면서 참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그 동안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저렇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이것저것 낭월에게 물어가면서 사진을 고르더니만 이제는 그것도 묻지 않습니다. 그냥 제 멋대로 골라서 제출해 버리네요. 이제 다 안다 이거지요. 낭월의 사진보는 실력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 적에 자기는 구름타고 허공을 날고 있다는 것 아니겠어요. (내 참 더러버서..... 흐~)


 


 


 


‘그래 좋다 두고 보자. 니가 올매나 앞서 가는지 내가 언제까지나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을 끼구만. 쳇~’


두고 보자는 놈 별것 없다는 것을 스스로 남들에게 말하면서 자신도 그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고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사람이 상황에 부딧치면 이렇게 되네요. 누가 좀 말려주세요. 그래도 축하는 할랍니다. 기특하잖아요.




이번주 숙제; 고전을 감상하자




변변치 못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복 받으시고 멋진 장면을 만다는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008년 8월 12일 논산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