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대만의 어느 도사 이야기

작성일
2007-10-21 08:40
조회
9275

제372화 대만의 어느 도사 이야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쌀쌀한 날씨가 무척이나 상쾌하게 느껴지네요.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가을의 느낌을 즐기는 것이 또 행복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지난 여름에 대만에 갔을 적에 곽목량 선생님을 통해서 대만학계의 여러 상황들을 전해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생각이 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오늘 아침에 잠시 정리를 해 봅니다.


대만에서도 나름대로 수준급에 도달한 학자들이 있기 마련이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예전에 크게 명성을 날린 학자로 吳모 선생이 있다고 합니다. 그 선생의 실력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다고 하네요. 아마도 한국으로 치면 박도사님 급이라도 되는가 싶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동하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어디에 사느냐고 했습니다. 왜냐면 마음이 동하면 찾아가서 또 한 수를 청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무슨 논리를 갖고 그렇게 용하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곽선생 말씀이 '그 사람은 지금 대만에 없소'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를 자초지종 들어봤는데, 과연 명성을 얻은 만큼 방문자도 많았고, 자타가 인정하는 대만의 최고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군요. 그것도 당연한 것이 방문자가 어떤 주식을 사면 돈이 될지를 물었고, 그에 대해서 답을 주면 틀림없이 그 주식의 가격이 올라서 큰 돈을 벌게 되었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듣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을 둘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도 한 두번이 아니고 매번 그렇게 되다가 보니까 남의 돈만 벌어 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벌자는 생각에 도달했던가 싶습니다. 보통 사람의 생각이 그러하다고 하겠네요. 그리고 조금 해 보면서 정확하게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그래서 자신감을 붙인 다음에는 대대적으로 한 방을 터뜨리기 위해서 궁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자신의 운이 좋아지는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칠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하였을 것은 짐작이 되는 바이고, 그 순간에 어느 선을 넘어버린 모양입니다. 그것은 제자들과 방문자들에게 자신이 주식을 해서 배당을 줄 테니까 자신에게 투자를 하라고 하는 상황까지 도달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아마도 엄청나게 큰 금액을 몽땅 걸었고, 그 다음에는 상상을 할 수가 있을 정도의 장면이 전개되었다고 합니다. 떼 돈을 벌었겠다고 생각하셨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몽땅 날려버렸다는 것입니다. 급락이 아니고 폭락이었던가 보네요. 그 요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가 산 주식은 모두 쓰레기로 변하고 투자받은 돈은 몽땅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구나 그렇지만 일단 예상이 빗나가게 되면 자신에 대한 용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겠지요. 그래서 아마도 낭월의 짐작으로는 다시 만회를 위한 안간힘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면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리고 철저하게 망해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내린 결론은


"튀자~!!"


였다고 합니다. 도사만 믿고 돈을 맡긴 사람들이 그냥 있을리가 없었을 것이고, 그러한 것에 대해서 감당도 어려웠겠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용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봅니다. 그래서 달아난 곳은 중국의 어느 지역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대략 이러한 정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그래서 낭월이 질문을 했습니다.


낭월: 참 대단하시긴 했던가 봅니다. 선생님은 그러한 능력이 안 되십니까?


노사: 그야 박선생이 생각해 보시구랴. 안 되는데 왜 여기 앉아있수?


낭월: 그러게요. 낭월이 보기에는 선생님도 대단하신데요.


노사: 나도 둘째 가라면 섭하긴 하지요. 하하~


낭월: 그럼 주식을 사 보셨나요?


노사: 안사요.


낭월: 왜요?


노사: 분수를 지켜야 하거든요.


낭월: 분수라뇨?


노사: 정치인은 정치인의 분수가 있고, 운명가는 운명가의 분수가 있는거요.


낭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셔야 둔한 사람이 이해를 하지요.


노사: 만약 하늘이 있다면 운명학을 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오?


낭월: 그것은 갈길을 못찾고 삶에서 방황을 할 적에 등대 역할을 하라는.....


노사: 그게 바로 분수라는 것이오.


낭월: 그렇군요. 그리고 여기에 능력이 되는대로 돈을 조금 버는 거이야....???


노사: 그게 문제라니까요. 그래서 오선생도 당한 것이라오.


낭월: 그럼 돈벌이를 하면 안 됩니까?


노사: 사람들의 고뇌를 들어주고 안내자가 되라고 만든 학문으로는 그 용도로 써야지요.


낭월: 그 사람들이 복권이나 묻지마주식을 할 적에 물으면 알려주기도 하잖아요.


노사: 사실은 그러한 질문은 답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오.


낭월: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노사: 인생행로에서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오.


낭월: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왜 그렇게 되었다고 보시는지요?


노사: 오행학자의 분수를 지키지 못해서라고 봅니다.


낭월: 하물며 스스로 투자까지 한 것은 너무 지나쳤다는 말씀인가요?


노사: 그렇소. 천지자연의 조화는 도를 지나치게 되면 천벌이 따르는 모양이오.


낭월: 그럼 선생님은 투자를 하지 않으십니까?


노사: 나도 투자를 하기는 하오.


낭월: 무슨 투자를 하시는데요?


노사: 식료품회사에 주주로 동참하고 있소이다.


낭월: 그렇게 하면서 그 회사의 운이 어떤지는 보시겠네요?


노사: 이것은 운에 따라서 털고 나가는 것이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라오.


낭월: 이해합니다. 그러한 정도는 괜찮다는 것이겠지요?


노사: 이것은 도박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봐야지요.


낭월: 그야말로 운명가의 윤리라고 해야 하겠네요.


노사: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낭월: 그렇다면 그 분 외에도 대단한 학자들은 누가 있나요?


노사: 고웅에 있는 광련선생과 사형거사 정도면 비슷할 거요.


낭월: 찾아가면 만날 수가 있겠네요?


노사: 그런데 지금은 자신들의 수련을 한다고 상담하는 사람을 안 만난다지 아마....


낭월: 그렇군요. 공부를 하는 사람은 늘 내면수행도 겸해야 하는가 봅니다.


대략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은 과연 천벌(天罰)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명료한 판단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순간적으로 판단을 못하고서 낭패를 당할 수가 있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말이지요.


물론 스스로 욕심이 앞서서 잠시 착오를 일으켰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고, 또한 일생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이 그러한 한 사건으로 인해서 묻힌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참으로 사람이 산다는 것이 혼자서만 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인터넷을 뒤지다가 吳모선생의 팔자를 발견하여 올려드립니다.


[오모 선생의 팔자]


時 日 月 年
庚 辛 甲 壬
寅 亥 辰 辰
71 61 51 41 31 21 11 01
壬 辛 庚 己 戊 丁 丙 乙
子 亥 戌 酉 申 未 午 巳


사주의 구성을 보면 인성이 필요한 것을 보이네요. 그래서 인겁운에서 크게 기대를 걸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주대로라면 크게 재미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용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는 교훈을 남긴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하늘이 하도 맑아서 어떻게 살아야 지혜롭게 사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수확의 나날에 잠시 지난 여름의 흔적들을 뒤적여 봤습니다. 보다 행복한 나날로 가꿔가는 것에 대해서 잠시 생각할 시간이 되셨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07년 10월 2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